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배우자는 유책배우자일까? — 악의의 유기와 '정당한 이유' 있는 가출의 경계
2026. 07. 20.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책배우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민법상 악의의 유기가 인정되는 기준과 정당한 이유가 있는 가출의 경계를 정리했습니다.
목차
- '유책배우자'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
- 부부에게는 함께 살 의무가 있습니다 — 민법 제826조
- 민법 제840조 제2호 '악의의 유기'로 인정되려면
- 정당한 이유가 있는 가출은 유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가정폭력을 피하기 위한 가출
- 축출에 가까운 가출
- 상대방의 부정행위 등으로 인한 별거
- 법원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 유책배우자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 가출 상황에서 남겨두어야 할 것들
- 배우자가 집을 나간 경우
- 부득이하게 집을 나와야 하는 경우
- 자주 묻는 질문
- 남편이 집을 나간 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나요?
- 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제가 유책배우자가 되나요?
- 집을 나간 배우자에게 돌아오라고 강제할 수 있나요?
- 제가 먼저 집을 나왔는데, 나중에 제가 이혼을 청구하면 무조건 기각되나요?
-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배우자가 어느 날 짐을 싸서 집을 나갔습니다. 남은 배우자는 "이 사람이 유책배우자니까 이혼 소송에서 내가 유리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간 배우자는 "내가 먼저 나왔으니 이혼을 청구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합니다. 그러나 집을 나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유책배우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가출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사람이 왜 집을 나가게 되었는지, 나간 뒤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이 글에서는 가출과 유책의 관계, 민법이 정한 '악의의 유기'의 요건, 그리고 실제로 가출 상황에 놓였을 때 무엇을 남겨두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유책배우자'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
유책배우자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데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된'이라는 표현입니다. 부부 사이의 갈등에서 한쪽만 100퍼센트 잘못하는 경우는 드물고, 법원도 어느 한쪽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보기보다는 누구의 책임이 더 무거운지, 그 책임이 파탄의 결정적 원인이 되었는지를 비교해 판단합니다.
유책 여부가 문제 되는 국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재판상 이혼사유가 인정되는지의 문제입니다. 둘째, 위자료를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의 문제입니다. 셋째, 유책배우자가 낸 이혼청구를 법원이 받아줄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가출은 이 세 국면 모두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사정이지만, 그 무게는 사안마다 크게 달라집니다.
부부에게는 함께 살 의무가 있습니다 — 민법 제826조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라고 부르며, 혼인이 성립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부부 사이의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배우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집을 나가 이 의무를 저버렸다면, 그 자체가 혼인 파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같은 조항은 이어서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민법 스스로가 '함께 살지 않는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장 문제로 인한 주말부부, 질병 치료를 위한 장기 입원, 자녀 교육을 위한 별거처럼 부부가 합의했거나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별거 자체를 두고 의무 위반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가출이 유책으로 평가되는지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민법 제840조 제2호 '악의의 유기'로 인정되려면
가출이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는 통로는 민법 제840조 제2호입니다. 이 조항은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기'란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배우자를 버려두는 것을 뜻하고, '악의'란 나쁜 마음이라는 일상적 의미가 아니라 배우자를 돌보지 않겠다는 인식과 의사, 즉 혼인관계를 유지할 뜻이 없음을 알면서 그 상태를 방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악의의 유기가 인정되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함께 확인되어야 합니다.
동거·부양·협조 의무의 불이행 — 단순히 집을 비운 것을 넘어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부양과 돌봄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여야 합니다.
정당한 이유의 부존재 — 폭력 회피, 치료, 직업상 사정 등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어야 합니다.
상태의 계속성 — 일시적인 감정 다툼 끝의 며칠간 외박과 달리, 상당 기간 지속되어 혼인공동생활이 실질적으로 해체된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유기의 의사 — 돌아올 뜻도, 배우자를 돌볼 뜻도 없다는 점이 객관적 정황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대법원은 부부가 별거하게 된 경위와 그 후의 사정을 종합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 있어야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가출이라는 외형만 놓고 기계적으로 유책을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 가출은 유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문제 되는 것이 이 지점입니다. 집을 나온 쪽이 오히려 피해자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정폭력을 피하기 위한 가출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의 폭행, 협박,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온 경우, 이는 자신과 자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회피 행동입니다.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면 집을 나온 사실 자체를 유책사유로 평가하기 어렵고, 오히려 남은 배우자 쪽에 민법 제840조 제3호(심히 부당한 대우)나 제6호(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축출에 가까운 가출
배우자가 "나가라"고 요구하거나, 비밀번호를 바꾸고 짐을 내놓는 등 사실상 쫓아낸 결과 집을 나오게 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식만 가출이지 실질은 상대방이 만든 상황이므로, 나온 쪽에 파탄의 주된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부정행위 등으로 인한 별거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어 도저히 한집에 있을 수 없어 집을 나온 경우, 파탄의 원인은 부정행위에 있습니다. 이때 별거는 파탄의 원인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파탄의 결과로 평가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가출의 유책성을 다툴 때 실제로 심리되는 사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하나가 결정적이라기보다 전체 그림을 종합해 평가한다고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가출의 경위 — 왜 나가게 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툼의 발단, 직전에 있었던 폭언이나 폭력, 상대방의 요구가 있었는지 등이 검토됩니다.
가출 기간 — 며칠간의 냉각기와 수년간의 단절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기간이 길수록 혼인관계 회복 의사가 없다고 볼 여지가 커집니다.
