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배우자의 외도가 의심될 때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은 증거를 모으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결정적인 장면을 못 잡았으니 소용없는 것 아니냐"고 낙담하시는 분도, 반대로 위험한 방법으로 증거를 모아 오히려 형사 문제에 휘말리신 분도 계십니다. 법이 요구하는 증거의 수준과, 증거를 모으는 과정에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이 글에서는 외도 증거로 인정되는 자료의 범위와 그 한계를 정리합니다.

법이 말하는 '부정한 행위'는 간통보다 넓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는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지점이 있습니다. '부정한 행위'가 곧 성관계, 즉 과거의 간통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1호의 부정한 행위를 간통보다 넓은 개념으로,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 왔습니다. 성관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부부 사이의 신의와 정조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라면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성과 반복적으로 숙박업소를 드나든 경우, 연인 사이에서나 오갈 법한 애정표현을 지속적으로 주고받은 경우, 이성과 사실상 동거에 준하는 생활을 한 경우 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부정행위인지 여부는 그 행위 하나만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정도와 지속 기간, 관계의 성격, 부부의 혼인생활 상황 등을 종합해 사안별로 판단합니다. 한두 번의 안부 연락이나 업무상 만남까지 곧바로 부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형사처벌 규정이었던 간통죄는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이미 폐지되었습니다. 지금 외도가 문제 되는 영역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이혼청구와 위자료 청구라는 민사·가사 영역이며, 그만큼 증거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실무에서 증거로 인정되는 자료들

가사재판에서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자료는 한 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여러 자료가 서로 맞물려 하나의 그림을 그릴 때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입과 이동을 보여주는 자료

모텔·호텔 등 숙박업소에 이성과 함께 들어가고 나오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은 실무에서 비중이 큰 자료입니다. 여기에 차량 블랙박스 영상, 아파트나 상가의 출입 기록, 하이패스 통행내역 등이 더해지면 이동 경로가 구체적으로 재구성됩니다.

지출과 예약을 보여주는 자료

신용카드 사용내역, 계좌 이체내역, 숙박·항공·여행 예약 내역은 시간과 장소를 객관적으로 특정해 주는 자료입니다. 특정 시간대에 숙박업소나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결제가 이루어진 기록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다른 자료와 결합하면 설득력이 크게 높아집니다. 상대방에게 선물·현금이 반복적으로 건네진 내역도 관계의 성격을 보여주는 자료가 됩니다.

연락 내역과 대화 내용

통화·문자 발신 내역, 메신저 대화, 이메일, SNS 게시물과 메시지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히 연락의 빈도와 시간대는 관계의 밀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자주 활용됩니다. 심야와 새벽에 장시간 통화가 반복된 기록은 그 내용을 알 수 없더라도 정황자료가 됩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녹음

배우자나 상대방과 직접 나눈 대화를 본인이 녹음한 것은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것은 '타인 간의 대화'를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녹음·청취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신이 자리에 없는 상태에서 배우자와 제3자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스스로 인정한 자료

배우자나 상간자가 작성한 각서·사실확인서, 사과 메시지, 인정하는 취지의 통화 녹음은 증거로서 무게가 큽니다. 다만 협박이나 감금 등 부당한 방법으로 받아낸 각서는 효력을 다투게 될 뿐 아니라 별도의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으므로 결코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결정적 장면이 없어도 정황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성관계 장면을 찍지 못했는데 소용없는 것 아니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부정한 행위가 성관계보다 넓은 개념인 이상, 육체관계를 직접 입증하는 자료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이성과 함께 숙박업소에 장시간 머문 사실, 여행을 함께 다녀온 사실, 애정표현이 담긴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오간 사실 등이 결합되어 부정행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단발성인지 지속적인지, 그리고 여러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입니다. 사진 한 장보다 6개월치 카드내역과 통화내역, 메시지가 함께 놓일 때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자료를 모으실 때는 낱장으로 흩어놓기보다 날짜순으로 정리하여 하나의 흐름으로 보이도록 구성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날짜에 카드 결제, 통화 기록, 위치가 서로 맞아떨어지도록 배열하면 개별 자료의 설명력이 훨씬 커집니다.

반대로 주의하실 점도 있습니다. 상대방은 대개 '업무상 만남이었다', '여럿이 함께 있었다', '오래된 친구일 뿐이다'라는 취지로 다툽니다. 그러므로 만남이 단둘이었는지, 시간대가 어떠했는지, 얼마나 반복되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한 번의 강력한 자료보다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이 더 설득력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를 모으는 방법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실제로 가장 위험한 부분입니다. 증거가 필요하다는 마음이 앞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쓰시는 경우가 있는데, 증거를 얻더라도 그보다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습니다.

  • 대화 당사자가 아닌 녹음: 집이나 차량에 녹음기를 두어 배우자와 제3자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법정형이 가볍지 않은 범죄입니다.

