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임대인이라면 한 번쯤 "세입자가 계약이 끝나도 나가지 않으면, 차임을 계속 밀리면 어떻게 하나"를 걱정하게 됩니다. 막상 문제가 생겨 명도소송으로 판결을 받으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해 임대차 실무에서 널리 쓰이는 제도가 바로 제소전화해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소전화해가 무엇인지, 왜 확정판결과 같은 힘을 갖는지, 임대차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제소전화해란 무엇인가

제소전화해는 말 그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하는 화해'입니다. 민사상 다툼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으로 가기 전에 미리 법원에 화해를 신청하고, 법원 앞에서 합의 내용을 확인받아 조서로 남기는 절차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85조는 당사자가 청구의 취지와 원인, 다투는 사정을 밝혀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주소지 등)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에 화해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재판이 '다툰 뒤 판결로 끝나는' 절차라면, 제소전화해는 '다투기 전에 합의로 마무리하는' 절차입니다. 양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을 법원이 조서(화해조서)에 기재하면, 그 조서는 단순한 계약서를 넘어서는 강한 효력을 갖게 됩니다.

왜 확정판결과 같은 힘을 갖는가 — 화해조서의 효력

제소전화해의 핵심은 '효력'에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20조는 화해를 조서에 적은 때에는 그 조서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즉 성립한 화해조서는 재판에서 판결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 기판력 — 화해조서에 담긴 권리관계는 확정된 것으로 다루어져, 같은 내용을 두고 다시 소송으로 다툴 수 없습니다.

  • 집행력 — 화해조서 자체가 강제집행의 근거(집행권원)가 됩니다. 상대방이 조서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별도의 판결 절차 없이 곧바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집행력 때문에 제소전화해가 실무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보통은 권리를 실현하려면 소송을 걸어 판결을 받아야 하지만, 제소전화해조서가 있으면 그 판결 단계를 미리 확보해 두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임대차에서 제소전화해가 쓰이는 이유 — 명도 담보

제소전화해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가 바로 임대차, 특히 상가 임대차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가장 곤란한 상황은 계약이 끝났는데도 세입자가 점포를 비워 주지 않거나(명도 거부), 차임을 장기간 연체하면서 버티는 경우입니다.

이때 제소전화해조서가 없으면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제기해 판결을 받은 뒤에야 강제집행(명도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소송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그동안 점포는 계속 묶여 있게 됩니다. 반면 계약 체결 단계에서 미리 제소전화해를 해 두면, '계약이 종료되거나 차임을 일정 기간 연체하면 임차인은 목적물을 인도한다'는 내용을 화해조서에 담아 둘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명도 사유가 발생했을 때, 임대인은 새로 소송을 거치지 않고 그 화해조서를 집행권원으로 삼아 곧바로 명도집행 절차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소전화해가 '명도를 담보하는 안전장치'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다만 뒤에서 보듯, 이 담보 기능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제소전화해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제소전화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1. 화해신청서 제출 — 청구취지·청구원인과 화해조항(합의 내용)을 적어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에 신청합니다.

  2. 화해기일 지정·출석 — 법원이 화해기일을 정하면 양 당사자(또는 대리인)가 출석합니다.

  3. 화해 성립과 조서 작성 — 당사자의 합의가 확인되면 법원이 화해조서를 작성합니다. 이 조서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4. 불성립 시 — 화해가 성립되지 않으면,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4항에 따라 당사자는 소제기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적법한 소제기신청이 있으면 화해를 신청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대리인 문제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2항은 당사자가 화해를 위하여 자신의 대리인을 선임할 권리를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한쪽이 사실상 양쪽 대리인을 모두 좌우하는 형식적·편면적 화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제소전화해가 실질적인 합의에 기초해야 함을 보여 줍니다.

