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길을 지나다 스치듯 이루어진 짧은 접촉, 또는 술자리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 때문에 강제추행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강제추행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과 판례는 예상치 못한 순간의 신체접촉, 이른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으로 보아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습추행이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성립하는지, 그리고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차근차근 설명드립니다.

기습추행이란 무엇인가

기습추행은 형법 조문에 직접 등장하는 용어가 아니라 실무에서 굳어진 표현입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는데, 이 강제추행이 성립하는 한 유형을 두고 기습추행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강제추행이라고 하면 상대를 폭행·협박으로 제압한 뒤 추행하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기습추행은 이와 달리, 상대가 미처 저항할 겨를도 없이 순간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 그 자체가 추행이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즉, 폭행이 먼저 있고 추행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접촉 행위가 폭행이면서 동시에 추행이 되는 구조입니다.

강제추행죄의 두 가지 유형 — 수단형과 기습추행형

판례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모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해 왔습니다. 이 구분을 이해하면 기습추행이 왜 처벌되는지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①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유형

상대를 때리거나 위협하여 반항하지 못하게 만든 뒤 추행에 이르는 경우입니다. 여기서는 폭행·협박이 추행을 위한 '수단'으로 먼저 존재합니다.

②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인 유형(기습추행)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갑작스럽게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 자체가 곧 추행으로 평가되는 경우입니다.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순간적으로 만지거나, 갑자기 끌어안거나 입을 맞추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유형에서는 추행에 앞서 별도의 폭행·협박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순간적·기습적 접촉도 처벌되는 이유

기습추행에서 가장 자주 오해되는 부분은 "너무 짧고 순간적인 접촉인데 그것도 강제추행이 되느냐"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접촉이 순간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추행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2001도2417 판결 등에서, 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 추행하는 경우뿐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때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필요가 없으며,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크기나 강약을 따지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춤을 추던 중 순간적으로 상대의 신체를 만진 행위가 문제된 것이었습니다. 기습적이어서 피해자가 저항할 틈이 없었다는 사정은 이 유형의 특징일 뿐, 오히려 범죄 성립을 막는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달라진 점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와 관련해 최근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법원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2023. 9. 21. 선고)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를 새롭게 정리한 것입니다.

종전 판례는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유형에서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이른바 최협의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이 기준을 폐기하고,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은 상대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폭행), 일반적으로 보아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협박)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수준의 폭행·협박이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판결로 종전에 유형별로 달랐던 판단 기준이 하나로 정리되면서 강제추행죄의 성립 범위가 한층 명확해졌습니다. 기습추행 유형은 원래부터 유형력의 행사만으로 성립할 수 있었으므로 이번 변경으로 그 자체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두 유형을 관통하는 기준이 통일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추행'과 '고의'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기습추행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그 접촉이 과연 추행에 해당하는가", "고의가 있었는가"가 실질적인 다툼의 핵심이 됩니다.

추행의 판단

판례가 말하는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성적 자기결정권)를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접촉이 추행인지는 피해자의 성별과 나이, 당사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접촉 부위와 방법, 구체적 상황,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따라서 같은 부위의 접촉이라도 상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의의 판단

강제추행은 고의범이므로, 자신의 행위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접촉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성립합니다. 다만 판례는 성욕을 자극·만족시키려는 목적이나 동기까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연한 접촉·단순 실수와 고의적인 추행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가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기습추행의 법정형과 가중처벌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의 한 유형이므로 형법 제298조가 적용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나 상황, 가해 방법에 따라 다른 법률이 적용되어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 공중밀집장소 추행 —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처럼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의 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적용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 특수강제추행 —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니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하여 추행한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4조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크게 가중됩니다.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직장 등 보호·감독 관계를 이용한 추행은 성폭력처벌법 제10조가 별도로 규율합니다.

또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경우 등에는 특별법에 따라 한층 무겁게 처벌됩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함께 따르는 것 — 신상정보 등록 등

강제추행 사건에서 많은 분들이 형벌 자체 못지않게 부수적인 불이익을 걱정하십니다. 정확히 짚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강제추행은 반의사불벌죄도 친고죄도 아닙니다. 과거 성범죄에 있던 친고죄 규정은 2013년 6월 폐지되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합의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정한 피해 회복과 합의는 양형에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 처분과 형을 가볍게 하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또한 강제추행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어 성명·주소·사진 등 신상정보가 일정 기간 등록·관리됩니다. 사안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과 같은 처분이 함께 내려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안처분은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도 뒤따를 수 있으므로, 사건 초기부터 이를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합니다.

기습추행 사건,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기습추행 사건은 대개 접촉 시간이 짧고 목격자가 없거나 진술이 엇갈려, 접촉의 존재 여부, 추행 해당성, 고의를 두고 첨예하게 다투게 됩니다. 그만큼 초기 대응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1. 객관적 자료를 먼저 확보합니다. CCTV, 현장 사진, 목격자, 통화·메시지 등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2. 진술은 신중하게 합니다. 초기 수사 단계의 진술은 이후 절차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한 뒤 조사에 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사건의 성격에 맞는 전략을 세웁니다. 혐의 자체를 다툴 사안인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피해 회복·합의로 양형에 집중할 사안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의 입장에서도 접촉 부위와 경위를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아도 처벌될 수 있나요?

음주로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추행 사실은 피해자 진술, CCTV, 목격자 등 객관적 증거로 인정될 수 있고, 만취로 인한 심신장애 주장도 실무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더더욱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옷 위로 스치듯 만졌는데도 강제추행인가요?

접촉이 옷 위였는지, 또는 짧았는지는 성립을 좌우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닙니다. 앞서 본 것처럼 순간적·기습적 접촉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접촉 부위와 방법, 경위 등을 종합해 '추행'에 해당하는지, 고의가 있었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달리 판단되므로,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강제추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피해 회복과 합의는 검사의 기소 여부(기소유예 등)와 법원의 양형에 크게 반영되어, 처분과 형을 가볍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으면 선처받을 수 있나요?

초범 여부, 반성의 정도, 피해 회복과 합의, 접촉의 태양 등은 모두 양형에 고려되는 요소입니다. 사안에 따라 기소유예, 벌금, 집행유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이는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와 대응에 따라 달라집니다.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처분까지 함께 고려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기습추행 사건은 '순간의 짧은 접촉'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생각했다가 예상보다 무거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우연한 접촉이나 오해가 강제추행으로 확대되어 억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사건 초기의 사실관계 정리와 법리 구성, 그리고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처분까지 내다본 전략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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