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나를 겨냥한 글 하나가 포털 검색 결과 첫 화면에 며칠째 걸려 있습니다. 고소를 하고 상대가 벌금을 받아도, 정작 그 글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일과 게시글을 인터넷에서 내리는 일은 전혀 다른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나를 침해하는 게시물을 실제로 내리기 위한 삭제·임시조치 요청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원의 가처분까지, 어떤 순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형사고소만으로는 게시글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지점부터 짚겠습니다. 가해자를 고소해 처벌받게 하는 것과, 문제의 게시물을 인터넷에서 내리는 것은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수사기관은 범죄가 성립하는지를 가려 처벌 여부를 결정할 뿐, 게시물을 직접 삭제해 주지는 않습니다. 형사판결이 확정되어도 그 글은 여전히 화면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게시물을 내리는 일은 인격권 침해를 멈추게 하는 별도의 민사·행정적 절차로 접근해야 합니다. 크게 세 갈래입니다. 첫째, 글이 올라온 플랫폼에 직접 삭제·임시조치를 요청하는 길. 둘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분쟁조정과 심의를 이용하는 길. 셋째, 법원에 게시물 삭제·게시금지 가처분을 구하는 길입니다. 이 세 갈래를 사안에 맞게 조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삭제·임시조치의 근거 —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빠르게 쓸 수 있는 수단은 플랫폼에 대한 직접 요청입니다. 그 법적 근거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입니다.

삭제요청 —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 공개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침해를 받은 사람이 그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하여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쉽게 말해, 피해자가 포털·커뮤니티·SNS처럼 그 글이 올라온 플랫폼 운영자에게 "이 글이 내 권리를 침해하니 내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명'입니다. 완벽하게 증명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왜 그 글이 나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지, 그 글이 나를 가리키는 것인지를 제공자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는 설명해야 합니다. 막연히 "기분 나쁘다"가 아니라, 어느 부분이 어떤 권리를 어떻게 침해하는지를 짚어 주어야 조치가 빨라집니다.

임시조치(블라인드)와 최장 30일

제공자가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조는 제공자가 삭제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신청인과 게시자에게 알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공자 입장에서는 그 글이 정말 권리를 침해하는지 단번에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게시자는 "사실이고 공익적"이라 하고, 피해자는 "허위이고 침해"라고 맞서면, 사인(私人)인 플랫폼이 옳고 그름을 가리기 곤란합니다.

이때를 위한 장치가 임시조치입니다. 제44조의2는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제공자가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로 차단할 수 있고 그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고 정합니다. 흔히 말하는 '블라인드' 처리가 바로 이 임시조치입니다. 글이 완전히 삭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장 30일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가려 두는 것입니다.

'임시'라는 말의 무게 — 30일 뒤를 설계해야 합니다

임시조치는 말 그대로 임시입니다. 30일이라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그 사이에 당사자 사이의 다툼이 정리되지 않으면 차단이 풀려 글이 다시 노출될 수 있습니다. 게시자가 자신의 글은 정당하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임시조치는 싸움의 끝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수단으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블라인드로 급한 불을 끈 30일 동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절차나 법원의 가처분처럼 종국적으로 글을 내릴 수 있는 절차를 이어서 밟아 두는 것이 실무의 정석입니다. 임시조치만 받고 손을 놓으면, 한 달 뒤 같은 글을 다시 마주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게시글이 '권리침해'에 해당하는지부터

삭제를 요청하려면 그 글이 법이 말하는 '권리 침해'에 닿아 있어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불쾌한 것과 법적으로 침해에 해당하는 것은 다릅니다.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명예훼손 — 공연히 구체적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드러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우입니다. 형법 제307조는 사실 적시는 2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사실 적시는 5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정하고,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가 사실 적시 3년 이하, 허위사실 적시 7년 이하로 더 무겁게 다룹니다.

  • 모욕 — 구체적 사실 없이 경멸적 감정을 드러내 인격을 깎아내리는 경우로, 형법 제311조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합니다.

  • 사생활 침해 — 공개되지 않은 사적인 정보나 사진을 동의 없이 올린 경우입니다.

  • 허위사실에 의한 업무·신용 침해 — 사업자를 겨냥한 허위 후기나 근거 없는 폭로가 영업을 방해하면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 신용을 떨어뜨리면 형법 제313조 신용훼손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첫째, 사실을 그대로 적었더라도 삭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진실한 사실이라도 명예를 훼손할 수 있고, 형법 제310조는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만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사적 감정에서 비롯한 폭로나 사생활 공개는 사실이어도 침해가 됩니다. 헌법재판소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둘째, 소수만 본 글이라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명예훼손·모욕은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는데, 대법원은 특정 소수에게만 알렸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이른바 전파가능성 이론을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0도5813)로 유지·재확인했습니다. 회원제 카페나 단체 대화방에 올린 글도 얼마든지 문제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삭제까지 가는 길은 단계로 흐릅니다

실제 실무는 대체로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사안에 따라 일부 단계를 건너뛰거나 동시에 진행하기도 합니다.

① 증거부터 고정합니다

모든 절차의 출발점은 증거 보전입니다. 게시물은 언제든 사라집니다. 상대가 스스로 지우기도 하고, 삭제를 요청하는 순간 오히려 먼저 지워져 나중에 다툼의 근거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삭제를 요청하기 전에 반드시 원본을 박제해 두어야 합니다.

