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분쟁이 생겼을 때 대부분은 곧바로 '소송'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막상 소장을 접수하고 나면 1심 판결까지 1년 안팎, 항소·상고까지 이어지면 몇 년이 지나기도 합니다. 그사이 변호사 비용과 인지대·송달료가 들고, 상대방과의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워집니다. 받아야 할 돈은 분명한데 소송까지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사건이라면, 민사조정을 먼저 검토해 볼 만합니다. 이 글에서는 민사조정이 무엇이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떻게 신청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건에 적합하고 어떤 사건에는 맞지 않는지를 정리합니다.

민사조정이란 무엇인가

민사조정은 법원에서 조정담당판사나 조정위원회의 관여 아래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하는 절차입니다. 민사조정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재산권에 관한 분쟁 대부분이 대상이 됩니다. 대여금, 물품대금, 공사대금, 임대차보증금, 손해배상, 부당이득 반환 등 통상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사건이라면 조정으로도 다룰 수 있습니다.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민사조정은 사적인 합의가 아니라 법원의 정식 절차입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법원이 조정조서를 작성하고, 그 조서는 뒤에서 보듯 확정판결에 준하는 강한 효력을 가집니다. '조정은 그냥 합의니까 나중에 안 지키면 그만 아니냐'는 생각은 사실과 다릅니다.

조정에 이르는 길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당사자가 직접 법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소송이 진행되던 중 재판부가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는 두 번째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소장을 낸 뒤 첫 변론기일 무렵 재판부가 '조정을 한번 해 보시죠'라고 권유하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민사조정의 장점

① 비용이 소송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민사조정을 신청할 때 붙이는 인지액은 같은 금액으로 소를 제기할 때 내는 소장 인지액의 10분의 1입니다. 예컨대 소장 인지액이 100만 원 나올 사건이라면 조정신청서에는 10만 원 상당의 인지만 붙이면 됩니다. 소가가 큰 사건일수록 이 차이는 커집니다. 분쟁 금액은 큰데 사실관계에 큰 다툼이 없는 사건이라면, 초기 비용 부담이 훨씬 가볍다는 것만으로도 조정을 먼저 시도할 이유가 됩니다.

이미 소송을 제기한 뒤 조정으로 사건이 끝나는 경우에도 이점이 있습니다. 민사소송등인지법은 소가 취하되거나 조정·화해가 성립하여 사건이 종결된 때에는 이미 낸 인지액 중 일정 비율을 돌려주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환급 비율은 사건이 어느 단계에서 끝났는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면 담당 재판부나 법원 민원실에 구체적인 환급 여부를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절차가 덜 진행된 이른 단계에서 끝날수록 돌려받는 몫이 큽니다.

② 훨씬 빠르게 끝납니다

소송은 주장과 증거를 여러 차례 주고받고, 필요하면 증인신문과 감정을 거칩니다. 반면 조정은 대체로 1~2회의 조정기일로 결론이 납니다. 사건 내용이 단순하다면 신청 후 몇 달 안에 마무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정이 성립하면 그 자리에서 사건이 종결되고, 항소·상고 같은 상소 절차가 없습니다. 판결을 받아도 상대가 항소하면 다시 몇 개월이 흘러가는 소송과 비교하면, 조정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③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조정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민사조정법 제29조는 조정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고, 재판상 화해는 민사소송법상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결국 조정조서는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 되므로, 상대가 조정에서 정한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별도로 소송을 다시 할 필요 없이 조정조서 정본에 집행문을 받아 곧바로 압류 등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당사자끼리 작성한 합의서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입니다. 사적인 합의서는 상대가 이행하지 않으면 그 합의서를 근거로 다시 소송을 걸어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 조정조서는 그 단계를 건너뜁니다. '어차피 서로 합의할 것이라면 굳이 법원까지 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집행력입니다.

④ 판결로는 담을 수 없는 유연한 해결이 가능합니다

판결은 원고가 청구한 범위 안에서 '얼마를 지급하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분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조정에서는 당사자가 합의하는 한 판결로는 만들어 내기 어려운 내용도 조서에 담을 수 있습니다.

