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계약서를 안 썼으니 없던 일 아닌가요?"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친한 사이라서, 급해서, 혹은 서면을 요구하면 상대가 기분 나빠할까 봐 말로만 약속하고 넘어갔다가 뒤늦게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약서가 없다고 해서 약속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효력이 있느냐'와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구두 약속의 법적 효력과, 계약서 없이 권리를 지키는 실무적인 방법을 정리합니다.

계약은 '말'만으로도 성립합니다

우리 민법상 계약은 원칙적으로 청약(하겠다는 제안)과 승낙(받아들이겠다는 대답)의 의사표시가 합치하면 그것으로 성립합니다. 이를 낙성계약·불요식계약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물건을 넘겨주어야 성립한다거나, 정해진 양식의 서면을 갖추어야 성립한다는 제한이 원칙적으로 없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카페에서 나눈 대화, 전화 통화, 카카오톡 메시지로 주고받은 합의도 그 내용이 명확하다면 모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입니다. 매매, 임대차, 금전 대여, 용역 도급, 동업 약정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종이 한 장 없이 한 약속이라도 상대방은 이를 이행할 의무를 지고, 지키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만 계약이 성립하려면 합의의 내용이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얼마에' 수준으로 특정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잘 챙겨줄게", "적당히 이익을 나누자" 같은 말은 법적 의무를 발생시키는 계약이라기보다 단순한 호의나 협상 중의 의향 표명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재판에서도 구두 계약의 존부보다 '어떤 내용으로 합의되었는가'가 더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서면이 필요한 예외 — 보증과 증여

불요식 원칙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법이 특별히 서면을 요구하거나, 서면이 없으면 마음을 돌릴 수 있게 열어 둔 영역입니다.

① 보증 — 서면이 없으면 효력이 없습니다

민법 제428조의2는 보증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술자리에서 "내가 보증 서줄게"라고 했더라도, 서면이 없으면 보증채무를 부담시키기 어렵습니다. 정에 이끌려 도장을 찍는 일을 막기 위해 2015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규정입니다. 다만 보증인이 이미 보증채무를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방식 위반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하셔야 합니다.

② 증여 — 서면이 없으면 해제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 각 당사자가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돈은 그냥 줄게", "그 땅은 네 앞으로 해줄게"라는 말은 그 자체로 증여계약이지만, 서면이 없으면 준다고 한 사람이 나중에 마음을 바꿔 해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미 이행이 끝난 부분에는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이미 송금하거나 등기를 넘겨준 부분은 돌려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③ 그 밖에 방식이나 서면이 문제 되는 경우

  • 유언: 민법이 정한 방식을 갖추지 않으면 무효가 되는 대표적인 요식행위입니다. "말로 남긴 유언"은 원칙적으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부동산 거래: 매매계약 자체는 구두로도 성립하지만, 소유권은 등기를 마쳐야 넘어갑니다. 등기신청과 실거래 신고 실무상 계약서가 사실상 필수입니다.

  • 주택·상가 임대차: 구두 임대차도 유효하고 대항력 요건(인도와 전입신고 등)도 갖출 수 있지만, 확정일자는 임대차계약증서에 받는 것이므로 계약서가 없으면 우선변제권 확보에 곤란이 생깁니다. 보증금이 걸린 계약이라면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 근로계약: 근로기준법은 임금·소정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해 교부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서면이 없어도 근로계약은 유효하지만, 사용자에게는 제재가 따를 수 있습니다.

진짜 쟁점은 '효력'이 아니라 '입증'입니다

구두 계약이 유효하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그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민사소송에서 법관은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사실을 인정합니다. 계약서라는 '처분문서'가 있으면 그 내용대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것이 통상이지만, 계약서가 없으면 여러 정황 증거를 모아 합의 내용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분쟁의 양상은 대개 이렇게 흘러갑니다. 돈을 준 사실 자체는 계좌 내역으로 쉽게 증명되는데, 그 돈이 '빌려준 돈'인지 '투자금'인지 '그냥 준 돈'인지를 두고 다투게 되는 것입니다. 계약서가 없으면 이 성격 규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법원은 송금 전후의 대화 내용, 이자나 변제기에 관한 언급, 당사자의 관계와 거래 관행, 이후의 행동(독촉을 했는지, 일부라도 갚았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계약서 없이 약속을 증명하는 방법

이미 계약서 없이 일을 진행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아래 자료를 확보하고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1. 대화 기록: 카카오톡·문자·이메일이 가장 강력합니다. 휴대전화 교체나 대화방 나가기로 기록이 사라지지 않도록 즉시 백업하고, 캡처가 아니라 대화 내보내기 파일 형태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통화 녹음: 본인이 대화의 당사자로 참여한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상대에게 전화해 "지난번에 빌려준 3,000만 원, 언제까지 갚기로 했었죠?"처럼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대화를 남겨 두면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3. 금전의 흐름: 계좌이체 내역, 이체 시 적요란에 남긴 문구, 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견적서 등입니다.

