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어느 날 회사에서 "다음 달까지만 나와 주셨으면 한다"는 말을 듣고, 곧이어 사직서 양식을 건네받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어차피 나가는 것은 똑같은데 사직서를 쓰든 안 쓰든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해고와 권고사직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제도이고, 그 차이는 사직서 한 장에서 갈립니다. 회사가 굳이 사직서를 받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고와 권고사직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어느 쪽이냐에 따라 구제 방법과 실업급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이미 사직서를 낸 뒤에도 다툴 여지가 있는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해고와 권고사직, 결정적인 차이는 '누가 결정했는가'입니다

근로관계가 끝나는 모습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법은 그 종료가 누구의 의사로 이루어졌는지를 기준으로 전혀 다르게 취급합니다.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끝내는 것입니다. 근로자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사용자의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므로, 법은 그만큼 엄격한 제한을 둡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미리 예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근로자는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습니다.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를 받아들여 사직의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성립합니다. 법률적으로는 근로자의 사직 또는 노사 간의 합의해지에 해당합니다. 즉 권고사직의 본질은 '합의'이고,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권고사직을 요구하더라도 근로자에게는 이를 거절할 권리가 있으며,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줄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결론이 나옵니다. 회사가 권고사직을 제안했는데 근로자가 거절했음에도 회사가 그대로 근로관계를 끝냈다면, 그것은 권고사직이 아니라 해고입니다. 반대로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해 권고사직이 성립하면, 원칙적으로 근로관계는 합의로 종료된 것이 되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여지가 사라집니다. 회사가 사직서를 받아 두려는 실질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해고에는 법이 정한 세 가지 관문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해고를 할 때 지켜야 할 요건을 여러 조항에 걸쳐 두고 있습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어기면 해고의 효력이 문제 됩니다.

① 정당한 이유 —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더는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를 뜻합니다. 단순히 상사와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실적이 다소 부진하다는 정도로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는 이른바 정리해고는 요건이 더 까다롭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 그리고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회사가 어려워서'라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진 해고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② 서면통지 — 근로기준법 제27조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해고는 효력이 없습니다. 실무에서 매우 강력하게 작동하는 조항입니다. 문자메시지나 구두로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한 경우, 해고사유 자체의 정당성을 따지기 이전에 절차 위반만으로 해고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서면에 적힌 해고사유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근무태도 불량'처럼 막연하게만 기재해 근로자가 무엇 때문에 해고되는지 알 수 없다면, 서면통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③ 해고예고 — 근로기준법 제26조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았다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수당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등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면 예고 의무가 없습니다.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실만으로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예고 의무 위반은 예고수당 지급 문제로 이어질 뿐, 해고의 정당성은 별개로 판단됩니다. 반대로 예고수당을 받았다고 해서 해고를 인정한 것이 되지도 않으므로, 예고수당을 받은 뒤에도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습니다.

권고사직을 제안받았다면, 사직서를 쓰기 전에 확인할 것

권고사직 제안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해고 대신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므로, 조건을 잘 협의하면 근로자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직서에 서명하는 순간 되돌리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다음 순서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 즉답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쓰라는 요구를 받더라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법적으로 즉시 답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2. 제안 내용을 문서로 받습니다. 퇴직 위로금, 퇴직 예정일, 잔여 연차수당 정산, 4대보험 상실 사유를 어떻게 신고할 것인지까지 서면이나 메일로 확인합니다. 구두 약속만 믿고 사직서를 낸 뒤 위로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아 다투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3. 사직서의 문구를 확인합니다. 사직 사유를 '일신상의 사유', '개인 사정'으로 적으면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어 실업급여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회사의 권고에 따른 사직'과 같이 사실 그대로 기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대화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권고사직을 제안받은 날짜와 발언 내용, 주고받은 메시지와 메일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이것이 해고였는지 합의였는지를 가르는 자료가 됩니다.

  5.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회사가 근로관계를 끝냈다면, 그때부터는 해고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사직서를 냈어도 해고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셨다면 다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서류의 형식보다 실질을 봅니다. 사직서라는 형식을 갖추었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진정한 사직 의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작성된 것이라면 실질적으로 해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면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 "사직서를 쓰지 않으면 징계해고 하겠다", "권고사직으로 정리해야 퇴직금이라도 받는다"는 식의 압박이나 사실과 다른 설명이 있었던 경우

  • 회사가 미리 작성해 둔 사직서 양식에 서명만 하도록 요구하거나, 퇴직일과 사유가 이미 기재되어 있었던 경우

  •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은 문구의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 사직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사직 직후 곧바로 다투는 의사를 밝힌 경우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면 사직의 의사표시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해고로 다툴 수 있고,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분위기상 어쩔 수 없었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고,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녹음이나 메시지 등 객관적 자료가 필요합니다.

한편 사직의 의사를 밝힌 뒤 마음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도 자주 문제 됩니다. 사직서 제출이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한다면 회사가 이를 수리하기 전까지는 철회할 여지가 있지만, 회사가 이미 수리한 뒤에는 원칙적으로 철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마음이 바뀌셨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그리고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철회 의사를 전달하셔야 합니다.

