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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O Legal Guide

경제범죄

그 회사 직원도 아닌데 왜 배임 피의자가 되었을까 — 배임·횡령의 공동정범·교사·방조와 거래상대방 책임

2026. 07. 30.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만 저지를 수 있는 신분범이지만, 형법 제33조 때문에 신분이 없는 거래상대방·브로커·회계담당자·가족도 공동정범이나 교사·방조로 함께 기소됩니다. 대법원이 상대방 공범을 인정할 때 요구하는 '적극 가담'의 문턱, 리베이트를 준 납품업체·배임임을 알고 담보를 받아 간 채권자·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업체·차명계좌를 대준 지인이 엮이는 전형을 정리했습니다. "사장이 지시해서 했다"는 변명이 통하는 범위, 공범 사건 특유의 진술 구조와 변호인 선임 시 이해충돌, 이득액·특경법 적용과 몰수·추징까지 다룹니다.

목차

  1. 배임·횡령은 신분범인데, 왜 회사 밖의 사람이 함께 기소되는가
  2. '신분범'이라는 말의 실제 의미
  3. 형법 제33조 — 신분 없는 사람에게 공범 규정을 적용하는 조항
  4. 공동정범·교사·방조는 무엇이 다르고 형은 어떻게 갈리는가
  5. 업무상 신분이 없는 사람은 어느 조항의 형으로 처벌되는가
  6. 거래상대방은 어디부터 공범이 되는가 — '적극 가담'이라는 문턱
  7. 대법원이 요구하는 기준
  8.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을 뿐인 경우
  9. 대법원이 상대방 공범 인정에 신중한 이유
  10.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제2매수인의 적극 가담
  11. 실무에서 공범으로 엮이는 다섯 가지 전형
  12. 리베이트를 주고 납품권을 받은 업체
  13. 회사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담보를 받아 간 채권자
  14. 허위 세금계산서·용역계약서를 발행해 준 업체
  15. 가공경비를 처리해 준 회계·경리 담당자
  16. 차명계좌와 현금화를 도와준 지인
  17. 횡령의 공범 — 보관자 신분이 없는 사람이 관여했을 때
  18. 무엇을 공유했는지가 관건 — 불법영득의사
  19. 인출·송금·현금화를 도운 사람
  20. 범행이 끝난 뒤에만 관여했다면 — 장물과 범죄수익
  21. 배우자·가족 명의 계좌로 받은 돈은 어떻게 취급되는가
  22. 이름만 빌려준 경우와 관리에 관여한 경우
  23. 가족이라서 처벌을 면한다는 생각 — 친족상도례의 오해
  24. 몰수·추징과 가족 재산
  25. "사장이 지시해서 했다" — 직원의 설명은 어디까지 통하는가
  26. 상사의 지시는 위법성을 없애 주지 않습니다
  27. 실제로 결론을 가르는 네 가지 요소
  28.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공동정범이 되는 지점
  29. 지금이라도 남길 수 있는 기록
  30. 공범 사건은 왜 진술 싸움이 되는가
  31. 이해관계가 정반대인 사람들이 같은 사건에 있습니다
  32. 공범의 진술은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33. 먼저 조사받는 사람이 유리한가
  34. 회사가 붙여 준 변호인 — 이해충돌을 먼저 확인하세요
  35. 공범으로 인정되면 형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이득액·특경법·추징
  36. 이득액은 공범 사이에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37.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는 경계
  38. 방조로 인정되는 것의 실제 의미
  39. 몰수·추징과 피해 회복
  40. 공범으로 지목된 순간,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41. 조사 전에 정리할 세 가지 — 관여 경위·이익 귀속·결정 권한
  42. 자료는 지우지 말고 보전하세요
  43. 참고인으로 부를 때가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44. 회사·조합 입장이라면 — 공범을 함께 세워야 회수가 됩니다
  45. 흔히 하는 오해 — 이것부터 바로잡으세요
  46. 자주 묻는 질문
  47. 저는 그 회사 임직원이 아닌 납품업체 대표입니다. 정말 배임 공범이 될 수 있습니까?
  48. 리베이트를 준 것만으로 배임 공동정범이 되나요? 배임증재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49. 사장이 지시한 대로 회계처리만 했습니다. 처벌될까요?
  50. 배우자 계좌로 돈이 들어왔습니다. 배우자도 조사받게 되나요?
  51. 방조로 인정되면 형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52. 공범 중 제가 가장 늦게 조사받게 되었습니다. 불리한가요?
  53. 회사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대로 맡겨도 될까요?
  54. 이미 다른 공범이 저를 지목하는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55.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상담실에서 가장 억울해하시는 분들은 회사의 임원도, 직원도 아닌 분들입니다. 20년 동안 부품을 납품해 온 업체 대표가 어느 날 참고인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다가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돌아옵니다. 사장의 부탁으로 용역계약서 한 장을 발행해 준 업체, 사장이 알려 주는 대로 전표를 처리했던 경리 직원, 남편이 "회사 일이니 잠깐 쓰겠다"며 통장을 달라고 해서 넘겨준 배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하나입니다. "저는 그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배임 피의자입니까."

이 질문은 법적으로 정확한 지적입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만 주체가 될 수 있는 신분범이고,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만 주체가 될 수 있는 신분범입니다. 그런데도 회사 밖의 사람이 함께 기소되는 이유는 형법이 신분범에 관여한 사람을 처벌하는 별도의 통로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33조가 바로 그 조항입니다. 신분이 없어도 공동정범·교사범·방조범으로는 얼마든지 처벌될 수 있고, 실무에서 배임·횡령 사건이 커지는 경로는 대개 여기입니다.