  • 분할 변제와 기한 유예 — 원금을 몇 회에 걸쳐 나누어 갚되, 한 번이라도 밀리면 남은 금액을 한꺼번에 갚기로 하는 기한이익 상실 조항을 함께 넣는 방식

  • 금액의 조정 — 정해진 기한 안에 이행하면 일정 금액을 감액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원래 금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는 방식

  • 금전 외의 이행 — 물건의 인도, 시설 원상회복, 명의이전 절차 이행, 상호나 게시물의 삭제 등

  • 분쟁 전체의 종결 — 소송에서 다투던 청구 외에 당사자 사이의 나머지 채권·채무 관계까지 함께 정리하는 이른바 청산 조항

특히 '받을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실익이 큽니다. 판결을 받아도 상대에게 재산이 없으면 회수가 어렵습니다. 반면 조정에서는 상대가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변제 계획을 함께 설계할 수 있고, 그만큼 자발적 이행률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부 이기는 판결보다 일부를 양보하고 실제로 받아 내는 조정이 나은 경우가 실무에는 많습니다.

⑤ 절차가 비공개이고, 조정에서 한 말은 소송에 쓰이지 않습니다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조정절차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업상 신용이나 개인의 사생활이 걸린 사건이라면 이 점이 중요합니다. 또한 민사조정법은 조정절차에서 한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의 진술은 민사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조정에서 '이 정도는 인정하고 마무리하자'며 한 발 물러선 말이, 조정이 깨진 뒤 소송에서 자백처럼 불리하게 쓰이지 않습니다. 덕분에 당사자들은 소송에서보다 훨씬 솔직하게 협상할 수 있습니다.

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대와의 분쟁에 적합합니다

소송은 구조상 상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과정이라 감정의 골이 깊어집니다. 그러나 거래처, 동업자, 친족, 이웃, 집합건물 입주자처럼 분쟁이 끝난 뒤에도 계속 마주해야 하는 사이라면, 승패를 가르는 판결보다 서로 수용할 수 있는 조정이 현실적으로 나은 결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⑦ 조정을 신청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됩니다

민사조정법은 조정신청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합니다.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채권을 두고 '일단 시효부터 막아야 하는데 소송 준비가 덜 되었다'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정신청을 취하하거나 신청이 각하된 경우에는 일정 기간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유지되지 않으므로, 시효를 목적으로 조정을 신청한다면 이후 일정을 반드시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 손해 볼 것이 적은 절차

많은 분들이 '조정을 했다가 안 되면 시간만 버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그러나 민사조정법은 조정이 무산되더라도 절차가 헛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먼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조정담당판사는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민사조정법 제30조). 실무에서 흔히 '강제조정'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법원이 사건의 사정을 고려해 공평한 해결안을 결정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피신청인이 조정기일에 나오지 않은 경우에도 법원은 이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결정에 불만이 있는 당사자는 결정서(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34조). 기간 안에 이의가 없으면 그 결정은 조정이 성립된 것과 마찬가지로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반대로 적법한 이의가 있으면 결정은 효력을 잃습니다.

그리고 조정이 불성립하거나, 법원이 조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위 결정에 이의가 제기된 경우에는 조정을 신청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 사건이 그대로 소송으로 넘어갑니다. 즉 조정이 깨졌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소장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가 자연스럽게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조정 신청 당시 낸 인지액과 소송에 필요한 인지액의 차액은 추가로 납부하게 됩니다. 조정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소송으로 가는 길을 막지 않는다는 점, 이것이 조정을 부담 없이 검토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민사조정 신청 절차

  1. 관할 법원을 확인합니다. 원칙적으로 상대방(피신청인)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이나, 분쟁 목적물의 소재지·사무소 소재지 등을 관할하는 법원에 신청합니다. 당사자가 합의로 관할 법원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2. 조정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합니다. 당사자 표시, 신청 취지(무엇을 구하는지), 분쟁의 내용을 적고 계약서·차용증·거래명세·이체내역·문자와 메신저 대화 등 근거 자료를 첨부합니다. 서면 제출 외에 법원에 출석해 구술로 신청하는 방법도 인정됩니다.

  3. 인지와 송달료를 납부합니다. 인지는 앞서 본 것처럼 소장 인지액의 10분의 1이며, 송달료는 당사자 수에 따라 별도로 예납합니다.

