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헤어질 때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혼인신고가 없더라도 사실혼으로 인정되면 헤어질 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부당하게 관계를 파기당했다면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사실혼이 인정되는 기준과 해소 시 청구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한계를 정리합니다.

사실혼이란 무엇인가 — 단순 동거와의 결정적 차이

사실혼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실제로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있으나,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관계를 말합니다. 우리 민법 제812조는 혼인이 신고로써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사실혼은 법률상 혼인은 아닙니다. 그러나 법원은 오랫동안 사실혼 관계에 혼인에 준하는 일정한 법적 보호를 인정해 왔습니다.

여기서 갈리는 지점이 바로 단순 동거와의 차이입니다. 서로 좋아서 함께 살고 생활비를 나누어 낸다고 해서 모두 사실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우리는 부부다'라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부부로 인정될 만한 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동거, 언제든 정리할 수 있다는 전제의 교제 관계는 사실혼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실혼은 어떻게 인정받을까 — 실무에서 보는 자료들

혼인신고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사실혼 사건은 대부분 "사실혼이 맞느냐"를 다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상대방이 "그냥 같이 산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 결혼식이나 양가 상견례를 치렀는지, 청첩장·예식 사진·하객 명단이 남아 있는지

  •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로 등재되어 있는지, 함께 거주한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 양가 가족과 친척·지인들이 두 사람을 부부로 인식하고 왕래했는지

  • 생활비를 공동으로 관리했는지, 공동 계좌·공동 명의 재산·보험 수익자 지정 등이 있는지

  •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있는지, 경조사에 배우자로 참석했는지

사실혼 여부 자체를 명확히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사실상 혼인관계 존부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가사소송법은 이를 가사소송사건으로 정하고 있으며, 유족연금 수급이나 각종 행정절차에서 사실혼 지위를 인정받아야 할 때 활용됩니다.

참고로 사실혼이 인정되면 그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서로 부양할 의무와 일상적인 가사에 관한 대리권이 인정되고, 정조의무도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상속, 배우자 공제와 같은 세제상 혜택, 친족관계의 형성 등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를 뺀 결혼'이 아니라 일부 효과만 인정되는 관계라고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사실혼을 해소할 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은 법률혼과 달리 협의이혼 절차나 이혼 판결이 필요 없습니다. 당사자 일방이 관계를 끝내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공동생활이 실제로 해체되면 그것으로 사실혼은 해소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소된 경우, 법원은 이혼 시 재산분할을 정한 민법 제839조의2를 유추적용하여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함께 재산을 이루었다면 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그 몫을 청산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무엇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원칙적으로 사실혼 기간 중 두 사람이 협력하여 형성하거나 유지한 재산이 대상입니다.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는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부동산, 예금, 주식, 퇴직금, 사업체의 가치 등이 모두 검토 대상이 될 수 있고, 공동생활을 위해 부담한 채무도 함께 고려됩니다. 반면 사실혼 시작 전부터 각자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일방이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고유재산으로 보아 제외됩니다. 다만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있습니다.

기여도는 어떻게 평가되는지

기여도는 소득 활동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더라도 재산 형성에 대한 협력으로 평가되며, 사실혼 기간의 길이, 각자의 수입과 재산 관리 방식, 부모 부양 등 여러 사정이 함께 반영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비율은 사안마다 크게 달라지므로 미리 몇 대 몇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는지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한 날부터 2년 내에 행사하도록 정하고 있고, 사실혼 해소의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유추적용됩니다. 즉 사실혼이 해소된 시점부터 2년이 지나면 청구가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사실혼은 언제 해소되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무에서는 기산점 자체가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별거가 길어진 상황이라면 시간을 흘려보내지 마시고 조기에 상담받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또한 상대방이 분할을 피하려고 재산을 처분하거나 명의를 옮길 우려가 있다면, 청구와 함께 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결을 받더라도 정작 집행할 재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혼 사건은 등기부나 가족관계등록부처럼 관계를 곧바로 보여 주는 공적 자료가 없는 만큼, 사실혼의 존재와 재산의 소재를 동시에 준비해 두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부당하게 파기당했다면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실혼은 일방이 그만두겠다고 하면 해소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사실혼을 파기한 경우, 상대방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정행위, 폭행, 일방적 축출, 이유 없는 연락 두절 등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또한 파탄에 책임 있는 제3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부모 등 가족이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방해하고 파탄에 이르게 한 경우, 그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사례들이 있습니다. 다만 파기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위자료 청구는 배척됩니다. 상대방의 폭력이나 부정행위 때문에 관계를 끝낸 것이라면 오히려 그 쪽이 책임을 지게 됩니다. 위자료 액수는 파탄의 경위와 사실혼 기간, 유책 정도 등에 따라 사안마다 달라집니다.