이 글은 배임·횡령의 성립요건 자체가 아니라 공범 법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신분 없는 사람이 어떤 구조로 함께 기소되는지, 거래상대방이 단순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것과 배임에 적극 가담한 것을 대법원이 어디에서 가르는지,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공범으로 엮이는 전형은 무엇인지, "사장이 지시해서 했다"는 직원의 설명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공범 사건 특유의 진술 구조와 변호인 선임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배임·횡령의 기본 성립요건과 구별기준, 배임수증재, 특경법 적용 개요는 각각 별도의 법률가이드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필요한 만큼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배임·횡령은 신분범인데, 왜 회사 밖의 사람이 함께 기소되는가

'신분범'이라는 말의 실제 의미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합니다. 같은 조 제1항의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 성립합니다. 두 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 그 신분이 업무상의 것이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죄가 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는 표현이 바로 신분 요소입니다. 회사의 대표이사·이사·자금담당자·구매담당자처럼 회사의 재산을 지킬 의무를 안쪽에서 부담하는 지위가 있어야 단독으로 이 죄의 주체가 됩니다. 거래상대방은 반대편에 서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지위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닙니다. 이 원칙 자체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형법 제33조 — 신분 없는 사람에게 공범 규정을 적용하는 조항

그런데 형법 제33조는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공범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하고, 단서에서 "신분관계로 인하여 형의 경중이 있는 경우에는 중한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합니다. 앞부분은 신분이 없는 사람도 신분범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고, 뒷부분은 신분 때문에 형이 무거워지는 경우에 신분 없는 사람에게는 그 무거운 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제한입니다.

이 조항 때문에 실무의 그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배임·횡령 사건에서 검찰이 회사 밖의 사람을 기소할 때 쓰는 구성은 대개 "○○의 업무상배임 범행에 공모하여 가담하였다" 또는 "○○의 업무상배임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하였다"는 형태입니다. 피의자를 배임죄의 단독 주체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신분 있는 사람의 범행에 붙여서 세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다"라는 방어만으로는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방어의 초점은 신분이 아니라 가담의 존재와 정도로 옮겨져야 합니다.

공동정범·교사·방조는 무엇이 다르고 형은 어떻게 갈리는가

공범의 세 가지 형태는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라 형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 공동정범(형법 제30조) —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실행행위를 나누어 맡았거나, 직접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될 정도로 범행에 본질적인 기여를 했다면 공동정범이 됩니다. 형의 감경이 없습니다.

  • 교사범(형법 제31조 제1항) —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실행하게 한 사람은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가벼운 공범"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법정형에서는 정범과 같습니다. 배임 사건에서 브로커가 임직원을 설득해 배임행위를 하게 만든 구조라면 교사가 정면으로 문제 됩니다.

  • 방조범(형법 제32조) — 타인의 범죄를 도운 사람이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합니다. 임의적 감경이 아니라 필요적 감경이므로, 방조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실제 선고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실무에서 다툼의 중심은 공동정범이냐 방조냐입니다. 검찰은 공동정범으로 기소하고, 변호인은 관여의 수동성·부수성을 들어 방조에 그친다고 다투는 구도가 반복됩니다. 특히 뒤에서 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이 구별이 집행유예 가능성 자체를 좌우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업무상 신분이 없는 사람은 어느 조항의 형으로 처벌되는가

여기서 형법 제33조 단서가 작동합니다.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이라는 신분 때문에 형이 무거워지는 구조인데, 그 업무상 지위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무거운 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업무상 보관자 또는 업무상 사무처리자의 신분이 없는 사람이 그 범행에 가담한 경우, 공범의 성립은 인정하면서도 처단할 때에는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단순횡령죄 또는 단순배임죄의 형을 적용한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실무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신분 없는 가담자는 죄명에 '업무상'이 붙어 기소되더라도, 적용될 형의 상한은 형법 제355조의 5년 이하 징역 쪽으로 내려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 되어 특경법이 적용되는 국면에서는 이 논의의 실익이 달라지므로, 사건마다 어느 조항으로 처단되는지를 정확히 따져야 합니다. 공소장에 기재된 죄명만 보고 형량을 짐작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거래상대방은 어디부터 공범이 되는가 — '적극 가담'이라는 문턱

대법원이 요구하는 기준

거래상대방의 공범 책임에 관하여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상당히 높은 문턱을 세워 두었습니다. 요지는 배임행위로 이익을 얻게 되는 거래상대방이나 그 대표자가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거래상대방이 배임행위임을 알면서 거래에 응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공동정범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기준의 핵심은 '알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여했는가'라는 점입니다. 상대방이 이상하다고 느꼈거나 회사 내부 절차가 미비하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배임행위 자체를 만들어 내거나 그 과정을 함께 굴린 사정이 필요합니다. 실무에서 이 문턱을 넘는 사정으로 문제 되는 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거래 자체를 먼저 요구·설계한 사정 — 조건을 제시한 정도가 아니라, 회사에 손해가 되는 구조를 상대방이 짜서 가져온 경우입니다.

  • 내부 절차를 우회하도록 유도한 사정 — 이사회 결의를 생략하게 하거나, 품의·계약서를 사후에 맞춰 만들자고 제안한 경우입니다.

  • 기망이나 은폐에 함께 가담한 사정 — 감정평가나 견적을 부풀려 주었거나, 이면약정을 별도로 만들어 본계약과 다른 내용을 숨긴 경우입니다.

  • 담당자에게 개인적 이익을 제공한 사정 — 리베이트·향응·차명 지분 등을 제공해 담당자가 회사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우게 만든 경우입니다.

  • 결정 권한 없는 사람을 앞세워 서류를 만든 사정 — 권한 없는 직원을 접촉해 회사 인감이나 서류를 확보한 경우입니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을 뿐인 경우

반대로 협상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한 것 자체는 범죄가 아닙니다. 시장에서 거래는 서로 반대되는 이익을 조정하는 과정이고, 한쪽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사정만으로 유리했던 쪽을 배임 공범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값을 깎았다, 담보를 더 요구했다, 계약기간을 길게 잡았다, 위약금 조항을 유리하게 넣었다는 사정은 원칙적으로 협상의 영역입니다.

