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남은 가족들 사이에서 "저 사람은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이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평생 연락 한 번 없던 자녀가 나타나는 일도 있고, 유언장이 감쪽같이 사라져 다툼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우리 민법은 이런 상황 중 특별히 중대한 몇 가지 경우에 한하여 상속인의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상속결격'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그 범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속결격 사유가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이를 주장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상속결격이란 무엇인가

상속결격이란 법이 정한 중대한 사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원래 상속인이 될 지위에 있었더라도 법률상 당연히 상속자격을 잃게 하는 제도입니다. 상속은 피상속인의 재산이 가족에게 이전되는 절차인데, 피상속인의 생명을 해치거나 유언의 자유를 침해한 사람에게까지 그 재산을 주는 것은 정의 관념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속결격이 '괘씸한 행동'에 대한 포괄적 제재가 아니라, 민법이 열거한 사유에만 적용되는 예외적 제도라는 점입니다. 열거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가족 관계가 나빴더라도 상속결격을 이유로 상속인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이 실무에서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민법 제1004조가 정한 다섯 가지 결격사유

민법 제1004조는 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사유를 다음 다섯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① 고의로 피상속인 등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경우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피상속인의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사람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사람입니다.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결격사유가 됩니다. 예컨대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형을 살해한 경우, 피해자인 형이 자신과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므로 결격에 해당하게 됩니다.

여기서 '고의'는 살해에 대한 고의를 말합니다. 법원은 이 경우 살해의 고의만 있으면 충분하고, '그렇게 하면 내가 상속에 유리해진다'는 인식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상속과 무관한 동기에서 저지른 살인이라도 결격은 성립합니다. 한편 태아도 상속의 선순위 또는 동순위자가 될 수 있으므로, 상속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목적으로 태아를 낙태한 경우에도 이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② 고의로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피상속인의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입니다. 이른바 상해치사에 해당하는 경우로, 살해의 고의는 없었더라도 폭행·상해의 고의로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결격이 됩니다. 반대로 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교통사고 등)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③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경우

피상속인이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려는 것을, 또는 이미 한 유언을 철회하려는 것을 속임수나 협박으로 막은 경우입니다.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를 제재하는 취지입니다.

④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을 하게 한 경우

반대로 속임수나 협박을 써서 피상속인이 원하지 않는 내용의 유언을 하도록 만든 경우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유언을 억지로 받아낸 전형적인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⑤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경우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하거나 내용을 고치고, 찢어 없애거나 숨긴 경우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유형입니다. 특히 '은닉'은 유언서의 존재를 알면서 다른 상속인이 알지 못하게 감추어 그 발견을 방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단순히 유언서를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은닉이 되는 것은 아니고, 유언서의 효력을 방해하려는 인식과 의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실무의 일반적인 판단 방향입니다.

결격은 언제 발생하며, 별도의 재판이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실무적 특징은 상속결격은 사유가 발생하면 법률상 당연히 효력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법원에 '상속결격 선고'를 따로 청구하거나, 다른 상속인들이 동의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다면 그 사람은 그 시점부터 상속인이 아니게 됩니다.

상속개시(피상속인 사망) 전에 결격사유가 생겼다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되지 못하고, 상속개시 후에 결격사유가 생겼다면 상속개시 시점으로 소급하여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됩니다. 또한 우리 민법에는 피상속인이 결격자를 '용서'하여 상속자격을 되살려 주는 제도가 없습니다. 생전에 용서했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결격의 효력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연히 효력이 생긴다'는 것과 '다툼 없이 정리된다'는 것은 다릅니다. 결격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상속재산을 자기 앞으로 이전해 갔다면, 결국 상속재산분할심판, 상속회복청구, 상속등기 말소청구 등 별도의 절차를 통해 결격 여부를 다투어야 합니다. 이때 법원이 하는 판단은 '결격을 새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결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편 상속결격자는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받는 것)도 받을 수 없습니다. 민법은 결격에 관한 규정을 수증자에게도 준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격자의 자녀는 어떻게 되나 — 대습상속과의 관계

많은 분들이 "그 사람이 결격이면 그 집안은 아무것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속결격의 효과는 결격자 본인에게만 미치고, 그 자녀에게는 미치지 않습니다.

