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고 상대도 동의했는데 왜 처벌을 받느냐'는 물음을 상담 과정에서 자주 접합니다. 그러나 성범죄 중에는 피해자가 동의했는지와 관계없이, 오직 나이만으로 성립하는 범죄가 있습니다. 바로 형법 제305조가 정한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 이른바 '의제강간·의제추행'입니다. 이 글에서는 의제강간의 두 가지 연령 기준(13세 미만, 그리고 2020년 새로 신설된 13세 이상 16세 미만)과 그 법정형, 그리고 '동의했다'·'나이를 몰랐다'는 주장이 왜 항변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지를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의제강간·의제추행이란 무엇인가 — 형법 제305조

'의제(擬制)'란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법이 그런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의제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이 전혀 없었고 상대가 겉으로 동의했더라도, 상대가 법이 정한 나이에 이르지 못했다면 강간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처벌하는 것을 말합니다. 형법 제305조는 이러한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을 별도의 조문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을 둔 이유는, 일정한 나이에 이르지 못한 아동·청소년은 성적 행위의 의미와 결과를 온전히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겉으로 한 '동의'는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로 인정하지 않고, 어린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 자체를 두텁게 보호합니다. 따라서 이 범죄에서는 '상대가 동의했다'는 사정이 처벌을 면하게 하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두 개의 연령 기준 — 13세 미만, 그리고 13세 이상 16세 미만

현행 형법 제305조는 보호 대상을 두 개의 연령대로 나누어 규정합니다. 어느 연령대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성립 요건이 조금 다릅니다.

① 13세 미만 — 나이만으로 성립 (형법 제305조 제1항)

상대가 13세 미만이라면, 행위자의 나이나 상대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간음·추행을 한 것만으로 이 죄가 성립합니다. 오래전부터 있던 조항으로, 우리 법이 정한 가장 기본적인 '성적 동의가 불가능한 나이'의 기준선입니다. 이 경우 상대가 적극적으로 원했다고 하더라도, 나아가 행위자 역시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② 13세 이상 16세 미만 — 상대가 19세 이상일 때 (형법 제305조 제2항, 2020년 신설)

2020년 5월 형법 개정으로 제305조에 제2항이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핵심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사람에 대하여 간음·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사람은 마찬가지로 의제강간·의제추행으로 처벌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성적 동의가 가능한 나이의 하한선을 종전 13세에서 16세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행위자가 '19세 이상'일 것을 요건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즉 이 조항은 성인이 13~15세 청소년을 상대로 한 경우를 겨냥한 것이어서, 예컨대 18세인 사람과 15세인 사람처럼 나이 차가 크지 않은 또래 사이에는 이 항이 곧바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면 상대가 13세 미만이라면 앞서 본 제1항이 적용되어 행위자의 나이를 따지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나이에 따른 처벌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13세 미만 — 동의 여부·행위자의 나이와 무관하게 의제강간·의제추행이 성립합니다.

  • 13세 이상 16세 미만 — 행위자가 19세 이상이면 동의가 있어도 의제강간·의제추행이 성립합니다.

  • 16세 이상 19세 미만 — 서로 동의한 관계라면 원칙적으로 의제강간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위계·위력을 사용하거나, 대가를 주고 성을 사는 '성매수' 등에 해당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별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 법정형

의제강간·의제추행의 법정형은 형법 제305조가 직접 정하지 않고, 실제 강간·강제추행 등의 처벌 규정을 '그 예에 따라'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강간·강제추행을 저지른 것과 같은 무게로 처벌한다는 뜻입니다.

  • 간음(성관계) — 강간죄(형법 제297조)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유사성행위 — 유사강간죄(형법 제297조의2)의 예에 따라 2년 이상의 유기징역

  • 추행 —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의 예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

특히 간음의 경우 법정형의 하한이 징역 3년이고 벌금형이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여기에 상해·치상, 살인·치사의 결과가 더해지면 형은 무기징역에 이를 정도로 더욱 무거워집니다. 만약 폭행·협박까지 있었다면 이는 더 이상 '의제'강간이 아니라 실제 강간이 되며,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7조가 적용되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한층 무겁게 처벌됩니다.

