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님 재산, 자녀가 마음대로 관리해도 될까? — 성년후견제도 완전정리
2026. 07. 20.
치매로 판단력을 잃은 부모님의 예금과 부동산은 자녀라도 임의로 처분할 수 없습니다.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임의후견의 차이와 심판 절차, 후견인의 권한과 한계를 정리했습니다.
목차
- 왜 '자식이니까'로는 안 되는가
- 후견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
- 성년후견 (민법 제9조)
- 한정후견 (민법 제12조)
- 특정후견 (민법 제14조의2)
- 가장 좋은 대비책은 '미리 맺어두는' 임의후견
- 성년후견 개시 심판, 이렇게 진행됩니다
- 누가 청구할 수 있나
- 준비해야 할 서류
- 정신감정과 의견 청취
- 기간과 결과
- 후견인의 권한과 법원의 감독 — 백지수표가 아닙니다
- 후견 없이 부모님 재산에 손을 대면 생기는 일
- 이미 처분된 재산은 되돌릴 수 있을까
- 자주 묻는 질문
- 형제들이 반대하는데 저 혼자 성년후견을 청구할 수 있나요?
- 후견인이 되면 부모님 재산으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쓸 수 있나요?
- 부모님이 이미 유언장을 쓰셨는데, 후견이 개시되면 무효가 되나요?
-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으신 뒤 가족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뜻밖에도 '돈'입니다. 요양병원비를 내려고 은행에 갔는데 창구에서 인출을 거절당하고, 부모님 명의 집을 정리하려니 매매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내가 자식인데 왜 안 되느냐"고 항의해도 답은 같습니다. 자녀라는 신분만으로는 부모님의 재산을 관리할 법적 권한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성년후견제도입니다.
왜 '자식이니까'로는 안 되는가
우리 법에서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그 재산의 명의자 본인뿐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 이상 그 예금과 부동산은 여전히 부모님의 것이고, 상속은 아직 개시되지 않았습니다. 자녀는 대리권을 부여받지 않은 이상 아무런 처분 권한이 없는 제3자일 뿐입니다.
더 큰 문제는 부모님이 직접 나서시더라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치매가 진행되어 계약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 즉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법률행위는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행과 등기소, 부동산 중개업소는 고령의 명의자가 판단력에 의심이 갈 경우 거래를 보류합니다. 나중에 무효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법원이 공식적으로 지정한 후견인만이 안전하게 부모님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후견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
민법은 본인의 판단능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에 따라 세 가지 법정후견 유형을 두고 있습니다. 무조건 성년후견을 청구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며, 상태에 맞지 않는 유형을 청구하면 법원이 다른 유형으로 조정하거나 기각할 수도 있습니다.
성년후견 (민법 제9조)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개시됩니다.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치매가 대표적입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피성년후견인이 한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용품 구입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행위는 취소 대상에서 제외되고, 법원이 취소할 수 없는 행위의 범위를 따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한정후견 (민법 제12조)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완전히 없지는 않지만 '부족한' 상태일 때 이용합니다. 경도 치매나 초기 인지장애가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본인의 행위능력이 전면적으로 제한되지 않고, 법원이 정한 특정 행위(부동산 처분, 일정 금액 이상의 금전 거래 등)에 대해서만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설계됩니다.
특정후견 (민법 제14조의2)
일시적인 후원이나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만 필요할 때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한 건의 매각이나 보험금 청구 같은 개별 사무만 처리하면 되는 경우입니다. 기간이나 사무의 범위를 정해서 심판하며, 본인의 행위능력은 전혀 제한되지 않습니다. 다만 특정후견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대비책은 '미리 맺어두는' 임의후견
민법 제959조의14는 후견계약, 이른바 임의후견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판단력이 온전할 때 본인이 직접 "내가 나중에 판단력을 잃으면 이 사람에게 이러이러한 사무를 맡기겠다"고 미리 계약을 체결해 두는 제도입니다.
임의후견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반드시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합니다. 둘째, 계약을 맺었다고 곧바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판단력이 저하되었을 때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합니다.
임의후견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이 후견인과 그 권한의 범위를 스스로 정한다는 점입니다. 법정후견은 법원이 후견인을 정하기 때문에 자녀들 사이에 다툼이 있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3자(변호사 등 전문가 후견인)가 선임되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판단력이 아직 남아 있는 단계라면, 법정후견 청구보다 임의후견계약을 먼저 검토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성년후견 개시 심판, 이렇게 진행됩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나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자녀는 당연히 4촌 이내의 친족에 해당합니다. 관할 법원은 원칙적으로 사건본인(부모님)의 주소지 가정법원입니다.
준비해야 할 서류
청구인과 사건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기본증명서·주민등록등본
사건본인에 대한 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현재 후견을 받고 있지 않다는 증명)
치매 진단서 및 진료기록, 장기요양등급 판정 자료 등 정신상태를 소명할 의료자료
부동산등기사항증명서, 예금 잔액증명서 등 재산 현황 자료
후견인 후보자의 신분·직업·범죄경력 관련 자료, 다른 상속인(형제자매)들의 동의서 또는 의견서
정신감정과 의견 청취
법원은 원칙적으로 사건본인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에게 감정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태가 명백하여 감정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생략될 수 있습니다. 감정비용은 청구인이 예납해야 하며 사안에 따라 적지 않은 금액이 들 수 있습니다. 법원은 또한 사건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다른 자녀들의 의견도 듣습니다.
