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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병을 놓쳤다면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 응급실 의료사고의 특수성과 입증·대응 전략

2026. 07. 23.

응급실 의료사고는 부족한 정보와 시간 압박 속에서 내려진 판단을 다투는 사건이라 일반 의료소송과 쟁점이 다릅니다. 오진·중증도 분류·경과관찰·귀가 조치·전원 지연 중 어디에서 과실이 갈리는지, 인과관계와 책임제한은 어떻게 판단되는지, 응급실 사건에서만 챙겨야 할 기록이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목차

  1. 응급실 의료사고는 무엇이 다른가
  2. 응급실에서 주로 문제 되는 과실 유형
  3. ① 진단상 과실 — 응급실의 기준은 '확진'이 아니라 '배제'입니다
  4. ② 중증도 분류와 경과관찰 — 들어간 뒤가 더 중요합니다
  5. ③ 귀가 조치와 설명 — "이상하면 다시 오세요"로는 부족합니다
  6. ④ 전원 지연과 수용 거부 — 응급의료법이 정한 의무
  7. 병원이 내세우는 "응급실이라서"는 어디까지 통하는가
  8. 입증의 벽 — 과실보다 인과관계가 어렵습니다
  9. 책임제한 — 과실이 인정되어도 100%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10. 무엇부터 확보해야 하나 — 응급실 사건의 증거
  11. 분쟁 해결 절차와 소멸시효
  12. 자주 묻는 질문
  13. 응급실이 너무 붐벼 오래 기다리다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대기시간만으로 병원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14.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옮기는 사이 사망했습니다. 처음 간 병원의 책임인가요?
  15. 응급실에서 동의서를 제대로 받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16. 경찰에 고소했는데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민사도 어려운가요?
  17. 병원이 진료기록을 주지 않거나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18.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가슴이 아프다며 응급실에 갔는데 "근육통 같다"는 말을 듣고 돌아왔고, 며칠 뒤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경우가 있습니다. 밤새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아무도 다시 살펴보지 않는 사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은 가족들은 대개 같은 질문을 합니다. "응급실은 원래 정신없는 곳이라는데, 그래도 병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응급실이라는 사정 자체가 병원의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응급실 사건은 과실을 판단하는 잣대도, 병원이 내세우는 항변도, 반드시 확보해야 할 자료도 일반 의료소송과 상당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응급실 의료사고가 왜 특수한지, 어느 지점에서 결론이 갈리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응급실 의료사고는 무엇이 다른가

의료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진료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입니다. 그런데 판례는 이 수준을 판단할 때 의료기관의 특성, 진료 환경과 조건, 그 의료행위의 특수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응급실은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응급실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시간에 쫓기며, 여러 환자를 동시에 상대하는 공간입니다.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복용 약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의식이 없어 본인 진술을 들을 수도 없으며, 검사 결과가 다 나오기 전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은 주의의무의 내용을 판단할 때 병원에 유리하게 참작됩니다.

그러나 응급실에는 일반 외래 진료에는 없는 추가 의무가 법으로 부과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응급환자를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진료하고 필요한 최선의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제8조),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하게 하며(제6조 제2항), 일단 시작한 응급의료를 함부로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고(제10조), 자기 병원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으면 지체 없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제11조)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응급실에서는 완화되는 의무와 가중되는 의무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응급실 사건이 어렵고, 또 그만큼 다툴 여지가 넓은 이유입니다.

응급실에서 주로 문제 되는 과실 유형

응급실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과실은 대체로 네 갈래로 나뉩니다. 사건마다 어느 갈래를 정면으로 겨눌지에 따라 필요한 증거와 감정 사항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① 진단상 과실 — 응급실의 기준은 '확진'이 아니라 '배제'입니다

오진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과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당시 임상의학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해당 의료기관의 특성에 맞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를 다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이 주의의무가 '병명을 정확히 맞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먼저 배제하는 것'으로 구체화됩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증상에서 위험한 진단을 배제하기 위한 기본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흉통 — 급성심근경색, 대동맥박리, 폐색전증을 먼저 배제해야 합니다. 심전도와 심근효소 검사를 하지 않았거나, 한 번 정상이라는 이유로 재검 없이 돌려보낸 경우가 문제 됩니다.

  •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 — 지주막하출혈 등 뇌출혈 배제가 우선입니다. 영상검사 없이 편두통·긴장성 두통으로 판단한 경우입니다.

