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경제범죄

배임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누구인가 — 이중매매·이중저당으로 보는 성립 기준

2026. 07. 20.

배임죄는 아무에게나 성립하지 않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만 처벌합니다. 단순한 계약상 의무 이행은 '자기의 사무'라 배임죄가 아닌데, 부동산 이중매매는 되고 동산 이중매매·이중저당은 안 되는 이유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정리했습니다.

목차

  1. 배임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355조 제2항
  2. 배임죄의 첫 관문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3. '타인의 사무'란 — 신임관계에 기초해 남의 재산을 지켜 주는 일
  4. '자기의 사무'는 배임죄가 아니다
  5. 유형별로 보는 배임죄 성립 여부
  6. 부동산 이중매매 — 배임죄 성립
  7. 동산 이중매매 — 배임죄 불성립
  8. 부동산 이중저당 — 배임죄 불성립
  9. 동산 양도담보물 처분 — 배임죄 불성립
  10. 대물변제예약 후 처분 — 배임죄 불성립
  11. '타인의 사무'를 넘어선 뒤 — 나머지 성립요건
  12. 임무위배행위(배임행위)
  13. 재산상 이익과 본인의 손해
  14. 배임의 고의와 경영판단원칙
  15. 이득액이 크면 특경법으로 가중됩니다
  16. 배임 문제에 놓였다면 — 고소·방어 전 확인할 점
  17. 자주 묻는 질문
  18. 계약을 어기면 무조건 배임죄인가요?
  19.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모두 배임인가요?
  20. 배임죄의 공소시효는 얼마인가요?
  21. 돈을 갚거나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22.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거래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손해를 보면 흔히 "이건 배임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배임죄는 아무에게나 성립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만을 배임죄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어서,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아무리 손해가 크더라도 배임죄로 물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법원은 최근 이 요건을 점점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어, 같은 '이중처분'이라도 부동산 매매는 처벌되고 동산 매매나 이중저당은 처벌되지 않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 글에서는 배임죄의 출발점인 '타인의 사무' 판단 기준을 유형별 판례와 함께 정리합니다.

배임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355조 제2항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배임죄로 규정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남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를 저버리는 행동으로 본인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기나 제3자가 이익을 챙기는 것입니다.

나아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배임을 저지른 경우에는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죄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됩니다. 회사의 재산이나 거래를 반복적·계속적으로 관리하는 임원·직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은, 배임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를 처벌하는 횡령죄와 달리, '재물'이 아닌 '재산상 이익'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일정한 지위를 가진 사람만이 저지를 수 있는 신분범이라는 것입니다. 그 지위가 바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입니다.

배임죄의 첫 관문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배임죄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관문은 피의자가 과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가입니다. 이 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아무리 큰 손해가 났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남을 뿐입니다.

'타인의 사무'란 — 신임관계에 기초해 남의 재산을 지켜 주는 일

대법원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려면, 두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상대방에게 어떤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관계의 본질 자체가 '남의 재산을 맡아 지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회사의 자금과 거래를 관리하는 대표이사·임원, 타인의 재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사람, 등기·등록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사람 등은 그 관계의 본질이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으므로 전형적인 '타인의 사무 처리자'입니다.

'자기의 사무'는 배임죄가 아니다

반대로, 계약을 맺으면 누구나 상대방에게 일정한 의무를 지지만,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기의 사무'입니다. 물건을 팔기로 했으면 넘겨줄 의무가, 돈을 빌렸으면 갚을 의무가 생기지만, 이는 자신의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는 것일 뿐 남의 재산을 관리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자기의 사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이지 배임죄가 아닙니다.

결국 '타인의 사무'냐 '자기의 사무'냐를 가르는 기준은 "그 의무의 본질이 상대방의 재산을 지켜 주는 데 있느냐, 아니면 내 계약상 빚을 갚는 데 있느냐"입니다. 이 구별이 아래에서 볼 유형별 결론을 좌우합니다.

유형별로 보는 배임죄 성립 여부

과거 대법원은 배임죄의 성립범위를 비교적 넓게 인정했지만, 근래에는 잇따른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타인의 사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처벌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래 유형들을 비교해 보면 그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부동산 이중매매 — 배임죄 성립

매도인이 부동산을 팔기로 하고 계약금을 넘어 중도금까지 받은 뒤, 같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팔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넘겨 버리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에 대하여 소유권 이전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는 단순한 계약 이행을 넘어 매수인의 재산 취득·보전에 협력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때의 이중매매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다만 이 결론에 대해서는 '자기 채무의 이행일 뿐'이라는 반대의견도 있었을 만큼, 부동산 이중매매는 배임죄가 인정되는 예외적·특수한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동산 이중매매 — 배임죄 불성립

같은 이중매매라도 대상이 동산이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목적물을 넘겨줄 의무는 자기의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는 것일 뿐,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보아, 매도인이 목적물을 제3자에게 이중으로 팔아 넘기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나아가 권리 이전에 등록이 필요한 자동차 등의 이중매매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에서 배임죄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이중저당 — 배임죄 불성립

