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는 말은 어디까지 통할까 — 횡령죄 불법영득의사 다투기
2026. 07. 30.
횡령 혐의를 받는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이 "갚을 생각이었다", "정산할 예정이었다", "내가 받을 돈이 있었다"입니다. 그런데 반환 의사가 있어도 횡령이 성립하는 구조가 따로 있고, 용도가 특정된 돈에서는 이 주장이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불법영득의사가 무엇인지, 일시 사용·상계·정산 항변이 어디에서 받아들여지고 어디에서 무너지는지, 수사기관은 이를 어떻게 입증하는지, 그리고 무죄·불기소가 실제로 어떤 자료에서 나오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목차
- 불법영득의사란 정확히 무엇인가 — 횡령죄의 마지막 관문
- 조문 안에서 이 요건이 놓인 자리
- 판례가 말하는 정의 — '소유자처럼 처분하는 의사'
- 반환 의사가 있어도 성립할 수 있는 구조
- "잠깐 빌려 쓴 것입니다" — 일시 사용·차용 주장이 갈리는 네 지점
- 반환 시기 — 언제 갚기로 되어 있었는가
- 자력 — 갚을 능력이 그때 있었는가
- 담보와 이자 — 회사와의 거래처럼 다루었는가
- 기록 — 애초에 남길 생각이 있었는가
- "제가 받을 돈이 있었습니다" — 상계·정산 항변의 한계와 가능성
- 채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정산 절차와 합의가 없었다는 점이 왜 결정적인가
- 동업과 공동사업에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
- 보수·투자금 회수 명목의 인출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 용도가 특정된 금전 — 여기서는 반환 의사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 법리 자체가 다른 영역입니다
-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여섯 가지 돈
- 그렇다면 이 유형에서는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가
- 가져가지 않았는데도 횡령이 되는 경우 — 반환 거부
- 조문 후단의 '반환 거부'는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가
- 착오송금 — 내가 요구하지 않은 돈에도 반환 의무가 생깁니다
- 배임죄의 고의는 무엇이 다른가 — 두 죄의 주관적 요건 비교
- '재물의 영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 경영판단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 죄명이 달라지면 방어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는 실제 구조 — 무죄·불기소는 어디서 나오는가
- 회계 처리와 결재의 흔적
- 이자 지급과 담보 제공
- 즉시 반환과 자금 여력
- 사전 승인과 확립된 관행
- 세무조정과 사후 정산의 의미
- 수사기관은 내심의 의사를 어떻게 입증하는가
- 사용처 추적 — 결론은 대부분 여기서 나옵니다
- 개인 채무 변제·생활비·유흥 지출
- 차명계좌·현금화·기록의 공백
- 진술의 변화와 관련자 진술
- 이 주장을 하려면 준비할 자료, 그리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대응
- 먼저 모아야 하는 자료
- 사후에 서류를 만드는 것은 사건을 바꿉니다 — 가장 위험한 대응
- 초기 진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 흔히 하는 오해 — 이것부터 바로잡으세요
- 자주 묻는 질문
- 회사 자금을 썼지만 다음 달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하고 경리에게 말해 두었습니다. 그래도 횡령인가요?
- 공사대금으로 받은 돈을 급한 다른 현장에 먼저 쓰고 두 달 뒤 채워 넣었습니다. 문제가 될까요?
- 동업자가 먼저 돈을 빼 갔기 때문에 저도 제 지분만큼 인출했습니다. 정당방위 같은 것이 되지 않나요?
- 제 계좌로 잘못 들어온 돈이 있고, 보낸 사람은 제게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그 돈으로 빚을 충당해도 되나요?
- 회사 돈을 쓴 사실은 인정합니다. 지금 전액을 갚으면 불기소가 될 수 있을까요?
-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어 무죄가 나오는 사건은 실제로 어떤 사건인가요?
- 같은 행위인데 어떤 때는 횡령, 어떤 때는 배임으로 조사한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가요?
- 세무조사에서 지적받아 수정신고와 납부를 마쳤습니다. 형사 문제도 정리된 것인가요?
