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어느 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또는 우편함에 꽂힌 '출석요구서'. 경찰이 나오라고 한다는 사실만으로 머릿속이 하얘지고,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일단 가서 성실히 이야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수사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찰의 출석요구가 어떤 성격의 절차인지, 연락을 받은 순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조사에 응하기 전 반드시 갖추어야 할 첫 대응을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경찰의 출석요구는 '임의수사'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에 대해서도 같은 법 제221조가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요구'라는 표현입니다. 출석요구는 상대의 협조를 구하는 임의수사일 뿐, 그 자체로 출석을 강제하는 처분이 아닙니다.

즉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 같은 강제처분과 달리, 출석요구서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어딘가에 붙잡혀 가는 것은 아닙니다. 출석 일시를 언제로 할지, 어떤 방식으로 조사에 응할지에 대해 수사기관과 협의할 여지가 있는 절차라는 점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겁먹고 서두를 필요도, 반대로 아무 준비 없이 가벼이 여길 일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출석요구가 임의수사라고 해서 아무런 응답 없이 계속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강제수사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연락을 아예 받지 않거나 요구에 반복적으로 불응하는 태도는 도망·증거인멸의 우려로 비쳐 체포영장 청구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바른 대응은 '무시'가 아니라 '준비된 응답'입니다. 당장 출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이를 알리고 일정을 조율하되, 연락 자체를 끊어 버리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대응입니다.

가장 먼저 확인할 세 가지 — 어떤 사건, 무슨 죄명, 내 신분

출석요구 연락을 받았다면, 그 자리에서 진술을 시작하기 전에 다음 세 가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 정보에 따라 이후 대응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어떤 사건인지 — 언제, 어디서, 어떤 일과 관련된 조사인지

  • 죄명이 무엇인지 — 어떤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 나의 신분이 무엇인지 — 피의자로 부르는 것인지, 참고인으로 부르는 것인지

수사기관은 출석요구서에 사건명과 죄명, 출석 요구의 취지 등을 적도록 되어 있고, 전화로 연락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내용을 물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담당 수사관의 소속과 이름, 연락처를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는 어떤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피의자와 참고인은 어떻게 다른가

피의자는 범죄 혐의를 받아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이고, 참고인은 피의자가 아니면서 사건에 관해 아는 바를 진술하는 제3자(목격자·피해자 등)입니다. 피의자에 대한 조사는 '피의자신문조서'로, 참고인에 대한 조사는 '진술조서'로 작성됩니다. 조사받는 신분이 무엇이냐에 따라 진술거부권 고지 여부, 조서의 성격과 이후 증거로서의 무게가 달라지므로, 내가 어떤 지위에서 부름을 받았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참고인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참고인으로 잠깐 오시면 된다"는 말에 안심하고 준비 없이 출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다가 진술 내용에 따라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참고인이라 하더라도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진술까지 강요당하지는 않으므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처음 부름의 명목이 참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안을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전화로 온 출석요구, 그 자리에서 진술하지 마십시오

실무에서 가장 흔한 함정이 바로 전화 통화 도중에 사실관계를 진술해 버리는 것입니다. 수사관이 "잠깐 몇 가지만 여쭤보겠다"며 통화 중에 질문을 이어 가고, 당황한 상태에서 기억에 의존해 답하다 보면, 부정확하거나 불리한 내용이 그대로 수사 자료로 남을 수 있습니다.

전화는 어디까지나 출석 일정을 정하기 위한 연락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내용을 정리해서 조사 때 말씀드리겠다"는 취지로 답하고 즉답을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출석 일시 역시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조율할 수 있으므로, 자료를 준비하고 상담을 받을 시간을 확보한 뒤 날짜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석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준비 — 변호인 상담과 진술 정리

준비 없이 출석해 '기억나는 대로' 진술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대응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긴장한 상태에서는 사소한 착오도 생기기 마련인데, 그렇게 남은 진술은 이후 번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출석 전에는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 사실관계 정리 — 사건과 관련된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자신이 분명히 기억하는 사실과 불확실한 부분을 구분해 둡니다.

