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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병원의 잘못을 환자가 증명해야 하나요 — 의료소송 입증책임의 원칙과 판례가 인정한 완화 법리

2026. 07. 24.

의료사고 손해배상에서 과실과 인과관계를 증명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환자 측에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인과관계를 추정해 주는 완화 법리를 발전시켜 왔고, 설명의무처럼 반대로 병원이 증명해야 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무엇을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 무엇부터 확보해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목차

  1. 원칙은 '환자 측이 증명한다'입니다
  2.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하는 세 가지
  3. 그런데 왜 유독 증명이 어려울까
  4. 판례가 만들어 온 '입증책임 완화' 법리
  5. 인과관계를 '추정'해 주는 법리
  6. 2023년, 대법원이 기준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7. 완화되었어도 '과실'은 여전히 환자 측의 몫입니다
  8. 반대로 병원이 증명해야 하는 영역 — 설명의무
  9. 진료기록 — 입증의 출발점이자 승부처
  10. 열람·사본 교부 청구는 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11. 기록을 고쳤다면 '입증방해'가 됩니다
  12. 법정에서 과실을 밝히는 방법 — 감정과 그 한계
  13. 형사사건에서는 추정 법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14. 지금 해야 할 일 — 단계별 정리
  15. 자주 묻는 질문
  16. 병원이 진료기록 사본 교부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17. 의료사고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얼마인가요?
  18. 소송 전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을 꼭 거쳐야 하나요?
  19. 과실이 인정되면 손해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나요?
  20. 사망 사건인데 부검을 권유받았습니다. 해야 할까요?
  21.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수술이나 시술 뒤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기면 환자와 가족은 병원에 설명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대개 "불가피한 합병증이었다",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입니다. 납득이 되지 않아 소송을 알아보면 이번에는 "의료소송은 환자가 이기기 어렵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 말의 실체가 바로 입증책임입니다.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고, 끝내 증명되지 않았을 때 누가 불이익을 지는지가 의료사고 사건의 결론을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의료사고에서 입증책임이 원칙적으로 누구에게 있는지, 판례가 그 부담을 어디까지 덜어 주고 있는지, 반대로 병원이 증명해야 하는 영역은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무엇을 확보해 두어야 하는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원칙은 '환자 측이 증명한다'입니다

의료사고 손해배상은 두 가지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의료진의 잘못으로 신체를 침해당했다는 불법행위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와 병원 사이에 체결된 진료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채무불이행 손해배상(민법 제390조)입니다. 실무에서는 두 구성을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구성하더라도 의료상 과실과 인과관계를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은 환자 측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하면 병원이 '자신에게 잘못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지만, 진료계약은 결과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는 계약이 아니라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진료하겠다는 성격의 계약이므로, 결국 '그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환자 측이 짚어야 합니다.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하는 세 가지

재판에서 환자 측이 세워야 하는 기둥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 진료상 과실 —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 비추어, 통상의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했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하지 말았어야 할 행위를 했다는 점입니다. 진단 지연, 검사 미실시, 수술 중 부주의, 경과관찰 소홀, 응급조치 지연, 감염관리 부실 등이 전형적입니다.

  • 손해의 발생 — 사망, 후유장해, 추가 수술과 치료, 그로 인한 소득 상실과 정신적 고통을 말합니다. 치료비 같은 적극손해, 일실수입 같은 소극손해, 위자료로 나누어 산정합니다.

  • 인과관계 — 그 과실 때문에 그 결과가 발생했다는 연결고리입니다. 의료소송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결과가 나빴다는 사실만으로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의료행위에는 본래 불확실성이 따르고, 최선을 다해도 나쁜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치료 방법의 선택에는 의사의 재량이 인정되므로, 다른 방법을 택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사후적 평가만으로 과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떤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는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내는 작업이 사건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런데 왜 유독 증명이 어려울까

같은 손해배상이라도 의료소송이 특별히 어려운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 고도의 전문성 — 어떤 조치가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적절했는지는 전문가의 판단 영역이며, 일반인은 물론 법관도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 과정의 밀행성 — 진료는 의료진의 지배영역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특히 전신마취 상태의 수술이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은 환자가 아예 인식할 수 없습니다.

