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성범죄 사건에 연루되면 누구나 몹시 당황하게 됩니다. 억울함을 풀고 싶은 마음, 하루빨리 원만히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주변에 사정을 해명하고, 때로는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려다가 본래의 혐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행동을 흔히 '2차 가해'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와 그 가족·지인이 무심코 저지르기 쉬운 2차 가해의 유형과, 그것이 왜 별개의 범죄나 양형 가중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방어권을 지키면서도 안전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2차 가해'란 무엇이고 왜 위험한가

'2차 가해'는 법률에 정의된 하나의 죄명이 아니라, 사건 이후에 피해자에게 추가로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가리키는 넓은 표현입니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다시 연락해 압박하거나, 신상을 퍼뜨리거나, 온라인에서 험담을 하는 것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단지 도의적으로 비난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차 가해로 볼 수 있는 행동들은 그 자체가 명예훼손·모욕·협박·강요·스토킹 등 별개의 범죄가 될 수 있고, 설령 새로운 죄가 되지 않더라도 원래 사건의 양형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합니다. 억울함을 풀려던 행동이 오히려 혐의를 무겁게 만들고, 구속 여부를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피의자에게도 방어권이 있습니다. 사실이 아닌 부분은 다투고,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모으는 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이 글의 취지는 방어를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방어의 '방법'을 적법하고 안전하게 선택하시라는 것입니다. 그 출발점은 언제나 '피해자에게 직접 다가가지 않는 것'입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회유하는 행동 — 협박·강요·스토킹으로 번집니다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유형입니다. "오해를 풀고 싶다", "사과하고 합의하고 싶다"는 선의에서 시작하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연락은 그 자체로 공포와 압박이 됩니다. 그래서 직접 접촉은 거의 예외 없이 상황을 악화시킵니다.

합의를 종용하는 연락 — 협박죄·강요죄

"고소를 취소해 달라", "선처해 달라"며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것을 넘어, "합의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거나 상대의 약점을 들먹이며 겁을 주면 형법 제283조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러한 협박으로 고소 취소나 특정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면 형법 제324조 강요죄가 문제 됩니다. 강요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접근·연락 — 스토킹처벌법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고, 전화·문자·메신저·SNS로 반복해서 연락하는 것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흉기 등을 휴대한 경우에는 형이 더 무거워집니다. 특히 2023년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폐지되어, 이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더라도 그와 무관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수사나 재판 중에 피해자에게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증거인멸이나 피해자 위협의 우려로 받아들여 구속영장 발부나 접근금지 조치의 근거로 삼습니다. 연락 한 번이 불구속 수사를 구속 수사로 바꿔 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피해자 신상 노출과 '역공개' — 성폭력처벌법이 따로 처벌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또는 상대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드러내는 것도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는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주소·성명·나이·직업·용모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과 사진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신문 등 인쇄물이나 방송,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별도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금지는 수사기관이나 언론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용됩니다. "이 사람이 나를 무고했다"며 피해자의 이름이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순간, 원래 사건과는 별개의 처벌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른바 '역공개'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와 주고받았던 사적인 사진이나 대화 내용, 촬영물을 유포하는 것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 등)가 문제 될 수 있고, 이 조항의 법정형은 개정을 거치며 징역형 중심으로 상향되어 왔습니다. "상대도 동의했던 사진"이라는 항변은 반포 행위 자체를 정당화하지 못하며, 오히려 그 유포가 새로운 중대한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비방과 진술 조롱 — 명예훼손·모욕죄

커뮤니티나 SNS에 사건 이야기를 올리며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의 진술을 조롱하는 글을 쓰는 것도 흔한 2차 가해입니다. 익명으로 올렸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 사실을 적더라도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면 형법 제307조 제1항 명예훼손죄가, 허위 사실이라면 같은 조 제2항으로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 인터넷·SNS 등 정보통신망을 통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적용되어 법정형이 형법보다 높습니다.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합니다.