다툼이 생기는 이유는 사후적으로 결과만 보면 두 경우가 똑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손해를 입은 계약서 한 장을 놓고, 검찰은 "상대방이 요구해서 이렇게 됐다"고 보고 변호인은 "회사가 필요해서 받아들인 조건"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방어의 실질은 법리 논쟁이 아니라 협상 과정의 복원입니다. 최초 제안이 어느 쪽에서 나왔는지, 조건이 오간 순서와 근거가 무엇인지, 당시 회사에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시세나 동종 거래와 비교해 조건이 이례적인지를 자료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견적서·이메일·품의서·메신저 대화의 시간 순서가 이 사건에서는 법리보다 힘이 셉니다.

대법원이 상대방 공범 인정에 신중한 이유

대법원이 문턱을 높게 유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거래상대방은 본래 회사의 이익을 지킬 의무가 없는 사람입니다. 신분 없는 사람에게 신분범의 정범과 같은 책임을 지우려면 그만한 관여가 있어야 균형이 맞습니다. 둘째, 문턱이 낮아지면 거래의 안전이 위태로워집니다. 상대 회사의 내부 사정이 부실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진다면, 정상적인 거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배임죄가 계약 분쟁을 해결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계약 무효로 다루어야 할 사안이 형사고소로 먼저 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흐름은 배임죄 전반에서도 확인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동산 이중양도나 이미 저당권 설정을 약정한 부동산에 관한 이중담보 사안에서 과거보다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판단을 바꾸어 왔습니다. 정범의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그에 가담했다는 공범도 성립할 여지가 없으므로, 상대방으로 조사받는 분에게는 정범의 성립 자체를 다투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영역은 과거와 결론이 달라진 부분이 있으므로 사건 시점의 판례를 확인해야 합니다.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제2매수인의 적극 가담

거래상대방 공범 법리가 가장 오래 축적된 영역은 부동산 이중매매입니다.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은 뒤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팔아 소유권을 넘긴 경우 매도인에게 배임죄가 문제 되고, 이때 제2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신행위를 알면서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유도해 계약을 체결하게 한 사정이 인정되면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함께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앞선 계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여기에는 형사와 민사가 함께 움직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2매수인의 적극 가담이 인정되면 그 매매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어, 제1매수인이 매도인을 대위해 등기의 말소를 구할 길이 열립니다. 형사에서 '적극 가담'이 인정되는지가 민사에서 부동산을 되찾을 수 있는지와 직결되는 것입니다. 이중매매의 구체적 성립요건은 관련 법률가이드에서 따로 다루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상대방 공범 판단의 원형이 이 영역에 있다는 점만 확인해 두시면 됩니다.

실무에서 공범으로 엮이는 다섯 가지 전형

이론상 가능한 조합은 무한하지만, 실제 사건에서 회사 밖의 사람이 공범으로 함께 기소되는 경로는 몇 가지로 수렴합니다. 자신의 상황이 어느 유형에 가까운지를 먼저 파악하면 무엇을 소명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리베이트를 주고 납품권을 받은 업체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납품업체가 구매담당 임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계약을 따내거나 단가를 유지받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두 갈래의 죄책이 동시에 검토됩니다. 하나는 형법 제357조의 배임수재·배임증재입니다. 임직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면 배임수재가 되고, 이를 공여한 업체는 배임증재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업무상배임의 공범입니다. 그 대가로 회사에 손해가 되는 조건의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담당자는 업무상배임의 정범이 되고 업체는 그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공범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두 죄는 별개이므로 배임증재만 성립하는 사건과 배임증재에 업무상배임 공범까지 더해지는 사건이 갈립니다. 그 분기점은 리베이트의 존재가 아니라 거래 조건이 회사에 실제로 손해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 조건을 업체가 만들어 냈는지입니다. 시세대로 납품하면서 담당자에게 사례를 한 사건과, 단가를 부풀리고 그 차액의 일부를 담당자에게 되돌려 준 사건은 전혀 다른 사건입니다. 후자는 회사 자금이 유출된 구조여서 이득액이 곧바로 계산되고 특경법 적용 가능성까지 열립니다. 배임수증재 자체의 성립요건은 관련 법률가이드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회사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담보를 받아 간 채권자

회사가 어려워지면 채권자들은 담보를 요구합니다. 이때 회사가 특정 채권자에게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대표이사가 회사 재산으로 자신의 개인 채무를 담보해 주는 일이 벌어집니다. 담보를 받아 간 채권자가 그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배임 공범으로 조사받게 됩니다.

여기서 갈리는 지점은 정당한 채권 회수와 배임의 유도입니다. 자신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담보를 요구하는 것 자체는 권리 행사입니다. 회사가 자기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라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회사와 무관한 대표이사 개인 채무를 회사 재산으로 담보하게 요구했다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회사에는 이익이 없고 위험만 남기 때문입니다. 채권자가 그 구조를 알고 요구했는지, 대표이사에게 별도의 이익을 약속했는지, 서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다만 앞서 본 최근 판례 흐름에서 이중담보 유형의 배임 성립 범위가 좁아진 부분이 있으므로, 정범의 배임 성립부터 검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허위 세금계산서·용역계약서를 발행해 준 업체

실제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거나, 하지 않은 컨설팅·자문 용역의 계약서와 보고서를 만들어 주는 유형입니다. 요청한 쪽은 그 대금을 회사 자금으로 지급한 뒤 일부 또는 전부를 되돌려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발행한 업체는 수수료를 받습니다. 실무에서 이 유형은 가장 무겁게 다루어지는 편입니다. 회사 자금이 실제로 빠져나갔고, 그 흐름을 숨기기 위한 서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죄책도 여러 갈래로 겹칩니다. 회사 자금 유출 부분은 업무상횡령 또는 업무상배임의 공범이 되고, 서류 자체는 사문서 관련 범죄나 조세 관련 법령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으며, 되돌려 준 자금의 흐름은 뒤에서 보는 범죄수익 관련 규정으로도 이어집니다. "부탁을 받아 서류만 끊어 줬을 뿐"이라는 설명이 통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서류가 없었다면 회사 자금이 나갈 수 없었다는 점에서 기여가 본질적이라고 평가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 유형에서 방어는 대개 실제 용역의 일부라도 존재했는지, 대금 중 어느 부분이 되돌아갔는지, 자신이 받은 금액과 그 성격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가르는 작업이 됩니다. 전체를 다투기보다 관여 범위와 이득액을 정확히 좁히는 것이 현실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공경비를 처리해 준 회계·경리 담당자

