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아이 아버지가 아이 명의 예금을 모두 써버렸습니다.", "친엄마가 몇 년째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 친권을 주장합니다.", "학대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여전히 친권자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듣는 상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이 마련해 둔 제도가 친권상실·친권 제한 청구입니다. 다만 이 제도는 부모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은 매우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이 글에서는 친권상실과 친권 제한의 종류, 인정 기준, 청구 방법과 그 이후의 문제까지 정리합니다.

친권은 '권리'이기 이전에 '의무'입니다

친권이라고 하면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가지는 권리처럼 들리지만, 법이 바라보는 친권의 본질은 다릅니다. 친권은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이며, 자녀의 신상에 관한 결정권과 재산을 관리하고 법률행위를 대리할 권한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친권을 제한할지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은 부모의 사정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 부모가 밉거나 괘씸하다는 사정,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친권상실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법원이 보는 것은 "그 사람이 친권자로 남아 있으면 아이에게 어떤 해가 생기는가"입니다.

민법이 정한 네 가지 조치 — 상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친권상실'만 알고 계시지만, 2014년 민법 개정으로 자녀의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러 제도가 마련되었습니다.

① 친권상실 선고 (민법 제924조 제1항)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가정법원이 친권 자체를 박탈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입니다. 선고가 확정되면 그 부모는 더 이상 친권자로서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② 친권 일시 정지 선고 (민법 제924조)

친권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만 정지시키는 제도입니다. 법원은 자녀의 상태, 양육 상황,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지 기간을 정하는데, 민법은 그 기간이 2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간이 끝나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연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치료나 교정을 전제로 관계 회복의 여지를 남겨두는 제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③ 친권 일부 제한 선고 (민법 제924조의2)

거소의 지정 등 특정한 사항에 관해서만 친권 행사를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 때문에 자녀의 필수적인 치료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그 의료행위 결정에 한정해 친권을 제한하는 식입니다. 친권 전체를 건드리지 않고 문제되는 부분만 도려내는 방식이므로, 실무에서 활용 가치가 높습니다.

④ 대리권·재산관리권 상실 선고 (민법 제925조)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부적당한 관리로 자녀의 재산을 위태롭게 한 때 재산에 관한 권한만 빼앗는 제도입니다. 자녀 앞으로 나온 보험금이나 상속재산, 손해배상금을 부모가 임의로 소비한 사안에서 주로 문제됩니다. 신상 보호는 계속 맡기되 돈 문제만 분리하는 것이므로, 재산 사고 유형에서는 상실 청구보다 이 청구가 더 적절할 때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 — 친권상실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친권상실 청구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조문이 민법 제925조의2입니다. 이 조문은 친권상실 선고는 친권 일부 제한, 대리권·재산관리권 상실, 친권자의 동의를 갈음하는 재판 등 다른 조치로는 자녀의 복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보충성 원칙입니다.

또한 친권 일시 정지, 일부 제한, 대리권·재산관리권 상실 역시 더 가벼운 조치로 해결되지 않을 때 비로소 선고할 수 있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즉 법은 가장 약한 개입부터 검토하고, 그것으로 부족할 때에만 단계를 올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이 원칙은 결정적입니다. 곧바로 친권상실만을 구했다가, 법원이 "이 사안은 재산관리권 상실 정도로 충분하다"고 판단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따라서 청구서를 쓰기 전에 어떤 조치가 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만큼의 개입인지를 먼저 설계하고, 필요하다면 예비적으로 여러 조치를 함께 구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나 — 청구권자

친권상실 등의 청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민법 제924조가 정한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 자녀 본인 — 미성년자라도 청구권자가 됩니다.

  • 자녀의 친족 — 조부모, 이모·삼촌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조부모가 손자녀를 데리고 있으면서 청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 검사

  • 지방자치단체의 장

  •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여기에 더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는 아동학대행위자가 피해아동의 친권자나 후견인인 경우 검사가 친권상실 선고를 청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친권상실 선고 등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 아동복지법 제18조 역시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검사가 친권 남용, 아동학대 등이 확인되면 친권 제한이나 상실 선고를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나서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아동보호 기관이나 수사기관을 통한 경로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인정되나 — 실제로 문제되는 상황들

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다고 볼 수 있는 대표적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만 아래에 해당한다고 해서 상실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사안의 정도와 지속성, 개선 가능성을 함께 봅니다.

  • 신체적·정서적 학대나 방임 —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아동보호사건 처분이 있었던 경우 특히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 자녀 재산의 유용 — 자녀 명의 상속재산·보험금·합의금을 임의로 인출해 사적으로 소비한 경우.