연락 여부와 복귀 노력 — 소재를 알렸는지, 연락을 완전히 끊었는지, 돌아오라는 요청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남은 배우자가 귀가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도 함께 봅니다.
생활비·양육비 지급 여부 — 집을 나간 뒤에도 생활비를 계속 보냈다면 부양의무를 저버렸다고 보기 어려워집니다. 실무에서 악의의 유기 여부를 가르는 매우 비중 있는 요소입니다.
자녀에 대한 태도 — 미성년 자녀와의 면접 유지, 학비 부담, 양육 관여 정도가 함께 고려됩니다.
가출 이후의 사정 — 별거 기간 중 다른 이성과 동거하는 등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면, 가출 자체와 별개로 부정행위(민법 제840조 제1호)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왜 나갔는가'와 '나간 뒤 부부로서의 최소한을 지켰는가'가 판단의 두 축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나가서 연락도 끊고 생활비도 주지 않았다면 악의의 유기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피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거나 나간 뒤에도 부양을 계속했다면 유책으로 평가되기 어려워집니다.
유책배우자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가출이 유책사유로 인정되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혼인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파탄의 경위와 책임의 정도, 혼인 기간, 자녀 유무 등을 종합하여 정해지므로 사안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더 큰 문제는 유책배우자 본인이 이혼을 청구할 때 발생합니다.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른바 유책주의를 유지해 왔고,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 원칙을 유지하면서 예외가 인정될 수 있는 경우를 정리한 바 있습니다. 상대방도 실제로는 이혼 의사가 있으면서 오기나 보복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 유책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성실히 부양과 배려를 다하여 유책성이 상당 정도 희석된 경우, 세월의 경과로 파탄의 책임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경우 등이 예외로 언급됩니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이 집을 나간 뒤 몇 년이 지나 "이미 혼인관계가 회복 불가능하니 이혼해 달라"고 청구하더라도, 스스로 만든 파탄을 이유로 삼는 것이어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집을 나온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애초에 유책배우자로 분류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가출 상황에서 남겨두어야 할 것들
가출을 둘러싼 분쟁은 결국 '그때 왜 그랬는지'를 나중에 어떻게 증명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흐려지고 진술은 엇갈리므로, 당시의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배우자가 집을 나간 경우
귀가를 요청한 기록을 남깁니다. 문자, 메신저, 통화 녹음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내용증명 우편으로 복귀와 부양을 요청한 사실을 남겨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는 '일방적으로 유기당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생활비 중단 사실을 정리합니다. 계좌 거래내역으로 언제부터 송금이 끊겼는지를 정리해 두면 부양의무 불이행을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부양료·양육비를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이혼을 곧바로 결정하지 않더라도, 부부 사이의 부양료나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집을 나와야 하는 경우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상해진단서, 112 신고 내역, 폭언이 담긴 녹음과 메시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기록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연락을 완전히 끊지 않도록 유의합니다. 안전이 확보되는 범위에서 소재나 연락 가능한 방법을 알려 두면 유기의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쉬워집니다. 다만 신변 위협이 있는 경우에는 안전이 우선이며, 가정폭력 관련 보호조치나 피해자 보호시설 이용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양을 계속합니다. 형편이 되는 범위에서 생활비나 양육비를 계속 보내고 그 내역을 남겨 두면, 악의의 유기 주장에 대응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남편이 집을 나간 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나요?
기간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몇 개월 이상이면 악의의 유기라는 식의 고정된 기준은 없고, 가출 경위와 연락·부양 여부를 함께 봅니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집을 나가 연락과 생활비가 모두 끊긴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졌다면 민법 제840조 제2호 또는 제6호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통상 별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가까워집니다.
폭력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제가 유책배우자가 되나요?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신체적·정신적 위해를 피하기 위한 가출에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여지가 크고, 오히려 폭력을 행사한 배우자 쪽의 책임이 문제 됩니다. 다만 이를 주장하려면 당시의 피해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하므로, 진단서와 신고 내역 등을 확보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를 데리고 나온 경우 양육자 지정과 면접교섭 문제가 뒤따르므로 이 부분도 함께 정리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집을 나간 배우자에게 돌아오라고 강제할 수 있나요?
가정법원에 동거에 관한 처분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동거는 사람의 자유로운 의사에 관한 문제여서, 심판이 있더라도 물리적으로 데려와 함께 살게 하는 방식의 강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강제 그 자체보다는 귀가를 요청했음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남기는 의미가 더 크며, 현실적인 해결은 부양료 청구나 이혼·위자료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먼저 집을 나왔는데, 나중에 제가 이혼을 청구하면 무조건 기각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유책배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파탄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나오게 된 경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유책배우자로 보기 어렵고, 설령 어느 정도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상대방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어 어느 한쪽을 주된 유책배우자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사전 검토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가출을 둘러싼 이혼 사건은 '누가 먼저 나갔는가'가 아니라 '왜 그런 상황이 되었는가'에서 결론이 갈립니다. 같은 별거라도 사정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떤 자료로 뒷받침하는지에 따라 유책 판단, 위자료, 나아가 이혼청구의 인용 여부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집을 나가 연락이 끊긴 상황이든, 부득이하게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든, 초기에 어떤 기록을 남기고 어떤 절차를 밟는지가 이후 판단의 토대가 됩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정을 차분히 듣고 가능한 방법을 함께 검토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