회사 안에 있으면서도 결정 권한은 없는 위치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 사장의 지시로 가공의 인건비를 계상하고, 개인 지출을 접대비로 분개하고, 가지급금을 다른 계정으로 대체하는 일을 실제로 손으로 처리한 사람은 회계·경리 담당자입니다. 이 경우 회사 자금을 보관·관리하는 지위가 인정되면 업무상횡령의 정범으로, 그렇지 않더라도 대표이사의 범행을 도운 공범으로 조사받습니다.

여기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회계처리의 기술적 적정성이 아니라 그 처리가 무엇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알았는지입니다. 사장이 건네준 영수증을 규정대로 처리한 것과, 영수증이 없는 지출을 맞추기 위해 가짜 증빙을 만들어 붙인 것은 다릅니다. 자금 사용의 실질을 알 수 있는 위치였는지,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이익을 받았는지가 실제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이 문제는 다음 장에서 지시 항변과 함께 자세히 보겠습니다.

차명계좌와 현금화를 도와준 지인

빼낸 자금을 받아 주고 현금으로 바꿔 전달한 지인, 자기 사업체 계좌를 경유시켜 준 친구, 대표이사의 요청으로 계좌를 개설해 준 친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유형은 자금의 흐름이 계좌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부인하기 어렵고, 그래서 관여의 시점과 성격을 정확히 나누는 것이 유일한 방어선이 됩니다.

범행 전에 미리 계좌를 대주기로 하고 자금 유출 구조에 편입되었다면 횡령·배임의 공범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자금이 이미 빠져나온 뒤에 사정을 알고 보관·전달만 한 것이라면 공범이 아니라 장물이나 범죄수익에 관한 범죄가 문제 됩니다. 죄명이 달라지면 법정형과 이득액 계산이 모두 달라지므로, "언제 무엇을 알았는가"를 자료로 특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횡령의 공범 — 보관자 신분이 없는 사람이 관여했을 때

무엇을 공유했는지가 관건 — 불법영득의사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범죄입니다. 그러므로 보관자 신분이 없는 사람이 공범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어떤 행위를 도운 것으로 부족하고, 보관자가 그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그 실현에 가담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구조 때문에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방어는 "나는 회사 업무의 일부라고 알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대표이사가 "거래처에 급히 보낼 돈이 있는데 회사 계좌로는 어려우니 네 계좌로 받아서 전달해 달라"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면 불법영득의사를 공유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세무조사 때문에 회사 계좌를 쓸 수 없다", "장부에 안 남게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조사에서 확인되는 것은 자금의 액수보다 부탁을 받을 때 오간 말입니다. 통화 녹음, 메신저 대화, 문자 한 줄이 결론을 바꾸는 사건이 많습니다.

인출·송금·현금화를 도운 사람

보관자 신분이 없는 사람이 자금의 인출·송금·현금화를 실제로 수행했다면, 그 행위가 횡령의 실행행위 자체를 분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방조가 아니라 공동정범으로 기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판단에 영향을 주는 사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관여의 반복성 — 한 번 심부름을 한 것과 수개월에 걸쳐 정기적으로 계좌를 대준 것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 자기 이익의 존재 — 수수료나 사례를 받았다면 단순 심부름이라는 설명이 힘을 잃습니다.

  • 은폐 행위의 유무 — 명목을 꾸며 적었거나, 여러 계좌로 나누어 송금했거나, 현금으로 바꿔 전달했다면 사정을 알았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 계좌·서류의 준비 경위 — 이 일을 위해 새로 계좌를 개설했거나 사업자등록을 했다면 사전 공모가 강하게 추정됩니다.

  • 거절 가능성 — 지시를 거절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관계였다면 수동성 주장이 약해집니다.

범행이 끝난 뒤에만 관여했다면 — 장물과 범죄수익

공범은 범행이 완성되기 전의 가담을 전제로 합니다. 이미 횡령이 끝난 뒤에 사정을 알고 그 재물을 받거나 보관·운반·처분을 도운 것이라면, 횡령의 공범이 아니라 형법 제362조의 장물취득·양도·운반·보관죄가 문제 됩니다. 이 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여기에 더해 범죄수익을 은닉하거나 그 취득 원인을 가장하는 행위는 별도의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수익의 은닉·가장 행위와 그 정을 알면서 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고, 대상 범죄의 범위가 개정을 통해 넓어져 왔습니다. 차명계좌를 경유시키거나 허위의 거래 명목을 붙이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사건 시점에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실무에서 이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법정형과 이득액 계산이 달라집니다. 공범으로 인정되면 범행 전체의 이득액이 자신의 사건 규모가 되지만, 사후 관여로 정리되면 자신이 받거나 다룬 금액이 기준이 됩니다. 둘째, 다툼의 대상이 좁아집니다. 전체 범행 구조를 다투는 대신 자신이 개입한 시점만 특정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사건에서는 시간 순서를 정리한 자료가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입니다.

배우자·가족 명의 계좌로 받은 돈은 어떻게 취급되는가

이름만 빌려준 경우와 관리에 관여한 경우

회사 자금을 빼낼 때 가족 명의 계좌를 쓰는 일은 매우 흔합니다. 그리고 그 계좌의 명의인인 배우자·자녀·부모가 뒤늦게 조사 대상이 됩니다. 이때 판단의 축은 명의만 제공했는지, 자금의 성격을 알고 관리·사용에 관여했는지입니다.