  • 휴대전화·이메일 무단 열람: 배우자의 잠금장치를 몰래 풀어 메신저나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계정에 무단 접속해 내용을 확인·저장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이나 형법상 비밀침해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위치추적 앱·기기 설치: 동의 없이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깔거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행위는 위치정보 관련 법령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 주거·숙박업소 침입: 현장을 잡겠다며 상간자의 집이나 투숙 중인 객실에 들어가는 행위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 사설업체를 통한 사생활 조사: 이른바 흥신소를 통해 특정인의 소재나 사생활을 조사하는 행위는 신용정보 관련 법령상 금지되며, 의뢰인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민사·가사 재판에서는 형사재판과 달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이 없어, 증거로 아예 쓸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격권 침해의 정도가 현저하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수 있고, 무엇보다 증거로 쓰였는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상대방이 이를 역으로 문제 삼아 유리한 협상 지렛대로 삼는 경우도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방법으로도 증거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모르시는 부분인데, 소송이 시작되면 법원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1. 사실조회 신청: 숙박업소, 통신사, 카드사, 항공사 등에 법원을 통해 특정 기간의 이용·출입 기록을 조회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2.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배우자 명의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보해 자금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 자료와도 연결됩니다.

  3. 문서제출명령: 상대방이나 제3자가 보유한 문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4. 사실조사·조사관 제도: 사안에 따라 가정법원의 조사절차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절차는 대상과 기간을 어느 정도 특정해야 신청이 받아들여지므로, 본인이 적법하게 확보한 최소한의 단서가 출발점이 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반복된 결제 흔적 하나만 있어도 그 지역 숙박업소에 대한 사실조회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무리한 방법을 쓰기 전에, 지금 가진 자료로 어떤 조회가 가능한지부터 검토해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실무에서 중요한 점은 기록이 보관되는 기간입니다. 통신 관련 기록이나 업소의 영상 자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할 수 있는 자료의 폭이 좁아지므로, 의심이 생긴 시점에 어떤 자료가 남아 있을지부터 점검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증거가 있어도 청구하지 못하는 경우 — 기간과 용서

민법 제841조는 부정행위를 이유로 한 이혼청구에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증거를 아무리 잘 갖추어도 이 조항에 걸리면 청구 자체가 막힙니다.

제척기간 — 안 날부터 6개월, 있은 날부터 2년

부정행위를 안 날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이혼사유에 비해 상당히 짧은 편이므로, 알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서둘러 판단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부정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면 각각의 행위를 기준으로 기간을 따지게 되므로, 이미 6개월이 지난 것처럼 보여도 사안에 따라 달리 볼 여지가 있습니다.

사전 동의와 사후 용서

같은 조항은 배우자가 부정행위에 사전에 동의했거나 사후에 용서한 때에도 이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것이 '용서'입니다. 부정행위를 알고도 각서를 받고 다시 함께 살기로 한 경우,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그 부정행위만을 이유로는 이혼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용서로 인정되려면 부정행위를 알면서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로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고, 단순히 당장 집을 나가지 않았다거나 대화를 이어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용서로 보지는 않습니다. 또한 용서 이후에 새로운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그 새로운 행위는 별개로 이혼사유가 됩니다.

덧붙이면, 제840조 제1호의 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이혼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행위와 그 이후의 사정으로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같은 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근거로 이혼을 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그동안 모아 둔 자료는 파탄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보여주는 자료로 여전히 쓰입니다. 그러므로 기간이 지난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자료를 정리하거나 폐기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몰래 보고 알게 된 카톡 내용을 증거로 낼 수 있나요?

사안에 따라 증거로 제출되어 판단자료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나 비밀침해죄 등 형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를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어 권해드리기 어렵습니다. 이미 확보한 자료가 있다면 그 자료를 어떻게 쓸지, 대신 어떤 적법한 경로로 같은 사실을 입증할지 먼저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

상간자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상간자가 부정행위에 가담해 혼인관계를 침해했다면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 즉 위자료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상간자가 상대방이 기혼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하고, 대법원은 부부의 공동생활이 이미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간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인정 금액은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혼인기간, 자녀 유무 등에 따라 사안별로 크게 달라집니다.

이혼은 하지 않고 상간자에게만 위자료를 청구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이혼 여부와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혼인을 유지하면서 상간자만을 상대로 청구하는 경우도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불법행위에 따른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거를 다 모은 뒤에 변호사를 찾아가는 것이 나을까요?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증거 수집 방법 자체가 위법해지면 되돌리기 어렵고, 제척기간 6개월이 흐르는 동안 청구 기회를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자료가 필요하고 어떤 방법이 허용되는지 확인한 뒤에 움직이시는 편이 시간과 위험을 모두 줄입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외도 사건은 '무엇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확보했고, 법정에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흩어진 자료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는 일, 부족한 부분을 적법한 절차로 보완하는 일, 그리고 제척기간 안에 필요한 청구를 정확히 특정하는 일은 초기 판단에 크게 좌우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고민하고 계시거나 이미 확보한 자료의 사용 여부가 걱정되신다면, 무리한 방법을 택하기 전에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함께 살펴보고 지금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