상대방이 사망한 경우 — 여기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부분이 사실혼에서 가장 뼈아픈 지점입니다.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민법이 정한 상속인으로서의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배우자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았더라도, 상대방이 사망하면 그 재산은 자녀나 부모, 형제자매 등 법정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그렇다면 "상속은 안 되더라도 재산분할이라도 청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실혼 배우자 일방이 사망하여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에는 생존한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살아 있을 때 헤어지면 재산분할이 되는데, 사별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이 점이 사실혼 관계에서 반드시 미리 대비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보호장치들

전부 보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개별 법률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를 배우자로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 주택 임차권의 승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는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주택에서 함께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인이 있더라도 그 상속인이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면 사실혼 배우자가 2촌 이내의 친족과 공동으로 승계합니다. 살던 집에서 곧바로 쫓겨나는 일을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 유족연금 등 사회보장: 국민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공무원연금법 등은 유족의 범위에 관하여 배우자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족연금이나 유족급여는 사실혼 배우자도 수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는 자료가 요구되며,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 특별연고자에 대한 분여: 사망한 사람에게 상속인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1057조의2에 따라 피상속인과 생계를 같이 하거나 요양간호를 한 사람 등 특별연고자가 가정법원에 상속재산의 분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사별에 대비하려면 생전에 유언장 작성, 생명보험 수익자 지정, 공동명의 설정, 필요하다면 혼인신고와 같은 조치를 미리 검토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중혼적 사실혼은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한쪽에 이미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부부처럼 지내는 관계를 중혼적 사실혼이라고 합니다. 우리 법은 일부일처제를 원칙으로 하므로, 이러한 관계는 원칙적으로 사실혼으로서 보호받지 못합니다.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유족연금에서도 법률상 배우자가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법원은 예외를 인정하기도 합니다. 기존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에 이르러 형식만 남아 있고 실질적으로는 해소된 것과 다름없는 경우라면, 뒤에 형성된 사실혼도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는 개별 사안에서 매우 엄격하게 판단되므로, 별거 기간과 그 경위, 왕래 여부, 부양의 실태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는 어떻게 되나

사실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법적으로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됩니다. 어머니와의 친자관계는 출산 사실로 인정되지만, 아버지와의 법적 친자관계는 인지(認知)를 거쳐야 발생합니다. 아버지가 스스로 인지하지 않으면 자녀나 그 법정대리인이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인지가 이루어지면 자녀는 아버지의 상속인이 되고, 양육비 청구도 가능해집니다. 사실혼이 해소되더라도 자녀의 양육자 지정,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하여는 법률혼 부부의 이혼과 마찬가지로 가정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몇 년을 같이 살아야 사실혼으로 인정되나요?

법에 정해진 최소 기간은 없습니다. 기간은 중요한 판단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으며, 혼인의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봅니다. 기간이 짧아도 결혼식을 올리고 양가가 인정하는 부부생활을 했다면 인정될 수 있고, 반대로 오래 함께 살았더라도 각자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했다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혼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상간자 소송이 가능한가요?

사실혼 관계도 정조의무가 인정되므로,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와 상대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실혼이 성립했다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하므로, 법률혼 사건보다 준비할 자료가 많습니다.

재산이 전부 상대방 명의인데도 분할을 받을 수 있나요?

명의가 한쪽으로 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분할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재산분할은 명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기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재산이 사실혼 기간 중에 형성되었다는 점과 본인의 기여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하므로, 통장 거래내역이나 대출·상환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헤어진 지 3년이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청구할 수 있나요?

재산분할청구는 해소일부터 2년 내에 하도록 되어 있어 원칙적으로는 어렵습니다. 다만 언제를 해소 시점으로 볼 것인지가 다투어질 수 있고, 위자료 청구는 별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사안에 따라 여지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기간이 지났다고 스스로 단정하지 마시고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사실혼 사건은 "사실혼이 맞다"는 점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에서 결과의 절반이 갈립니다. 혼인신고라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흩어져 있는 생활의 흔적을 법적 의미가 있는 자료로 정리해 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기에 재산분할의 대상과 기여도, 위자료, 그리고 2년이라는 기간 제한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사실혼 관계의 정리를 앞두고 계시거나, 상대방의 사망 이후 권리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막막하신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차분히 살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