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출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신체 접촉 문제는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은 물론, 뜻하지 않게 추행을 의심받게 된 분에게도 그 순간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런 사건은 흔히 '강제추행'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지하철·버스처럼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의 추행에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립하는 별도의 죄, 즉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적용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죄의 성립요건과 현행 법정형, 강제추행죄와의 차이, 그리고 CCTV·목격진술 등 실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쟁점까지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란 무엇인가 — 성폭력처벌법 제11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흔히 '지하철 추행'으로 불리지만, 지하철에만 적용되는 조문은 아니고 버스·기차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사람이 붐비는 여러 장소를 폭넓게 아우릅니다.

이 죄의 현행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원래 이 죄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비교적 가벼웠으나, 2020년 법 개정으로 지금의 수준(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크게 상향되었습니다. 오래된 자료나 설명만 보고 '벌금 몇백만 원짜리 사건'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 죄가 보호하려는 것은 밀집한 공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누구나 당연히 기대하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입니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몸을 맞대게 되는 공간이라는 점을 악용한 은밀한 추행을 별도로 처벌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강제추행과 무엇이 다른가 — 폭행·협박이 필요 없습니다

많은 분이 지하철 추행을 곧바로 '강제추행'으로 생각하지만, 두 죄는 성립요건이 다릅니다.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했을 때 성립하고, 법정형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습니다. 반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 밀집한 상황을 이용해 몰래 신체를 만지는 행위처럼, 폭행·협박이라고 보기 어려운 접촉도 이 조문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별도의 죄를 두었을까요. 지하철·버스처럼 사람이 빽빽한 곳에서는 가해자가 굳이 힘을 쓰거나 위협하지 않아도 은밀하게 추행할 수 있고, 피해자도 그 자리를 즉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 바로 이 조문입니다.

다만 밀집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기습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는 이른바 '기습추행'은 그 접촉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강제추행죄로 의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죄로 기소되는지는 접촉의 방법과 정도,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에서 요구되는 폭행·협박의 정도에 관한 종전 기준(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하였는데, 이는 밀집장소에서의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으로도 문제 될 여지를 넓히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는 어디까지인가

조문은 대중교통수단과 공연·집회 장소를 예로 들고 있지만, 그 밖에도 불특정 다수가 밀집하는 성격을 가진 공간이라면 폭넓게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문제 되는 장소는 다음과 같이 다양합니다.

  • 지하철·버스·기차 등 대중교통수단과 그 승강장

  • 콘서트·축제·집회 현장처럼 사람이 몰리는 행사장

  •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붐비는 백화점·대형마트

  • 목욕탕·사우나·찜질방 등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

주목할 점은, 법원이 이 죄의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를 반드시 추행하는 그 순간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상태만으로 좁게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그 장소의 성격상 다수인이 밀집할 가능성이 높아 은밀한 추행이 이루어지기 쉬운 곳이라면 이 죄의 장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실제로 그 순간에는 사람이 붐비지 않던 찜질방 수면실과 같은 공간도 이 죄의 장소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때 마침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 밀집장소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립요건 — 추행의 의미와 '고의'라는 관문

이 죄가 성립하려면 문제 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고, 행위자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부분입니다.

추행이란 무엇인가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왔습니다. 엉덩이·허벅지·가슴 등을 만지거나 문지르는 행위, 신체를 밀착시키는 행위 등이 대표적입니다. 접촉의 부위와 방법, 시간, 당시 상황을 종합하여 성적 의미가 있는 접촉이었는지를 판단합니다.

고의 — 우연한 접촉과의 구별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지점이 바로 고의입니다. 붐비는 지하철에서는 열차가 흔들리거나 승객이 밀리면서 몸이 닿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불가피한 접촉은 추행의 고의가 없어 이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우연한 접촉이었는지, 아니면 밀집 상황을 가장한 고의적 추행이었는지를 가리는 일입니다. 실무에서는 손의 위치와 움직임, 접촉이 지속된 시간, 몸을 피할 공간이 있었는지, 열차의 흔들림이 실제로 있었는지, 유사한 행동을 반복했는지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하여 고의를 판단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는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일부 중한 성범죄에 대해서만 미수범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11조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신체 접촉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 자체로 추행의 기수에 이를 수 있어, '살짝 스치기만 했다'는 주장이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것 — CCTV와 진술

공중밀집장소추행 사건은 목격자가 분명치 않은 순간적 접촉을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 자료와 진술의 신빙성이 결론을 좌우합니다.