-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분들이 상담실에서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잠깐 쓰고 갚을 생각이었습니다", "연말에 정산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받을 돈이 그보다 많습니다." 이 말들은 대부분 거짓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고, 상당수는 실제로 일부를 갚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진술을 그대로 수사기관에 제출했더니 오히려 "돈을 가져간 사실은 인정한다"는 자백으로 정리되어 기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횡령죄에서 마지막 관문은 '돈을 가져갔는지'가 아니라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그리고 우리 판례는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오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갚을 생각이었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방어가 되지 않고, 어떤 사실관계와 어떤 자료에 얹혀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같은 문장이 무혐의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유죄의 지름길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불법영득의사라는 요건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시 사용·차용 주장과 상계·정산 주장이 어느 지점에서 갈리는지, 용도가 특정된 금전에서는 왜 이 항변이 잘 통하지 않는지, 반환을 거부하는 것만으로 횡령이 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수사기관은 이 내심의 의사를 어떤 자료로 입증하는지, 그리고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어 무죄나 불기소가 나오는 사건들이 실제로 무엇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불법영득의사란 정확히 무엇인가 — 횡령죄의 마지막 관문
조문 안에서 이 요건이 놓인 자리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를 횡령죄로 정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업무상 보관자라면 형법 제356조에 따라 업무상횡령이 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무거워집니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법정형으로 올라갑니다.
조문에는 '불법영득의사'라는 표현이 없습니다. 이 요건은 '횡령한다'는 행위 개념 안에 판례가 세워 둔 주관적 요건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① 타인의 재물인지 ② 보관자 지위에 있었는지 ③ 위탁관계가 있었는지 ④ 횡령행위가 있었는지 ⑤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의 순서로 검토하는데, 앞의 네 가지가 다툼 없이 인정되는 사건에서 사실상 유일한 전선이 다섯 번째가 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회사 자금을 대표이사가 쓴 사건, 동업자금을 한쪽이 인출한 사건, 단체 회비를 총무가 개인 계좌로 옮긴 사건이 모두 그렇습니다.
판례가 말하는 정의 — '소유자처럼 처분하는 의사'
대법원은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정당한 권원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와 같이 그 재물을 처분하는 의사"라는 취지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뜯어볼 표현이 세 개 있습니다.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 기준은 내가 그 돈을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아니라, 그 돈을 맡긴 취지가 무엇이었는지입니다. 회사 계좌의 돈은 회사 사업을 위해 쓰라고 맡겨진 것이고, 조합 회비는 조합 목적에 쓰라고 모인 것입니다. 이 취지의 범위를 벗어난 처분이면 그 순간 요건 하나가 채워집니다.
'정당한 권원 없이' — 뒤에서 볼 상계·정산·유치권 항변이 여기에 걸립니다. 권원이 실제로 있고 그 행사 방식이 적법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소유권자와 같이 처분하는 의사' — 내 것처럼 다루었는지를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례가 영구적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 의사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불법영득의사는 자기의 이익을 위한 경우뿐 아니라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도 인정됩니다. "내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는 항변이 생각만큼 힘을 갖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회사 돈을 빼내 관계사에 무담보로 넘겼거나, 지인의 사업 자금으로 돌렸거나, 심지어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믿고 정치적·사회적 지출에 썼더라도, 위탁 취지에 반하는 처분이라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환 의사가 있어도 성립할 수 있는 구조
여기가 상담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놀라시는 지점입니다. 판례는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법리를 확립해 두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횡령죄는 소유권을 영구히 박탈하는 범죄가 아니라, 위탁된 신뢰관계를 깨고 타인의 재물에 대해 소유자의 권능을 함부로 행사하는 순간 이미 침해가 완성되는 범죄입니다. 그래서 갚을 계획은 침해의 성립이 아니라 침해 후의 사정에 해당합니다.
더 나아가 금전의 경우, 인출·유용의 그 시점에 이미 기수가 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전액을 갚았다는 사실은 범죄 성립을 없애 주는 사유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양형과 처분 수준을 좌우하는 사정으로 취급됩니다. 실무에서 피해회복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구속 여부, 기소 여부, 형의 종류에 큰 영향을 줍니다. 다만 그것을 "이러니 죄가 안 됩니다"라는 논리로 앞세우면 방어의 축이 잘못 잡힙니다.
그러면 "갚을 생각이었다"는 사정은 어디에서 의미를 갖게 될까요. 그 의사가 단순한 내심의 희망이 아니라, 처분 당시 이미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구조 안에 들어 있었을 때입니다. 반환 시기가 정해져 있었는지, 그 시점에 갚을 자력이 있었는지, 담보가 제공되었는지, 회계와 서류에 흔적이 남아 있었는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음 장에서 이 네 가지를 하나씩 봅니다.