  • 증거의 편재 — 사건의 거의 모든 자료가 병원 안에 있습니다. 진료기록, 검사 결과, 마취기록, 간호기록, 영상자료 모두 병원이 작성하고 병원이 보관합니다.

  • 대체 원인의 존재 — 환자에게 원래 있던 질병(기왕증), 체질, 합병증 가능성 등 결과를 설명할 다른 원인이 늘 함께 존재합니다. 병원 측은 이 점을 방어 논리로 삼습니다.

판례가 만들어 온 '입증책임 완화' 법리

이런 불균형을 그대로 두면 환자는 사실상 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법원은 오래전부터 입증책임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환자 측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 주는 법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인과관계를 '추정'해 주는 법리

전통적으로 판례가 취해 온 태도는 이렇습니다. 의료행위는 전문성과 밀행성을 가지므로 환자 측이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환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잘못된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고, 그 결과가 그 의료행위 외의 다른 원인으로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정, 예컨대 환자에게 그 결과를 초래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진료 전에는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부합한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2023년, 대법원이 기준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다만 위 법리에는 부담스러운 요소가 있었습니다. '다른 원인이 개재되지 않았다'는 점까지 환자 측이 사실상 증명해야 한다면, 이는 없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요구에 가까워 실제로는 완화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2023년 판결을 통해 이 법리를 한층 정돈했습니다. 새 기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환자 측이 ①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가 있었다는 점과, ② 그 과실이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 의료행위를 한 병원 측이 그 결과가 진료상 과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 때문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핵심은 환자 측이 넘어야 할 문턱이 '다른 원인의 배제'에서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으로 옮겨졌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개연성은 자연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될 정도일 필요는 없지만, 단순한 가능성이나 추측을 넘어 해당 과실이 결과를 일으켰다고 볼 만한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른 원인을 들어 반박할 부담이 병원 측으로 넘어갑니다. 자료를 모두 가지고 있고 전문지식도 갖춘 쪽이 해명하도록 한 것이어서, 실제 소송의 공방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완화되었어도 '과실'은 여전히 환자 측의 몫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지점입니다. 판례가 완화해 준 것은 인과관계이지 과실이 아닙니다. 즉 "무엇이 잘못된 조치였는지"는 여전히 환자 측이 특정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병원이 "우리는 과실이 없다"는 점을 먼저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진료기록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여 어느 시각의 어떤 수치와 증상 앞에서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는지를 짚어내는 작업이 승패를 가릅니다. 이 작업이 부실하면 아무리 결과가 참혹해도 재판은 병원에 유리하게 흘러갑니다.

반대로 병원이 증명해야 하는 영역 — 설명의무

의료소송 안에도 입증책임이 뒤집혀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설명의무입니다. 의사는 수술이나 침습적 검사처럼 환자에게 위험이 따르는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질병의 상태와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과 후유증, 대안이 되는 다른 치료 방법을 환자에게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그 의료행위를 받을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치료 자체를 잘했는지와는 별개의 의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의사 측에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는 점입니다. 환자가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충분히 설명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병원은 동의서를 보관하고 서명을 받아 두는 것입니다. 다만 동의서에 서명이 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설명의무가 자동으로 이행된 것은 아닙니다. 부동문자로 인쇄된 항목을 나열한 서식에 형식적으로 서명만 받았을 뿐, 환자의 구체적 상태에 맞추어 실질적인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설명 시점이 수술 직전이어서 숙고할 시간이 없었는지, 설명한 사람이 실제 집도의였는지도 함께 다투어집니다.

