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가정폭력이 있는 혼인관계에서 이혼을 결심한 분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법리가 아니라 '그때까지 어떻게 버티느냐'입니다. 이혼소송은 통상 여러 달,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리지만 폭력은 오늘 밤에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은 이런 상황을 위해 이혼 결론과 무관하게 배우자의 접근 자체를 미리 차단하는 제도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접근금지에 이르는 세 갈래 길과 각각의 요건·기간·위반 시 제재, 그리고 그것이 이혼소송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리합니다.

접근금지는 이혼보다 '먼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일단 이혼소송부터 내고, 판결이 나면 헤어지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실제로 위험한 시기는 오히려 이혼 의사를 밝힌 직후부터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별거를 시작하거나 소장이 송달된 뒤 상대방이 직장이나 자녀의 학교로 찾아오고, 하루에 수십 통씩 연락하며 압박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접근금지 제도는 이혼소송의 승패나 진행 여부와 별개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이혼을 아직 결심하지 못했어도, 협의이혼을 준비 중이어도, 심지어 이미 이혼한 뒤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구성원'에 배우자뿐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와 '배우자였던 사람'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혼이 성립한 뒤 전 배우자가 찾아오는 경우에도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접근금지에 이르는 세 가지 길

실무에서 활용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이고, 각각 신청 주체와 걸리는 시간, 강제력이 다릅니다. 어느 하나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① 임시조치(가정폭력처벌법 제29조): 형사절차에서 이루어집니다. 경찰 신고 → 검사의 청구 → 법원의 결정 순서로 진행되며, 유치장 유치까지 가능한 가장 강한 조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② 피해자보호명령(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 피해자가 직접 가정법원에 청구합니다. 형사고소나 검사의 청구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기간도 훨씬 깁니다.

  • ③ 사전처분(가사소송법 제62조): 이미 이혼소송이나 조정이 진행 중일 때 그 사건을 맡은 가정법원에 신청합니다. 접근금지 외에 양육이나 생활비 문제까지 함께 다룰 수 있지만, 강제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임시조치 — 형사절차를 통한 가장 강한 차단

폭행·상해·협박 등 가정폭력이 실제로 있었고 신고가 이루어진 사안이라면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이 임시조치입니다.

임시조치의 내용

가정폭력처벌법 제29조 제1항은 판사가 결정할 수 있는 조치로 주거지 등에서의 퇴거·격리, 주거·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화·문자·메신저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의료기관 등에의 위탁,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상담소 등에의 상담위탁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상 특히 중요한 것이 전기통신 접근금지입니다. 물리적 접근만 막아두면 상대방이 하루 종일 문자와 전화로 압박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청 단계에서 이 부분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절차 — 피해자가 직접 청구하지는 않습니다

임시조치는 같은 법 제8조에 따라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고 판사가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은 사법경찰관에게 임시조치의 신청을 요청하고,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신청하면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는 흐름입니다. 즉 피해자가 곧바로 법원에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사기관에 왜 지금 격리가 필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일이 실질적으로 중요합니다.

다만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긴급임시조치 제도가 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법경찰관이 재발 우려가 있고 긴급을 요하여 법원의 결정을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면, 직권 또는 피해자의 신청으로 퇴거·접근금지·전기통신 접근금지를 우선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사법경찰관은 지체 없이 임시조치를 신청하고, 검사는 정해진 시간 내에 법원에 청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 당시 현장에서 "접근금지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기간의 한계

임시조치는 어디까지나 '임시'입니다. 퇴거·접근금지·전기통신 접근금지는 통상 2개월, 위탁이나 유치는 통상 1개월을 넘길 수 없고, 필요한 경우 정해진 횟수만큼만 연장할 수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길게 이어지는 이혼소송 전체를 덮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이 한계 때문에 실무에서는 임시조치와 함께 피해자보호명령을 준비하는 방식이 자주 쓰입니다.

피해자보호명령 — 피해자가 직접 청구하는 접근금지

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는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 직접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을 두고 있습니다. 형사고소를 하지 않아도, 검사의 청구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이혼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특히 실효성이 큰 제도입니다.

어떤 내용을 명할 수 있나

같은 조항은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격리, 주거·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친권자인 가정폭력행위자의 친권행사 제한, 면접교섭권 행사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친권행사 제한과 면접교섭 제한입니다. 자녀를 매개로 접촉을 시도하거나 면접교섭 자리에서 다시 폭력이 반복되는 사안에서, 이혼소송의 친권·양육권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제동을 걸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결정이 날 때까지의 공백 — 임시보호명령

피해자보호명령도 심리 절차를 거치므로 결정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제55조의4의 임시보호명령입니다. 피해자보호명령 청구가 있으면 판사는 직권 또는 청구에 따라, 본안 결정이 있을 때까지 같은 내용의 조치를 임시로 명할 수 있습니다. 위험이 임박한 사안이라면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하면서 임시보호명령을 함께 구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입니다.

기간

피해자보호명령의 기간은 임시조치보다 훨씬 깁니다. 한 번의 결정으로 정해지는 기간에 더해 청구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고, 종전 기간을 합산한 상한도 별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구체적 기간은 사안과 위험의 정도에 따라 법원이 정하므로 단정할 수 없지만, 이혼소송의 진행 기간을 실질적으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임시조치와 성격이 다릅니다.