"잠깐 빌려 쓴 것입니다" — 일시 사용·차용 주장이 갈리는 네 지점
반환 시기 — 언제 갚기로 되어 있었는가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반환 시기가 특정되어 있었는지입니다. "형편이 되면", "사업이 잘되면", "언젠가"는 반환 약정으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다음 달 10일 입금되는 매출로 상환", "3개월 후 만기 예금 해지 시 상환"처럼 시점과 재원이 함께 특정되어 있고, 실제로 그 시점 전후에 상환이 이루어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결과를 크게 가르는 것은 기간의 길이이기도 합니다. 며칠 또는 몇 주 뒤 곧바로 반환된 사안과, 몇 년에 걸쳐 잔액이 계속 늘어난 사안은 같은 '차용'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후자는 반환 의사가 아니라 사실상 회사 자금을 개인 자금과 구분하지 않고 운용한 상태로 평가되고, 이 평가가 내려지면 개별 인출 하나하나의 변명이 힘을 잃습니다.
자력 — 갚을 능력이 그때 있었는가
두 번째는 처분 당시의 자력입니다. 판례는 반환 의사의 진정성을 판단할 때 그 무렵 피고인의 재산 상태와 상환 가능성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미 다중 채무와 연체가 누적되어 있었고, 가져간 돈이 곧바로 다른 채무 변제에 들어갔다면, 반환 의사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희망에 가깝다고 평가됩니다.
반대로 부동산이나 예금 등 충분한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때문에 단기간 자금을 사용했고, 실제로 그 자산에서 상환이 이루어졌다면 대여 또는 일시 차용으로서의 실질이 인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이 판단은 진술이 아니라 자료로 갈립니다. 그래서 상담 단계에서 저희가 가장 먼저 요청하는 것이 그 시점의 재산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담보와 이자 — 회사와의 거래처럼 다루었는가
세 번째는 담보와 이자입니다. 회사가 제3자에게 돈을 빌려줄 때 당연히 요구했을 조건을 자신에게도 같은 수준으로 적용했는지가 핵심 질문입니다. 근저당권이나 보증을 제공했다면, 그것은 반환 의사를 외부에 드러낸 강력한 정황입니다. 적정한 이자를 실제로 지급한 내역이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대로 무담보·무이자·무기한으로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 자금을 가져갔다면, 형식상 '대여'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그 실질은 대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그 결정을 본인이 스스로 결재하고 스스로 승인했다면, 회사와 개인 사이의 이익 조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됩니다.
기록 — 애초에 남길 생각이 있었는가
네 번째가 실무에서 가장 결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회계장부에 차용 또는 대여로 계상되어 있는지, 차용증이나 이사회·주주 승인 서류가 존재하는지, 그 서류가 사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무렵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되는지입니다. 애초에 기록을 남길 생각이 없었다는 점은 위탁 취지에 반하는 처분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회계 처리와 관련해서는 자금을 가지급금이나 대표이사 대여금 계정으로 잡아 두는 문제가 자주 등장하지만, 이 쟁점은 별도의 편에서 상세히 다루었습니다.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짚어 두겠습니다. 계정 과목의 이름이 결론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장부에 대여금으로 적혀 있어도 반환 계획·자력·담보가 전무하고 사용처가 개인 소비였다면 횡령으로 평가될 수 있고, 반대로 계정 처리가 다소 어설퍼도 실질이 단기 자금 대여였다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회삿돈을 가지급금으로 처리하면 횡령이 아닐까」 편을 함께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받을 돈이 있었습니다" — 상계·정산 항변의 한계와 가능성
채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 번째로 많은 항변은 상계·정산입니다.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 대표이사가 개인 자금으로 대납한 회사 비용, 동업 투자금과 이익 분배금, 밀린 용역비 등이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항변이 형사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이유는 민사상 채권의 존재와 형사상 정당한 권원은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자신이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관 중인 타인의 재물을 임의로 자기 채권의 만족에 충당하는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합니다. 채권이 있다면 이행을 청구하고, 다투어지면 소송과 집행으로 실현하는 것이 법이 정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금고에 손을 넣어 스스로 회수하는 것은 그 방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 항변을 "채권이 있었다"에서 멈추지 않고 "정산 절차와 합의가 있었다"까지 밀고 갈 수 있는지를 먼저 점검합니다.
정산 절차와 합의가 없었다는 점이 왜 결정적인가
같은 금액, 같은 채권이라도 다음 두 사안은 완전히 다르게 평가됩니다. 첫째, 미지급 급여를 정산하기로 이사회 또는 동업자 사이에서 합의했고, 지급 금액과 시기를 확인한 문서가 있고, 그 금액 범위 내에서 회사 계좌에서 인출한 경우입니다. 둘째, 상대방과 갈등이 격화된 상태에서 통보도 협의도 없이 계좌에서 돈을 빼내 두고 나중에 "내가 받을 돈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후자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주목하는 것은 왜 협의를 하지 않았는가입니다. 협의하면 거부당할 것을 알았거나, 알려지면 문제가 될 것을 알았다는 정황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금액이 자신이 주장하는 채권액을 초과했다거나, 인출 직후 계좌를 정리하거나 자료를 삭제한 사정이 겹치면 불법영득의사 인정으로 기울게 됩니다.