다만 배상의 범위는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설명의무 위반만을 이유로 삼는 경우, 배상받을 수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입니다. 치료비와 일실수입까지 포함한 손해 전부를 청구하려면, 설명의무 위반과 중대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위반의 정도가 진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같이 볼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기준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진료상 과실을 주된 주장으로 세우고 설명의무 위반을 함께 주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진료기록 — 입증의 출발점이자 승부처

의료소송에서 사실상 유일한 원자료는 진료기록입니다. 진료기록부, 경과기록, 간호기록, 마취기록, 수술기록, 검사 결과지, 영상자료, 투약 및 처방 내역, 응급실 기록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사건의 성패는 이 자료를 얼마나 빠짐없이, 얼마나 이른 시점에 확보하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열람·사본 교부 청구는 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의료법 제21조는 환자 본인이 자신에 관한 기록의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고,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환자 본인이 아니더라도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등은 친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와 환자의 동의서 등 법령이 정한 요건을 갖추면 청구할 수 있고, 환자가 사망하였거나 의식이 없어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 관해서도 별도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청구할 때는 일부만 골라 받지 말고 해당 기간의 기록 일체를 요청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간호기록과 활력징후 기록은 언제 이상 징후가 나타났고 그때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여서, 의사가 작성한 요약 기록보다 결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자료는 판독지뿐 아니라 원본 파일까지 함께 받아 두어야 별도의 판독이 가능합니다.

기록을 고쳤다면 '입증방해'가 됩니다

의료법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판례는, 의료진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경우 그에 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해명을 하지 못하는 한 이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행위에 해당하며, 법원은 이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환자 측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변조가 있다고 하여 입증책임이 곧바로 병원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의 심증 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정도라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이 점을 확인하는 방법이 전자의무기록의 접속기록(로그) 확인입니다. 언제 누가 어느 항목을 입력했고 이후에 수정했는지가 남기 때문에, 사고 발생 이후에 기록이 손질된 정황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곧 증거입니다. 병원과 다투는 기색을 보이기 전에 기록부터 확보하는 것이 순서이며, 병원이 사본 교부를 미루거나 훼손·변조가 우려된다면 소송 제기 전이라도 민사소송법 제375조의 증거보전 신청을 통해 법원이 직접 기록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법정에서 과실을 밝히는 방법 — 감정과 그 한계

진료기록을 확보했다면 다음은 그것을 의학적으로 해석하는 단계입니다. 소송에서 쓰이는 주된 수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진료기록 감정 — 법원이 관련 학회나 전문 의료기관에 감정을 촉탁하여, 당시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받습니다. 의료소송의 사실상 핵심 절차입니다.

  • 신체감정 — 남은 장해의 정도와 노동능력상실률, 향후치료비와 개호 필요성을 확인하여 손해액 산정의 기초로 삼습니다.

  • 사실조회 — 다른 의료기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회 등에 특정 사항을 조회합니다.

  • 문서제출명령 — 병원이 자료를 내놓지 않을 때 민사소송법 제344조에 따라 법원이 제출을 명하도록 신청합니다.

  • 부검 — 사망 사건에서 사인을 확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다만 감정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감정의는 대개 같은 분야의 의료인이므로 표현이 보수적인 경우가 많고, "당시로서는 선택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는 식의 결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감정신청서에 담을 질문 항목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감정 결과 자체를 좌우합니다. "과실이 있었습니까"처럼 뭉뚱그린 질문 대신, 특정 시각의 검사 수치와 증상을 제시하고 "그 상태에서 어떤 조치가 요구되었는지", "그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나누어 묻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형사사건에서는 추정 법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고라도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로 고소하는 형사절차는 증명의 강도가 다릅니다. 형사에서는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을 넘는 정도로 과실과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며, 민사에서 인정되는 인과관계 추정 법리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그 결과 민사에서는 병원의 배상책임이 인정된 사안인데도 형사에서는 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형사 고소를 검토하실 때는 이 차이를 미리 알고 계셔야 하며, 반대로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그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가 민사소송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 — 단계별 정리

