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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물증 없이 진술만으로 성범죄 유죄가 될까 —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2026. 07. 20.

성범죄는 물증 없이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습니다. 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성인지 감수성'과 무죄추정 원칙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 정리했습니다.

목차

  1. 성범죄에서 '진술'이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이유
  2.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려면 — 신빙성의 문턱
  3.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다섯 가지 요소
  4. ① 진술의 일관성 — 핵심이 흔들리지 않는가
  5. ② 구체성과 경험칙 부합 — 겪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내용인가
  6. ③ 허위 진술의 동기·이해관계 — 무고할 이유가 있는가
  7. ④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진술 변화 — 왜 바뀌었는가
  8. ⑤ 객관적 정황·다른 증거와의 부합
  9. '성인지 감수성'이란 무엇인가 — 대법원 2018년 판결
  10. 성인지 감수성이 '유죄 추정'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 무죄추정과의 균형
  11.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 — 진술의 신빙성은 '탄핵'의 대상입니다
  12.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 —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려면
  13. 자주 묻는 질문
  14. 물증이 전혀 없고 상대방 진술만 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15. 피해자 진술이 조금씩 달라지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16. 성인지 감수성 때문에 피고인은 처음부터 불리한 것 아닌가요?
  17. 사건 이후에도 상대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피해자 진술이 인정될 수 있나요?
  18.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다른 형사사건과 달리 CCTV나 지문 같은 객관적 물증이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사람만 있던 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한쪽은 범행을 부인하고 다른 한쪽은 피해를 호소할 때, 재판의 결론은 결국 '누구의 진술을 믿을 것인가'로 좁혀집니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이 바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입니다. 이 글에서는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개념이 무엇이며 그것이 피고인의 무죄추정·방어권과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성범죄에서 '진술'이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이유

성범죄는 은밀한 공간에서 목격자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물리적 증거가 남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상해가 동반되지 않은 강제추행이나 위력에 의한 사건이라면 진단서 같은 자료조차 없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의 진술 자체가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가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물증이 없으면 무조건 무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형사소송법 제308조)를 채택하여,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고 있습니다. 즉 진술도 엄연한 증거이며, 그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되면 다른 물증이 없더라도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우 그 진술만으로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고(증거재판주의, 형사소송법 제307조),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수록 그 신빙성은 더욱 엄격하게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 입장입니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려면 — 신빙성의 문턱

대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을 어떤 경우에 믿을 수 있는지에 관해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요지는, 진술의 주요한 내용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허위로 피해 사실을 꾸며낼 만한 동기나 이유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진술의 핵심이 오락가락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거나, 무고할 만한 이해관계가 엿보인다면 그 신빙성은 흔들리게 됩니다. 결국 법원은 어느 하나의 정황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저울질합니다. 아래에서 그 구체적인 판단 요소를 살펴봅니다.

법원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다섯 가지 요소

① 진술의 일관성 — 핵심이 흔들리지 않는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진술이 수사 초기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었는가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일관성은 모든 세부 사항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므로, 지엽적이거나 부수적인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법원이 중시하는 것은 사건의 핵심적·본질적 부분에 관한 일관성입니다. 반대로 범행의 핵심에 해당하는 부분이 진술할 때마다 바뀐다면 신빙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② 구체성과 경험칙 부합 — 겪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내용인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말하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가 담겨 있는지도 중요한 표지입니다. 시간·장소·상황의 세부, 당시의 감정과 반응 등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진술은 신빙성이 높게 평가됩니다. 반대로 진술 내용이 일반적인 경험칙이나 논리에 어긋나거나, 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정황을 담고 있다면 신빙성이 의심됩니다.

③ 허위 진술의 동기·이해관계 — 무고할 이유가 있는가

피해자가 사실을 꾸며내면서까지 상대를 무고할 만한 동기나 이해관계가 있는지도 살핍니다. 금전 요구, 관계 파탄에 따른 보복, 다른 분쟁에서의 우위 확보 등 허위 신고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드러나면 진술의 신빙성은 흔들립니다. 다만 단순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고로 단정할 수는 없고, 그 동기가 실제 진술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④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진술 변화 — 왜 바뀌었는가