반대로 항변이 힘을 얻는 구조도 분명히 있습니다. 정산 합의의 존재, 정산 대상 채권의 명확성, 인출 금액이 그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점, 인출 사실을 곧바로 상대방에게 알렸다는 점이 함께 확인되는 경우입니다. 이 네 가지가 갖추어진 사건에서는 "권리 행사 방법이 다소 부적절했으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동업과 공동사업에서 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
동업 관계에서는 "내 돈이 절반 들어 있다"는 인식이 사건을 키웁니다. 조합 재산은 조합원 전원의 합유에 속하고, 각 조합원의 지분은 조합이 존속하는 동안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처분·회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분 비율만큼 가져갔다는 사정이 당연한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인출하면 보관자 지위에서의 임의 처분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동업 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상태에서 상대방이 자금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응해 자신도 인출했다는 유형의 사건이 매우 흔합니다. 이때는 양쪽이 서로 고소하는 구조가 되어, 결국 누가 먼저 위탁 취지를 벗어났는지, 인출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사업 관련 지출로 설명되는 부분이 얼마인지를 놓고 다투게 됩니다. 동업자금의 기본 법리는 「동업자금을 마음대로 쓰면 횡령죄일까」 편에서 별도로 다루었습니다.
보수·투자금 회수 명목의 인출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보수 명목이라면 정관과 주주총회 결의가 출발점입니다. 상법상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정하지 않았다면 주주총회 결의로 정해야 하므로, 아무런 근거 없이 스스로 보수를 인상해 지급한 경우에는 정당한 권원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결의나 확립된 관행이 확인되고 그 범위 내에서 지급이 이루어졌다면 방어의 축이 생깁니다.
투자금 회수 명목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계약서에 회수 조건과 절차가 정해져 있는지, 그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다른 투자자와의 관계에서 우선 회수가 허용되는 구조였는지를 따집니다. 결국 이 장의 결론은 하나입니다. 상계·정산 항변은 '내 권리'가 아니라 '그 권리를 실현한 방법'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용도가 특정된 금전 — 여기서는 반환 의사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법리 자체가 다른 영역입니다
불법영득의사를 다투는 사건 중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이 용도가 특정되어 위탁된 금전입니다. 판례는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을 그 목적과 용도에 사용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취지의 법리를 반복해 왔습니다.
이유는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용도가 특정된 돈은 '그 용도로만 쓰겠다'는 것이 위탁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 돈을 다른 데 쓰는 순간 위탁의 본질이 침해되므로, 나중에 채워 넣겠다는 계획은 침해를 없애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유형에서는 "돌려 막아서 결국 아무도 손해 보지 않았다"는 항변이 특히 약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여섯 가지 돈
공사대금과 하도급 대금 — 특정 현장에 투입할 것을 전제로 지급된 기성금을 다른 현장이나 회사의 일반 운영자금으로 돌린 경우입니다. 건설업에서 가장 흔한 유형이고, 자금 사정이 어려운 회사가 여러 현장 사이에서 돈을 옮겨 쓰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뒤늦게 그 현장 대금을 채워 넣었더라도 이미 성립한 부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가혹하게 느껴지는 영역입니다.
임대차보증금과 분양대금 — 반환을 전제로 보관하거나 특정 목적에 쓰도록 정해진 자금을 개인 채무 변제나 다른 사업에 사용한 경우입니다. 부동산 중개·관리·시행 과정에서 자주 문제 됩니다.
회비·기금·특별부담금 — 종중, 교회, 조합, 동호회, 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특정 목적으로 모은 돈을 다른 용도에 쓴 경우입니다. 단체 자금은 "총회 승인 없이 집행했다"는 절차 위반과 결합해 문제가 커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계약금·중도금 — 특정 계약의 이행을 위해 예치·보관하기로 한 돈을 운영자금으로 쓴 경우입니다. 예치 약정의 문구가 결론을 크게 좌우합니다.
보조금·지원금·연구비 —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특정 사업에 쓰도록 교부한 돈입니다. 이 영역은 횡령죄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허위 세금계산서 관련 죄책까지 함께 검토되는 경우가 많고, 인건비를 계상해 두고 실제로는 회수하는 이른바 되돌려받기 방식이 문제 되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위탁판매 대금과 수탁 물품 판매금 — 물건을 위탁받아 판매하고 그 대금을 위탁자에게 정산해 주어야 하는 관계에서 대금을 다른 용도에 쓴 경우입니다. 판례는 위탁매매에서 매매대금은 위탁자에게 귀속하고 위탁매매인은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므로, 정산 전 유용은 곧바로 횡령 문제로 이어집니다. 다만 정산 관계의 실질이 단순 매매나 계속적 거래상 대금 채무에 가깝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계약의 성격 자체를 다투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 유형에서는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가
반환 의사로 다투기 어렵다면 전선을 앞으로 옮겨야 합니다. 실제 사건에서 실효성 있는 방어는 다음 지점에서 나옵니다.