  • 어지럼증·구음장애·한쪽 위약감 — 뇌졸중 배제가 핵심입니다. 이석증이나 빈혈로 단정해 혈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가 반복됩니다.

  • 복통 — 장천공, 장간막허혈, 대동맥류 파열, 가임기 여성의 자궁외임신 파열을 배제해야 합니다. 진통제만 투여하고 귀가시킨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 고열과 의식 저하 — 패혈증, 수막염을 염두에 둔 조치가 필요합니다.

검사를 아예 하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검사는 했는데 이상 소견을 읽지 못했거나, 판독 결과가 나왔는데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도 명백한 과실 유형입니다. 영상 판독이 다음 날 이루어지는 체계라면, 그 사이 환자를 귀가시킨 판단의 적정성이 함께 문제 됩니다.

② 중증도 분류와 경과관찰 — 들어간 뒤가 더 중요합니다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는 한국형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KTAS)에 따라 1단계(소생)부터 5단계(비응급)까지 등급이 매겨지고, 그 등급에 따라 진료 순서와 재평가 주기가 정해집니다. 이 분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정한 기준에 따른 것으로, 실제 상태보다 현저히 낮은 등급으로 분류되어 진료가 지연되었다면 그 자체가 과실 주장의 출발점이 됩니다.

더 자주 문제 되는 것은 그 이후입니다. 응급실은 진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므로, 활력징후를 반복 측정하고 증상 변화를 재평가할 의무가 따릅니다. 보호자가 여러 차례 상태 악화를 알렸는데도 의사의 재진찰 없이 진통제나 해열제만 반복 투여된 사건, 검사 결과가 나온 뒤 몇 시간 동안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나아가 판례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일반인이 보기에 수인한도를 넘을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그 자체로 위자료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있어, 방치에 가까운 사안에서는 이 구성이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③ 귀가 조치와 설명 — "이상하면 다시 오세요"로는 부족합니다

응급실은 확진 전에 환자를 퇴실시키는 일이 구조적으로 많습니다. 위험한 질환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귀가시켰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과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판단했다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다시 와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 설명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는지가 결정적으로 문제 됩니다.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아 위자료 배상의 근거가 됩니다. 다만 사망이나 중대한 후유장해 같은 결과 전체에 대한 배상을 받으려면, 제대로 설명했더라면 그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는 인과관계까지 인정되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병원이 "구두로 다 설명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퇴실 기록이나 귀가 시 주의사항 안내문에 아무 기재가 없다면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④ 전원 지연과 수용 거부 — 응급의료법이 정한 의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적절한 진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하고, 이송받는 기관에 진료에 필요한 의무기록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전원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 오히려 법적 의무인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원 판단이 늦은 경우입니다. 처치 능력이 없다는 점을 일찍 알 수 있었는데도 몇 시간을 붙잡고 있다가 뒤늦게 보낸 사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둘째, 수용 가능한 병원을 확인하지 않고 내보낸 경우입니다. 셋째, 이송 과정에서 필요한 처치나 의료진 동승, 활력징후 감시 없이 보낸 경우입니다. 한편 응급의료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최근에는 구급대가 이송 전에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의료기관이 함부로 수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근거 규정들입니다.

병원이 내세우는 "응급실이라서"는 어디까지 통하는가

응급실 사건에서 병원 측이 반드시 꺼내는 항변이 몇 가지 있습니다. 각각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미리 알아 두면 협의나 소송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첫째, 설명과 동의 절차의 완화입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조는 환자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설명과 동의 절차를 거치다가 응급의료가 지체되면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에 중대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동의를 받지 않고 응급의료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법정대리인이 동행하지 않았다면 동행한 사람에게 설명한 후 응급처치를 하고, 의학적 판단에 따라 응급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진짜로 시간이 없었던 경우에 한합니다. 몇 시간의 여유가 있었던 사안에서 이 규정을 근거로 설명 자체를 생략했다면 그대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둘째, 형의 감면 규정입니다. 같은 법 제63조는 생명의 위험이나 중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 긴급히 제공한 응급의료로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그 응급의료행위가 불가피했고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은 이것이 형사책임에 관한 규정일 뿐,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형사에서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나왔더라도 민사에서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사건은 드물지 않습니다. 또한 이 법에 있는 이른바 '선의의 응급의료 면책' 조항은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의 응급처치 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병원 응급실에서 이루어진 정규 진료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셋째, 인력과 장비가 부족했다는 항변입니다. 야간이라 전문의가 없었다, 전공의 혼자 근무했다, 장비가 없었다는 주장은 오히려 의료기관 자체의 책임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시설·인력·장비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안에서는 특정 의사 개인의 과실을 집어내지 못하더라도, 진료계약 위반이나 사용자책임을 근거로 병원 법인을 상대로 청구하는 구성이 유효합니다.