  4. 이행의 흔적: 실제로 물건을 납품하거나 일을 해준 정황(사진, 작업 일지, 현장 출입 기록, 배송 기록)은 계약의 존재를 뒷받침합니다.

  5. 제3자의 진술: 합의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의 진술서나 증인 신문입니다. 다만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의 진술은 증명력이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6. 내용증명 발송: 내용증명 자체에 특별한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 내용을 정리해 보내고 상대가 이를 명확히 부인하지 않거나 일부라도 인정하는 답변을 하면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이행을 촉구한 시점을 남기는 의미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서면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이루어진 합의를 확인하는 확인서, 정산합의서, 차용증을 새로 받아 두면 이후 분쟁의 상당 부분이 정리됩니다. 상대가 서명을 꺼린다면 최소한 카카오톡으로 "지난번 합의한 내용이 아래와 같은 게 맞으시죠?"라고 보내 확인 답변을 받아 두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납니다.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는데 상대가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이 됩니다.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 채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행 자체를 구하는 청구(대금 지급, 물건 인도)와 손해배상 청구, 사안에 따라 계약 해제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절차 선택 — 무엇부터 할지

  • 지급명령(독촉절차): 금전 채권에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만 상대가 이의하면 통상의 소송으로 넘어가므로, 다툼이 예상되면 처음부터 소를 제기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 민사조정: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고 관계를 완전히 끊기 어려운 사안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 소액사건: 청구금액이 3,000만 원 이하이면 소액사건심판 절차로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됩니다.

  • 보전처분: 상대에게 재산이 있을 때는 가압류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승소해도 재산이 없으면 회수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효를 놓치지 마십시오

권리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일반 민사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 상행위로 생긴 채권은 5년입니다. 공사대금이나 물품 대금 등은 3년, 음식값·숙박료 등은 1년의 단기 시효가 적용됩니다. 계약서가 없는 사건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사라지므로, 시효 기간을 다 채우기 전에 움직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오해 정리

  • "도장을 안 찍었으니 무효다" — 도장이나 인감은 계약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본인의 의사로 합의했다면 유효합니다.

  • "카톡은 정식 계약이 아니다" — 내용이 특정되어 있고 승낙의 의사가 확인되면 카카오톡 대화도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훌륭한 증거입니다.

  • "녹음은 증거로 못 쓴다" — 본인이 참여한 대화의 녹음은 민사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계약서만 있으면 무조건 이긴다" — 반대로, 계약서가 있어도 그 내용이 모호하거나 실제 이행과 다르면 다툼이 생깁니다. 금액·기한·해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핵심입니다.

  • "돈을 안 갚으니 무조건 사기다" — 계약 위반은 원칙적으로 민사 문제입니다. 형사 사기죄는 처음부터 속일 의사가 있었는지가 별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친구에게 차용증 없이 돈을 빌려줬습니다. 받을 수 있나요?

차용증이 없어도 대여금 채권은 유효하게 존재합니다. 관건은 그 돈이 '빌려준 돈'이었다는 점을 보여줄 자료입니다. 이체 내역과 함께 빌려달라고 요청한 메시지, 변제기나 이자에 관한 대화, 이후 갚으라고 독촉한 기록이 있으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자료가 부족하다면 지금이라도 상대와 통화하여 채무를 인정하는 발언을 확보하거나, 일부라도 변제받고 나머지에 관한 확인서를 받아 두는 방법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말로 "보증 서겠다"고 한 사람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어렵습니다. 민법은 보증의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사람이 실제로는 보증인이 아니라 공동으로 돈을 빌린 주채무자이거나, 채무를 인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당시 대화 내용과 돈의 사용처를 함께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계약금만 보냈는데, 상대가 안 하겠다고 합니다.

계약서 작성 전이라도 주요 내용에 합의하고 계약금을 주고받았다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금을 교부한 경우 다른 약정이 없으면 받은 사람은 배액을 상환하고, 준 사람은 이를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금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 상대의 이행 거절이 해약금 해제인지 채무불이행인지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므로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포기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종이의 유무가 아니라, 흩어져 있는 대화와 송금 내역을 어떤 법리로 엮어 하나의 합의로 설명해 내느냐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있지도 않은 약속을 주장하는 경우라면, 그 주장의 빈틈을 짚어내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계약서 없이 진행한 거래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자료가 더 사라지기 전에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함께 정리하고 가능한 방법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