  • CCTV·영상 — 지하철 차량과 역사, 버스 내부의 CCTV, 다른 승객이 촬영한 영상 등이 접촉의 양상과 손의 위치, 당시의 혼잡도를 보여 주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 피해자 진술 — 피해자 진술은 중요한 증거이지만 그 자체만으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고,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경험칙에 부합하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 목격자와 현장 상황 — 주변 승객의 목격, 당시의 혼잡 정도, 피의자와 피해자의 위치 관계 등이 고의 판단의 배경이 됩니다.

이런 사건은 지하철 보안관이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곧바로 문제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순간의 진술과 태도가 이후 수사와 재판의 방향을 정하는 만큼, 초기 대응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당시 상황을 뒷받침할 CCTV·동선 등 자료를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형벌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성범죄이므로, 유죄가 인정되면 선고되는 형과 별도로 여러 부수처분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이 부분이 의뢰인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신상정보 등록 — 선고되는 형의 종류에 따라 등록 대상 여부가 달라집니다. 특히 벌금형이 선고된 경우 등록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관련 규정과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사건마다 반드시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취업제한 — 유죄가 확정되면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사안에 따라 취업제한을 면제하거나 그 기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 이수명령·수강명령 —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이 형과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 사건은 벌금 액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후의 자격·취업·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입니다. 처음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혐의를 받았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이 죄는 결국 '우연한 접촉이냐 고의적 추행이냐'라는 내심과 정황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의 진술과 자료 정리가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혐의를 받는 입장이라면, 현장에서의 첫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접촉이 불가피했던 상황이라면 이를 뒷받침할 CCTV·혼잡도·동선 자료를 신속히 확보하고, 반대로 잘못이 인정되는 상황이라면 피해 회복과 재발방지 노력이 양형에 반영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해를 입은 입장이라면, 가능한 한 즉시 도움을 요청하고 접촉의 부위와 양상, 상대방의 인상착의, 목격자와 주변 상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열차가 흔들려서 몸이 닿은 것도 처벌되나요?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이 죄는 추행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혼잡한 열차에서 흔들림이나 승객의 밀림으로 불가피하게 몸이 닿은 것만으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로 고의가 있었는지는 손의 위치와 접촉이 지속된 시간, 피할 공간이 있었는지 등 정황으로 판단되므로, 우연한 접촉이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와의 진지한 합의와 피해 회복은 양형에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 처벌 수위를 낮추는 핵심 요소가 되므로, 합의 자체는 여전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강제추행과 공중밀집장소추행 중 어느 죄로 처벌되나요?

접촉의 방법과 정도에 따라 갈립니다. 폭행·협박이 인정되거나 기습적으로 신체를 접촉한 경우에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밀집 상황을 이용한 은밀한 추행이어서 폭행·협박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1조로 의율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안에 따라 두 죄의 성립 여부가 함께 검토되기도 합니다.

초범이고 벌금형으로 끝나면 신상정보가 등록되나요?

선고되는 형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벌금형의 경우 신상정보 등록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관련 규정과 그동안의 제도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벌금형이 예상되더라도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 등 부수처분 문제를 반드시 함께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 사건은 법정형만 보면 다른 성범죄보다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우연한 접촉인가 고의적 추행인가'를 어떻게 다투느냐, 그리고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 같은 부수처분에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와 그 이후의 삶이 크게 달라집니다. 순간적으로 벌어지고 목격이 분명치 않은 사건일수록, 초기의 진술과 CCTV·정황 자료의 확보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억울하게 혐의를 받게 된 분이든, 피해를 입고 대응을 고민하는 분이든,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차분히 함께 살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