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받을 돈을 돌려받는 것은 채권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그 권리를 실현하는 '방법'이 도를 넘으면, 정당한 채권이 있더라도 오히려 갈취, 즉 공갈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내 돈 내가 받겠다는데 무슨 죄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은 '받을 자격이 있는가'와 '어떻게 받았는가'를 나누어 봅니다. 이 글에서는 정당한 채권추심과 갈취(공갈)의 경계, 그리고 위법하지 않게 돈을 받아내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갈취, 즉 공갈죄란 무엇인가

흔히 '갈취'라고 부르는 행위는 형법상 공갈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50조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공갈죄로 규정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갈'이란 상대방에게 겁을 주어(협박하거나 폭행하여) 스스로 재산을 넘기게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처벌 수위가 사기죄와 같다는 점에서, 공갈죄가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여러 사람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공갈한 경우에는 특수공갈죄(형법 제350조의2)로 훨씬 무겁게(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처벌됩니다. 또한 공갈은 미수범도 처벌되고, 습관적으로 반복하면 상습범으로 형이 가중됩니다. 겁을 준 것만으로 아직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갈죄의 성립요건

공갈죄는 아래 요건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때 성립합니다. 사기죄가 '속임수'로 재산을 받아내는 것이라면, 공갈죄는 '겁'으로 재산을 받아낸다는 점이 다릅니다.

① 공갈행위 — 겁을 주는 행위

상대방에게 해악(害惡)을 가하겠다고 알려 겁을 먹게 하는 행위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대표적이며, 반드시 신체에 대한 것뿐 아니라 명예·사생활·직장·재산 등 상대가 두려워할 만한 모든 불이익이 해악의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명시적인 말이 아니라 태도나 정황으로 겁을 주는 것도 포함됩니다.

② 외포심 — 상대방이 겁을 먹음

공갈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실제로 겁을 먹은 상태(외포심)에 빠져야 합니다. 상대가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공갈죄가 완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③ 처분행위 — 겁먹은 상태에서 재산을 넘김

피해자가 그 겁먹은 상태에서 스스로 돈을 건네거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야 합니다. 협박과 재산 교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④ 재물 교부·재산상 이익의 취득

그 결과 가해자 또는 제3자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합니다. 돈을 직접 받는 것뿐 아니라 채무를 면제받거나 담보를 제공받는 것처럼 '이익'을 얻는 것도 포함됩니다.

여기에 더해 가해자에게 겁을 주어 재산을 취득한다는 고의와 불법하게 이득을 취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뒤에서 보듯이, 받을 채권이 실제로 있는 경우에는 바로 이 '불법이득의 의사'와 '수단의 위법성'이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정당한 채권이 있어도 공갈죄가 될까 — 핵심은 '수단과 방법'

실무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지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받을 돈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 어떤 방법을 써도 좋다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정당한 권리가 있더라도 그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협박이었다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즉 '받을 자격'과 '받는 방법'은 별개로 심사됩니다.

따라서 채권액 범위 안에서 받았는지 여부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설령 받을 금액만큼만 받아냈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회통념을 벗어난 협박을 수단으로 삼았다면 공갈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당한 절차와 통상적인 변제 요구에 그쳤다면, 상대가 심리적 압박을 느꼈더라도 그것만으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로 500만 원을 빌려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갚지 않으면 직장에 소문을 내고 가족을 찾아가겠다"고 겁을 주어 돈을 받았다면, 받은 금액이 빌려준 500만 원 안이라 하더라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을 벗어났다면 공갈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채권자가 내용증명을 보내고 지급명령을 신청해 500만 원을 회수했다면, 채무자가 압박감을 느꼈더라도 이는 정당한 권리행사입니다.

정당한 채권추심으로 인정되는 행위

  • 내용증명 우편으로 변제를 촉구하는 것

  • 지급명령 신청, 소액사건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알리고 실제로 진행하는 것

  • 판결 등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 압류·강제집행 등 법이 정한 절차를 이용하는 것

  • 상식적인 시간과 방법으로 변제를 요청하고 상환 계획을 협의하는 것

갈취(공갈)로 넘어가기 쉬운 행위

  • 신체·가족·재산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겁을 주는 것

  • 약점·사생활·전과 등을 가족·직장·지인에게 폭로하겠다며 압박하는 것

  • 밤늦게 또는 반복적으로 찾아가거나 전화·문자로 공포심과 불안감을 주는 것

  • 욕설·폭언, 집이나 사업장 앞에서의 시위성 행위로 평온을 해치는 것

  • 실제 받을 금액을 넘는 과도한 금전이나 각서·담보를 요구하는 것

공갈죄와 헷갈리기 쉬운 범죄 — 강도·협박·사기와의 구별

공갈죄는 이웃한 재산범죄들과 종종 혼동됩니다. 어떤 죄로 보느냐에 따라 형의 무게가 크게 달라지므로, 그 경계를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강도죄와의 구별 — 반항을 억압했는가

강도죄와 공갈죄는 모두 폭행이나 협박으로 재물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그러나 강도죄는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강한 폭행·협박으로 사실상 빼앗는 것인 반면, 공갈죄는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아 피해자가 겁을 먹은 상태에서 스스로 재산을 넘기는 처분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구별됩니다. 반항이 불가능할 만큼 제압했다면 공갈이 아니라 훨씬 무거운 강도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협박죄와의 구별 — 재산을 취득했는가

겁을 주는 협박 행위가 있었더라도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공갈죄가 아니라 협박죄의 문제가 됩니다. 반대로 협박을 수단으로 실제 재산을 받아냈다면 공갈죄가 성립합니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지만, 공갈죄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큰 차이입니다.