입증의 벽 — 과실보다 인과관계가 어렵습니다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과실, 인과관계, 손해액을 모두 밝혀야 하고 그 책임은 원칙적으로 환자 측에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의료 영역의 정보 격차를 고려하여, 환자 측이 진료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로 볼 수 있는 사정을 증명하고 그 과실이 결과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까지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그럼에도 응급실 사건에서 인과관계는 늘 가장 어려운 관문입니다. 응급실 환자는 대개 이미 중한 상태로 도착하기 때문에, 병원은 "제때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했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고 다툽니다. 결국 쟁점은 '과실이 없었다면 살았을 것인가', 더 정확히는 '생존 가능성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로 옮겨 갑니다. 뇌졸중의 혈전용해 가능 시간, 심근경색의 재관류 시간처럼 골든타임이 명확한 질환일수록 이 다툼에서 환자 측이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인과관계가 끝내 인정되지 않더라도, 앞서 본 '현저히 불성실한 진료'로 평가되면 위자료 배상만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책임제한 — 과실이 인정되어도 100%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판례는 손해가 가해행위와 피해자 측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 자체의 위험도가 함께 작용하여 발생·확대된 경우, 손해를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견지에서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응급실 사건은 원래 질병의 위중함이 결과에 크게 기여하는 구조여서 이 책임제한이 폭넓게 적용되고, 하급심에서는 병원의 책임을 20%에서 50% 사이로 제한하는 예가 많이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진료기록의 부실이나 변개는 병원에 불리한 정황으로 참작됩니다. 응급실은 바쁘다는 이유로 기록이 소략한 경우가 많은데, 그 부실이 병원의 방어 논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판례는 진료기록에 마땅히 있어야 할 기재가 없거나 사후에 고쳐진 사정을 입증방해로 보아 환자 측에 유리하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의료법상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수정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고, 전자의무기록에는 누가 언제 무엇을 열람·수정했는지 이력이 남습니다.

무엇부터 확보해야 하나 — 응급실 사건의 증거

응급실 사건은 분 단위 타임라인이 결론을 좌우합니다. 순서대로 다음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1. 진료기록 사본을 즉시 발급받습니다.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환자 본인은 물론, 환자가 사망한 경우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이 친족관계 및 사망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 청구할 수 있고 병원은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감정을 의뢰하기 전이라도 기록부터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2. 응급실에만 있는 기록을 빠짐없이 지정합니다. 응급실 간호기록지, 활력징후 기록지, 중증도 분류(KTAS) 기록, 의사 초진·경과기록, 투약과 처방 시각, 응급실 체류 시간 기록, 그리고 당일 근무표와 당직 편성표가 여기 해당합니다. 검사 결과는 판독지뿐 아니라 영상 원본 파일까지 함께 받아 두어야 재판독이 가능합니다.

  3. 119 구급활동일지를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합니다. 관할 소방서에 청구하면 이송 전 활력징후와 의식 상태, 병원 선정 경위, 어느 병원에 수용을 문의했고 어떤 답을 들었는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원과 수용 거부가 쟁점인 사건에서는 병원 기록보다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4. 영상과 녹음은 보존 요청부터 합니다. 응급실 내부 CCTV, 병원과 주고받은 통화 녹음, 보호자가 촬영한 영상이 여기 해당합니다. CCTV는 보존기간이 짧아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병원에 서면으로 보존을 요청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5. 사망 사건이라면 부검 여부를 신속히 판단합니다. 사인이 불분명한 상태로 장례를 마치면 인과관계 입증이 사실상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실 사망은 경찰에 변사 신고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 절차에서 부검을 진행할지 초기에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6. 모든 자료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합니다. 도착 시각, 접수 시각, 분류 시각, 첫 진찰 시각, 검사 지시와 결과 확인 시각, 처치와 전원 결정 시각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어디서 시간이 비었는지가 드러납니다. 그 공백이 곧 다툴 지점입니다.