가정을 함께 이루고 있어 배우자 명의 계좌를 평소에도 같이 써 왔고, 그 계좌로 들어온 돈이 무엇인지 몰랐다면 가담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회사 자금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계좌를 새로 만들어 주었거나, 들어온 돈을 지시에 따라 다른 계좌로 옮겼거나, 그 돈으로 부동산·차량을 자신의 이름으로 취득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특히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점에 명의인이 직접 창구에 갔거나 인증서를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면 "몰랐다"는 설명이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가족 사건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조사 초기에 가족을 보호하려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맞추어 두는 경우가 있는데, 계좌·통신 기록과 어긋나는 순간 그 진술 자체가 가장 불리한 증거가 됩니다.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결국 가족을 보호하는 길입니다.

가족이라서 처벌을 면한다는 생각 — 친족상도례의 오해

"가족 사이의 재산 문제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안심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형법 제361조가 횡령·배임의 죄에 제328조의 친족 사이 특례를 준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특례는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 친족관계가 있을 때 문제 되는 규정입니다. 회사 자금을 빼낸 사건에서 피해자는 법인인 회사이므로, 가족끼리 관여했다는 사정은 이 특례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 지점을 오해해 초기 대응을 늦추는 분들이 실제로 계십니다.

덧붙여 친족 사이 특례 자체도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형법 제328조 제1항의 형 면제 규정에 대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여 개정 전까지 그 적용을 정지시켰습니다. 따라서 가족 사이라는 사정만으로 처벌이 면제된다는 전제는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사건 시점의 법령과 개정 경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몰수·추징과 가족 재산

가족 명의로 재산이 남아 있는 경우, 형사절차에서 그 재산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도 문제 됩니다.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재산은 사정을 아는 제3자가 취득한 것이라면 몰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추징하는 구조가 검토됩니다. 또한 회사가 민사로 사해행위 취소를 구하거나 가족 명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하는 국면도 함께 열립니다.

실무에서 가족이 이 문제를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판결이 확정된 뒤에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하거나, 계좌가 가압류되어서야 상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가족 명의 계좌나 재산이 사건에 등장하는 구조라면, 형사 대응과 재산 관계 정리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사장이 지시해서 했다" — 직원의 설명은 어디까지 통하는가

상사의 지시는 위법성을 없애 주지 않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 법에서 상사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상관의 명령이 위법한 경우 그 명령에 따랐다는 것이 정당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입니다. 회사 대표의 지시는 근로계약상 업무지시일 뿐이고, 법령을 위반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시받은 직원이 대표와 같은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닙니다. 실무에서 이 문제는 "처벌되는가, 되지 않는가"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공동정범인지 방조인지, 기소할 것인지 기소를 유예할 것인지, 형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지의 연속적인 판단으로 나타납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에 관여한 직원 여러 명이 서로 다른 처분을 받는 일이 실제로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결론을 가르는 네 가지 요소

수사와 재판에서 직원의 관여를 평가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네 가지입니다.

  • 위법성 인식 — 그 처리가 무엇을 숨기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있었는지입니다. 알려진 회계 규칙을 넘어서는 지시였는지, 명목과 실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위치였는지, 이상하다고 물어본 적이 있는지가 확인됩니다.

  • 거절 가능성 — 지시를 거절했을 때 실제로 어떤 불이익이 예상되었는지입니다. 대표의 친인척이거나 오래 함께 일한 임원이라면 수동성 주장이 약해지고, 입사 초기의 실무 직원이거나 명시적으로 해고를 언급하며 압박받은 사정이 있다면 참작될 여지가 커집니다.

  • 이익의 귀속 — 그 범행으로 누가 얼마를 가졌는지입니다. 급여 외에 아무 이익이 없었다면 가담의 동기 자체가 약하고, 별도의 금품이나 승진·성과급 같은 이익이 확인되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이 요소가 실무에서 가장 큰 무게를 갖습니다.

  • 지위와 권한 — 결정 권한이 있었는지, 구조를 설계했는지, 다른 직원에게 지시를 전달하는 위치였는지입니다. 지시를 아래로 전달하고 실행을 관리한 중간관리자는 단순 실행자와 다르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네 가지를 자기 사건에 대입해 보면 어디를 소명해야 하는지가 드러납니다. 조사에서 "저는 시킨 대로만 했습니다"라는 한 문장만 반복하는 것은 방어가 아닙니다. 어떤 지시를 언제 누구에게서 받았고, 자신에게 어떤 권한이 없었고, 무슨 이익도 얻지 않았는지를 자료로 보여 주는 것이 실제 방어입니다.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공동정범이 되는 지점

직원이 예상보다 무겁게 평가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의 지시를 받아 스스로 방법을 고안했거나, 다른 직원을 동원해 서류를 만들게 했거나, 외부 업체를 섭외해 허위 증빙을 조달했거나, 감사나 세무조사에 대비해 자료를 정리해 두었다면 단순 실행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사정은 기능적 행위지배를 뒷받침하는 재료로 쓰입니다.

또 하나 자주 문제 되는 것은 기간입니다. 처음에는 지시에 따랐더라도 수년간 같은 처리를 반복했다면, 그 사이에 사정을 알게 되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알았는가"는 이 유형 사건의 핵심 쟁점이며, 관여를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시기별로 나누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남길 수 있는 기록

아직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고 현재 그런 지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지시 내용을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로 확인하는 형태로 남기고, 우려를 표시한 사실을 기록으로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지시하신 대로 처리하겠습니다만, 증빙이 없어 규정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고드립니다"라는 한 줄이 뒷날 위법성 인식과 거절 가능성 판단에서 의미를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대응은 자료를 지우는 것입니다. 대화 내용을 삭제하거나 회사 컴퓨터를 초기화하면 그 자체가 은폐 행위로 평가되어 가담을 인정하는 강한 정황이 됩니다. 자신에게 불리해 보이는 자료라도 전체 맥락 속에서는 수동성을 보여 주는 자료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공범 사건은 왜 진술 싸움이 되는가

이해관계가 정반대인 사람들이 같은 사건에 있습니다

공범 사건의 구조적 특징은 모든 관여자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이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대표는 "실무자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하고, 실무자는 "지시대로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거래상대방은 "회사가 요구한 조건"이라고 하고, 담당자는 "업체가 먼저 제안했다"고 합니다.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부분에서는 결국 진술의 신뢰성으로 결론이 납니다.