의료사고를 겪으셨다면 순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록부터 확보합니다. 병원과 책임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의료법에 따라 해당 기간의 진료기록 일체와 영상자료 원본을 사본으로 받아 둡니다. 여러 병원을 거쳤다면 전원 전후의 기록을 모두 모아야 경과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2.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언제 어떤 증상이 나타났고, 누구에게 무엇을 알렸으며, 어떤 답을 들었는지를 날짜와 시각 단위로 적어 둡니다. 환자와 보호자만이 알고 있는 내용은 기록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나기 전에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병원 측 설명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면담 내용을 메모하거나, 사후 설명을 문서로 요청합니다. 사고 직후의 설명과 나중에 소송에서 나오는 주장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초기 진술은 그 자체로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4. 사망 사건이라면 부검 여부를 즉시 판단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므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5. 의료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쟁점을 특정합니다. 어느 시점의 어떤 조치가 문제인지 좁혀야 감정신청서와 소장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6. 조정과 소송 중 경로를 선택합니다. 사안의 성격, 자료의 충실도, 상대 병원의 태도, 소멸시효까지 남은 기간을 함께 고려해 결정합니다.

병원이나 보험사가 조기에 합의를 제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는 합의서에 "이후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조항이 들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장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명하면 나중에 후유증이 남아도 추가 청구가 막힐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병원이 진료기록 사본 교부를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으므로, 우선 서면으로 청구하고 거부 사유를 문서로 받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응하지 않으면 관할 보건소나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고, 소송 전이라면 증거보전 신청, 소송 중이라면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통해 법원을 통해 확보할 수 있습니다. 거부하거나 시간을 끄는 태도 자체가 재판에서 병원 측에 불리한 정황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의료사고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얼마인가요?

불법행위로 구성하면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입니다. 진료계약 위반, 즉 채무불이행으로 구성하면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이 적용될 여지가 있어, 3년이 지난 사안에서 이 구성이 실익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손해를 안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는 사안마다 다투어지므로, 시간이 꽤 지났더라도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기산점부터 검토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소송 전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을 꼭 거쳐야 하나요?

의무 절차는 아닙니다. 다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는 의료인과 법조인 등으로 구성된 감정부가 있어 비교적 짧은 기간과 낮은 비용으로 전문적 감정 의견을 받아 볼 수 있고,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원칙적으로 상대방이 응해야 절차가 개시되지만, 사망이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등 법이 정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상대의 동의가 없어도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됩니다. 자료가 충분치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조정 신청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므로, 사안에 따라 선택하시면 됩니다.

과실이 인정되면 손해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나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은 환자에게 원래 있던 질병의 위험도, 그 질병이 결과에 기여한 정도, 의료행위 자체가 가진 불가피한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 비율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인정된 손해액 전부가 아니라 그중 일정 비율만 배상액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임 제한 비율을 다투는 것도 소송의 중요한 부분이며, 병원의 과실이 중하고 명백할수록 제한 폭이 줄어듭니다.

사망 사건인데 부검을 권유받았습니다. 해야 할까요?

가족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이지만, 의료소송의 관점에서는 부검이 사인을 확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부검 없이 장례를 마치면 이후 사망 원인을 두고 병원 측이 다른 원인을 주장할 때 이를 반박할 자료가 사실상 남지 않아, 인과관계 증명이 크게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므로, 가능하다면 짧은 시간 안에라도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보고 판단하시기를 권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의료사고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억울한가"가 아니라, 진료기록 안에서 문제의 시각과 문제의 조치를 정확히 집어낼 수 있는가입니다. 판례가 인과관계의 문턱을 낮추어 병원 측에 해명 부담을 넘겨 주었다고 해도, 그 문을 여는 열쇠인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와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은 여전히 환자 측이 만들어 내야 합니다. 여기에 설명의무처럼 병원이 증명해야 하는 영역을 함께 짚고, 감정 질문 항목을 정교하게 설계하며, 책임 제한 비율까지 다투어야 비로소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배상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시간이 곧 증거인 분야입니다. 진료기록 확보가 늦어질수록, 부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미뤄질수록, 초기 설명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할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공백이 생깁니다. 병원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으시거나, 합의를 제안받았는데 그대로 마무리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으신다면, 서명하시기 전에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보된 진료기록과 경과를 함께 살펴, 다툴 수 있는 쟁점이 무엇이고 현실적인 대응 경로가 어디인지 짚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