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볼까요?" 형사재판을 앞둔 분들이 한 번쯤 떠올리는 질문입니다. 배심원이 참여하니 딱딱한 법리보다 보통 사람의 상식이 통할 것 같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은 모든 사건에서 유리한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손해가 되는 사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게다가 신청 기한은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7일에 불과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도의 구조를 짚고, 어떤 사건에서 실익이 있으며 어떤 사건에서 위험한지 판단 기준을 정리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이란 — 배심원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국민참여재판법')에 따라 국민 중에서 선정된 배심원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로, 2008년 시행되었습니다. 제1심 합의부 사건에만 적용되며 항소심이나 상고심에는 국민참여재판이 없습니다. 한 번뿐인 기회라는 뜻입니다.

배심원은 법정에서 증거조사 전 과정을 함께 지켜본 뒤 유·무죄에 관하여 평의하고 평결합니다. 유죄로 평결한 경우에는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하여 토의하고 의견을 냅니다(법 제46조). 다만 배심원이 형을 정하는 것은 아니며, 판결을 선고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법관입니다. 미국식 배심제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고, 이 차이를 모른 채 신청하면 기대가 크게 어긋납니다.

국민참여재판은 필요적 변호사건이어서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합니다(법 제7조). 배심원을 상대로 하는 재판은 서면이 아니라 법정에서의 말과 흐름으로 승부가 갈리므로, 변호인의 준비 수준이 결과에 그대로 직결됩니다.

내 사건이 대상이 되는가 — 대상사건의 범위

법 제5조 제1항은 대상사건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 「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제2호·제5호는 제외)에 따른 지방법원 합의부 관할 사건

  • 위 사건의 미수죄·교사죄·방조죄·예비죄·음모죄에 해당하는 사건

  • 위 사건들과 관련사건으로서 병합하여 심리하는 사건

실무적으로는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 중심 기준입니다. 살인, 강도, 강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횡령·배임)처럼 중한 사건들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합의부가 스스로 심판하기로 결정한 사건(재정합의사건)도 대상입니다.

다만 법정형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법원조직법이 특수상해, 상습절도, 음주운전, 위험운전치사상 등 일부 죄명을 합의부 관할에서 빼 두고 있어 형이 무거워 보여도 대상이 아닌 경우가 있고, 단독판사 관할 사건은 신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공소장에 적힌 적용법조로 내 사건이 대상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언제나 첫 단계입니다.

기한은 7일 —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법 제8조 제2항은 피고인이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를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공소장 부본과 함께 안내서와 의사확인서 양식을 보내 줍니다.

문제는 제3항입니다. 기한 안에 서면을 내지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침묵이 곧 거절로 처리되는 구조여서, 기소 사실에 놀라 정신이 없는 사이 7일이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실무에서 매우 흔합니다.

참고로 법원이 이 의사확인 절차를 아예 거치지 않은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했다면, 대법원은 이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가 위법하고 그 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106 판결). 1심이 대상사건임을 간과했다면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시점

7일은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하기에 턱없이 짧습니다. 다행히 한 번 밝힌 의사는 번복할 수 있습니다. 법 제8조 제4항은 배제결정 또는 회부결정이 있거나,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종전의 의사를 바꿀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그 전까지는 바꿀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역시 7일 안에 원하지 않는다고 표시했거나 아무 의사도 표시하지 않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 경우라도 제8조 제4항이 정한 시점까지는 의사를 번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일단 기한 내에 '원한다'는 취지의 서면을 내 선택지를 열어 둔 뒤, 기록을 검토하고 공판준비기일 종결 전에 최종 결정하는 방식을 자주 씁니다. 다만 그 사이 배제결정이나 회부결정이 나오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신청해도 법원이 막을 수 있습니다 — 배제결정

피고인이 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법 제9조 제1항은 법원이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날까지 다음 사유가 있으면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배제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1. 배심원·예비배심원·배심원후보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침해나 그 우려가 있어 출석이 어렵거나 공정한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2.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들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여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4.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실무상 관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가 반대하면 그 사유만으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둘째, 제4호는 매우 넓은 포괄조항이어서 쟁점이 복잡하거나 증거가 방대해 집중심리에 맞지 않는 사건에서도 배제 근거로 쓰입니다.