돈을 빌리면서 부동산에 저당권(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속해 놓고, 이를 어기고 그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거나 먼저 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경우입니다. 종전 판례는 이를 배임죄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태도를 바꾸어 채무자가 담보를 제공할 의무는 자기 채무의 이행에 관한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이유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 담보를 확보하지 못한 채권자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적 방법으로 권리를 실현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동산 양도담보물 처분 — 배임죄 불성립

채무자가 자기 채무의 담보로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뒤 그 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에도, 대법원은 채무자가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는 자기의 사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 배임죄를 부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이 역시 담보 관련 채무의 이행을 '타인의 사무'로 확장하지 않으려는 최근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대물변제예약 후 처분 — 배임죄 불성립

빚을 갚는 대신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미리 약정(대물변제예약)하고도 이를 어기고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에도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는 채무자 자신의 사무일 뿐이라며 배임죄 성립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이처럼 오늘날 대법원은 '중도금까지 받은 부동산 이중매매'라는 예외적 영역을 제외하면, 계약상 채무의 이행에 관한 문제 대부분을 '자기의 사무'로 보아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경향입니다. 따라서 배임죄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무엇보다 '피의자의 의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를 가장 먼저 따져 보아야 합니다.

'타인의 사무'를 넘어선 뒤 — 나머지 성립요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가 인정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아래 요건이 함께 갖추어져야 합니다.

임무위배행위(배임행위)

맡은 임무의 취지에 어긋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배임행위입니다. 회사에 명백히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충분한 담보 없이 자금을 빌려주거나, 회수 가능성이 없는데도 대출·보증을 실행하는 것 등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재산상 이익과 본인의 손해

배임행위로 인해 행위자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고, 임무를 맡긴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해야 합니다. 판례는 여기서의 손해에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아 왔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배임죄의 성립범위를 지나치게 넓히지 않으려는 흐름 속에서, 손해나 그 위험을 인정하는 데에도 한층 신중을 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배임의 고의와 경영판단원칙

주관적으로는 임무에 위배한다는 인식과 함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얻는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기업 경영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이 문제 됩니다.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는 원래 위험이 따르므로, 경영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에서 합리적 범위 내의 판단을 내렸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생겼더라도 곧바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거나 회사에 손해가 날 것이 뻔한 무모한 거래였다면 배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득액이 크면 특경법으로 가중됩니다

배임으로 취득한 이익 또는 회피한 손해의 규모, 즉 이득액이 커지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되어 형이 대폭 무거워집니다. 특경법 제3조는 이득액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합니다.

  • 이득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이득액 50억 원 이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여기에 이득액에 상당하는 벌금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특경법이 걸리는 배임 사건에서는 '이득액과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형량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 되며, 그 범위를 다투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임 문제에 놓였다면 — 고소·방어 전 확인할 점

배임 사건은 '손해가 났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 관계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가'와 '임무를 저버릴 고의가 있었는가'에서 결론이 갈립니다. 고소를 준비하는 쪽이든 혐의를 방어하는 쪽이든 다음을 먼저 점검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1. '타인의 사무'인지부터 따집니다. 문제 된 의무가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관리해 주는 사무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기 계약상 채무의 이행인지를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사건 자체가 배임죄로 성립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 객관적 자료를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계약서·내부 결재 문서·이사회 자료·거래 및 자금 흐름·의사결정 경위 등을 확보해, 임무의 내용과 위배 여부, 고의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할 수 있게 준비합니다.

  3. 이득액·손해액의 범위를 검토합니다. 특경법 적용 여부가 형량을 크게 좌우하므로, 손해와 이익의 산정 기준과 범위를 초기부터 살펴야 합니다.

  4. 형사와 민사를 함께 봅니다. 최근 판례상 담보·계약 관련 분쟁은 배임죄로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형사고소만이 아니라 손해배상·가압류 등 민사·보전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을 어기면 무조건 배임죄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원칙적으로 '자기의 사무'에 관한 채무불이행일 뿐 배임죄가 아닙니다. 배임죄가 되려면 그 의무의 본질이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관리해 주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해야 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동산 이중매매, 부동산 이중저당, 대물변제예약 위반 등은 배임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모두 배임인가요?

아닙니다. 경영자가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 범위에서 내린 판단이 결과적으로 손해로 이어졌다면,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곧바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사익을 도모했거나 회사에 손해가 날 것이 명백한 무모한 거래였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떤 동기와 절차로 판단했는가'가 관건입니다.

배임죄의 공소시효는 얼마인가요?

단순 배임죄는 법정형(5년 이하)에 따라 공소시효가 원칙적으로 7년, 업무상배임죄는 법정형(10년 이하)에 따라 10년입니다. 이득액이 커 특경법이 적용되면 법정형이 높아지는 만큼 공소시효도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오래된 사안이라면 시효 완성 여부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을 갚거나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배임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공소가 유지되는 범죄이므로(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합의만으로 사건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과 합의는 양형에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 처벌 수위를 낮추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배임죄는 '손해가 났다'는 결과만으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와 '임무를 저버린 고의'를 어떻게 입증하고 다투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 처벌범위를 엄격하게 좁혀 오면서, 같은 사실관계라도 배임죄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소를 준비하는 피해자든, 억울하게 배임 혐의를 받는 피의자든, 사건 초기의 자료 정리와 법리 구성이 결정적입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