  •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경멸적 표현으로 상대를 모욕하면 형법 제311조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거나 2차 피해성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는, 최근 수사기관과 법원이 매우 엄중하게 보는 부분입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지 않으며, 본인 사건의 방어에도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가족·지인이 '도와주려다' 함께 위험해지는 경우

2차 가해는 피의자 본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모나 배우자, 친구가 대신 나서서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압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앞서 본 협박·강요·스토킹·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선의로 한 행동이 지인 본인을 피의자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목격자나 참고인에게 연락해 "이렇게 말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진술을 맞추려는 시도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정황이 드러나면 피의자의 방어에 치명적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위증교사나 증거인멸 등 별개의 형사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사건 관계인에게 접촉한 사실 자체가 구속의 사유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가족과 지인이 정말로 돕고 싶다면, 피해자나 관계인에게 직접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을 선임하고 그 창구를 통해서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도움입니다.

2차 가해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

2차 가해가 새로운 범죄로 입건되지 않더라도, 원래의 성범죄 사건에서 불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는지를 형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봅니다. 그런데 수사·재판 중에 피해자를 압박하거나 신상을 퍼뜨리거나 조롱했다면, 이는 반성의 태도가 없고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는 가중 사정으로 평가됩니다. 애써 진행하던 합의가 그로 인해 깨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성범죄에서 피해자와의 진지한 합의와 피해 회복은 양형에 매우 유리하게 반영되는데, 2차 가해는 바로 그 기회를 스스로 없애 버리는 행동입니다.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지점에서 2차 가해의 유무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합의의 의미와 방법에 관해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의 의미'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모든 접촉은 변호인을 통해

결론은 분명합니다. 피해자 및 사건 관계인과의 접촉은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피의자 자신을 불필요한 추가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1.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사과나 합의의 뜻이 있더라도, 그 전달은 변호인이나 공신력 있는 절차를 통해야 진정성이 인정되고 역효과를 막을 수 있습니다.

  2. 온라인에 사건 이야기를 올리지 않습니다. 억울함의 호소든 반박이든, 피해자를 특정하거나 비방하는 글은 새로운 사건을 만들 뿐입니다.

  3. 가족·지인에게도 같은 원칙을 미리 공유합니다. 대신 나서서 연락하는 일이 없도록 조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4. 합의는 전문가를 통해 진행합니다. 합의 자체는 정당하고 중요한 절차이며, 변호인을 통하면 피해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전하고 유효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5. 유리한 자료는 스스로 정리해 둡니다.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대신, 사실관계와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대화 내용, 동선, CCTV 등)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이 실질적인 방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진심으로 사과하고 합의하고 싶은데, 직접 연락하면 안 되나요?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직접 연락은 권하지 않습니다. 피해자에게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어떤 연락도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오간 말이 협박·강요로 해석되거나 2차 가해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사과와 합의의 뜻은 변호인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진정성도 인정받고 안전합니다.

피해자가 먼저 저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반박하면 안 되나요?

억울하시겠지만,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면 이번에는 명예훼손·모욕죄의 피의자가 반대로 이쪽이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대 게시물이 허위라면 그에 대한 법적 조치(삭제 요청, 별도의 고소 등)를 변호인과 검토하는 것이 맞고, 감정적인 반박글은 오히려 본인 사건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가족이 대신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누가 하든 피해자에 대한 반복적 연락이나 압박은 협박·강요·스토킹 등이 될 수 있고, 대신 연락한 가족·지인 본인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의자에게도 '피해자를 접촉하려 했다'는 불리한 정황으로 돌아옵니다. 가족의 도움은 반드시 변호인을 통한 방식이어야 합니다.

이미 피해자에게 연락을 한 번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추가 연락을 즉시 중단하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그대로 변호인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후의 대응 방향을 정리하고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해 다시 연락하거나 해명하려 하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의 대응에서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울함을 풀고 싶은 마음,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 무심코 한 행동이 2차 가해가 되어 새로운 혐의와 무거운 형으로 이어지는 일을 저희는 자주 보아 왔습니다. 방어는 포기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그 방법은 적법하고 안전한 통로, 곧 변호인을 통한 대응이어야 합니다. 성범죄 사건으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혼자 판단해 움직이기 전에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해자 보호와 피의자의 정당한 방어가 모두 지켜지는 방향을 차분히 함께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