다음이 한 화면에 함께 담기도록 저장하십시오.

  • 게시물 주소(URL) — 어느 사이트의 어느 글인지 특정하는 핵심입니다.

  • 작성 일시와 작성자 아이디·닉네임 — 대상과 시점을 특정합니다.

  • 글 전문과 앞뒤 맥락 — 문장 한 줄만 오려낸 자료는 힘이 약합니다. 원 게시글과 댓글의 흐름까지 함께 남기십시오.

  • 조회수·공유·재확산 정황 — 피해의 정도와 전파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페이지 전체를 이미지나 PDF로 저장하고, 글이 여럿이라면 일시·URL·문제 표현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표를 만들어 두면 이후 모든 단계가 수월해집니다.

② 플랫폼에 삭제·임시조치를 요청합니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그 글이 올라온 플랫폼에 삭제·임시조치를 요청합니다. 대부분의 포털과 커뮤니티는 '권리침해 신고', '게시중단 요청' 같은 전용 창구를 두고 있습니다. 요청서에는 다음을 담는 것이 좋습니다.

  1. 침해된 권리와 침해 부분. 어느 문장이 명예훼손·모욕·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지목합니다.

  2. 그 글이 나를 가리킨다는 점(특정성). 실명이 없더라도 주변 정황상 나를 지목한 것임을 설명합니다.

  3. 침해 사실의 소명 자료. 글의 내용이 허위임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면 함께 첨부합니다.

  4. 본인 확인 자료. 요청자가 피해 당사자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요청이 접수되면 제공자는 지체 없이 삭제하거나, 판단이 어려우면 최장 30일의 임시조치(블라인드)를 하게 됩니다. 이 단계는 비용이 들지 않고 가장 빠릅니다. 침해가 명백하다면 여기서 정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③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활용합니다

플랫폼이 삭제를 거부하거나, 게시자가 계속 다투어 임시조치만 반복되는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명예훼손 분쟁조정입니다. 방심위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에 조정을 신청하면 삭제나 반박문 게재, 손해배상 등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이끌어 냅니다. 비용이 들지 않고 법원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권리침해 정보에 대한 심의입니다. 심의를 거쳐 시정요구(삭제·접속차단 등)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국내 플랫폼이 협조하지 않거나 해외 사이트에 글이 올라온 경우에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④ 게시물 삭제·게시금지 가처분

가장 강력한 수단은 법원의 가처분입니다. 대법원은 인격권 침해에 대하여 그 침해행위를 정지·예방하는 금지청구를 인정하고 있고, 이에 근거해 게시물 삭제 가처분과 게시금지(게재금지) 가처분을 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받아들이면 플랫폼이나 게시자는 그 결정에 따라 글을 내리거나 더는 올리지 못하게 되고, 위반하면 배상금이 부과되도록 강제할 수도 있습니다.

가처분을 위해서는 침해되는 권리(피보전권리)와 지금 당장 막아야 할 필요성(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야 합니다. 앞서 고정해 둔 증거, 글의 내용과 확산 정황, 그로 인한 피해가 여기서 그대로 쓰입니다. ①단계의 증거 보전이 부실하면 가처분 단계에서 그대로 발목이 잡힙니다.

⑤ 본안 소송으로 마무리합니다

가처분은 어디까지나 급한 상황을 임시로 막는 잠정적 처분입니다. 최종적으로는 게시물 삭제청구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를 본안 소송으로 다투어 마무리합니다. 형사절차에서 확보된 자료와 방심위·가처분의 결과가 본안에서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형사·민사·행정 절차를 처음부터 하나의 그림으로 설계해 두는 편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실을 그대로 쓴 글인데도 삭제를 요청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진실한 사실이라도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0조는 사실 적시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만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므로, 공익과 무관한 사적 폭로나 사생활 공개는 사실이어도 삭제 대상이 됩니다. 다만 그 글이 순수하게 공익을 위한 것이고 내용도 진실하다면 조치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초기에 냉정하게 따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플랫폼이 삭제를 거부하면 방법이 없나요?

있습니다. 플랫폼의 거부가 절차의 끝은 아닙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분쟁조정과 심의, 그리고 법원의 게시물 삭제·게시금지 가처분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가처분은 법원의 결정으로 삭제를 강제하는 수단이므로, 플랫폼의 자율적 판단에 기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거부 통지를 받았다면 그 사유를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됩니다.

해외 플랫폼에 올라온 글도 내릴 수 있나요?

국내보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해외 사업자는 국내 법 절차에 곧바로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플랫폼 자체 신고 창구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한 접속차단이 현실적인 수단이 됩니다. 다만 접속차단은 국내에서의 접근을 막는 것일 뿐 글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절차가 실효적인지는 사안마다 달라 초기에 전략을 잘 세워야 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게시글을 내리는 일은 상대를 처벌하는 일과 다른 절차이고, 증거 보전 → 삭제·임시조치 요청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가처분·본안으로 이어지는 순서를 정확히 밟는 것이 성패를 가릅니다. 특히 임시조치는 최장 30일의 잠정 조치일 뿐이므로,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게시자의 입장이라면 그 글이 진실하고 공익에 관한 것인지, 표현의 자유의 범위 안에 있는지가 다툴 수 있는 지점입니다. 온라인 게시물로 고통받고 계시거나 삭제 요청을 받고 당황하셨다면,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부터 함께 정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