'동의했다'는 사정은 왜 항변이 되지 못하나

의제강간 사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둘이 사귀는 사이였다', '상대가 먼저 원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이 죄는 어린 사람의 동의를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로 보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범죄입니다. 상대가 아무리 자발적으로 응했더라도, 그리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관계였더라도, 나이 요건에 해당하면 범죄의 성립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정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의 관계, 만남의 경위, 강제성의 유무 등은 양형(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즉 '처벌 여부'를 다투기보다, 사안의 실제 모습을 정확히 전달해 '처벌 수위'를 다투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를 몰랐다'는 항변은 통할까

의제강간·의제추행도 고의범입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행위자가 상대의 나이가 기준 미만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처벌할 수 있고, 확정적으로 알지는 못했더라도 '어릴 수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개의치 않은 경우(미필적 고의)까지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상대가 그렇게 어린 줄 몰랐다'는 주장은 항변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실무에서 이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법원은 행위자가 나이를 몰랐다고 단순히 말하는 것만으로 이를 믿어 주지 않고, 여러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충분히 알 수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살핍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정이 고려됩니다.

  • 상대의 외모·체격·말투, 교복 착용 여부나 학년·재학 사실

  • 두 사람이 알게 된 경위와 나눈 대화의 내용(SNS·메신저 대화 등)

  • 상대가 스스로 밝힌 나이나 학교 이야기, 그 밖의 주변 정황

특히 온라인에서 만난 경우에는 프로필이나 대화 곳곳에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몰랐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나이를 속였다고 하더라도, 정황상 어릴 수 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쟁점은 관련 법률가이드 '아청법 —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면'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형벌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의제강간·의제추행으로 유죄가 인정되면, 선고되는 형과는 별도로 여러 부수처분이 함께 따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 부분이 이후의 삶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 신상정보 등록·공개 — 성폭력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사안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이 함께 내려질 수 있습니다.

  • 취업제한 — 유죄가 확정되면 일정 기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이수명령·수강명령 —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등이 형과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한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일정한 성폭력범죄에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특례가 있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21조). 이 때문에 오래전의 일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해당 여부는 사안마다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의제강간 사건은 나이 요건만 충족되면 성립 자체를 다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제 다툼은 고의(나이에 대한 인식)의 유무, 강제성의 정도, 그리고 양형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의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 흔합니다.

특히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은 한 번 정리되고 나면 이후 번복이 쉽지 않으므로, 실제 경위와 정황을 정확히 정리한 뒤 신중하게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입장이라면, 상대와 나눈 대화 내용과 만남의 경위, 나이를 알 수 있었던 정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이후 절차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상대도 원했는데도 처벌되나요?

안타깝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 상대가 13세 미만이거나, 13세 이상 16세 미만이면서 행위자가 19세 이상이라면, 서로 동의한 관계였더라도 의제강간·의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죄는 어린 사람의 동의를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관계의 실제 모습은 양형에서 고려될 여지가 있습니다.

상대가 자기 나이를 속였는데도 처벌되나요?

상대가 나이를 속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처벌을 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죄는 고의범이어서 나이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지만, 확정적으로 알지 못했더라도 '어릴 수 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외모·대화 내용·만난 경위 등을 종합해 '충분히 알 수 있었는지'를 엄격히 판단합니다.

16세인 청소년과 사귀며 관계를 가진 것도 의제강간인가요?

16세 이상인 청소년과 서로 동의하에 관계를 가진 것이라면 원칙적으로 의제강간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법이 의제강간의 상한 기준을 16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위계나 위력을 사용했거나, 대가를 주고 성을 사는 '성매수'에 해당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별도로, 그리고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성매수 문제는 관련 법률가이드 '조건만남 성매수 처벌'에서 다룹니다.

합의하면 없던 일이 될 수 있나요?

의제강간·의제추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합의를 했다고 해서 사건이 자동으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정한 피해 회복과 합의는 양형에 중요하게 반영되어 처벌 수위를 낮추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의제추행 사건은 '동의가 있었다'거나 '나이를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반면, 유죄가 인정되면 무거운 법정형과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 같은 부수처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건입니다. 그만큼 고의와 강제성, 그리고 양형에 관한 사실관계를 초기에 정확히 정리하고 다투는 일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혐의를 받아 조사를 앞둔 분이든, 피해를 입고 대응을 고민하는 분이든, 혼자 판단하기보다 사건 초기에 함께 방향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차분히 함께 살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