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퇴근길에 빙판에서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거나,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이야기하면 "회사 밖에서 다친 것이니 산재는 안 된다"는 답을 듣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그러나 2018년 1월 1일부터는 사업주가 제공한 차량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 역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됩니다. 이 글에서는 어디까지가 산재로 보호되는 '출퇴근'인지, 중간에 마트에 들르거나 아이를 데려다주는 등 경로를 벗어났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실제 신청은 어떻게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드립니다.

출퇴근 재해가 산재가 되기까지 — 2018년의 변화

과거에는 출퇴근 중 사고가 산재로 인정되는 범위가 매우 좁았습니다. 회사가 제공한 통근버스처럼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보았고, 자기 차를 몰거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다친 경우는 원칙적으로 제외되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목적으로 회사에 가던 사람들이 단지 이용한 교통수단에 따라 보상 여부가 갈렸던 것입니다.

이러한 차별에 대하여 2016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어 2018년 1월 1일부터 이른바 '통상의 출퇴근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었습니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는 출퇴근 재해를 두 가지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 가목 —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 나목 —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즉 회사 차를 타지 않았더라도, 평소 다니던 길로 평소의 방법으로 출퇴근하다가 다쳤다면 산재 신청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출퇴근 재해는 사업주의 개별실적요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산재 처리하면 회사 보험료가 오른다"는 이유로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어디까지가 '출퇴근'인가

법은 출퇴근을 '취업과 관련하여 주거와 취업장소 사이의 이동, 또는 한 취업장소에서 다른 취업장소로의 이동'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8호). 여기서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집에서 회사로 가는 길만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 투잡·겸직도 보호됩니다. 첫 번째 근무지에서 두 번째 근무지로 이동하는 중의 사고도 출퇴근에 해당합니다.

  • '취업과 관련하여'가 전제입니다. 근무일에 정상적으로 일하러 가거나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동이어야 하며, 회식·야근·교육 등도 업무와의 관련성이 인정되면 포함될 수 있습니다.

  • 수단은 묻지 않습니다. 자가용, 버스·지하철,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어느 쪽이든 사회통념상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면 됩니다.

한편 가목의 '사업주 지배관리하 출퇴근'은 나목보다 폭넓게 보호됩니다. 통근버스나 회사가 제공한 차량을 이용하던 중의 사고는 뒤에서 설명할 경로 일탈·중단 제한을 받지 않고, 그 교통수단의 운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전반이 업무상 재해로 다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고 당시 이용한 교통수단이 회사가 제공한 것인지, 회사가 그에 준하여 관리하던 것인지를 먼저 따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의 의미

나목의 통상의 출퇴근 재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부분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입니다. 여기서 '통상적'이란 반드시 최단 거리나 늘 다니던 단 하나의 길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사회통념상 그 사람이 그 시간에 그 경로로 출퇴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공사나 정체를 피하려고 우회한 경우, 눈이 많이 와서 평소와 다른 노선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우, 카풀로 동료와 함께 이동한 경우 등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출근과 아무 관련 없는 먼 지역으로 이동하였다면, 형식적으로는 집을 나선 뒤라 하더라도 출퇴근 중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경로를 벗어나거나 멈추었다면 — 일탈과 중단

실무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퇴근길에 장을 보거나 병원에 들르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이때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요.

원칙 — 일탈·중단 중과 그 이후는 제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3항은 출퇴근 중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 그 일탈·중단 중의 사고와 그 후의 이동 중의 사고는 출퇴근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일탈'은 통상의 경로를 벗어나는 것, '중단'은 출퇴근과 무관한 행위를 위해 이동을 멈추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갖고 나오다가 다쳤다면, 그 이후의 귀가 과정까지 원칙적으로 보호 범위 밖이 됩니다.

예외 —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

다만 같은 조항은 일탈·중단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면 예외로 인정합니다. 시행령이 정한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는 행위 — 마트나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 학교나 직업교육훈련기관에서 교육·훈련을 받는 행위

  • 선거권이나 국민투표권의 행사

  •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아동이나 장애인을 보육·교육기관에 데려다주거나 데려오는 행위

  •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질병의 치료·예방을 목적으로 진료를 받는 행위

  • 요양 중인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는 행위

  •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일상생활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행위

따라서 퇴근길에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가 주차장에서 넘어졌다면 출퇴근 재해로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고 귀가하던 중 사고가 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친목 모임, 개인적인 여가·유흥, 사적인 볼일은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일탈·중단이라 하더라도, 그 볼일을 마치고 통상의 출퇴근 경로로 다시 돌아온 뒤의 사고를 어떻게 볼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판단이 갈립니다. 일탈의 목적과 시간, 경로에서 벗어난 정도, 복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보게 되므로, 애매한 사안일수록 사고 경위를 시간 순으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로가 일정하지 않은 직종의 특례

같은 법 제37조 제4항은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아니한 직종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일탈·중단에 관한 제3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개인택시나 개인화물차 운송처럼 자기 소유 차량으로 사업을 하여 이동 자체가 업무와 뒤섞이는 직종을 염두에 둔 조항입니다. 자신의 직종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면 별도로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출퇴근 중이어도 산재가 되지 않는 경우