  4. 조정기일에 출석합니다. 법원이 기일을 지정해 통지하면 당사자가 출석해 조정담당판사 또는 조정위원회 앞에서 의견을 진술합니다. 이때 양보 가능한 범위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선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로 신청인이 두 차례 조정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조정신청이 취하된 것으로 처리될 수 있으므로 기일 관리에 유의해야 합니다.

  5. 조정 성립 또는 그 이후 절차로 진행합니다. 합의가 되면 조정조서가 작성되어 사건이 종결되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지거나 사건이 소송으로 이행됩니다.

조정이 적합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

조정은 만능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사건에서 특히 실익이 큽니다.

  • 채권의 존재 자체는 다툼이 없고 금액이나 변제 시기만 조정하면 되는 사건

  • 양쪽 주장에 각각 일리가 있어 판결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

  • 소송비용과 시간이 분쟁 금액에 비해 과도한 사건

  • 거래관계·가족관계처럼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지는 사건

  • 상대의 자력이 넉넉하지 않아 분할 변제 설계가 회수에 더 유리한 사건

반대로 다음의 경우에는 조정에 시간을 쓰기보다 소송이나 다른 절차로 곧장 가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 상대가 연락 자체를 피하거나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경우

  • 상대가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는 경우 — 이 경우에는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커서 증인신문이나 감정 등 본격적인 증거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 같은 쟁점으로 다수의 분쟁이 예정되어 있어 판결로 기준을 세워야 하는 경우

또한 조정은 어디까지나 서로 양보를 전제로 하는 절차입니다. 100퍼센트 승소를 확신하고 한 푼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면 조정은 맞지 않습니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 원고가 청구한 금액 전부를 그대로 인용받는 경우는 생각만큼 많지 않고,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회수 가능성까지 계산해 보면 조정안이 오히려 유리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손익을 냉정하게 따져 보는 것이 조정 단계의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조정을 신청하면 반드시 상대방이 나와야 하나요?

강제로 출석시킬 수는 없습니다. 다만 피신청인이 조정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조정담당판사가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으므로, 상대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절차가 그대로 끝나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 결정에 상대가 2주일 안에 이의를 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조정에서 정한 내용을 상대가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조정조서는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므로, 다시 소송을 할 필요 없이 조정조서 정본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예금·급여·부동산 등에 대한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정 단계에서 분할 변제 중 한 번이라도 지체하면 나머지 전액을 즉시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두면 대응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나중에 다시 다툴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조정은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므로, 같은 분쟁을 다시 소송으로 가져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조정조서에 어떤 문구를 넣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하여 서로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취지의 청산 조항이 들어가면, 나중에 발견한 손해까지 함께 정리되어 버릴 수 있으므로 문구를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변호사 없이 혼자 조정을 진행해도 되나요?

제도상 가능합니다. 절차가 소송보다 간이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진행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다만 조정은 '얼마에 합의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협상 절차이고, 그 판단의 기준은 결국 '소송으로 갔을 때의 예상 결과'입니다. 이 전망 없이 자리에 앉으면 근거 없이 밀리거나, 반대로 받을 수 있는 결말을 놓치기 쉽습니다. 또한 조정조서 문구는 그대로 집행의 근거가 되므로, 금액이 크거나 이행 조건이 복잡한 사건이라면 검토를 받아 보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송 중에 재판부가 조정을 권유하면 꼭 응해야 하나요?

응할 의무는 없고, 조정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결에서 불이익을 받지도 않습니다. 다만 재판부가 조정을 권유한다는 것은 사건을 심리해 본 결과 양쪽 주장에 각각 근거가 있다고 보았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건이라면 조정안의 내용을 한 번쯤 진지하게 검토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민사조정은 비용은 소송의 10분의 1 수준이면서 결과물은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활용도가 높은 절차입니다. 그러나 조정의 성패는 결국 '소송까지 갔을 때 어떤 결론이 예상되는가'를 정확히 가늠하고, 그 전망 위에서 양보의 폭과 이행 조건을 설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조정조서에 담기는 문구 하나에 따라 실제로 돈을 받아 내는 시점과 확률이 달라집니다.

법무법인 도모는 조정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유리한 사건인지부터 함께 점검하고, 조정기일에서의 협상과 조정조서 문구 검토, 조정이 무산되었을 때의 소송 대응, 그리고 조정 이후 이행되지 않을 경우의 강제집행까지 이어서 살펴 드립니다. 분쟁 해결 방법을 두고 고민하고 계신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