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운 배우자도 이혼 소송을 낼 수 있을까? — 유책배우자 이혼청구의 원칙과 예외
2026. 07. 20.
우리 법원은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 이유와 예외적으로 이혼이 허용되는 경우, 실무상 준비할 점을 정리했습니다.
목차
- 유책배우자란 누구를 말하는가
- 왜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제한하는가 — '축출이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유책주의는 유지되었습니다
- 예외적으로 이혼이 허용되는 경우
- ① 상대방도 이혼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 ② 세월의 경과로 유책성이 희석된 경우
- ③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 실무에서 유책성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반대로, 청구를 방어하는 입장이라면
- 자주 묻는 질문
- 별거를 몇 년 하면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나요?
- 상대방이 "이혼은 절대 안 해준다"고만 하는데 방법이 없나요?
- 제가 유책배우자면 위자료도 무조건 물어야 하나요?
- 재산분할은 유책배우자라서 불리해지나요?
-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제가 잘못한 건 맞습니다. 그런데 이미 관계가 완전히 끝났는데도 이혼을 못 하나요?"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 이른바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태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이 원칙에는 예외가 있고, 그 예외의 폭은 실무에서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책배우자 이혼청구가 왜 제한되는지, 어떤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유책배우자란 누구를 말하는가
유책배우자는 혼인이 파탄에 이른 데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뜻합니다. 흔히 떠올리는 부정행위(외도)뿐 아니라, 지속적인 폭언·폭력, 정당한 이유 없는 가출과 부양 거부,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이 모두 유책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누가 더 잘못했는가'는 상대적인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잘못한 사안은 오히려 드물고, 실제 사건에서는 쌍방에게 책임이 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원은 어느 한쪽의 잘못이 다른 쪽보다 명백히 무겁다고 볼 수 있는지를 따지고, 책임의 경중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에게 잘못이 있다면 어느 쪽의 청구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내가 외도를 했으니 나는 무조건 유책배우자"라고 단정하고 포기할 일은 아닙니다. 상대방에게도 상당한 귀책사유가 있었다면 유책성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왜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제한하는가 — '축출이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민법은 재판상 이혼 사유를 제840조에서 여섯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제1호), 악의의 유기(제2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의 심히 부당한 대우(제3호), 자기의 직계존속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제4호), 3년 이상의 생사불명(제5호), 그리고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제6호)입니다.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원할 때 통상 근거로 삼는 조항이 바로 제6호입니다.
그런데 법원이 "혼인이 사실상 깨졌으니 정리해 주자"는 이유만으로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그대로 받아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스스로 가정을 깨뜨린 사람이 그 파탄을 근거로 삼아 잘못 없는 배우자를 혼인관계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가 됩니다. 이를 '축출이혼(逐出離婚)'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경제적 기반이 약하거나 자녀 양육을 전담해 온 배우자가 아무런 대비 없이 혼인의 보호에서 벗어나게 되면 생활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유책배우자 이혼청구 제한 법리는 바로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스스로 초래한 파탄을 이유로 이익을 얻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의성실의 원칙, 그리고 혼인의 순결과 상대 배우자·자녀의 보호라는 가치가 그 바탕에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유책주의는 유지되었습니다
이 쟁점은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면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당시 "혼인이 객관적으로 파탄되었다면 책임을 따지지 말고 이혼을 허용하자"는 이른바 파탄주의로 전환할 것인지가 크게 논의되었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유책주의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근거로는 우리 법제에 이혼 후 상대 배우자와 자녀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 축출이혼의 위험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원칙만 확인한 것이 아니라,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실무상 의미가 큽니다.
예외적으로 이혼이 허용되는 경우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예외의 큰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상대방도 이혼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상대 배우자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경우입니다. 겉으로는 "이혼 못 해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관계 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재산분할 조건만 다투고 있는 사안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② 세월의 경과로 유책성이 희석된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유책배우자의 책임과 상대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이제 와서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진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유형으로, 장기간의 별거가 핵심 사정이 됩니다. 다만 몇 년이면 된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사안에 따라 별거 기간과 그 기간 동안의 태도를 함께 봅니다.
③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실제로 이루어진 경우입니다. 별거 기간 중에도 생활비를 꾸준히 지급했는지,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를 성실히 부담했는지, 이혼에 즈음하여 상당한 수준의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제시하고 있는지 등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할 때 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과 정도, 상대 배우자의 혼인 계속 의사와 감정, 당사자의 연령, 별거 기간, 혼인생활의 기간과 그 후의 정황,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복지 상황, 이혼을 인정할 경우의 사회적·윤리적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의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고, 여러 사정을 총체적으로 저울질한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유책성이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예외가 인정된다고 해서 문턱이 낮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 사건에서 법원은 여전히 유책배우자의 청구에 신중합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사정이 쌓이면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생깁니다.