그래서 이 유형의 사건에서는 진술의 일관성과 자료 부합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첫 조사에서 기억에 의존해 대충 말한 내용이 계좌 기록과 어긋나면, 이후에 사실대로 정정해도 그 정정 자체가 불이익하게 평가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자료와 맞는 진술을 유지하면, 다른 공범이 불리한 진술을 해도 그 신뢰성을 다툴 근거가 생깁니다.

공범의 진술은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여기에는 절차법상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게 되었고(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2022년 시행), 공범인 공동피고인에 대한 조서 역시 당해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그에 대한 증거로 쓰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실무의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수사 단계의 조서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보다 공범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무엇을 말하는지가 결정적인 사건이 늘었습니다.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고, 조서에는 없던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조사 단계에서 불리한 조서가 만들어졌더라도 재판에서 다툴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수사 단계의 진술이 법정 증언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초기 진술의 중요성은 여전합니다.

먼저 조사받는 사람이 유리한가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순서 자체가 유리함을 만들어 주는 제도는 형사절차에 일반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담합 사건의 자진신고자 감면처럼 명문의 감면 제도가 있는 영역과 달리, 배임·횡령 사건에서 "먼저 말하면 봐준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다만 사실상의 영향은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먼저 확보한 진술을 기준으로 사건의 뼈대를 세우고, 뒤에 조사받는 사람의 진술은 그 뼈대와 맞는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형법 제52조 제1항은 자수한 사람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 밝힌 경우에는 참작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서둘러 진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관여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말하는 것은 사건 전체의 구조를 자기에게 불리하게 고정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자금 흐름이 복잡한 사건에서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부분까지 인정해 버리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순서를 다투기보다 자료를 먼저 정리하고 그 위에서 진술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유리합니다.

회사가 붙여 준 변호인 — 이해충돌을 먼저 확인하세요

공범 사건에서 놓치기 쉬운 문제입니다. 회사나 대표가 "우리 쪽 변호사가 같이 봐 줄 것"이라며 변호인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용 부담이 없어 고맙게 느껴지지만, 이해관계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대표의 방어 논리는 대개 "실무자가 판단해서 한 일"이고, 직원의 방어 논리는 "지시에 따랐을 뿐"입니다. 두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하나의 변호인이 양쪽을 함께 대리하면, 어느 한쪽의 유리한 주장을 충분히 펼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변호사법 제31조는 이해가 충돌하는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있고, 변호사윤리 규범도 실질적 이해충돌 상황에서의 공동 수임을 경계합니다. 진술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있는 관여자라면 각자 별도의 변호인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덧붙여, 회사가 임직원 개인의 형사사건 변호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개인의 방어를 위해 지출된 것이라면 그 지출이 또 다른 횡령·배임으로 다투어질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도움을 받는 쪽에서도 이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공범으로 인정되면 형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이득액·특경법·추징

이득액은 공범 사이에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공범으로 조사받는 분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나는 수수료로 3천만 원만 받았으니 3천만 원짜리 사건"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공동정범이 인정되면 그 범행으로 발생한 이득액 전체가 기준이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자기가 실제로 챙긴 몫이 얼마인지는 이득액 산정 단계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그래서 이 유형 사건에서 실질적인 방어는 세 방향으로 나옵니다. 첫째,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라고 다투는 것입니다. 둘째, 공모의 범위를 좁히는 것입니다. 전체 기간의 범행 중 자신이 관여한 시기와 거래만 자신의 책임 범위라고 특정하는 작업입니다. 셋째, 이득액 자체의 산정을 다투는 것입니다. 배임죄의 이득액은 회사가 입은 손해나 상대방이 얻은 이익의 가액으로 계산되는데, 담보가 제공된 부분이나 실제 반환된 부분, 대가관계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특경법 제3조가 적용되는 경계

이득액이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가 적용됩니다. 같은 조는 횡령·배임 등의 죄에서 그 범죄행위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공범에게 가혹하게 작용하는 지점이 드러납니다. 수수료 몇 천만 원을 받은 브로커나 서류를 발행해 준 업체라도, 관여한 범행의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법정형의 하한이 3년인 사건에 서게 됩니다. 하한이 3년이면 그 자체로는 집행유예 범위를 벗어나므로, 감경 사유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과가 매우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특경법 적용 요건의 세부는 관련 법률가이드에서 다루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공범에게도 전체 이득액이 기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방조로 인정되는 것의 실제 의미

앞서 본 형법 제32조 제2항의 필요적 감경이 여기서 위력을 발휘합니다. 특경법이 적용되어 하한이 3년인 사건에서 방조로 인정되면 법률상 감경으로 하한이 절반으로 내려가고, 여기에 정상참작감경까지 이루어지면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공동정범과 방조의 차이가 실형과 집행유예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변호인이 이 구별에 자원을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양형에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횡령·배임 양형기준이 참고됩니다. 이 기준은 이득액 구간에 따라 권고 형량범위를 정하고, 가담 정도가 경미한 경우나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을 감경 요소로 두고 있습니다. 다만 양형기준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사건 시점의 기준을 확인해야 하고, 기준상 권고 범위가 그대로 선고되는 것도 아닙니다. 피해 회복 여부, 이익의 귀속, 전과, 회사 내 지위에 따라 결과가 갈리므로 형을 미리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몰수·추징과 피해 회복

추징에 관해서는 정확히 알아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횡령죄·배임죄 자체에는 형법에 몰수·추징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피해 회복은 민사 절차나 형사재판 과정의 합의·공탁, 배상명령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관련 국면에서는 몰수·추징이 문제 됩니다. 형법 제357조의 배임수재에서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범인이 취득한 재물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합니다. 리베이트를 받은 임직원이 이 규정으로 추징을 받는 구조입니다. 또 범죄수익의 은닉·가장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관련 법률에 따른 몰수·추징이 검토됩니다. 공범으로 조사받는 분에게는 형과 별개로 재산상 부담이 어떻게 정해질지도 함께 살펴야 할 문제입니다.