용도가 정말 특정되어 있었는가 — 계약서·약정서·품의서·입금 메모에 용도가 명시되어 있는지, 아니면 관행상 그렇게 이해되었을 뿐인지를 봅니다. 용도 특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일반 금전 위탁으로 돌아가 판단 구조가 완화됩니다.
그 돈이 애초에 타인의 재물이었는가 — 대금을 지급받아 소유권이 넘어온 뒤의 회사 운영자금이라면 보관 관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계속적 거래에서 대금 채무만 남는 구조라면 민사 채무 불이행의 문제입니다.
포괄적 사용 권한이나 사전 승인이 있었는가 — 위탁자가 자금 융통을 사실상 양해했거나, 단체 규약과 총회 결의로 집행 재량이 부여되어 있었다면 위탁 취지에 반한다는 평가가 흔들립니다.
실제 사용처가 그 목적 범위 안에 있었는가 — 자금이 결국 그 사업이나 그 현장에 투입되었음을 증빙으로 복원할 수 있다면, 유용 금액 자체가 줄어듭니다. 금액이 줄면 특경법 적용 여부와 양형 구간이 함께 바뀝니다.
가져가지 않았는데도 횡령이 되는 경우 — 반환 거부
조문 후단의 '반환 거부'는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가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돈이나 물건을 쓰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돌려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횡령죄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그 범위를 무한정 넓히지 않습니다. 반환 거부가 곧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를 표현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을 정도인지를 반환 거부의 이유와 주관적 의사, 상대방과의 관계, 물건의 성질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거부의 '이유'가 사건 전체를 결정합니다. 정당한 이유를 들어 반환을 유보한 것이라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치권이나 담보권을 주장하는 경우, 소유권 귀속 자체에 다툼이 있어 함부로 인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 여러 사람이 권리를 주장해 누구에게 반환해야 할지 불분명한 경우, 정산 결과에 따라 반환 범위가 달라져 확정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반대로 정당한 이유 없이 무조건 거부하면서 제3자에게 처분하려 하거나, 소재를 감추거나, 반환 요구에 아무 응답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려는 의사가 드러났다고 평가됩니다. 회사에서 해고된 직원이 회사 서류·장비·인감을 반환하지 않고 협상 카드로 쓰는 사건, 위탁받은 물품을 보관하다가 대금 분쟁이 생겨 인도를 거부하는 사건이 이 영역에서 자주 문제 됩니다.
착오송금 — 내가 요구하지 않은 돈에도 반환 의무가 생깁니다
계좌로 잘못 들어온 돈은 반환 거부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대법원은 송금 절차의 착오로 계좌에 돈이 입금된 경우,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게 이를 돌려주어야 하는 관계에 있으므로 그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이를 임의로 인출해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되어 피해금이 입금된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이 유형에서 "내가 받을 돈이 있었다"는 항변이 유혹적으로 등장합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이전에 자신에게 빚이 있었으므로 그 돈으로 충당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채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임의 충당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착오송금인지 다툼이 있거나 반환 대상 금액이 불분명하다면, 임의로 쓰지 말고 그대로 두고 반환 협의를 남기는 것이 유일하게 안전한 방법입니다. 착오송금의 반환 절차와 예금보험공사의 반환지원 제도는 「잘못 입금된 돈을 썼다면」 편에서 별도로 다루었습니다.