기간과 결과
청구부터 심판 확정까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수개월이 소요됩니다. 정신감정이 필요하거나 자녀들 사이에 후견인 선임을 두고 다툼이 있으면 더 길어집니다. 심판이 확정되면 후견등기가 이루어지고, 발급받은 후견등기사항증명서를 은행·등기소 등에 제출하여 업무를 처리하게 됩니다. 후견 사실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지 않고 별도의 후견등기부로만 관리되므로, 이 점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후견인의 권한과 법원의 감독 — 백지수표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입니다. 후견인이 되면 부모님 재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법원의 지속적인 감독을 받는 매우 엄격한 지위입니다.
재산목록 작성·제출: 후견인은 취임하면 지체 없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조사하여 원칙적으로 2개월 이내에 재산목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정기 보고: 법원이 정한 주기에 따라 재산관리 내역과 신상에 관한 사항을 보고해야 하며, 증빙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주거용 부동산 처분 시 법원 허가: 피후견인이 거주하는 건물이나 그 대지를 매도·임대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의 행위에는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허가 없이 한 처분은 효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후견감독인: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후견감독인을 선임할 수 있고, 후견감독인이 있는 경우 부동산 처분이나 금전 차용 등 중요한 행위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해상반행위 제한: 후견인과 피후견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행위(예: 후견인인 자녀가 부모님 재산을 자신에게 증여하는 행위)는 특별대리인 선임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후견인이 재산을 부당하게 사용하면 법원은 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고,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형사책임까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다른 형제가 후견인의 지출 내역을 문제 삼아 법원에 진정을 넣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영수증 없는 지출, 후견인 개인 계좌와의 혼용은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후견 없이 부모님 재산에 손을 대면 생기는 일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어차피 나중에 물려받을 재산인데" 하는 생각으로 자녀가 임의로 재산을 옮기는 경우입니다. 형제 사이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속재산분할 단계에서 통장 내역이 드러나면서 형사 고소로 번지는 일이 흔합니다.
횡령: 부모님 돈을 보관·관리하는 지위에서 이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 횡령죄가 문제 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죄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사문서위조·행사: 부모님 명의로 위임장, 매매계약서, 인출전표 등을 대신 작성하고 도장을 찍으면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형법 제231조, 제234조). 이 죄는 친족 사이라도 형이 면제되지 않습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 부모님의 카드·인증서로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인출기를 이용해 돈을 빼내면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민사상 반환의무: 형사 문제와 별개로, 무단 인출액은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정산하거나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결과가 됩니다.
과거에는 직계혈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방패가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202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적용이 중지되었고 개선입법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현재 시점의 적용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가족끼리는 괜찮다"고 안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이미 처분된 재산은 되돌릴 수 있을까
후견을 신청하기 전에 이미 부모님 명의 재산이 누군가에게 넘어간 경우도 많습니다. 대응 방법은 처분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후견 개시 이후의 처분이라면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고, 후견 사실이 후견등기부에 공시되어 있으므로 거래 상대방이 몰랐다고 하더라도 취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피후견인이 능력자인 것처럼 상대방을 속인 경우에는 취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후견 개시 전의 처분이라면 취소권은 쓸 수 없고, 그 당시 부모님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무효'를 주장해야 합니다. 이때는 처분 시점 전후의 진료기록·간이정신상태검사 결과·장기요양등급 판정 자료·당시 대화 녹음 등이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료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서두르셔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형제들이 반대하는데 저 혼자 성년후견을 청구할 수 있나요?
4촌 이내의 친족이면 단독으로 청구할 수 있으므로 다른 형제의 동의가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다만 법원은 심리 과정에서 다른 자녀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가족 간 갈등이 심하다고 판단되면 자녀 중 누구도 아닌 변호사 등 제3자를 전문가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실무상 드물지 않습니다. 후견인 후보자로 자신을 선임해 달라고 주장하려면, 그동안의 부양 기여와 재산관리의 투명성을 객관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견인이 되면 부모님 재산으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쓸 수 있나요?
피후견인 본인의 치료비·요양비·생활비로 사용하는 것은 후견인의 정당한 직무입니다. 다만 모든 지출은 피후견인 본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증빙이 남아야 합니다. 부모님 돈으로 후견인의 생활비를 쓰거나, 다른 가족에게 증여하거나, 후견인 채무를 갚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후견인 자신의 보수도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이미 유언장을 쓰셨는데, 후견이 개시되면 무효가 되나요?
후견 개시 자체가 이전에 작성된 유언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유언의 효력은 유언을 작성할 당시에 의사능력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반대로 성년후견이 개시된 이후에 유언을 하려면 법이 정한 별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므로,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사전에 법률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성년후견은 단순한 서류 절차가 아닙니다. 어떤 유형을 청구할지, 누구를 후견인 후보자로 세울지, 형제들의 반대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여기서 정리되지 않은 갈등은 결국 상속재산분할 분쟁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이미 다른 형제가 부모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한 상황이라면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부모님의 재산과 가족의 관계를 함께 지켜야 하는 문제인 만큼,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