사기죄와의 구별 — 속였는가, 겁을 줬는가

사기죄와 공갈죄는 모두 피해자가 스스로 재산을 넘기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원인이 다릅니다. 사기죄는 '속임수(기망)'로 착오에 빠뜨려 재산을 받는 것이고, 공갈죄는 '겁(협박)'으로 외포심을 일으켜 재산을 받는 것입니다. 속임과 겁이 함께 사용되었다면, 재산을 넘긴 주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죄명이 정해집니다.

'고소하겠다', '알리겠다'는 협박일까 — 흔한 오해와 채권추심법

"돈 안 갚으면 고소하겠다"는 말은 협박일까요? 원칙적으로 고소나 소송과 같은 정당한 권리행사를 예고하는 것 자체는 협박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이 권리와 무관한 해악을 앞세우거나, 정당한 채권을 넘는 부당한 이득을 노릴 때입니다. 예를 들어 채무와 상관없는 사생활 폭로를 무기로 삼거나, 받을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내놓으라고 겁을 준다면 정당한 권리행사의 외형을 빌린 공갈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채권추심 과정 자체를 규율하는 법률도 있습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은 채권추심과 관련하여 폭행·협박·체포·감금하거나 위계·위력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9조), 정당한 사유 없이 야간(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이나 반복적으로 방문·전화하여 공포심과 불안감을 주는 행위, 채무자가 아닌 가족 등 관계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 등도 금지합니다. 폭행·협박 등으로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 공갈죄와 별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계인'에는 채무자의 가족이나 직장 동료처럼 채무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폭넓게 포함됩니다. 또한 신체적 폭력이 없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해서 연락하거나 야간에 찾아가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 자체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말로만 했다'거나 '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정당하게 돈을 받아내려면 — 실무 대응

받을 돈이 있다면, 감정적 대응 대신 기록으로 남고 법이 보장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합니다.

  1. 채권의 근거부터 확보합니다. 차용증·계약서, 이체 내역, 카카오톡·문자 등 채권의 존재와 금액을 증명할 자료를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2. 내용증명으로 정식 청구합니다. 변제 기한과 금액을 특정해 서면으로 통지하면 이후 절차의 기초가 되고, 소멸시효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3. 지급명령·소송 등 법적 절차를 이용합니다. 다툼이 크지 않다면 지급명령이나 소액사건 소송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집행권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4. 집행권원 확보 후 강제집행을 진행합니다. 판결이나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상대방의 예금·급여·부동산 등에 대한 압류 등 강제집행으로 회수합니다.

  5. 위협적 언동은 반드시 삼갑니다. 직접 독촉하더라도 야간·반복 연락, 폭언, 제3자 고지 등은 피하고, 대화는 감정을 배제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추심을 맡길 때에도 합법적으로 등록된 기관이나 변호사를 통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받을 돈만큼만 받아냈는데도 공갈죄가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채권액 범위 안이라 하더라도 협박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얼마를 받았는가'보다 '어떻게 받았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공갈죄도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공갈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공소가 유지되는 범죄로, 협박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합의만으로 사건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지만, 피해 회복과 원만한 합의는 양형에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 처벌 수위를 낮추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겁만 줬고 돈은 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공갈죄는 미수범도 처벌되므로, 돈을 받지 못했더라도 공갈죄의 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재산 취득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협박 그 자체가 별도의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추심을 전문업체에 맡기면 저는 책임이 없나요?

맡겼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위임받은 업체가 협박·폭언 등 위법한 추심을 하면 그 업체가 처벌받는 것은 물론, 의뢰인이 이를 지시하거나 공모한 정황이 있으면 함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합법적으로 등록된 기관을 통하고, 위법한 추심 방법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정당한 채권추심과 갈취는 '받을 자격이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법을 썼는가'라는 아슬아슬한 선에서 갈립니다. 받을 돈을 안전하게 회수하려는 채권자든, 채권추심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공갈 혐의를 받게 된 분이든, 사건 초기에 사실관계와 대화 기록을 어떻게 정리하고 법리를 구성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통화 녹음, 문자, 카카오톡처럼 당시의 언행이 그대로 남는 자료는 유·불리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가 되므로, 섣불리 대응하기 전에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