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전세나 월세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았는데, 직장 이동이나 가족 사정, 내 집 마련 등으로 갑자기 이사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집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면 흔히 돌아오는 말이 "그럼 새 세입자 구하고, 중개수수료(복비)는 나가는 사람이 내세요"입니다. 그런데 이 중개수수료, 정말 나가는 임차인이 무조건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계약 기간 중 중도해지의 원칙부터 중개수수료의 부담 주체, 묵시적 갱신·계약갱신요구권 상황에서의 차이, 특약이 있을 때의 처리까지 상황별로 정리합니다.

계약 기간 중 이사, 임대인은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부동산 임대차도 하나의 계약인 이상, 약정한 기간 동안은 당사자를 구속합니다. 따라서 최초 약정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임차인이 개인 사정으로 나가겠다고 해도, 임대인이 여기에 반드시 응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임대인은 "계약대로 만기까지 사시라"고 할 수 있고, 보증금 역시 원칙적으로 계약이 끝나는 때에 돌려주면 됩니다.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보증금을 곧바로 반환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계약 기간 중 중도에 나가려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합의로 계약을 끝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은 새 임차인을 구할 때까지의 공실 위험, 새로 계약을 중개하며 드는 비용 등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부담을 요구하게 됩니다. 실무에서 나가는 임차인이 직접 새 임차인을 주선하고, 새 계약에 드는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관행이 자리 잡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다만 뒤에서 보듯, 이는 '법으로 정해진 의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합의와 관행의 문제라는 점을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개수수료는 원래 누가 내는가 — 공인중개사법의 원칙

중개수수료를 누가 내는지에 대한 출발점은 공인중개사법입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는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를 의뢰한 거래 당사자로부터 중개보수를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하나의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면, 그 계약의 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자 자신 몫의 중개보수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새로 체결되는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가'입니다. 기존 임차인이 나가고 새 임차인이 들어오는 계약의 당사자는 임대인과 새 임차인이지, 이미 나가는 기존 임차인이 아닙니다. 따라서 법의 원칙만 놓고 보면, 새 계약의 중개수수료는 임대인과 새 임차인이 각각 부담하는 것이고, 나가는 임차인이 새 계약의 중개수수료를 법적으로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실무에서 나가는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이유는, 앞서 본 것처럼 '계약 기간 중 임대인의 양해를 구해 미리 나가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시점에 새 계약을 맺어야 하니, 그 부담을 나가는 임차인이 떠안는 조건으로 중도 퇴거에 합의해 주는 것입니다. 결국 이 부담은 법이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도해지를 위한 합의의 대가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 기간이 아직 1년 남은 임차인이 사정상 이사해야 한다면, 임대인은 원칙적으로 "만기까지 사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임대인이 중도 퇴거에 동의해 준다면, 임차인은 새 임차인을 구해 오고 그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합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이런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임차인은 실제로 나가더라도 원칙적으로 남은 기간의 차임을 계속 부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개수수료를 내는가'의 문제는 대개 '중도에 나가게 해 달라'는 협의와 한 묶음으로 다루어집니다.

참고로 주택 임대차의 중개보수는 거래금액에 상한요율을 곱해 산정합니다. 전세는 보증금(전세금)을, 월세는 보증금에 월차임의 100배를 더한 금액을 거래금액으로 보며(그 합산액이 일정 금액에 미치지 못하면 100배 대신 70배를 적용합니다), 구체적인 상한요율은 각 시·도 조례로 정해집니다. 부담 주체를 다투기 전에, 산정된 금액 자체가 상한을 넘지 않았는지도 함께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묵시적 갱신 중 해지라면 결론이 달라집니다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바로 묵시적 갱신 상태입니다.

묵시적 갱신이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라 계약 만기가 다가와도 임대인이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고, 임차인도 만기 2개월 전까지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으면, 이전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는 제도입니다. 별도의 재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계약이 그대로 연장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묵시적 갱신 이후의 해지권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는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때의 중도 퇴거는 임차인의 '부탁'이 아니라, 법이 정면으로 보장한 권리의 행사입니다.

그래서 중개수수료의 결론도 달라집니다. 국토교통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묵시적 갱신 후 임차인이 이 해지권을 행사해 나가는 경우 새 임차인을 구하는 중개수수료를 임차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습니다. 임차인이 법으로 인정된 해지권을 적법하게 행사한 것인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새 계약의 중개수수료는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다만 유권해석은 법원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어서, 최종적으로는 개별 사정에 따라 판단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내가 묵시적 갱신 상태인지부터 확인하세요

많은 분들이 자신이 묵시적 갱신 상태라는 사실 자체를 모른 채 지냅니다. 2년 계약이 끝났는데 임대인도 임차인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살고 있다면, 별도의 재계약서를 쓰지 않았더라도 이미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연장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기 무렵 임대인이 "계속 사셔도 된다" 정도만 이야기하고 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만기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 새 계약서를 다시 썼다면, 이는 묵시적 갱신이 아니라 새로운 계약입니다. 그 계약 기간 중에 중도해지하는 것은 다시 앞에서 본 원칙(임대인의 동의와 합의·관행)이 적용됩니다. 이처럼 중개수수료의 결론은 '지금 내가 어떤 갱신 상태에 있는가'에서 갈리므로, 계약서와 만기 무렵 주고받은 문자부터 확인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으로 갱신한 뒤 해지하는 경우

그렇다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2년을 더 살기로 갱신한 뒤 중도에 나가는 경우는 어떨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면서, 제4항에서 '이렇게 갱신된 임대차의 해지에 관하여는 제6조의2를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된 계약에서도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생깁니다. 임차인에게 해지권이 법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묵시적 갱신과 구조가 같습니다.