  • 장기간의 유기와 연락 두절 — 다만 단순히 오래 만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해 자녀에게 구체적 불이익(진학·의료·재산 처분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 중대한 비행이나 상태 지속 — 심각한 약물·알코올 문제, 반복적 범죄로 인한 장기 수감 등으로 사실상 친권 행사가 불가능한 경우.

  • 필수적 의료행위에 대한 부당한 거부 — 이 유형은 상실보다 친권 일부 제한이 적합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대법원은 친권상실 여부를 판단할 때 친권을 그대로 두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지를 중심으로, 자녀의 나이와 의사, 부모와의 관계, 다른 보호 수단의 존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온 바 있습니다. 결국 추상적 비난이 아니라 구체적 해악의 입증이 관건입니다.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친권상실·일시정지·일부 제한·대리권 및 재산관리권 상실 청구는 가정법원의 마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처리됩니다. 반면 그 결과 필요해지는 미성년후견인 선임 청구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성격이 다릅니다.

  1. 관할 법원에 심판청구 — 통상 자녀(사건본인)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청구합니다.

  2. 사실조사 — 가사조사관의 조사, 관련 기관에 대한 사실조회, 자녀 의사 확인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가 일정 연령 이상이면 법원이 그 의견을 듣습니다.

  3. 사전처분 검토 — 심판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그 사이 재산이 처분되거나 아이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다면 친권자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키고 대행자를 선임하는 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것이 실효적입니다. 급박한 사안에서는 이 신청 여부가 결과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4. 심판과 불복 — 심판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간 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습니다.

  5. 후속 조치 — 단독친권자에 대해 상실 등이 선고되면 생존하는 다른 한쪽을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그것이 적절하지 않으면 민법 제928조에 따라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아이의 법정대리인이 공백 상태가 되므로, 청구 단계에서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선고 이후 — 양육비와 상속은 어떻게 되나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첫째, 친권을 잃어도 양육비 지급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민법은 친권상실 등이 선고되더라도 부모의 자녀에 대한 그 밖의 권리와 의무는 변경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친권상실은 '권한'을 거두는 것이지 '책임'을 면제해 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둘째, 친권상실은 곧바로 상속권 박탈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친권을 잃은 부모라도 자녀가 먼저 사망하면 원칙적으로 상속인이 됩니다. 다만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민법 제1004조의2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행위·학대 등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에 대하여 상속권 상실 선고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안에 따라 별도의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친권 문제와 상속 문제는 별개의 절차라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셋째, 상실 상태가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926조는 상실 원인이 소멸한 경우 본인이나 친족의 청구로 실권 회복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치료를 마치고 생활이 안정되었다면 다시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혼하면서 상대방의 친권을 아예 없앨 수 있나요?

이혼 절차에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친권자 지정'이지 '친권상실'이 아닙니다. 한쪽을 단독 친권자로 지정하면 상대방은 친권을 행사하지 않게 되므로, 대부분의 사안은 친권자·양육자 지정으로 해결됩니다. 친권상실 청구는 그 이후에도 상대방의 개입으로 자녀에게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 검토하는 절차입니다.

양육비를 몇 년째 주지 않는데 친권상실이 되나요?

양육비 미지급 사실만으로는 친권상실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미지급은 이행명령, 감치, 재산 명시·조회, 직접지급명령 등 별도의 이행 확보 절차로 다투는 것이 통상적인 경로입니다. 다만 장기간의 완전한 유기와 연락 두절이 함께 있고 그로 인해 아이의 진학·의료·재산 문제가 현실적으로 막혀 있다면, 사안에 따라 친권 제한 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자녀 명의 통장을 부모가 다 써버렸습니다. 어떤 청구를 해야 하나요?

이런 유형은 친권상실보다 민법 제925조의 대리권·재산관리권 상실 청구가 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보충성 원칙상 법원도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남아 있는 재산의 추가 유출이 우려된다면 직무집행정지 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부모인데 제가 직접 청구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민법 제924조는 자녀의 친족을 청구권자로 정하고 있어 조부모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청구가 받아들여진 뒤 아이의 법정대리인 공백을 막으려면 미성년후견인 선임까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친권상실·제한 사건은 어떤 조치를 구할 것인지, 자녀에게 발생한 구체적 해악을 어떤 자료로 보여줄 것인지에서 결론이 갈립니다. 감정적으로 강한 청구를 먼저 던지기보다, 보충성 원칙에 맞는 적정한 조치를 설계하고 사전처분과 후견인 선임까지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아이를 실제로 보호하는 길입니다. 법무법인 도모는 이혼·가사 사건에서 친권자 지정부터 친권 제한, 미성년후견, 그 이후의 상속 문제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함께 살펴 드리고 있습니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