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부동산 매매계약을 맺은 뒤 사정이 바뀌어 "없던 일로 하고 싶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매수인이라면 계약금을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 매도인이라면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실제로 우리 민법은 이런 방식의 계약 해제를 인정합니다. 다만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계약금을 일부만 주고받았을 때는 그 기준이 무엇인지에는 분명한 원칙과 한계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계약금 포기와 배액배상, 즉 '해약금에 의한 해제'의 요건과 한계를 정리합니다.

계약금은 어떤 성격을 가질까

계약을 맺으면서 오가는 계약금은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셋을 구분해 두면 이후의 다툼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 증약금 —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돈입니다. 계약금이 오갔다면 기본적으로 이 성격을 가집니다.

  • 해약금 —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남겨 두는 돈입니다. 민법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계약금을 이 해약금으로 추정합니다.

  • 위약금 — 한쪽이 계약을 어겼을 때 손해배상의 명목으로 몰취되거나 청구되는 돈입니다. 다만 이 성격은 별도의 위약금 약정이 있어야 인정됩니다.

즉 아무런 특약 없이 계약금만 오간 경우, 그 계약금은 원칙적으로 '해약금'으로 추정될 뿐이며 자동으로 위약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이 실무에서 자주 오해되는 부분입니다. "상대가 계약을 어겼으니 당연히 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약금 약정이 없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565조 — 계약금에 의한 해제

계약금 포기와 배액배상의 근거는 민법 제565조 제1항입니다. 이 조문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매도인은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계약금을 건넨 사람(대개 매수인)은 그 계약금을 포기함으로써, 계약금을 받은 사람(대개 매도인)은 받은 돈에 같은 금액을 더해 두 배로 돌려줌(배액상환)으로써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상대방의 잘못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계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채무불이행)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약에 남겨 둔 '해제할 수 있는 여지'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해제를 두고 '위약이 아닌 해제', 즉 정당하게 약속된 대가를 치르고 계약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라는 시간의 벽

계약금에 의한 해제에는 반드시 넘을 수 없는 시간의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이 계약의 이행을 시작한 뒤에는, 아무리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물어주겠다고 해도 이 방법으로는 계약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행의 착수'란 무엇인가

판례는 이행의 착수를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채무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으로 봅니다. 단순히 이행을 준비하는 단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부동산 매매에서 가장 전형적인 예는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입니다. 이 밖에 잔금 지급, 매도인 측의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제공하는 행위 등도 이행의 착수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하고 나면, 매도인은 더 이상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매도인이 이행에 착수한 경우라면, 매수인도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만으로 계약을 깰 수 없습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이행에 들어서면 '계약금 해제'의 문은 닫힌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한편 판례는 이행기(예: 중도금 지급일)가 정해져 있더라도, 그 전에는 이행에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아직 중도금 날짜가 안 됐으니 그때까지는 언제든 깰 수 있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예정보다 앞서 중도금을 넣어 버리면, 그 순간 계약금 해제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액배상은 '말'이 아니라 '현실제공'으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하려 할 때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두 배로 돌려주겠다"고 말이나 통지만 하면 곧바로 해제가 되는 것으로 아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판례는, 배액상환에 의한 해제가 효력을 가지려면 매도인이 그 배액을 실제로 제공(현실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이를 받지 않으려 한다고 해서 반드시 법원에 공탁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도인이 배액을 현실적으로 제공하였다면, 매수인이 수령을 거절하더라도 해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제공의 사실과 시점을 증거로 남겨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언제,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제공했는지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계약금 일부만 냈다면 — 기준은 '실제 받은 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

최근 실무에서 특히 자주 문제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금을 1억 원으로 약정했는데 우선 1,000만 원만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는 며칠 뒤 주기로 한 경우, 매도인이 마음이 바뀌어 받은 1,000만 원의 두 배인 2,000만 원만 돌려주고 계약을 깰 수 있는지가 다투어집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실제 받은 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전액을 기준으로 해약금을 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4다231378). 위 예에서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 건네진 1,000만 원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 1억 원이므로, 매도인이 1,000만 원의 배액인 2,000만 원을 돌려주는 것만으로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를 인정한다면, 계약금을 아주 조금만 걸어 두고도 손쉽게 계약을 뒤집을 수 있게 되어 계약금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취지입니다.