  2. 자료 확보 — 계약서, 문자·메신저 대화, 이체 내역, 사진 등 자신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모아 둡니다.

  3. 변호인 상담 — 죄명과 사실관계에 비추어 무엇이 쟁점인지, 어떤 진술이 유리하고 불리한지 미리 검토합니다.

특히 조사 전 변호인의 상담을 받는 것은 단순히 심리적 안심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지, 어떤 질문이 예상되는지, 진술거부권을 언제 어떻게 행사할지를 미리 정리하고 들어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결과에서 큰 차이를 낳습니다. 이 부분은 관련 법률가이드 '피의자 조사 전 변호사 선임이 중요한 이유'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반드시 알고 가야 할 두 가지 권리 —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참여권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면, 조사실에서 자신에게 보장된 권리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핵심이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입니다.

진술거부권(묵비권)

헌법 제12조 제2항은 누구도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구체화하여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진술을 거부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등을 미리 알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술거부는 법이 보장한 권리이므로, 이를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불리한 증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어느 대목에서 어떻게 행사하는 것이 유리한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미리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관련 법률가이드 '진술거부권 언제 어떻게 쓰나'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피의자나 그 변호인 등의 신청이 있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조사에 동석해 부당한 신문에 이의를 제기하고, 진술의 방향을 조력할 수 있습니다. 혼자 조사실에 들어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변호인 참여를 신청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조사와 조서 — 초기 진술이 사건을 좌우합니다

수사 단계의 진술은 조서라는 문서로 남고, 이 조서는 이후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입니다. 특히 피의자신문조서의 무게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2020년 개정되어 2022년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따라, 이제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만 증거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수사 단계의 진술이 곧바로 유죄의 근거가 되는 구조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초기 진술이 사건의 큰 그림을 정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은 진술 내용을 조서로 작성하고, 피의자에게 이를 열람하게 하거나 읽어 줍니다. 이때 자신이 말한 것과 다르게 기재되었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정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 조서에 서명·날인하기 전에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다르게 적힌 부분은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한 번 서명한 조서를 나중에 뒤집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출석요구서 없이 전화로만 나오라고 하는데, 가야 하나요?

출석요구를 반드시 서면으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전화 등으로 연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전화만으로 통보받았다면 담당 수사관의 소속·이름, 사건명과 죄명, 자신의 신분(피의자·참고인)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확인 없이 통화 중에 사실관계를 진술하는 것은 피하고, 일정은 준비할 시간을 두고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사받으러 갈 때 변호사를 꼭 데려가야 하나요?

법적으로 반드시 변호인과 동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죄명과 사안에 따라 진술 하나하나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출석 전 상담을 통해 쟁점과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안이 무겁거나 진술이 엇갈릴 소지가 크다면 변호인의 조사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성실히 다 이야기하면 선처받을 수 있지 않나요?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참작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실히'와 '준비 없이'는 다릅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지 않은 채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면, 의도치 않게 불리하거나 부정확한 내용이 조서에 남을 수 있습니다. 협조는 하되, 무엇을 어떻게 진술할지는 미리 정리하고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금 당장은 도저히 출석할 시간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나요?

출석 일시는 조율이 가능합니다. 담당 수사관에게 사정을 알리고 가능한 날짜를 협의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연락을 끊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불응하는 태도는 오히려 신병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의 사유가 될 수 있으니, 일정 조정은 반드시 '응답'의 형태로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경찰의 출석요구는 수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그 성격은 임의수사이지만, 연락을 받은 순간의 첫 대응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작정 겁먹고 서두르지도, 반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준비 없이 응하지도 않는 것 — 그 균형을 잡는 것이 첫 대응의 핵심입니다. 출석요구를 받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진술을 시작하기 전에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차분히 함께 살펴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