배임죄의 고의는 무엇이 다른가 — 두 죄의 주관적 요건 비교
'재물의 영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뢰관계를 배반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뿌리가 같지만, 주관적 요건의 초점이 다릅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그래서 배임의 주관적 요건은 ① 임무위배 행위라는 인식 ②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다는 인식 ③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는다는 인식으로 구성됩니다.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지점은 이렇습니다. 횡령에서는 특정 재물을 자기 것처럼 처분했는지가 문제이므로, 회사에 손해가 없었다는 주장이 성립을 막는 방어가 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배임에서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요건이므로, 회사에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사정이 고의 자체를 다투는 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배임 사건이 경영판단 논쟁으로 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경영판단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고, 경영상 판단에 이른 경위와 동기, 회사가 처한 상황, 판단 당시 수집한 정보와 검토 과정, 회사가 기대할 수 있었던 이익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리를 세워 두었습니다. 이 법리 덕분에 결과가 나빴던 투자·대출·보증 결정이 곧바로 배임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영판단 항변은 절차의 흔적을 요구합니다. 검토보고서, 외부 평가, 이사회 논의 기록, 담보 확보 노력, 이해충돌 회피 조치가 남아 있어야 힘을 갖습니다. 아무 자료도 없이 "회사를 위한 결정이었다"고만 말하는 경우에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배임의 기본 구조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범위는 별도의 편에서 상세히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죄명이 달라지면 방어의 방향도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같은 행위가 횡령으로도, 배임으로도 검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 자금을 특정한 상대에게 무담보로 대여했다면 자금의 임의 처분으로 볼 경우 횡령, 임무위배로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경우 배임이 됩니다. 어느 죄명으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다투어야 할 지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횡령이라면 자금의 귀속과 위탁 취지, 불법영득의사가 전선이고, 배임이라면 임무위배와 손해 발생, 손해액 산정, 경영판단이 전선입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 죄명 구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방어 설계의 첫 단계입니다. 참고로 배임죄에서도 판례는 이른바 불법이득의사를 요구하므로, 이익 귀속 관계가 불분명한 사건에서는 이 지점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는 실제 구조 — 무죄·불기소는 어디서 나오는가
회계 처리와 결재의 흔적
실제로 혐의가 벗겨지는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무렵에 남겨진 기록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자금 사용이 전표와 장부에 그 성격대로 계상되어 있고, 품의와 결재를 거쳤고, 세무 신고에도 반영되어 있다면, 숨길 의사가 없었다는 정황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실무에서 무혐의 의견서를 쓸 때 가장 먼저 확보하는 자료가 회계 원장과 전표, 그리고 그 시점의 이메일·메신저 승인 흔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일관성입니다. 처리가 다소 서툴렀거나 계정 분류가 부정확했더라도, 같은 유형의 거래를 오랫동안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면 은닉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유사한 거래는 정상적으로 처리했는데 문제 된 거래만 기록이 없다면, 그 차이 자체가 강한 증거가 됩니다.
이자 지급과 담보 제공
대여의 실질을 주장할 때 실제 이자 지급 내역은 가장 설득력 있는 자료입니다. 약정서에 이자 조항이 있는 것과, 계좌에서 매월 이자가 실제로 이체된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근저당권 설정등기, 보증서, 담보로 제공한 예금의 질권 설정처럼 등기·등록으로 확인되는 담보가 있다면 더욱 유리합니다. 이들은 사후에 만들 수 없는 자료라는 점에서 특히 가치가 높습니다.
즉시 반환과 자금 여력
단기간 내에 자발적으로 반환한 사실, 그리고 반환 재원이 문제 된 자금과 무관하게 처음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방어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특히 문제가 제기되기 전에 이미 반환이 완료되어 있었다면, 수사 개시 후 급히 메꾼 사안과는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문제 제기 이후의 반환도 처분과 양형에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그 이전의 자발적 반환이 가지는 의미가 훨씬 큽니다.
사전 승인과 확립된 관행
위탁자나 의사결정기구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면 위탁 취지에 반한다는 평가가 흔들립니다. 주주 전원이 사실상 동일한 소규모 회사에서 오랫동안 용인되어 온 자금 운용 방식, 단체 규약에 근거한 집행 재량, 대표자에게 폭넓은 지출 권한을 부여한 총회 결의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두 가지 유의점이 있습니다. 첫째, 1인 주주나 대주주의 동의가 곧 회사의 동의는 아닙니다. 판례는 회사와 주주를 구분해, 주주총회 결의나 대주주의 승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횡령이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둘째, 관행 주장은 다른 임직원의 진술과 과거 사례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본인만 그렇게 알고 있었다는 진술은 힘이 약합니다.