같은 판결은 또 다른 중요한 점도 밝혔습니다. 계약금계약은 실제로 돈이 오가야 성립하는 성질을 가지므로, 계약금 일부만 지급되고 나머지는 나중에 주기로 한 상태라면 아직 계약금계약 자체가 온전히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에는 당사자가 계약금 규정을 근거로 계약을 임의로 해제하는 것 자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조금만 걸어 두고 언제든 가볍게 발을 빼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해약금 해제와 위약금·손해배상은 다르다

계약금에 의한 해제와 위약금 문제는 자주 뒤섞여 이해되지만, 법적으로는 분명히 구별됩니다.

먼저 계약금에 의한 해제(해약금 해제)는 상대방의 잘못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이를테면 '약속된 비용을 치르고 빠져나오는' 해제입니다. 그래서 민법 제565조 제2항은 이 경우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제551조)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고 해제하면, 그와 별도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포기한 계약금 또는 더 얹어 준 금액이 곧 해제의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상대방이 실제로 계약을 어겨(채무불이행)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계약서에 "위약 시 계약금을 몰취한다" 또는 "배액을 상환한다"는 위약금 약정이 있으면, 그 계약금 상당액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됩니다(민법 제398조 제4항). 위약금 약정이 없다면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될 뿐이므로, 계약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실제 손해를 따로 입증해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지나치게 많다면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도 있습니다.

가계약금·중도금 — 함께 짚어야 할 지점

계약금 문제는 흔히 '가계약금' 및 '중도금'과 맞닿아 있어, 이 두 가지를 함께 이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가계약금 — 정식 계약 전에 물건을 잡아 두기 위해 소액을 먼저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당사자가 어디까지 합의했는지(목적물·대금·계약의 주요 내용이 정해졌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 법률가이드 '가계약금 반환' 편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중도금 — 앞서 보았듯 중도금 지급은 대표적인 '이행의 착수'입니다. 중도금이 오간 뒤의 해제는 더 이상 계약금 문제가 아니라 채무불이행과 위약금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이 부분은 관련 법률가이드 '중도금 지급 후 계약해제' 편에서 다룹니다.

분쟁을 예방하려면

계약금을 둘러싼 다툼은 대부분 계약서 문구와 '시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다음을 미리 챙겨 두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1. 계약서에 계약금·위약금 조항을 명확히 합니다. 계약금을 위약금(손해배상 예정)으로도 삼을 것인지, 해제 시 처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어 둡니다.

  2. 해제하려면 '이행 착수 전'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중도금이 오갔는지, 상대방이 이행을 시작했는지가 핵심입니다.

  3. 매도인의 배액상환은 반드시 현실제공으로, 증거를 남깁니다. 언제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제공했는지 기록해 둡니다.

  4. 계약금을 일부만 주고받은 경우 특히 신중해야 합니다. 약정 계약금 전액이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금을 조금만 냈는데, 집주인이 그 두 배만 돌려주면 계약이 깨지나요?

원칙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에도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 받은 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전액이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4다231378). 따라서 매도인이 실제 받은 일부 금액의 배액만 돌려주는 것으로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이미 중도금을 냈는데,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깰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중도금 지급은 대표적인 '이행의 착수'이므로, 그 이후에는 계약금 포기나 배액상환에 의한 해제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계약을 해제할 다른 사유가 있는지, 위약금은 어떻게 되는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매도인이 "배액을 주겠다"고 문자만 보내면 계약이 해제되나요?

말이나 통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판례는 배액상환에 의한 해제가 효력을 가지려면 매도인이 그 배액을 실제로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상대방이 받기를 거절하더라도 공탁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했는데,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나요?

계약금에 의한 해제는 손해배상과 함께 청구할 수 없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2항이 이 경우 손해배상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은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의 문제이며, 위약금 약정이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계약금 문제는 '계약을 되돌릴 수 있는가'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가'가 시점과 계약서 문구 하나로 완전히 달라집니다. 중도금이 오가기 전인지, 계약금을 전부 주고받았는지, 위약금 약정이 있는지에 따라 유리한 전략이 전혀 달라집니다. 계약을 정리하고 싶은 분도, 갑자기 상대방으로부터 해제 통보를 받은 분도, 성급히 결론 내리기 전에 사실관계와 시점을 함께 짚어 보시길 권합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