분쟁 해결 절차와 소멸시효

자료가 모이면 어떤 절차로 다툴지를 정합니다. 응급실 사건에서는 다음 세 갈래를 병행 검토합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은 비용과 시간 면에서 먼저 고려할 만합니다. 원래 조정은 상대방이 참여해야 개시되지만, 환자가 사망했거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거나 중증 장애가 남은 경우에는 병원이 동의하지 않아도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됩니다. 응급실 사건은 사망 사건의 비중이 높아 이 규정의 활용도가 높습니다. 조정부는 원칙적으로 개시일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하고 한 차례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으며,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중재원 감정부의 감정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이후 소송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민사소송은 진료기록 감정과 신체감정을 거쳐 진행되며, 감정 회신에만 상당한 기간이 걸려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됩니다. 근거는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이며, 병원 법인에 대해서는 사용자책임도 함께 구성합니다. 형사 고소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로 이루어지는데, 형사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을 요구하므로 문턱이 훨씬 높습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기록을 민사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실익이 있습니다.

소멸시효는 놓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불법행위로 구성하면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며, 진료계약 위반으로 구성하면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사망 사건에서 '안 날'을 언제로 볼지는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기록을 받아 본 뒤 의문이 남는다면 시간을 끌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응급실이 너무 붐벼 오래 기다리다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대기시간만으로 병원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대기 자체만으로 곧바로 과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응급실은 도착 순서가 아니라 중증도 순서로 진료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쟁점은 중증도 분류가 적정했는지, 그리고 대기 중 상태 변화가 있었는데도 재평가 없이 방치했는지입니다. 분류 등급 기록과 간호기록의 시각, 활력징후 재측정 기록이 핵심 자료가 됩니다.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옮기는 사이 사망했습니다. 처음 간 병원의 책임인가요?

전원 자체는 법이 정한 의무이기도 하므로 그 사실만으로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다투어야 할 지점은 전원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을 끌었는지, 수용 가능한 병원을 확인하고 보냈는지, 이송 중 필요한 처치와 감시가 있었는지입니다. 119 구급활동일지와 병원 사이의 연락 기록을 먼저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응급실에서 동의서를 제대로 받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응급상황에서는 설명과 동의 절차가 완화됩니다. 다만 실제로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아무 설명이 없었다면 자기결정권 침해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망이나 후유장해 등 결과 전체에 대한 배상을 받으려면 설명의무 위반과 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별도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경찰에 고소했는데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민사도 어려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와 민사는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가 다릅니다. 형사에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유죄가 되지만, 민사에서는 그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과실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앞서 본 추정 법리도 활용됩니다. 형사 불기소 이후 민사에서 배상이 인정되는 사건은 드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여 민사 증거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이 진료기록을 주지 않거나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료법상 병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사본 발급을 거부할 수 없으므로, 거부당하면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문서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로 확보합니다. 기재가 비어 있거나 사후에 고쳐진 흔적이 있다면 전자의무기록의 수정 이력과 접속기록까지 함께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기록의 부실과 변개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 측에 유리한 정황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응급실 사건의 결론을 가르는 것은 "의사가 실력이 부족했는가"가 아니라, 그 몇 시간 안에 마땅히 했어야 할 조치가 무엇이었고 그것이 빠진 시각이 언제인지를 기록으로 특정할 수 있는가입니다. 흉통 환자에게 심전도를 다시 찍었어야 할 시점, 보호자가 상태 악화를 알린 뒤 의사가 다시 오기까지 비어 있는 시간, 전원을 결정할 수 있었던 시점과 실제로 결정한 시점의 간격은 진료기록과 구급활동일지를 나란히 놓고 분 단위로 맞춰 보아야 비로소 드러납니다. 여기에 책임제한 비율과 인과관계 다툼의 전망까지 더해야 실제로 회복 가능한 금액이 보입니다.

응급실에서 가족을 잃으셨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후유증이 남았는데 병원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으신다면, 무엇보다 기록과 영상이 사라지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CCTV 보존기간, 부검 가능 시점, 소멸시효는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아직 소송까지 생각하지 않으셨더라도 기록을 확보해 두는 일만은 늦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보된 응급실 기록과 이송 자료를 바탕으로 다툴 수 있는 지점과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함께 짚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