법원은 배제결정 전에 검사·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제9조 제2항), 배제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제9조 제3항). 반대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겠다는 결정에는 별도의 불복 방법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09. 10. 23.자 2009모1032 결정).

배심원은 몇 명이고 어떻게 뽑히나

배심원 수는 법 제13조 제1항에 따라 법정형과 자백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 9인 — 법정형이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대상사건

  • 7인 — 그 밖의 대상사건

  • 5인 —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절차에서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인정한 때에는 법원이 5인으로 할 수 있음

검사·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동의가 있으면 법원이 배심원 수를 7인과 9인 중에서 달리 정할 수도 있습니다(제13조 제2항).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됩니다(제16조).

선정기일에는 검사와 변호인이 배심원후보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유를 대지 않고도 후보자를 배제해 달라고 하는 무이유부기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배심원이 9인이면 5인, 7인이면 4인, 5인이면 3인까지 가능합니다(제30조).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실질적 변론입니다. 우리 사건에서 어떤 선입견이 위험한지 미리 정리해 두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판단할 시간이 없습니다.

평결의 효력 — '권고적'이라는 말의 진짜 무게

평의와 평결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변론이 종결되면 재판장은 공소사실의 요지와 적용법조, 양측 주장의 요지, 증거능력 등 유의할 사항을 배심원에게 설명합니다(제46조 제1항). 배심원은 유·무죄를 평의하여 전원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에 따라 평결하고(제2항), 일치하지 않으면 반드시 심리에 관여한 판사의 의견을 들은 뒤 다수결로 평결합니다(제3항). 평결이 유죄이면 배심원은 판사와 함께 양형을 토의하고 의견을 개진합니다(제4항).

기속력은 없지만 무게는 있습니다

법 제46조 제5항은 이러한 평결과 의견이 법원을 기속하지 아니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배심원 전원이 무죄로 평결해도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권고적 효력'이라는 표현은 여기서 나왔고,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조화시키기 위한 설계입니다.

그렇다고 평결이 형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재판장은 판결선고 시 피고인에게 평결 결과를 고지하여야 하고,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하는 때에는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여야 합니다(제48조 제4항). 판결서에도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였다는 취지를 기재하여야 하고, 평결과 다른 판결이라면 그 이유를 판결서에 남겨야 합니다(제49조). 배심원의 판단을 뒤집으려면 공개된 법정에서, 또 문서로 근거를 밝혀야 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재판부가 평결을 그대로 따르는 비율은 제도 시행 이래 매우 높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항소심까지 내다보아야 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의 실질적인 힘은 오히려 항소심에서 드러납니다.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이 사실심리의 전 과정에 참여한 후 증인 진술의 신빙성 등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관하여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여 그대로 채택된 경우라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그 판단은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1심에서 만장일치 무죄를 받아내면 항소심에서 뒤집히기 어려워진다는 것 — 이것이 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고려하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건

어떤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이 힘을 낼까요. 공통점은 판단의 중심이 서류가 아니라 법정에 있는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는 사건 — 무죄를 주장하는 사건, 특히 진술의 신빙성이 승부처인 사건입니다. 기록으로만 읽으면 그냥 넘어갈 진술의 흔들림이 법정에서 육성과 표정으로 드러나면 배심원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검사 측도 배심원 앞에서 입증을 완결해야 하는 부담을 집니다.

  • 규범적·상식적 평가가 쟁점인 사건 — 정당방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고의의 존부처럼 '보통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보겠는가'가 핵심인 사건입니다. 축적된 법관의 기준보다 시민의 감각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여지가 있습니다.