공범으로 지목된 순간,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조사 전에 정리할 세 가지 — 관여 경위·이익 귀속·결정 권한

연락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변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시간 순으로 복원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를 축으로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1. 관여 경위 — 누구에게서 어떤 부탁이나 지시를 받았고, 그때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자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은 하지 않았는지를 날짜와 함께 적습니다. 기억이 애매한 부분은 애매하다고 적어 두는 것이 낫습니다.

  2. 이익의 귀속 — 자신이 받은 금액과 그 명목을 빠짐없이 정리합니다. 정상적인 대가로 받은 부분과 그 외의 부분을 구분해 두는 작업이 특히 중요합니다. 이 구분이 이득액과 양형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3. 결정 권한 — 그 거래나 처리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에게 어떤 권한이 있었고 없었는지를 조직도·직무기술서·품의서·전결 규정으로 보여 줄 수 있게 준비합니다.

자료는 지우지 말고 보전하세요

조사가 임박했다고 느낄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자료 삭제입니다. 메신저 대화방을 나가고, 이메일을 지우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자금 흐름과 통신 기록은 상대방 쪽에도 남아 있고, 삭제 사실 자체가 확인되면 그 정황이 가담을 인정하는 근거로 쓰입니다. 게다가 지운 자료 중에는 자신의 수동성을 보여 주는 것이 오히려 많습니다.

해야 할 일은 반대입니다. 계약서·견적서·이메일·메신저 대화·계좌 거래내역·품의 서류를 원본 상태로 확보하고,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재직 중에 접근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가 넓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퇴사 후에는 확보가 어려워지는 자료가 많습니다. 다만 회사 자료를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하면 별개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확보할지는 미리 상의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고인으로 부를 때가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공범 사건에서 회사 밖의 사람은 대개 참고인으로 먼저 조사를 받습니다. 피의자가 아니라는 말에 안심하고 혼자 나가서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참고인 진술이 정리되고 나면 그것을 기초로 피의자 전환이 이루어지고, 그 시점에는 이미 자신의 진술이 사건 구조의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참고인 조사 단계가 가장 중요한 국면이라고 봅니다. 자신이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 어디까지 인정할 사실이고 어디부터 다툴 부분인지를 먼저 정리한 뒤에 진술해야 합니다. 아직 조사 연락을 받기 전이라도, 회사에서 감사가 시작되었거나 다른 관여자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면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조합 입장이라면 — 공범을 함께 세워야 회수가 됩니다

임직원에게 피해를 입은 회사나 조합·단체의 입장에서는 이 법리가 회수의 도구가 됩니다. 자금을 빼낸 임직원 본인은 이미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회수가 이루어지는 상대는 리베이트를 받고 이익을 챙긴 거래업체, 허위 증빙을 발행해 수수료를 받은 업체, 자금이 흘러간 가족 명의 재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고소 단계에서 임직원 한 명만 지목하는 것은 실익을 스스로 좁히는 선택입니다. 자금이 흘러간 경로에 있는 사람을 함께 세워 공동정범·교사·방조 구조를 드러내야 수사에서 계좌 추적이 넓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민사 회수의 자료가 됩니다. 민사에서는 관여자들에게 민법 제760조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사에게는 상법 제399조에 따른 회사에 대한 책임을 구할 수 있으며, 적극 가담이 인정되는 거래는 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툴 여지도 생깁니다. 재산이 정리되기 전에 가압류를 해 두는 것이 형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회수에 직접적입니다.

흔히 하는 오해 — 이것부터 바로잡으세요

  • "임직원이 아니면 배임죄로 처벌될 수 없다" — 배임죄가 신분범인 것은 맞지만, 형법 제33조에 따라 신분 없는 사람도 공동정범·교사범·방조범이 될 수 있습니다. 방어의 초점은 신분이 아니라 가담의 정도에 두어야 합니다.

  • "돈을 받은 사람만 처벌되고 준 사람은 참고인이다" —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357조는 배임수재와 배임증재를 함께 처벌하고, 그 대가로 회사에 손해가 되는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업무상배임의 공범 문제까지 더해집니다.

  • "배임인 줄 알면서 거래한 것만으로 공범이 된다" — 반대의 오해입니다. 대법원은 배임행위임을 알면서 거래에 응한 사정만으로는 공동정범이 되지 않고,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그 과정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공범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알았다는 사실과 가담했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 "사장이 지시했으니 나는 책임이 없다" — 위법한 지시에 따랐다는 사정은 정당행위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위법성 인식, 거절 가능성, 이익 귀속, 지위에 따라 공동정범과 방조, 기소 여부와 형이 실제로 갈리므로 그 사정을 자료로 소명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 "가족 명의 계좌로 받았으니 가족은 친족이라 처벌되지 않는다" — 친족 사이 특례는 범인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 문제이고, 회사 자금 사건의 피해자는 회사입니다. 게다가 202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형 면제 규정의 적용이 정지된 상태이므로 이 전제 자체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 "내가 받은 수수료만 이득액으로 계산된다" — 공동정범이 인정되면 범행 전체의 이득액이 기준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5억 원을 넘으면 특경법이 적용되어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올라갑니다. 실제로 챙긴 금액은 양형에서 참작될 사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저는 그 회사 임직원이 아닌 납품업체 대표입니다. 정말 배임 공범이 될 수 있습니까?

