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업무가 밀려 부대 자료를 휴대전화로 찍어 두었다거나, 인수인계를 위해 파일을 개인 메일로 보냈다거나, 전역하면서 정리한 자료가 개인 클라우드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빼돌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군사기밀보호법은 '팔아넘길 의도'가 있어야만 적용되는 법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군사기밀의 판단 기준, 처벌되는 행위의 유형, 형사처벌과 징계·보안감사가 갈리는 지점, 그리고 조사 초기에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군사기밀이란 무엇이고, 등급은 어떻게 나뉘는가

군사기밀 보호법 제2조는 군사기밀을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도화·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으로 정의하면서, 군사기밀이라는 뜻이 표시·고지되거나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과 그 내용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3조는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군사Ⅰ급비밀·군사Ⅱ급비밀·군사Ⅲ급비밀로 등급을 구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은 군사기밀의 지정 범위를 필요한 최소한으로 한정하도록 하고, 지정 사유가 없어지면 해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외비 도장'이 찍혀 있으면 무조건 군사기밀일까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쟁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등급 표시가 붙어 있다는 형식만으로 군사기밀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고, 표시가 없다고 해서 군사기밀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법원은 표시·고지 등 형식적 요건과 함께, 그 내용이 실제로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위험을 초래할 실질적 가치가 있는지를 함께 따지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어의 첫 단계는 대개 "그 자료가 과연 군사기밀에 해당하는가"입니다. 이미 공개된 자료를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한지, 등급 지정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해제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군사기밀 보호법은 어떤 행위를 처벌하는가

이 법은 '유출'이라는 하나의 죄만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 태양과 신분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누어 처벌합니다.

  • 탐지·수집 —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하는 행위 자체를 제11조에서 처벌합니다. 아직 누구에게 넘기지 않았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누설 — 제12조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탐지·수집한 군사기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와, 우연히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누설한 경우를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 업무상 누설(가중) — 제13조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 또는 취급하였던 사람이 그 업무상 알게 되거나 점유한 군사기밀을 누설한 경우를 더 무겁게 처벌합니다. '취급하였던 사람'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전역·퇴직 후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과실 누설 — 고의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과실로 군사기밀을 누설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수였다"는 사정이 곧바로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 미수·예비·음모 — 이 법은 미수범은 물론 예비·음모 단계에 대한 처벌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정형은 조문과 신분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개정 가능성도 있으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부터 확정한 뒤 현행 조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간첩죄·국가보안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군사기밀이 문제 되면 곧바로 '간첩'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세 법률은 요건이 분명히 다릅니다.

형법 제98조의 간첩죄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군사상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즉 적국(판례는 북한을 이에 준하여 취급하고 있습니다)을 위한 것이라는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거나 그 지령을 받은 사람이 목적수행을 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구조입니다.

이에 비해 군사기밀 보호법은 적국이나 반국가단체와의 연결이 없어도 적용됩니다. 개인적 호기심, 편의, 취업 준비, 과시 목적으로 자료를 촬영하거나 반출한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점이 "나는 간첩이 아닌데 왜 조사를 받느냐"는 오해가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한편 현역 군인의 경우 군형법에도 군사상 기밀 누설에 관한 처벌 규정이 있어, 어느 법률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처리 경로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유형

실제 사건은 대부분 극적인 스파이 사건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1. 부대 내부 자료를 개인 휴대전화로 촬영 — 야근을 줄이려고, 또는 나중에 참고하려고 화면이나 서류를 찍는 경우입니다. 촬영 그 자체가 탐지·수집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2. 카카오톡·개인 이메일로 전송 — 인수인계, 상급자 보고 편의, 집에서 작업하기 위한 전송이 전형적입니다. 수신자가 같은 부대원이라도 인가 범위를 벗어나면 누설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3. USB·외장하드·개인 클라우드 반출 — 비인가 저장매체 사용은 그 자체로 보안 위반이며, 내용에 따라 형사 문제로 확대됩니다.

  4. SNS 게시물 배경에 시설·장비가 촬영 — 인증샷의 배경, 훈련 사진, 위치정보가 남은 사진이 문제 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옵니다.

  5. 전역·퇴직 후 자료 보관 — 정리하지 않은 채 개인 PC나 클라우드에 남아 있다가, 다른 사건이나 보안감사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우입니다.

  6. 이직·취업 목적의 자료 반출 — 방산업체 이직이나 경력 증빙을 위해 자료를 챙긴 경우입니다. 이때는 군사기밀 보호법 외에 방위산업기술 보호법,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까지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유형들의 공통점은 '유출 의도'가 아니라 '업무 편의'에서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법이 요구하는 고의는 '기밀을 기밀인 줄 알면서 수집·누설한다'는 인식이지, '국가에 해를 끼치겠다'는 목적이 아닙니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형사처벌 대신 '보안 위반'으로 처리되는 경우 — 징계와 보안감사

모든 사안이 형사사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훨씬 많은 사건은 보안 위반(보안사고)으로 분류되어 보안감사와 징계로 처리됩니다. 비밀 관리 소홀, 보안장비·보안 프로그램 미사용, 비인가 저장매체 반입, 출입·반출 절차 미준수, 시건장치 미사용 등이 대표적입니다.