출퇴근 중의 사고라고 하여 언제나 산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문제 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중앙선 침범과 같은 중대한 법규 위반입니다. 본인의 범죄행위가 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에는 출퇴근 중이었더라도 승인을 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단순한 전방주시 태만이나 경미한 부주의처럼 통상적인 과실에 그치는 경우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급여를 깎지 않는다는 점이 자동차보험과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자동차보험과는 어떻게 되나

출퇴근 재해로 승인되면 업무 중 재해와 동일한 보험급여를 받습니다. 치료비 전액에 해당하는 요양급여, 치료로 일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휴업급여(1일당 평균임금의 70%), 치료 후 장해가 남았을 때의 장해급여, 그 밖에 간병급여, 상병보상연금, 유족급여와 장례비, 직업재활급여 등이 있습니다. 다만 3일 이내의 요양으로 치유되는 경미한 부상은 산재보험의 요양급여 대상이 아니며, 이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 등 다른 경로를 살펴보게 됩니다.

출퇴근 중 교통사고라면 자동차보험과 겹치는 문제가 생깁니다. 실무적으로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중 어느 쪽으로 처리할지는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정할 수 있습니다.

  2. 같은 손해를 두 번 받을 수는 없습니다. 동일한 사유로 자동차보험 등에서 손해배상을 받으면 그 한도에서 보험급여가 조정됩니다.

  3. 과실이 큰 사고일수록 산재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보험은 과실비율만큼 배상액이 줄어들지만, 산재보험은 과실을 이유로 급여를 감액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료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거나 장해가 예상되는 사안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4. 초과 손해는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으로 전보되지 않는 위자료 등은 가해자나 그 보험사를 상대로 따로 다툴 수 있습니다.

신청 절차와 기한, 불승인되었을 때

산재 신청은 회사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재해를 입은 근로자 본인(또는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하는 것입니다. 회사가 동의하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1. 어디에 —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요양급여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방문, 우편, 온라인 모두 가능합니다.

  2. 무엇을 들고 — 신청서와 함께 의료기관이 작성한 소견서, 사고 경위를 알 수 있는 자료를 냅니다. 출퇴근 재해에서는 특히 경로와 시각을 보여 주는 자료가 결정적입니다. 교통카드 이용내역, 하이패스·주유 기록, 블랙박스 영상, 내비게이션 기록, 휴대전화 위치기록, 교통사고사실확인원, 근무일지나 출퇴근 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최대한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3. 언제까지 —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원칙적으로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다만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례비 등 일부 급여는 5년입니다.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자료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가급적 빨리 신청하는 편이 좋습니다.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고, 그 결과에도 불복한다면 다시 90일 이내에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느 경로를 택하든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통지서를 받는 즉시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퇴근길에 마트에 들렀다가 다쳤습니다. 산재가 되나요?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는 행위는 시행령이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므로, 출퇴근 재해로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다만 구입한 물품의 성격, 머문 시간, 경로에서 벗어난 정도 등이 함께 고려되므로, 영수증과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회식을 하고 귀가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어떻게 되나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사업주의 지시나 관리 아래 이루어진 공식 회식이었다면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어 업무상 재해로 다루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순수한 사적 모임이었다면 출퇴근 경로의 일탈·중단으로 보아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회식의 주최자, 참석의 임의성 여부, 비용 부담 주체 등이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제 과실로 난 사고인데도 산재 신청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급여를 감액하지 않습니다. 다만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처럼 범죄행위가 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산재 처리를 꺼립니다. 그래도 신청할 수 있나요?

신청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근로자 본인입니다. 회사의 동의나 날인이 없어도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퇴근 재해는 사업주의 개별실적요율 산정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회사가 우려하는 보험료 인상 문제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산재 신청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은 별도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데 출퇴근 재해가 문제 될 수 있나요?

주거지 자체가 취업장소인 재택근무의 경우 통상적인 의미의 출퇴근 이동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때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재해가 아니라 업무수행 중 사고인지 여부로 판단하게 됩니다. 다만 재택근무자가 회의 등을 위해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경우라면 출퇴근에 해당할 수 있어, 근무 형태와 이동 목적을 함께 따져 보아야 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출퇴근 재해는 요건 자체가 복잡한 사건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날 그 길로 그 시각에 이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어떤 자료로 보여 줄 수 있는가에서 결론이 갈립니다. 사고 직후에는 당연해 보이던 사실도 몇 달이 지나면 증명하기 어려워지고, 잠깐 들른 장소 하나 때문에 일탈·중단이 문제 되기도 합니다.

이미 불승인 통지를 받으셨더라도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 행정소송이라는 경로가 남아 있습니다. 다만 각 절차마다 기간이 정해져 있어 시기를 놓치면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출퇴근길 사고로 치료를 받고 계시거나 산재 인정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계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고 경위와 확보 가능한 자료를 함께 살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