민법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 그 사람의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하도록 하는 대습상속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결격자에게 배우자가 있다면 그 배우자도 대습상속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들이 상속결격자가 되었더라도 손자녀가 아들의 상속분을 그대로 대신 받게 되는 결과가 생깁니다. 실무에서는 이 점 때문에 결격을 주장해도 실질적인 재산 분배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대습상속인이 누구인지, 최종 지분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를 먼저 계산해 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장 흔한 오해 — 부양하지 않은 상속인은 결격일까

상담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어릴 때 집을 나가 연락을 끊은 부모, 병간호를 전혀 하지 않은 형제, 생활비를 한 푼도 보태지 않은 자녀가 사망 후에 나타나 법정상속분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민법 제1004조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앞서 본 다섯 가지 사유는 살해·상해치사 또는 유언에 대한 침해로 한정되어 있고, 여기에 '불효'나 '부양 불이행'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현행 결격 제도의 구조가 그렇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사람 등에 대해 가정법원의 선고를 통해 상속권을 상실시킬 수 있는 '상속권 상실' 제도(이른바 '구하라법')가 민법에 도입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결격과 달리 당연히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심리와 선고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다만 적용 요건과 청구권자, 청구 기간, 그리고 어느 시점에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되는지가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반드시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결격이나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오랜 기간 피상속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에 기여한 상속인은 기여분을 주장하여 자신의 몫을 늘리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결격 주장보다 기여분과 특별수익(생전 증여) 정리가 결과를 바꾸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상속결격을 주장하려면 — 절차와 준비 서류

결격을 주장하는 쪽이 그 사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다음 순서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1. 상속인 범위와 지분을 먼저 확정합니다. 피상속인의 제적등본과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상속인 전원을 확인합니다. 결격자가 있을 경우의 대습상속인까지 함께 정리합니다.

  2. 결격사유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모읍니다. 살해·상해치사 유형이라면 형사 판결문과 판결확정증명원이 핵심 자료입니다. 유언 관련 유형이라면 유언서 원본 또는 사본, 유언 작성 경위에 관한 진료기록·녹취·메시지, 유언서를 보관하거나 처분한 정황 자료가 필요합니다.

  3. 상속재산의 현황을 파악합니다.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사망자 재산조회)를 이용하면 금융거래, 부동산, 세금 관련 내역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4. 재산 처분을 막을 조치를 검토합니다. 결격이 다투어지는 사이 부동산이 처분되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가처분·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함께 검토합니다.

  5. 절차를 선택합니다. 아직 분할이 되지 않았다면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결격을 주장하고, 이미 결격자 명의로 등기·명의개서가 이루어졌다면 상속회복청구나 등기말소청구를 검토합니다.

시간 제한도 주의해야 합니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언젠가 정리해야지" 하고 미루다가 권리 자체를 잃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어야만 상속결격을 주장할 수 있나요?

형사 유죄 확정판결이 반드시 전제조건인 것은 아닙니다. 상속결격은 별도의 재판 없이 사유의 발생만으로 효력이 생기고, 민사·가사 절차에서 법원이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심리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형사 판결문이 가장 강력한 증거이므로,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그 결과와 기록을 확보한 뒤 대응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유언장을 잃어버렸거나 실수로 훼손한 경우에도 결격인가요?

단순한 분실이나 과실에 의한 훼손은 결격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유언서의 파기·은닉이 결격이 되려면 고의로, 유언의 효력을 방해하려는 의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다만 유언서를 혼자 보관하면서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검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시간을 끄는 행위는 은닉으로 다투어질 수 있으므로, 유언서를 발견했다면 즉시 법원의 검인을 신청하고 상속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피상속인이 "저 아이에게는 한 푼도 주지 마라"고 유언하면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되나요?

유언으로 특정 상속인에게 재산을 남기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상속인 지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배제된 상속인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유류분 제도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영역이므로, 구체적 사안에서는 현행 규정과 시행 시점을 확인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상속결격은 이름이 주는 인상과 달리 적용 범위가 좁고, 인정되더라도 대습상속 때문에 결과가 기대와 달라질 수 있는 까다로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결격 주장 하나만 보지 않고 기여분, 특별수익, 유류분, 상속권 상실 제도까지 함께 놓고 가장 실효적인 경로를 설계하는 작업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가족 간 상속 다툼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사라지고 재산이 처분되어 회복이 어려워집니다. 비슷한 상황에 계시다면 사건 초기에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