이 때문에 '해지권이 인정되는 이상 중개수수료도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묵시적 갱신만큼 명확한 유권해석이나 확립된 판례가 정리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사안에 따라 견해가 갈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내 계약이 최초 기간 중인지, 묵시적으로 갱신된 상태인지, 계약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된 것인지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부담 주체를 가리는 출발점이 됩니다.

계약서에 '중개수수료 부담' 특약이 있다면

계약서에 '임차인이 계약 기간 중 중도 해지하면 새 임차인의 중개수수료를 부담한다'는 특약이 들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특약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유효하고, 특약이 있으면 그 내용에 따르는 것이 우선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미리 부담 주체를 합의해 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약이 명확하다면 나중에 다투기가 그만큼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특약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대로 관철되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특약의 문언이 어떤 상황까지 포함하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 중도 퇴거를 전제로 한 특약을, 묵시적 갱신이나 계약갱신요구권에 따른 법정 해지권 행사에까지 무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는 편면적 강행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법이 보장한 해지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거나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특약이라면, 그 효력을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특약이 있더라도 그 문언과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이유 없이 거절한다면

실무에서 또 하나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은, 임차인이 조건에 맞는 새 임차인을 데려왔는데도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거절하거나, 보증금을 크게 올리는 등 무리한 조건을 새로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계약 기간 중 중도 퇴거를 전제로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하기로 한 것은, 어디까지나 임대인이 새 계약에 협조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시세에 맞는 적정한 새 임차인을 성실히 주선했음에도 임대인이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해 공실이 길어졌다면, 그로 인한 부담까지 임차인에게 전부 지우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언제, 어떤 조건으로 주선했고 임대인이 이를 어떻게 거절했는지에 관한 문자·통화 등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이후 협의나 다툼에서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다만 임대인에게도 새 임차인의 신용이나 조건을 심사하고 거절할 나름의 권한이 있으므로, '그 거절이 부당한가'는 새 임차인이 제시한 조건, 시세와의 차이, 임대인이 든 사유의 합리성 등을 종합해 사안별로 따져야 합니다. 결국 여기서도 감정적 대립보다 객관적 기록과 근거를 남겨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사 전 이렇게 대응하세요

실제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다음 순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계약서의 특약부터 확인합니다. 중개수수료·중도 해지에 관한 조항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상황을 전제로 하는지 그 문언을 그대로 읽어 봅니다.

  2. 지금 계약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합니다. 최초 계약 기간 중인지, 묵시적 갱신 상태인지, 계약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된 것인지에 따라 부담 주체의 결론이 달라집니다.

  3. 임대인과 정산 내용을 합의합니다. 퇴거 시점, 보증금 반환 시점, 중개수수료 분담을 함께 논의하고, 합의한 내용은 문자나 부속 합의서 등 서면으로 남겨 둡니다.

  4. 새 임차인 주선의 조건과 시점을 명확히 합니다. 공실 기간을 줄이려고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사정은, 임대인과의 협의에서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5. 중개수수료 외의 정산 항목도 함께 챙깁니다. 관리비·공과금 정산,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원상회복의 범위 등도 퇴거 시 함께 정리되므로, 중개수수료만 따로 떼어 다투기보다 전체 정산 항목을 한 번에 묶어 협의하는 편이 깔끔합니다.

  6. 이미 중개수수료를 지급했더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부담할 의무가 없었던 것으로 볼 사정이라면 부당이득 반환을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자발적 합의였는지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초기에 자료를 정리해 검토받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중개수수료의 부담 주체는 '누가 아쉬운 소리를 했는가'가 아니라 지금 계약이 어떤 상태이고, 임차인이 나가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과가 애매할수록 감정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계약서와 계약 상태를 근거로 차분히 협의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만기 3개월 전에 나가는데 집주인이 중개수수료를 내라고 합니다. 꼭 내야 하나요?

최초 계약 기간 중이라면, 원칙적으로 임대인은 중도해지에 응할 의무가 없어 실무상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하고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며 협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는 법정 의무가 아니라 합의의 문제이며, 지금 계약이 묵시적 갱신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먼저 내 계약 상태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나가도 중개수수료를 내야 하나요?

묵시적 갱신 이후에는 임차인이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국토교통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이 경우 새 임차인의 중개수수료를 임차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어, 임대인 부담이 원칙에 가깝습니다.

계약서에 '중도 퇴거 시 임차인이 중개수수료 부담' 특약이 있으면 무조건 내야 하나요?

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므로 그 내용이 우선합니다. 다만 법이 보장한 해지권 행사에까지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하지는 않은지에 따라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 특약의 문언과 구체적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미 중개수수료를 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부담할 의무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사정이라면, 부당이득 반환을 다퉈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임차인이 자발적으로 합의해 지급한 것인지 등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지급 경위와 대화 내용 등 초기 자료를 정리해 검토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전세 만기 전 이사의 중개수수료 문제는 '누가 아쉬운가'가 아니라 지금 계약이 어떤 상태이고, 임차인이 나가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최초 계약 기간 중인지, 묵시적 갱신 상태인지, 계약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된 것인지, 그리고 계약서에 어떤 특약이 있는지에 따라 부담 주체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사안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계약서와 계약 상태를 근거로 초기에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임대인과의 중개수수료·보증금 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황에 맞는 대응 방향을 함께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