형사와 징계가 갈리는 실질적 기준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대상 자료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 — 등급 지정이 없는 일반 업무자료의 관리 소홀이라면 징계·보안감사 영역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외부로 실제 전파되었는지 — 개인 저장에 그쳤는지, 제3자에게 전달되었는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었는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집니다.

  • 고의성과 반복성 — 1회성 부주의인지, 지속적·조직적으로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합니다.

  • 대가 수수나 이직 등 목적 유무 — 금전이나 취업상 이익이 결부되면 형사 전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징계로 처리되더라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군인사법상 징계는 중징계와 경징계로 나뉘며, 간부의 경우 파면·해임·강등·정직이 중징계에, 감봉·근신·견책이 경징계에 해당합니다. 병에 대한 징계는 과거의 영창 제도가 폐지된 뒤 군기교육 등으로 재편되었으므로 현행 규정과 절차를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아울러 비밀취급인가 취소·제한, 보직 변경, 진급 제한 등 인사상 불이익이 함께 따르는 경우가 많고, 군무원은 군무원인사법에 따른 별도의 징계 절차가 적용됩니다.

징계 결과에 다툴 여지가 있다면 징계처분에 대한 항고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간이 짧고 경과하면 사실상 회복이 어려우므로, 처분서를 받은 즉시 기간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조사가 시작되었다면 — 포렌식과 임의제출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군사기밀 사건은 사실상 디지털 포렌식이 승부처입니다. 휴대전화, 개인 PC, 외장 저장매체, 클라우드 계정, 메신저 대화까지 분석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사 초기에 아래 항목을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 어떤 자료인지 특정 — 파일명, 작성 부서, 등급 표시 유무, 생성 시점, 취득 경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 전파 범위 확인 —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몇 건이 전달되었는지. 전달받은 사람이 인가자인지 여부도 중요합니다.

  • 업무 필요성 자료 — 상급자 지시, 업무분장, 야근·출장 기록 등 '업무 목적'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합니다.

  • 보안교육·인가 이력 —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범위의 인가를 보유했는지가 고의·과실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임의제출 요구를 받았을 때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휴대전화나 저장매체의 임의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의제출은 말 그대로 동의에 기초한 제출이므로 거부할 수 있고, 제출 범위를 한정할 수도 있습니다. 협조적인 태도가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건도 분명 있지만, 기기 전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제출하면 본래 사안과 무관한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분석되어 별개의 혐의로 번지는 일이 실제로 발생합니다.

또한 조사가 시작된 뒤의 자료 삭제나 초기화는 대단히 위험합니다. 포렌식으로 삭제 흔적이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증거인멸 정황으로 평가되어 오히려 고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삭제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지 마시고, 반드시 사전에 법률적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

절차 면에서는 신분에 따라 경로가 달라집니다. 현역 군인은 군사경찰·군검찰·국군방첩사령부의 수사와 군사법원 재판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며,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 이후 군사재판의 항소심은 민간 법원이 담당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반면 이미 전역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민간 수사기관과 민간 법원에서 처리됩니다. 군무원과 방산업체 종사자 역시 이 법의 적용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등급 표시가 없는 자료인데도 군사기밀이 될 수 있나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은 표시·고지뿐 아니라 '보호에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도 포함하고 있고, 법원은 형식적 표시와 함께 실질적인 비밀로서의 가치를 함께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반대로, 표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군사기밀성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정 절차의 적법성과 실질적 비밀성은 충분히 다툴 수 있는 쟁점입니다.

인터넷에 이미 공개된 내용을 정리한 것도 처벌되나요?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이라는 요건이 있으므로, 이미 공개된 정보 그 자체라면 군사기밀성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공개된 조각 정보들을 모아 분석·가공한 결과물이 새로운 비밀성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료의 성격과 취득 경위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전역한 지 오래되었는데 옛날 자료가 클라우드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 지우면 되나요?

아직 아무런 조사가 없는 상태에서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과, 조사·감사가 개시된 이후에 삭제하는 것은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후자는 증거인멸로 비칠 수 있어 매우 불리합니다. 또한 업무상 취급하였던 사람에 대한 조항은 전역 후에도 적용될 수 있으므로, 이미 연락을 받으셨다면 임의로 처리하지 마시고 먼저 상담을 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군사기밀 사건은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 자료가 정말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 어떤 조문이 적용되는지, 형사사건으로 갈 사안인지 보안 위반과 징계로 정리될 사안인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포렌식과 임의제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되돌리기 어려운 영향을 남깁니다. 현역 군인, 군무원, 전역자, 방산업체 종사자 어느 위치에 계시든 조사 연락을 받으셨다면 진술 이전 단계에서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