화해조항은 어떻게 정해야 하나

제소전화해의 효과는 화해조항을 얼마나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화해조서는 그 자체가 집행의 근거가 되므로, 나중에 집행 단계에서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조항을 명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임대차 제소전화해에서 자주 담기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임대차 목적물(점포·주택)의 정확한 표시

  • 계약 종료 사유와 그 시점(기간 만료, 합의 해지 등)

  • 차임·관리비 연체의 기준과 그에 따른 효과

  • 계약이 종료되면 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명도)한다는 조항

  • 인도 시기와 방법, 미이행 시의 처리

특히 '차임을 몇 기(期) 이상 연체하면'과 같은 조건은 뒤에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항이 모호하면 정작 집행이 필요한 순간에 집행문 부여 단계에서 막히거나, 조건 성취 여부를 두고 또다시 분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강행법규를 위반한 화해조항은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제소전화해가 강력한 만큼 오해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오해가 "제소전화해만 해 두면 임차인의 어떤 권리도 미리 없앨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5조는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편면적 강행규정입니다. 이러한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며, 그 내용을 화해조서라는 형식에 담았다고 해서 강행법규의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기간 10년 범위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가집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그런데 이 갱신요구권을 미리 포기시키거나,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인데도 무조건 일정 시점에 점포를 비우도록 하는 화해조항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강행법규 위반 약정으로서 그 효력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법원 역시 제소전화해 신청 단계에서 화해조항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는지를 살피며, 명백히 위반되는 내용은 그대로 성립시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소전화해는 '적법한 범위에서 명도를 담보하는 수단'으로 설계해야 하며, 법이 보장한 임차인의 권리를 잠탈하는 우회로로 삼으려 하면 오히려 그 부분이 무력화되거나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제소전화해의 한계와 유의점

제소전화해는 유용하지만 만능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가 전제입니다

제소전화해는 소송과 달리 '합의'가 본질입니다. 상대방이 화해에 응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미 분쟁이 격화된 뒤보다는, 임대차 계약을 맺는 시점처럼 양측이 협조할 수 있을 때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 번 성립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중에 쉽게 뒤집을 수 없습니다. 화해조서를 다투려면 원칙적으로 준재심(민사소송법 제461조)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사유도 제한적입니다. 그만큼 조항을 만들 때 신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정 변경을 자동으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화해 이후 사정이 바뀌어도 조서 내용은 그대로 남습니다. 지나치게 한쪽에만 유리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조항은, 정작 집행 단계에서 다툼을 부르거나 앞서 본 강행법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세입자가 협조하지 않아도 제소전화해를 할 수 있나요?

할 수 없습니다. 제소전화해는 양 당사자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제도이므로, 상대방이 화해에 응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응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제소전화해가 아니라 명도소송 등 정식 소송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제소전화해를 해 두면 무조건 곧바로 내보낼 수 있나요?

화해조서에 정한 명도 조건이 실제로 충족되었을 때 집행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차임 3기 연체 시 인도'라고 정했다면 그 조건이 성취되어야 하고, 집행에 앞서 집행문 부여 등의 절차도 필요합니다. 다만 별도의 명도소송 판결을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시키는 화해조항도 유효한가요?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대차보호법의 강행규정에 반하여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으므로, 법이 보장한 갱신요구권을 미리 박탈하는 취지의 화해조항은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화해조서라는 형식만으로 강행법규를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제소전화해와 명도소송은 무엇이 다른가요?

명도소송은 분쟁이 이미 생긴 뒤 판결로 명도 권원을 확보하는 '사후 대응'이고, 제소전화해는 분쟁이 생기기 전에 미리 집행권원을 마련해 두는 '사전 대비'입니다. 두 제도는 상황에 따라 선택하거나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제소전화해는 잘 활용하면 임대차의 든든한 안전장치가 되지만, 화해조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완전히 달라지고, 강행법규의 한계도 정확히 짚어야 하는 제도입니다. 한 번 성립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처음 조항을 만들 때 법률 검토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대차 계약 단계에서 제소전화해를 준비하시거나, 이미 작성된 화해조서의 효력이 궁금하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