  • 경위가 이야기로 설명되는 사건 — 서면에서는 정상참작 사유로 한 줄 처리될 사정이 법정에서는 사람의 이야기가 됩니다.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건

  • 자백하고 양형만 다투는 사건 — 얻을 것은 적고 잃을 것은 큽니다. 양형의견은 애초에 권고적이고, 시민의 양형 감각이 법관보다 관대하리라는 보장도 없어 오히려 더 무거운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반성과 피해회복을 차분히 정리해 제출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 배심원의 반감이 큰 유형의 사건 — 성범죄, 아동·노인 대상 범죄, 음주운전 사망사고처럼 사회적 비난이 집중된 유형입니다.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도 '유형' 자체에 대한 반감이 판단에 스며들 위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 법리나 자금 구조가 복잡한 사건 — 자금 흐름이 여러 단계로 얽힌 경제범죄나 전문 영역의 과실 판단은 하루 이틀의 집중심리로 배심원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이해되지 않은 방어는 방어가 아닙니다. 이런 사건은 제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배제되기도 합니다.

  • 피해자 진술의 호소력이 강하거나 이미 언론에 알려진 사건 —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때의 파급력은 서면과 비교되지 않고, 사전 정보에 노출된 배심원후보자를 선정절차에서 완전히 걸러내기도 어렵습니다.

  • 공범이 있는 사건 — 공범 중 일부가 원하지 않으면 배제될 수 있고(제9조 제1항 제2호), 진행되더라도 공범 사이의 책임 떠넘기기가 배심원에게 혼란과 불신을 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국민참여재판은 '무죄를 다투는 사건의 무기'이지 '형을 깎는 도구'가 아닙니다. 이 구분이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신청 전에 반드시 점검할 것

  1. 공소장에서 적용법조와 관할부터 확인합니다. 합의부 사건인지 단독판사 사건인지에 따라 신청 가능 여부 자체가 갈립니다.

  2. 7일 기한을 먼저 지킵니다. 결론이 서지 않았다면 일단 서면을 제출해 선택지를 남기고 공판준비기일 종결 전에 최종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무것도 내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3. 증거기록을 열람·등사해 다툼의 실체를 확인합니다. 무엇을 다툴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신청은 도박입니다.

  4. 피해자와 공범의 태도를 확인합니다.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반대, 공범의 불희망은 곧바로 배제로 이어집니다. 배제결정이 나오면 즉시항고 여부를 곧바로 검토해야 하며, 기간이 짧아 지체하면 기회를 잃습니다.

  5. '법정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까지 변호인과 함께 준비합니다. 모두진술과 증인신문, 최후진술의 구성은 물론 피고인 본인의 태도와 말투까지 리허설이 필요한 재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배심원이 전원 무죄로 평결하면 무죄가 확정되나요?

아닙니다. 평결은 법원을 기속하지 않으므로(법 제46조 제5항)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 피고인에게 이유를 설명하고(제48조 제4항) 판결서에도 이유를 기재해야 하며(제49조), 실제로 재판부가 평결을 따르는 비율은 높은 편입니다.

신청했다가 취소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시한이 있습니다. 배제결정이나 회부결정이 있거나,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거나,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종전 의사를 바꿀 수 없습니다(법 제8조 제4항). 마음이 바뀌었다면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되기 전에 서면으로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을 하면 재판이 더 오래 걸리나요?

공판 자체는 원칙적으로 연일 집중해서 진행되어 대개 1~2일 안에 심리와 선고가 끝나고, 판결 선고도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법 제48조 제1항). 다만 그에 앞서 공판준비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배심원 선정 등 준비에 시간이 들어, 기소부터 선고까지 전체 기간이 통상 재판보다 짧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속 상태라면 이 점도 함께 따져 보아야 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그 자체로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 '사건에 맞아야 비로소 힘을 내는 제도'입니다. 무엇을 다투는 사건인지, 하루 만에 배심원에게 전달될 구조인지, 피해자와 공범은 어떤 입장인지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로 갈립니다. 그런데 이 판단에 주어진 시간은 공소장 부본을 받은 날부터 단 7일입니다. 공소장을 받으셨다면 기한을 놓치기 전에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록을 함께 검토하여 신청 여부부터 변론 설계까지 실질적인 전략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