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상관의 지시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부당하다고 느껴 따르지 않았을 뿐인데 어느 날 "항명"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그러나 상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항명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항명죄는 군형법이 정한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성립하고, 그 출발점에는 '명령이 정당해야 한다'는 전제가 놓여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항명죄의 성립요건과 정당한 명령의 의미,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처벌, 그리고 조사를 앞두었을 때 확인해야 할 점을 정리합니다.

항명죄란 무엇인가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을 항명죄로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단어는 세 가지입니다. '상관', '정당한 명령', 그리고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함'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이어질 때 비로소 항명죄가 됩니다.

항명죄는 군대라는 조직의 명령복종 관계, 즉 지휘체계를 지키기 위한 범죄입니다. 명령이 즉시 이행되지 않으면 부대의 작전 수행과 안전이 흔들리기 때문에, 일반 사회의 기준보다 명령 불이행을 무겁게 다룹니다. 동시에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보호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당한' 명령이지, 상관의 모든 말이 아니라는 한계도 함께 따라옵니다. 항명죄는 군인·군무원 등 군형법이 적용되는 사람에게만 성립하는 이른바 신분범이라는 점도 먼저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항명죄가 성립하려면 — 네 가지 요건

항명죄는 아래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성립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상관의 눈에 아무리 괘씸해 보였더라도 항명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① 상관의 명령일 것

명령을 내린 사람이 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상관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계급이 높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관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 사안에 관하여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합니다. 지휘·감독 계통을 벗어난 사람의 개인적 지시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② 그 명령이 직무에 관한 '정당한' 명령일 것

항명죄의 심장에 해당하는 요건입니다. 명령은 상관의 직무 권한 범위 안에서 부하의 직무에 관하여 내려진, 적법한 명령이어야 합니다. 직무와 무관한 사적인 지시나, 권한을 벗어난 명령, 법령에 어긋나는 명령은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명령이 아닙니다. 이 부분은 워낙 중요해 뒤에서 따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③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할 것

'반항'은 명령에 적극적으로 대들거나 거부 의사를 드러내는 것이고, '불복종'은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두 가지 모두 항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명령을 이행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면, 즉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이를 따르지 못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단순한 불이행과 항명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④ 고의가 있을 것

상관의 명령임을 인식하면서도 이에 반항하거나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 즉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명령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거나, 명령인 줄 몰랐거나, 이행하려 했으나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경우에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명령이 있었는가", "그것이 명확히 전달되었는가", "이행을 거부한 것인가 못 한 것인가"가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핵심은 '명령의 정당성'입니다

항명 사건에서 결론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물음은 대개 "따랐는가, 따르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그 명령이 애초에 정당했는가"입니다. 정당하지 않은 명령이라면 이를 따르지 않았더라도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령이 정당하다고 평가되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점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 권한 있는 상관이 내렸을 것 — 그 사안에 관하여 명령권을 가진 사람이 내린 명령이어야 합니다.

  • 직무에 관한 것일 것 — 부대 임무나 부하의 직무와 관련된 명령이어야 하며, 상관 개인의 심부름이나 사적 이익을 위한 지시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내용이 적법할 것 — 범죄를 지시하거나 법령·헌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명령,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명령은 정당한 명령이라 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상관이 자신의 사적인 심부름이나 개인 재산 관리를 시키는 것은 직무에 관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부하에게 다른 병사를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것, 명백히 범죄가 되는 행위를 하도록 명령하는 것 역시 정당한 명령이 아닙니다. 이런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항명죄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명백히 위법한 명령을 알면서도 그대로 따랐다면, 상관이 시켜서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행위의 책임을 벗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명백히 위법한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확립된 원칙입니다. 오히려 명백히 위법한 명령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따랐다면, 명령에 복종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고 그 행위 자체가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판례도 상관의 명령이라 하여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명령이 정당한 직무상 명령인지를 따져 항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는 취지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내가 부당하다고 느꼈다'는 주관적 판단과 '법적으로 명백히 위법하다'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명령의 내용이 다소 불합리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로는 정당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명령이 무효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위법이 명백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 명령에 따른 뒤 정식 절차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스스로 위법하다고 단정하고 명령을 거부했다가, 그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명의 책임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전·전시·평시에 따라 처벌이 크게 달라집니다

항명죄의 법정형은 같은 항명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벌어졌는가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집니다. 군형법 제44조는 상황을 세 단계로 나누어 처벌을 정하고 있습니다.

  • 적전(敵前)인 경우 — 적과 마주하고 있는 가장 긴박한 상황으로,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명령 하나가 부대 전체의 생사와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무겁게 다룹니다.

