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준 약인 줄 몰랐다면 — 마약류 범죄의 고의와 '미필적 고의'
2026. 07. 20.
"마약인 줄 몰랐다"는 말은 정말 통할까요? 마약류 범죄가 고의범인 이유와, 실무에서 폭넓게 인정되는 미필적 고의, 그리고 초기 진술 관리의 중요성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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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피곤할 때 먹으면 개운해진다", "살 빠지는 약이다"라며 건넨 알약이나 가루를 별생각 없이 받았다가, 훗날 그것이 마약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가장 억울한 말은 "저는 그게 마약인 줄 정말 몰랐습니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몰랐다'는 사정은 매우 중요한 방어이지만 실무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약류 범죄에서 '고의'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마약류 범죄는 어떤 행위를 처벌하나
흔히 마약 범죄라고 하면 투약만 떠올리기 쉽지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투약뿐 아니라 소지·보관·수수(주고받음)·매매·수출입·제조 등 마약류와 관련된 다양한 행위를 처벌합니다. 마약류는 크게 마약, 향정신성의약품(이른바 필로폰 등), 대마로 나뉘며, 어떤 종류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었는지에 따라 법정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단순 투약·소지라 하더라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징역형이 규정되어 있고, 매매·수출입처럼 유통에 관여한 경우에는 훨씬 무겁게 처벌됩니다. 그만큼 '내가 한 행위가 마약과 관련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마약류임을 인식했는지'가 처벌 여부를 가르는 출발점이 됩니다.
마약류 범죄는 '고의범'입니다
우리 형법 제13조는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고의범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마약류를 투약·소지·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죄 역시 고의범입니다. 즉, 자신이 다루는 물건이 마약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이를 투약하거나 지녔을 때 비로소 처벌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건네받은 것이 마약류인 줄 전혀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다면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고의가 조각되어) 무죄가 될 수 있습니다. 감기약이나 영양제인 줄 알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 마약류였다면, 그 인식이 없었던 이상 마약류 투약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몰랐다'는 주장이 방어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미필적 고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미필적 고의입니다. 고의는 "이것은 분명히 마약이다"라고 확실히 아는 경우(확정적 고의)에만 인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약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하면서도 그래도 상관없다며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투약·소지한 경우에도 고의가 인정됩니다. 이것을 미필적 고의라고 합니다.
실무에서 마약 사건의 승패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립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확실히 마약인 줄은 몰랐다"는 변명만으로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정황상 마약일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확인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면,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설마 마약이겠어" 하고 가볍게 넘긴 것이 아니라 "마약일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에 가까웠다고 평가되면, '몰랐다'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됩니다.
법원은 '몰랐다'를 어떻게 판단할까 — 객관적 정황
사람의 속마음은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법원은 겉으로 드러난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인식(고의)이 있었는지를 추단합니다.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약의 출처와 전달 경위
누구에게서, 어떤 상황에서 건네받았는지가 핵심입니다. 정상적인 의약품이라면 약국이나 병원을 통하기 마련인데, 은밀하게,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을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약·가루·액상 형태로 전달받았다면 마약일 가능성을 의심했어야 한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대가의 지급과 거래의 은밀성
대가를 지불했는지, 지불했다면 어떤 방식이었는지도 중요합니다. 시중 의약품 시세와 동떨어진 금액을 현금이나 가상자산 등으로 은밀하게 지급했거나, 추적을 피하는 대화방·비밀스러운 경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통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정황은 '몰랐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쉽습니다.
복용 후 신체 반응과 사후 정황
복용 후 각성·환각·심박 증가 등 일반 의약품과 명백히 다른 신체 반응을 겪고도 계속 복용했다면, 적어도 그 시점 이후로는 마약류임을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커집니다. 또한 검거 당시 증거를 없애려 했거나 진술을 자주 바꾸는 등의 사후 정황도 고의를 판단하는 자료가 됩니다.
정리하면, '몰랐다'는 주장은 이러한 객관적 정황과 어긋나지 않을 때에만 설득력을 가집니다. 주장 자체가 정황과 배치되면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울게 됩니다.
'몰랐다'가 받아들여지기 쉬운 경우와 어려운 경우
받아들여지기 쉬운 경우: 가족·가까운 지인이 감기약·영양제·비타민이라며 일상적인 상황에서 건넸고, 겉모습도 정상 의약품과 다르지 않았으며, 복용 후 특별한 이상 반응이 없었고, 대가를 지급하지도 않은 경우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우: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은밀히 건네받은 경우, 정상 유통 경로를 벗어나 현금·가상자산으로 대가를 치른 경우,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액상을 받은 경우, 복용 후 뚜렷한 각성·환각을 경험하고도 반복한 경우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마약 사건은 대부분 소변·모발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거나 압수된 물건의 성분이 밝혀지면서 시작됩니다. 이 단계 이후 남는 것은 결국 '인식이 있었는지'에 대한 다툼이고, 그 승부처는 초기의 진술과 현장 정황입니다.
추측성 진술과 섣부른 자백을 피합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마약인 것 같긴 했다"는 식으로 던진 한마디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달 경위를 사실대로 정리합니다. 누가, 언제, 어떤 말과 함께 건넸는지, 대가가 있었는지, 어떤 경로로 연락했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확히 정리해 두어야 방어의 토대가 됩니다.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습니다. 첫 조사 전후의 진술 방향과 정황 정리가 사건 전체의 향방을 좌우하므로, 초기 단계부터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소변·모발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는데, 정말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검사 양성은 '체내에 마약류 성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그 자체로 '마약인 줄 알고 투약했다'는 고의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양성 반응이 나오면 투약 사실 자체는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후에는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전달 경위 등 객관적 정황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복용하지 않고 지인이 준 것을 가지고만 있었습니다. 이것도 처벌되나요?
마약류관리법은 투약뿐 아니라 소지·보관·수수 행위도 처벌합니다. 따라서 복용하지 않았더라도 마약류인 줄 인식하고 지니고 있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마약류라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면 이 경우에도 고의가 문제 되며, 판단 기준은 앞서 설명한 정황과 같습니다.
초범이고 진심으로 몰랐던 경우에도 변호인이 필요한가요?
그렇습니다. '몰랐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고, 초기 진술 한 번으로 결과가 굳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실로 인식이 없었다면 그 점을 객관적 정황으로 설득력 있게 구성해야 하고, 설령 일부 인식이 인정되더라도 초범·경위·반성 등 유리한 사정을 정리해 양형에서 최대한 선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마약류 범죄는 '투약·소지 사실'보다 '그것이 마약인 줄 인식했는가'라는 고의를 어떻게 다투느냐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지인이 줘서 몰랐다'는 사정은 정황과 맞물려 신중하게 소명될 때 비로소 힘을 가지며, 그 출발점은 사건 초기의 진술과 자료 정리입니다. 억울하게 마약 혐의를 받고 계시다면, 혼자 대응하기보다 이른 단계에서 법무법인 도모와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