세무조정과 사후 정산의 의미
가지급금에 인정이자를 계상하고 상여로 소득처분하는 등 세무상 처리를 정상적으로 이행한 흔적은 은닉 의도를 부정하는 정황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세무조사에서 지적을 받고 수정신고와 납부를 마쳤다는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입니다. 세무상 문제가 정리되었다는 사실이 형사상 무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세무조사 결과가 그대로 수사 단서로 넘어가는 경우도 실무에서 드물지 않으므로, 세무 대응과 형사 대응은 처음부터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내심의 의사를 어떻게 입증하는가
사용처 추적 — 결론은 대부분 여기서 나옵니다
불법영득의사는 마음속의 사정이지만, 수사기관은 이를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로 증명합니다. 계좌거래내역, 카드 사용내역, 현금 인출 시각과 장소, 그 직후의 지출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면 자금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회사 계좌에서 나온 돈이 곧바로 개인 대출 상환에 들어갔다면, 그 한 줄이 어떤 진술보다 강한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방어의 출발점도 같은 작업입니다. 자금의 흐름을 우리가 먼저 복원하는 것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개인 계좌를 거쳤을 뿐 최종적으로 회사 비용에 투입된 자금,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표가 먼저 대납한 자금, 거래처 요청으로 우회 지급한 자금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을 증빙으로 분리해 내면 혐의 금액 자체가 줄어들고, 특경법 적용 여부와 양형 구간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 채무 변제·생활비·유흥 지출
사용처 가운데 불법영득의사 인정에 가장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개인 채무 변제, 주택 구입과 임대차, 가족 생활비, 유흥·도박·사행성 지출, 개인 명의 투자입니다. 이런 지출은 어떤 설명을 붙여도 회사 사업과의 연결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특히 도박이나 가상자산 투자로 흘러간 자금은 반환 가능성에 대한 판단까지 함께 무너뜨립니다. 이 경우에는 성립 자체를 다투기보다 금액을 정확히 다투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차명계좌·현금화·기록의 공백
수사기관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숨기려 한 흔적입니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 계좌를 경유했는지, 굳이 현금으로 인출했는지, 여러 계좌로 쪼개어 이전했는지, 거래 상대방이 실재하지 않는 업체인지, 세금계산서만 있고 실제 용역이 없었는지를 봅니다. 여기에 회계 자료 일부가 삭제되었거나 특정 기간의 전표만 없다는 사정이 겹치면, 그 공백 자체가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사용됩니다.
진술의 변화와 관련자 진술
마지막으로 진술의 일관성입니다. 처음에는 "회사 비용으로 쓴 것"이라고 했다가, 자료가 제시되면 "빌린 것"이라고 하고, 다시 "받을 돈으로 충당한 것"이라고 바꾸면, 세 진술 모두 신빙성을 잃습니다. 그리고 경리·회계 담당 직원, 세무 대리인, 다른 임원의 진술은 회사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의 말이어서 무게가 큽니다. 이들이 "대표 지시로 처리했고 근거 서류는 없었다"고 진술하면 방어가 크게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초기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정한 뒤 하나의 설명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주장을 하려면 준비할 자료, 그리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대응
먼저 모아야 하는 자료
자금 흐름 자료 — 문제 된 기간 전후의 회사·개인 계좌 거래내역 전부, 카드 사용내역, 이체확인증입니다. 일부만 보면 오해가 생기므로 기간을 넉넉히 잡습니다.
회계·세무 자료 — 계정별원장, 전표, 결산서, 법인세 신고서와 조정계산서, 세무조사 관련 자료입니다. 대여금·가지급금 계정의 변동 내역이 특히 중요합니다.
권한과 승인 자료 — 정관, 규약, 이사회·주주총회·총회 회의록, 내부 규정, 품의서, 결재 라인이 남은 전자문서입니다.
반환 의사를 뒷받침하는 자료 — 그 무렵 작성된 차용증, 이자 지급 내역, 담보 설정 등기, 상환 계획을 언급한 메일·메신저, 실제 상환 내역입니다.
정산·상계 주장의 근거 — 급여·퇴직금 미지급 자료, 대납 비용 증빙, 투자계약서, 동업 정산 합의 문서, 정산 협의 과정의 대화 기록입니다.
사용처가 사업 관련임을 보여 주는 증빙 —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현장 사진, 납품 확인서, 상대방 담당자의 확인 진술입니다.
이 자료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건 당시에 이미 존재하던 것이라는 점입니다. 방어의 힘은 새로 만든 문서가 아니라 그때 남은 기록에서 나옵니다.
사후에 서류를 만드는 것은 사건을 바꿉니다 — 가장 위험한 대응
상담에서 가장 강하게 말씀드리는 부분입니다. 수사가 시작된 뒤 부족한 서류를 만들어 채우려는 시도는 사건의 성격 자체를 바꾸어 놓습니다. 구체적인 위험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 다른 이사나 감사, 동업자, 거래처 담당자의 명의로 회의록·확인서·차용증을 작성하거나 그 서명·날인을 임의로 사용하면 형법 제231조의 사문서위조가 될 수 있고, 이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면 제234조의 위조사문서행사가 문제 됩니다.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본래 혐의보다 이 부분에서 더 큰 타격을 입는 사건을 실제로 자주 봅니다.