가능성은 있지만 문턱이 낮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거래상대방이 배임행위임을 알면서 거래에 응한 사정만으로는 공동정범이 되지 않고,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적극 가담한 경우에 한하여 공범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건 협상 과정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한 것에 그친다면 다툴 여지가 상당합니다. 반면 담당자에게 별도의 이익을 제공했거나, 내부 절차를 우회하도록 유도했거나, 서류를 실제와 다르게 만드는 데 관여했다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최초 제안이 어느 쪽에서 나왔는지, 조건이 동종 거래와 비교해 이례적인지를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리베이트를 준 것만으로 배임 공동정범이 되나요? 배임증재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두 죄는 별개입니다. 임직원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했다면 형법 제357조의 배임증재가 문제 되고, 이는 리베이트 자체를 처벌하는 구성입니다. 여기에 업무상배임의 공범이 더해지는지는 그 대가로 회사에 손해가 되는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졌고 그 조건을 업체가 만들어 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시세대로 납품하면서 사례를 한 사건과 단가를 부풀려 차액을 되돌려 준 사건은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후자는 회사 자금이 유출된 구조여서 이득액이 계산되고 특경법 적용 가능성까지 열립니다.

사장이 지시한 대로 회계처리만 했습니다. 처벌될까요?

단정할 수 없고, 사정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상사의 위법한 지시에 따랐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행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그 처리가 무엇을 숨기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있는 위치였는지, 거절했을 때 실제로 어떤 불이익이 예상되었는지, 급여 외에 별도의 이익을 받았는지, 결정 권한이나 구조 설계에 관여했는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네 가지에서 유리한 사정이 확인되면 방조로 정리되거나 기소 단계에서 달리 처리될 여지가 있으므로, 조사 전에 자료로 소명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우자 계좌로 돈이 들어왔습니다. 배우자도 조사받게 되나요?

계좌가 자금 흐름에 등장하면 명의인 조사는 사실상 예정된 절차입니다. 다만 조사받는 것과 처벌되는 것은 다릅니다. 판단의 축은 명의만 제공했는지, 자금의 성격을 알고 관리·사용에 관여했는지입니다. 평소 함께 쓰던 계좌에 돈이 들어온 사실을 몰랐다면 가담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 돈을 지시에 따라 다른 계좌로 옮겼거나 자기 이름으로 재산을 취득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때 가족을 보호하려고 사실과 다르게 진술을 맞추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계좌 기록과 어긋나는 순간 그 진술이 가장 불리한 증거가 됩니다.

방조로 인정되면 형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형법 제32조 제2항은 종범의 형을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는 필요적 감경입니다. 예컨대 특경법이 적용되어 하한이 3년인 사건에서 방조로 인정되면 하한이 절반으로 내려가고, 여기에 정상참작감경까지 이루어지면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위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동정범과 방조의 구별이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다만 감경이 곧 특정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이득액·피해 회복·이익 귀속·전과에 따라 최종 형은 달라집니다.

공범 중 제가 가장 늦게 조사받게 되었습니다. 불리한가요?

순서 자체로 유불리가 결정되는 제도는 형사절차에 일반적으로 없습니다. 담합 사건의 자진신고자 감면과 같은 명문의 제도가 배임·횡령 사건에는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먼저 확보된 진술을 기준으로 사건의 뼈대가 세워지는 경향은 있어, 나중에 조사받는 쪽은 그 뼈대와 다른 사실을 자료로 보여 주어야 하는 부담을 집니다. 반대로 늦게 조사받는 쪽은 사건 구조를 파악한 뒤 준비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서둘러 말하기보다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유리합니다.

회사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대로 맡겨도 될까요?

이해관계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표는 "실무자가 판단해서 한 일"이라고 하고 직원은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하는 구조라면, 두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하나의 변호인이 양쪽을 대리하면 한쪽의 유리한 주장을 충분히 펼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변호사법 제31조도 이해가 충돌하는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진술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면 각자 별도의 변호인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덧붙여 회사가 개인의 형사 변호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출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다른 공범이 저를 지목하는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진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고, 공범에 대한 조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재판에서는 그 공범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절차가 중요해졌습니다. 대응의 핵심은 상대 진술을 감정적으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계좌·이메일·서류로 확인되는 객관적 사실과 그 진술이 어디에서 어긋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는 것입니다. 상대의 진술 동기와 이해관계를 함께 드러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공범 사건의 결과를 가르는 것은 사건의 규모가 아닙니다. 자신의 관여가 어디까지였는지를 자료로 정확히 특정했는지, 그리고 그 특정을 조사 초기에 해 두었는지입니다. 같은 사건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분은 참고인으로 정리되고, 어떤 분은 방조로 감경을 받고, 어떤 분은 전체 이득액을 기준으로 특경법이 적용된 공동정범으로 재판을 받습니다. 이 차이는 법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개 첫 조사 무렵에 이미 만들어집니다.

특히 회사 밖의 거래상대방이나 결정 권한이 없던 실무자는 다툴 여지가 실제로 있는데도 그 여지를 모르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이 상대방 공범에 관하여 요구하는 '적극 가담'의 문턱, 정범의 배임 성립 자체를 다툴 수 있는 최근 판례의 흐름, 공동정범과 방조를 가르는 사정, 공모의 범위를 시기별로 좁히는 작업, 이득액 산정에서 제외를 다툴 부분은 모두 초기에 손을 대야 효과가 있는 문제입니다. 자료를 지우거나 다른 관여자와 진술을 맞추는 방향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가담을 인정하는 정황만 남습니다.

법무법인 도모는 수원 광교에 사무실을 두고 경제범죄 사건을 전담해 왔습니다. 배임·횡령 사건에서는 관여자별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복원한 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나누어 조사에 임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임직원에게 피해를 입은 회사·조합의 입장이라면, 자금이 흘러간 경로에 있는 상대방을 함께 세워 형사와 민사 회수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참고인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은 단계이거나 아직 조사 전이라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막막하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의 구조를 함께 정리하고,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순서를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