별거의 장기화와 관계 회복 가능성의 소멸: 오랜 기간 사실상 남남으로 지내왔고, 어느 쪽도 관계 회복을 위한 실질적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
경제적 보호의 실행: 별거 기간 중 생활비·양육비를 실제로 지급해 온 이력, 그리고 이혼 시 상대방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의 재산분할 제안
자녀에 대한 배려: 양육비 지급 보장, 면접교섭 협조, 자녀의 학업·정서에 대한 관심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자료
상대방 측 사정의 변화: 상대 배우자도 이미 새로운 생활 기반을 형성하였거나, 혼인 유지 의사가 실제로는 없다고 볼 만한 정황
쌍방 책임의 존재: 파탄의 원인이 한쪽에만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
반대로 부정행위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거나,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부양을 사실상 끊어놓은 상태에서 이혼만 요구하는 경우라면 청구가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유책배우자의 이혼 사건은 "지금 소송을 걸면 이길 수 있는가"보다 "어떤 상태를 만들어 놓고 소송에 들어갈 것인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준비 없이 소를 제기했다가 기각되면, 다시 소송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잃게 됩니다.
파탄의 경위와 쌍방 책임을 객관적으로 정리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시간 순서와 자료를 기준으로 혼인관계가 언제부터 어떻게 무너졌는지, 상대방에게도 귀책사유가 있었는지를 검토합니다.
보호와 배려의 증거를 축적합니다. 생활비·양육비 송금 내역, 자녀 관련 지출과 소통 기록 등은 유책성 희석을 뒷받침하는 가장 실질적인 자료입니다. 현금이 아닌 계좌 이체 등 기록이 남는 방식이 유리합니다.
재산분할·양육 조건을 먼저 설계합니다. 상대방과 자녀의 생활 기반이 유지될 수 있는 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가 사건의 인상을 크게 좌우합니다.
협의이혼과 조정의 가능성을 함께 검토합니다. 유책 여부는 재판상 이혼에서 문제 되는 것이고, 양측이 합의하면 협의이혼이나 조정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조건 협의가 실질적인 해법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반소 가능성을 예상합니다. 상대 배우자가 스스로 이혼을 청구(반소)하는 경우에는 이혼 자체는 성립하고 위자료·재산분할·양육 문제로 쟁점이 옮겨가게 됩니다.
반대로, 청구를 방어하는 입장이라면
잘못한 쪽은 상대인데 오히려 그 상대가 이혼 소송을 걸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내가 잘못한 게 없으니 당연히 기각된다"고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앞서 본 예외 사유가 인정되면 이혼이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다음 두 가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첫째,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실제로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관계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상대방의 복귀를 기다리며 가정을 유지해 온 사정이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고 이혼 조건만 다투어 온 정황이 남아 있다면, 혼인 계속 의사가 없다고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둘째, 이혼이 인정될 가능성까지 함께 대비하는 것입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 마음과, 만약 이혼하게 된다면 재산분할·위자료·양육 조건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대방 명의 재산의 현황을 파악해 두고, 필요하다면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한 보전조치를 검토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보호가 됩니다. 이혼 자체를 다투는 데만 집중하다가 재산 관계 준비를 놓치면, 정작 이혼이 인정되었을 때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별거를 몇 년 하면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나요?
기간만으로 정해지는 기준은 없습니다. 별거 기간은 유책성 희석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기간 동안 상대방과 자녀를 어떻게 부양했는지, 상대방의 혼인 계속 의사가 실제로 있는지 등이 함께 평가됩니다. 통상 상당히 오랜 기간의 별거가 요구되며,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이 "이혼은 절대 안 해준다"고만 하는데 방법이 없나요?
상대방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실제로는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응하지 않는 것이라면, 예외적으로 이혼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 점은 주장만으로 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관련 대화 기록과 그동안의 태도를 보여줄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유책배우자면 위자료도 무조건 물어야 하나요?
이혼 청구가 인용되는지 여부와 위자료 책임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책임 정도, 혼인 기간, 당사자의 나이와 경제적 사정 등을 고려해 정해지며, 쌍방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그 정도에 따라 조정됩니다. 금액은 사안마다 편차가 큽니다.
재산분할은 유책배우자라서 불리해지나요?
재산분할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절차이므로, 파탄에 대한 책임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따라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분할 자체가 배제되지는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도, 혼인 기간, 이혼 후 부양의 필요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된다, 안 된다"로 단순히 갈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파탄의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고, 상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를 어느 정도로 준비해 두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유책배우자의 청구를 방어하는 입장이라면, 혼인 계속 의사와 그동안의 사정을 어떻게 소명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느 쪽이든 소송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의 검토와 준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