실업급여와 퇴직금은 어떻게 달라지나

실무에서 가장 현실적인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퇴직금은 해고든 권고사직이든 자진 퇴사든 퇴직 사유와 관계없이 지급됩니다.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고 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라면,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금과 미지급 임금은 원칙적으로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되어야 합니다.

실업급여(구직급여)는 사정이 다릅니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비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에 지급되므로, 스스로 그만둔 자진 퇴사는 원칙적으로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해고와 회사 사정에 따른 권고사직은 비자발적 이직으로 보아 수급자격이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점에서 권고사직은 자진 퇴사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다만 두 가지를 유의하셔야 합니다. 첫째, 이직 사유 외에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 180일 이상이어야 하는 등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둘째, 같은 권고사직이라도 근로자의 중대한 귀책사유(형법상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사업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등)로 인해 퇴직한 경우에는 수급자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이직확인서에 이직 사유를 어떻게 신고하는지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실제로는 권고사직이었는데 회사가 '개인 사정에 의한 자진 퇴사'로 신고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는 고용센터에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소명하여 정정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앞서 말씀드린 대화 기록이 큰 힘이 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해고 문제에서는 그 차이가 매우 큽니다.

  • 적용되지 않는 것 —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제23조 제1항),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제27조), 노동위원회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제28조). 즉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당해고를 이유로 한 구제신청 자체가 어렵습니다.

  • 적용되는 것해고예고와 해고예고수당(제26조), 최저임금, 주휴수당, 퇴직급여, 4대보험 관련 규정 등입니다.

다만 5인 미만이라도 법률이 특별히 금지한 해고는 여전히 무효입니다. 예컨대 산업재해로 요양하는 기간과 그 후 30일, 출산전후휴가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의 해고 제한,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금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노동행위 등은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상시 근로자 수는 명목상 인원이 아니라 실제 사용 형태를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5인 미만이라는 회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당해고를 다투는 절차 — 3개월을 넘기지 마십시오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다음 경로로 다툴 수 있습니다. 기간 제한이 짧으므로 순서와 날짜를 함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1.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합니다.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구제신청 자체가 각하되므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기한입니다.

  2.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에게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명합니다. 복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3. 판정에 불복하는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고, 재심 판정에도 불복하면 재심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4.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노동위원회 절차와 별개로 진행할 수 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이어서 구제신청이 어려운 경우나 임금 청구를 함께 구해야 하는 경우에 검토하게 됩니다.

  5. 임금·퇴직금·해고예고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노동청)에 진정 또는 고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노동청은 금품 미지급을 다루는 곳이고, 해고 자체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곳은 노동위원회라는 점을 구분하셔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권고사직을 거절하면 회사가 저를 해고할 수 있나요?

권고사직을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할 수는 없습니다. 해고를 하려면 별도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서면통지와 해고예고 등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거절 이후 회사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끝냈다면 그것은 해고에 해당하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검토하실 수 있습니다.

이미 사직서를 냈는데 되돌릴 수 있나요?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하기 전이라면 철회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마음이 바뀌셨다면 즉시 메일이나 문자 등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철회 의사를 전달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수리된 뒤라면 철회는 어렵지만, 사직서가 협박이나 사실과 다른 설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성된 것이라면 실질적으로 해고였다고 다투거나 의사표시의 효력을 문제 삼을 여지가 있습니다.

권고사직으로 처리되면 실업급여를 못 받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사 사정에 따른 권고사직은 비자발적 이직으로 보아 수급자격이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실제로는 권고사직이었는데 회사가 '개인 사정에 의한 자진 퇴사'로 신고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고용센터에 사실관계를 소명해 정정을 구할 수 있으므로, 권고사직을 제안받은 정황을 담은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해고예고수당을 받으면 부당해고를 다툴 수 없게 되나요?

아닙니다. 해고예고수당은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은 데 대한 별개의 금전 지급 의무일 뿐이고, 이를 받았다고 해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회사가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해고에 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서명 전에 그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하면 방법이 없나요?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어렵지만, 해고예고수당 청구는 가능하고 임금·퇴직금 미지급은 노동청 진정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또한 산재 요양기간이나 출산전후휴가 기간 중의 해고 제한처럼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라면 그 자체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상시 근로자 수 산정 자체가 다투어질 여지도 있으므로, 실제 근무 인원을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해고와 권고사직은 회사를 떠난다는 결과만 보면 같아 보이지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끝낸 것인지 근로자가 동의한 것인지에 따라 다툴 수 있는 절차도,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부분 사직서를 쓰는 짧은 순간에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사직을 권유받으셨다면 즉답하지 마시고, 제안 내용과 대화 경위를 기록으로 남긴 뒤 판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셨더라도 그 경위에 따라 다툴 여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해고를 당하셨다면 3개월이라는 구제신청 기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 겪고 계신 상황이 해고인지 권고사직인지부터 정리가 필요하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료와 경위를 함께 살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