  • 전시·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 —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그 밖의 경우(평시) —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적전'이란 적과 마주하거나 교전이 임박한 긴박한 상황을, '전시·사변'은 전쟁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가리킵니다. 어떤 상황으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사형까지 가능한 사안이 되기도 하고 3년 이하의 징역에 그치기도 하므로, 사건이 벌어진 시점과 부대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병영 생활에서 벌어지는 사안은 세 번째, 즉 평시에 해당합니다. 다만 평시라 하여 가볍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법정형의 상한이 낮을 뿐, 실제 형은 명령의 내용과 중요도, 불복종이 부대 운영에 미친 영향,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초범이라거나 평시라는 사정만으로 결과를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집단 항명은 더 무겁게 처벌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뜻을 모아 항명하는 이른바 집단 항명은 군형법 제45조에서 따로, 그리고 더 무겁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불복종보다 집단의 조직적 불복종이 지휘체계에 훨씬 큰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집단 항명에서는 이를 주도한 사람(수괴)과 단순히 가담한 사람의 책임을 나누어 보되, 전체적으로 개인 항명보다 형이 무겁습니다. 개인 항명과 마찬가지로 적전·전시·평시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며, 특히 적전에서의 집단 항명은 극히 무겁게 다루어집니다. 여럿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함께 명령을 거부하는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단순히 동조하는 정도였다고 생각했더라도 집단 항명의 가담자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항명죄와 혼동하기 쉬운 것들

현장에서는 항명이 아닌 다른 문제인데도 뭉뚱그려 '항명'이라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죄명으로 평가되느냐에 따라 처벌의 무게와 방어의 방향이 달라지므로 구별이 중요합니다.

  • 명령위반 — 항명은 구체적·개별적으로 내려진 명령에 대한 불복종인 반면, 부대의 일반적인 명령이나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은 명령위반의 문제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겨냥하는 명령의 성격이 다릅니다.

  • 근무기피·무단이탈 — 근무를 회피하거나 부대를 이탈한 행위는 그 자체로 별도의 죄가 문제 되며, 특정한 명령에 대한 거부와는 구별됩니다.

  • 상관에 대한 폭행·모욕 — 명령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상관에게 욕설을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항명과는 별개로 상관 폭행·모욕 등의 죄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상황에서 여러 죄명이 동시에 거론될 수 있으므로, 처음 조사 단계에서 내 행위가 정확히 어떤 죄로 평가되고 있는지부터 짚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항명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항명 사건은 대체로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이루어지며, 초기 진술이 이후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1. 명령의 정당성 자체를 다툴 수 있는지 먼저 검토합니다. 그 명령이 권한 있는 상관의 직무상 명령이었는지, 내용이 적법했는지가 방어의 첫 관문입니다.

  2. 명령의 존재와 전달 방식을 확인합니다. 명령이 실제로 있었는지, 나에게 명확히 전달되었는지, 이행 시한이 특정되어 있었는지에 따라 고의 인정 여부가 달라집니다.

  3. 이행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정리합니다. 건강 문제, 물리적 이행 불능, 안전상의 위험 등 따를 수 없었던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면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함께 모아 둡니다.

  4. 진술 전에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재구성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정황이 있다면 이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되, 명령 거부의 경위와 당시 판단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군 수사 단계에서도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됩니다. 명령의 정당성이나 이행 여부처럼 법적 평가가 필요한 부분은 즉흥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답변을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혼자 판단해 성급하게 진술 방향을 정하기보다, 사안의 성격을 먼저 진단받은 뒤 대응 방향을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상관의 명령이 부당하다고 느껴지면 따르지 않아도 되나요?

주관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낀다는 사정만으로는 명령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명령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그 명령이 명백히 위법하여 무효라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합니다. 단지 불합리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라면, 우선 명령에 따른 뒤 정식 절차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스스로 위법하다고 단정하고 거부했다가 그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명의 책임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항명죄는 초범이어도 실형을 받나요?

일률적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평시 항명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실제 형은 명령의 내용과 중요도, 불복종이 부대에 미친 영향,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 초범 여부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초범이고 평시라는 사정은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는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결과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이미 전역했는데도 항명죄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항명죄는 군형법이 적용되는 신분에 있는 사람에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처벌 여부는 행위 당시 군형법이 적용되는 신분이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며, 복무 중 저지른 행위라면 이후 전역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사라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관할과 처리 절차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적으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항명죄는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 명령이 정당했는가', '따르지 않은 것인가 따를 수 없었던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결론이 달라집니다. 군 복무 중이라는 특수한 환경 탓에 혼자 판단하기 어렵고, 초기 진술 한 마디가 이후 전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항명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거나 어디까지가 항명이고 어디부터가 정당한 거부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진술을 시작하기 전에 수원 광교의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명령의 정당성부터 하나하나 함께 점검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