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짧게 닿아도 강제추행일까 — 강제추행 성립요건과 신체접촉의 기준
2026. 07. 20.
가벼운 접촉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을까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의 성립요건과 신체접촉의 판단 기준, 그리고 '항거곤란' 요건을 폐기한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까지 정리했습니다.
목차
- 강제추행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298조
- 강제추행은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는가
-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항거곤란' 요건의 폐기
- '추행'이란 무엇인가 —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
- 신체접촉의 기준 — 어디를, 어떻게 접촉했는가
- 접촉 부위
- 옷 위인지 맨살인지
- 접촉의 시간과 세기
- 기습추행 — 접촉 그 자체가 폭행이 되는 경우
-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을까
- 성적 목적이 없어도 처벌될까 — 고의의 문제
- 자주 묻는 질문
- 술에 취해 기억이 없어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되나요?
- 옷 위로 스치듯 만진 것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얼마인가요?
-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붐비는 지하철에서, 혹은 순간적인 실수로 상대의 몸에 손이 닿은 뒤 "이것도 강제추행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원치 않는 접촉을 당하고도 "이 정도로 문제 삼을 수 있을까" 망설이는 분들도 계십니다. 강제추행은 신체의 어느 부위를, 얼마나, 어떻게 접촉했는지에 따라 성립 여부가 갈리는 매우 미묘한 범죄입니다. 이 글에서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의 성립요건과 신체접촉의 판단 기준, 그리고 2023년 대법원이 종전 판례를 뒤집은 중요한 변화를 정리해 드립니다.
강제추행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298조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강제추행죄로 규정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죄가 보호하려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즉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거부할 자유입니다. 따라서 접촉의 강도가 크지 않더라도 그것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으나, 2013년 6월 관련 법 개정으로 강제추행은 더 이상 친고죄가 아닙니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또 이후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강제추행은 어떤 요건으로 성립하는가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크게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폭행 또는 협박'이고, 다른 하나는 '추행'입니다. 다만 실무에서 이 두 요소가 결합하는 방식은 다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폭행·협박 선행형 — 먼저 상대를 폭행하거나 협박하여 반항을 억압한 뒤 추행에 이르는 전형적 유형입니다.
기습추행형 — 상대가 미처 저항할 겨를도 없이 기습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는 경우로, 그 접촉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합니다. 이때는 별도의 선행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합니다.
많은 강제추행 사건이 이 두 번째 유형, 즉 기습적인 신체접촉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접촉이 추행이 되는가'라는 기준이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 됩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항거곤란' 요건의 폐기
강제추행에서 '폭행·협박'을 얼마나 강한 것으로 볼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종전 판례는 폭행·협박 선행형의 경우 그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기준은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했어야만 처벌된다는 오해를 낳아,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공포로 몸이 굳어 저항하지 못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3877)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새 기준에 따르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를 필요는 없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이면 강제추행의 폭행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변화로 강제추행의 성립 범위는 이전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행'이란 무엇인가 —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당시의 구체적 상황
접촉한 신체 부위와 구체적인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즉, 똑같이 손이 닿았더라도 그 경위와 맥락에 따라 추행이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이것이 강제추행 사건에서 사실관계와 정황의 정리가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신체접촉의 기준 — 어디를, 어떻게 접촉했는가
많은 분들이 '성기나 가슴 같은 특정 부위를 만져야만 강제추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판단의 핵심은 접촉 부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가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가에 있습니다.
접촉 부위
가슴, 엉덩이, 성기, 허벅지처럼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 대한 접촉은 전형적인 추행입니다. 그러나 어깨, 등, 팔, 손, 머리카락처럼 이른바 성적 부위가 아닌 곳에 대한 접촉이라도, 그 경위와 방법에 비추어 성적 의미를 가진다면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옷 위인지 맨살인지
맨살에 직접 닿아야만 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옷 위로 만진 경우라도 그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접촉의 시간과 세기
접촉이 길거나 강해야만 처벌되는 것도 아닙니다. 순간적이고 짧은 접촉이라도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만원 지하철에서의 불가피한 밀착처럼 성적 의도나 의미를 인정하기 어려운 우연한 접촉은 추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부위·시간·세기보다 '상대의 의사에 반한 성적 의미의 접촉이었는가'가 판단의 중심입니다.
기습추행 — 접촉 그 자체가 폭행이 되는 경우
기습추행은 상대방이 예상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신체를 접촉하는 유형입니다. 이 경우 추행행위와 폭행행위가 사실상 하나로 겹치므로, 앞서 별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합니다. 갑자기 뒤에서 껴안거나, 기습적으로 입을 맞추거나, 지나가며 엉덩이·가슴을 만지는 행위 등이 대표적입니다. 앞서 본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역시 이러한 기습추행의 처벌 범위를 분명히 뒷받침합니다. 기습추행의 구체적 쟁점은 관련 법률가이드 '기습추행이란'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을까
강제추행은 행위자가 피해자의 몸에 직접 손을 대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행위자가 피해자를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스스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도록 강제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협박하여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를 만지게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직접 만지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다만 직접적인 접촉 없이 사진·영상 전송을 요구하거나 온라인상에서 음란한 표현을 전달한 경우에는, 강제추행이 아니라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별도의 죄가 문제 될 수 있으므로 사안을 구분하여 검토해야 합니다.
성적 목적이 없어도 처벌될까 — 고의의 문제
강제추행으로 처벌하기 위해 행위자에게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장난이었다',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항변만으로 곧바로 무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강제추행도 고의범이므로, 자신의 행위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추행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은 필요합니다. 실무에서는 바로 이 고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문제 된 접촉이 우연한 것인지 의도된 것인지가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술에 취해 기억이 없어도 강제추행으로 처벌되나요?
음주로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술을 마신 뒤의 행위는 처벌을 피하는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당시 고의가 있었는지, 실제로 그러한 접촉이 있었는지는 객관적 증거로 다투어야 하므로,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면 섣불리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전에 반드시 법률적 검토를 받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옷 위로 스치듯 만진 것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맨살 접촉이나 긴 접촉만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옷 위로 스친 짧은 접촉이라도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고 상대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면 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혼잡한 공간에서의 불가피한 접촉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어,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강제추행은 친고죄도, 반의사불벌죄도 아니므로 합의만으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피해 회복과 진지한 합의는 양형에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 기소 여부와 처벌 수위를 낮추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합의는 시기와 방법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얼마인가요?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인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입니다. 다만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정지되거나 연장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반드시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어디를 어떻게 접촉했는가'라는 미세한 사실관계와 그 맥락·고의를 어떻게 정리하고 다투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성립 기준이 달라진 만큼, 억울하게 혐의를 받는 피의자든 피해를 입은 분이든 사건 초기의 진술과 자료 정리가 결정적입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비슷한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를 차분히 함께 살펴보고 가장 적절한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