이혼소송 중이라면 — 가사소송법상 사전처분

이미 이혼소송이나 이혼조정이 계속 중이라면, 그 사건을 심리하는 가정법원에 가사소송법 제62조의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접근금지뿐 아니라 자녀의 임시 양육자 지정, 양육비 지급, 면접교섭 방법 등을 하나의 절차 안에서 함께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재판부가 이미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다만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사전처분에는 집행력이 없습니다. 상대방이 이를 어겨도 곧바로 강제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과태료 제재가 가능한 데 그칩니다. 반면 뒤에서 보듯 가정폭력처벌법상 조치의 위반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폭력의 위험이 있는 사안이라면 사전처분만 믿기보다 피해자보호명령이나 임시조치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접근금지를 어기면 어떻게 되나요

접근금지는 종이 한 장으로 끝나는 제도가 아닙니다. 위반에 대한 제재가 유형별로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 보호처분·피해자보호명령·임시보호명령 위반: 가정폭력처벌법 제63조는 확정된 접근금지 등의 보호처분이나 피해자보호명령·임시보호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범죄로 처벌된다는 뜻입니다.

  • 임시조치 위반: 과거에는 과태료 부과에 그쳤으나 법 개정을 거쳐 형사처벌 대상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위반 시 유치 등 더 강한 조치로 변경될 수 있다는 점도 실질적인 압박 요소가 됩니다.

  • 사전처분 위반: 앞서 본 것처럼 과태료 제재에 그칩니다.

여기서 실무상 중요한 조언 하나를 덧붙이자면, 위반 사실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상대방이 문자를 보내오면 지우지 말고 화면 전체가 보이도록 저장하고, 집이나 직장 앞에 나타났다면 그 즉시 112에 신고해 출동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신고 기록과 저장된 메시지는 위반에 대한 처벌 자료가 될 뿐 아니라, 이후 이혼소송에서 유책성과 위자료를 판단하는 자료로도 그대로 쓰입니다.

접근금지가 이혼소송에 미치는 영향과 준비할 자료

가정폭력은 민법 제840조 제3호가 정한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이혼사유입니다. 법원은 부부 사이에서 통상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어 혼인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울 만큼의 폭력·학대·모욕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왔습니다. 따라서 접근금지를 위해 모은 자료는 그대로 이혼사유·위자료·친권 및 양육권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접근금지 절차와 이혼소송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말고, 처음부터 하나의 사건으로 설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청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기록: 폭행 직후의 진료기록부, 상해진단서, 응급실 기록.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라도 진료기록이 남아 있다면 발급받아 두시기 바랍니다.

  2. 신고 기록: 112 신고 내역, 경찰의 사건사고사실확인원, 진술조서. 과거에 신고했다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종결된 사건이라도 '반복성'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가치가 큽니다.

  3. 메시지와 녹음: 위협적인 문자·메신저 대화, 통화 녹음.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통화의 녹음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사진과 영상: 상처 부위, 파손된 집기, 홈CCTV 영상 등. 촬영 일시가 함께 남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제3자의 진술: 자녀·가족·이웃·직장 동료가 목격했거나 피해 사실을 들은 경우, 그 내용을 확인서 형태로 정리해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료는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개별 사건 하나하나보다,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어 왔고 최근 어떻게 심해졌는지가 드러날 때 법원과 수사기관을 설득하기 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혼소송을 내지 않아도 접근금지를 받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은 이혼소송의 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피해자가 직접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임시조치 역시 형사절차에서 이루어지므로 이혼소송과 별개입니다. 다만 이혼을 이미 결심하셨다면, 접근금지 단계에서 확보한 자료를 이혼소송의 증거로 함께 설계해 두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상대방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는데도 접근금지가 되나요?

됩니다. 가정폭력 사건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 피해자보호명령은 형사고소나 유죄 확정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다만 폭력이 있었다는 점과 재발의 우려를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는 일은 어느 절차에서든 필요합니다.

이혼한 뒤 전 배우자가 찾아오는데도 이 법을 쓸 수 있나요?

가정폭력처벌법은 '배우자였던 사람'도 가정구성원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혼 후에도 이 법에 따른 조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한편 헤어진 뒤의 지속적인 접근·연락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두 법은 요건과 절차가 다르므로, 사안의 성격에 따라 어느 쪽이 유리한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와의 면접교섭은 어떻게 되나요?

접근금지가 있다고 해서 면접교섭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피해자보호명령으로 친권행사와 면접교섭권 행사의 제한을 함께 구할 수 있고, 이혼소송에서는 면접교섭의 장소·방식을 제3자 입회나 인도 장소 지정 등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논의됩니다. 자녀가 폭력에 노출된 정황이 있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함께 주장하셔야 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가정폭력이 있는 이혼 사건에서 가장 큰 실수는 "이혼 판결이 나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며 그때까지 위험을 견디는 것입니다. 접근금지는 이혼과 별개로, 지금 당장 작동시킬 수 있는 제도입니다. 어떤 경로를 택할지, 임시조치와 피해자보호명령·사전처분을 어떻게 조합할지는 폭력의 형태와 반복성, 자녀의 상황, 소송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이 단계에서 정리한 자료가 이후 이혼사유와 위자료, 친권·양육권 판단으로 이어지므로 처음부터 하나의 사건으로 보고 설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계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