진술이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에서 달라졌다면, 그 변화의 이유가 납득할 만한 것인지를 따집니다. 기억의 환기나 질문 방식의 차이로 설명되는 변화라면 신빙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이 드러날 때마다 진술이 바뀐다면 신빙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⑤ 객관적 정황·다른 증거와의 부합

진술이 다른 증거와 얼마나 맞아떨어지는가도 핵심입니다. 사건 직후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통화 내역, CCTV 동선, 진료 기록, 목격자의 진술 등 객관적 자료가 피해자 진술과 부합한다면 신빙성은 크게 높아집니다. 특히 피해 직후의 감정 상태를 담은 최초 진술이나 주변 사람에게 한 즉각적인 언급은 신빙성 판단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집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무엇인가 — 대법원 2018년 판결

성범죄 재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이 '성인지 감수성'입니다. 대법원은 2018년 판결(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에서 이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습니다. 요지는, 법원이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하며,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의 실천적 의미는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 피해자가 피해 직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았다거나, 겉으로 평온해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곧바로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며, 어떤 하나의 '전형적 피해자상'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오히려 경험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유죄 추정'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 무죄추정과의 균형

성인지 감수성을 오해하여 '피해자 진술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잘못된 이해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진술을 부당한 편견 없이 공정하게 평가하라는 심리(審理)의 태도이지, 진술의 신빙성 검증 자체를 면제하거나 유죄 증명의 정도를 낮추라는 원칙이 아닙니다.

형사재판의 대원칙은 여전히 무죄추정입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제275조의2)은 피고인이 유죄로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정하고 있고, 유죄를 인정하려면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역시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이 곧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의 증명력을 무리하게 인정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함께 밝혀 왔습니다.

즉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여전히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하며, 그 진술에 합리적 의심이 남는다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합니다. 결국 성인지 감수성과 무죄추정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 없는 공정한 심리라는 하나의 목표 안에서 함께 작동하는 원칙입니다.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 — 진술의 신빙성은 '탄핵'의 대상입니다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는 사실은, 뒤집어 보면 그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면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진술의 신빙성은 앞서 본 다섯 가지 요소를 통해 다투어지므로, 방어의 핵심은 그 진술이 일관되지 않거나, 경험칙에 어긋나거나, 객관적 정황과 배치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 피해자 진술의 핵심 부분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 진술과 배치되는 객관적 자료(메시지, 통화 내역, CCTV, 위치 정보 등)를 신속히 확보합니다.

  • 반대신문을 통해 진술의 모순과 비합리적인 부분을 드러내되, 2차 가해로 비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한편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좌우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수사 초기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면 이후 방어가 어려워지므로, 조사에 임하기 전 법률적 조력을 받아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 —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려면

피해자라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기억이 선명할 때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 직후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 통화 내역, 병원 진료 기록, 상담 기록 등은 진술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조사 과정에서 핵심 사실이 흔들리지 않도록, 겪은 일을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게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법률 조력이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물증이 전혀 없고 상대방 진술만 있는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우리 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물증이 없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되면 그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수록 법원은 그 신빙성을 더 엄격하게 심사하며,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무죄가 선고됩니다.

피해자 진술이 조금씩 달라지면 무조건 무죄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엽적이거나 부수적인 부분의 사소한 차이는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어 신빙성을 크게 좌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범행의 핵심에 관한 부분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계속 바뀐다면 신빙성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 때문에 피고인은 처음부터 불리한 것 아닌가요?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진술을 편견 없이 공정하게 평가하라는 원칙일 뿐, 피고인을 유죄로 추정하라는 원칙이 아닙니다. 무죄추정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라는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진술에 합리적 의심이 남으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합니다.

사건 이후에도 상대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피해자 진술이 인정될 수 있나요?

사건 후의 연락이나 겉으로 드러난 태도만으로 곧바로 진술의 신빙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는 여러 사정으로 관계를 바로 끊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러한 정황도 다른 자료와 함께 신빙성 판단에 종합적으로 고려되므로, 전체 맥락을 어떻게 설명하고 정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물증이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이 결론을 가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신빙성은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객관적 정황과의 부합, 무고 동기의 유무 등 여러 요소를 통해 치밀하게 다투어집니다. 억울하게 혐의를 받는 분이든, 피해를 입고 대응을 고민하는 분이든, 사건 초기의 진술과 자료 정리가 전체 결과를 좌우합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비슷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차분히 함께 살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