증거인멸 관련 위험 — 형법 제155조의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대상으로 하므로 자기 사건의 자료를 없앤 행위가 그 자체로 이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직원에게 삭제나 서류 작성을 지시하면 다른 사람의 범죄를 만들어 내는 결과가 되고, 그 직원이 조사에서 사실을 진술하는 순간 지시 내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구속 사유와 양형 — 자료 삭제, 관련자와의 진술 맞추기, 재산 처분은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로 직결됩니다. 성립 여부를 다툴 여지가 충분한 사건에서 이런 행동 하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평가되어 형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진정성립 다툼 — 급히 만든 서류는 작성 시기가 드러나기 쉽습니다. 파일 속성, 인쇄 잉크, 사용된 서식, 직인 관리 대장, 문서에 기재된 직위와 실제 재직 기간의 불일치에서 밝혀집니다. 그 순간 다른 모든 주장의 신빙성이 함께 무너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료가 부족한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대신 남아 있는 간접 자료로 실질을 설명하는 것이 언제나 낫습니다. 회계 처리가 미비했다는 사실 자체는 형사 유죄의 결정적 근거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을 감추려 만든 문서는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초기 진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불법영득의사는 진술로 채워지는 요건이라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조사에서 무심하게 한 한 문장이 사건 전체의 틀을 정합니다. "제가 좀 썼습니다"라는 말은 진술서에 임의 소비 사실의 인정으로 남고, "나중에 갚으려고 했습니다"는 갚기 전에 가져갔다는 인정으로 읽힙니다. 그렇다고 사실을 부인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다투지 못할 사실을 부인하면 신빙성만 잃습니다.
필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자금 흐름을 먼저 복원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와 불리한 자료를 모두 확인한 뒤, 그 자료로 설명되는 범위 안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해 진술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조사 전에 사실관계와 자료 목록을 정리한 의견서를 준비해 제출하는 방식이 유효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료 확인이 필요한 질문에는 기억에 의존해 추측으로 답하지 말고 확인 후 보완 진술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추측으로 답한 내용이 나중에 자료와 다르면, 그 불일치가 고의의 증거로 쓰입니다.
흔히 하는 오해 — 이것부터 바로잡으세요
"갚을 생각이었으니 횡령이 아니다" — 판례는 사후에 반환·변상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반환 의사는 그 자체로 방어가 되지 않고, 반환 시기·자력·담보·기록이라는 객관적 구조에 얹혀 있을 때 의미를 갖습니다.
"결국 다 갚았으니 무죄다" — 금전 유용은 그 시점에 이미 성립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전액 변제는 원칙적으로 성립이 아니라 처분과 양형에 작용합니다. 다만 그 영향은 매우 크므로 피해 회복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내가 받을 돈이 더 많으니 상계한 것이다" — 민사 채권의 존재가 형사상 임의 처분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정산 합의와 절차가 있었는지, 인출 금액이 그 범위 내였는지, 상대방에게 알렸는지가 갈림길입니다.
"내 주머니에 넣지 않았으니 영득이 아니다" — 불법영득의사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도 인정됩니다. 관계사·지인·심지어 회사를 위한다는 명목의 지출에서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돈에 손대지 않고 안 돌려준 것뿐이다" — 형법 제355조 제1항은 반환 거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가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 표시로 평가되면 횡령이 됩니다.
"장부에 대여금으로 적어 두었으니 안전하다" — 계정 과목의 이름이 결론을 정하지 않습니다. 반환 계획·자력·담보·사용처의 실질이 함께 평가됩니다.
"주주가 모두 동의했으니 문제없다" —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인격입니다. 주주의 동의만으로 회사 재산의 임의 처분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부족한 서류는 지금 만들어 두면 된다" —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로 사건이 확대되고, 구속 사유와 양형에 직결되며, 다른 모든 주장의 신빙성이 함께 무너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사 자금을 썼지만 다음 달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하고 경리에게 말해 두었습니다. 그래도 횡령인가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공제 약정이 실제로 있었고, 그 내용이 그 무렵 기록으로 남아 있고, 금액이 급여 범위 내이며 실제로 공제가 이루어졌다면 위탁 취지에 반하는 처분으로 보기 어렵다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구두로만 말해 두었고 기록이 없으며 공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말해 두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권원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경리 담당자의 지위가 승인 권한이 없는 실무자라는 점도 함께 문제 됩니다. 결국 승인 권한이 있는 주체의 동의였는지, 기록이 남았는지가 핵심입니다.
공사대금으로 받은 돈을 급한 다른 현장에 먼저 쓰고 두 달 뒤 채워 넣었습니다. 문제가 될까요?
이 유형은 방어가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용도가 특정되어 위탁된 금전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면 사후에 보전할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실무에서는 그 자금의 용도가 계약과 자료상 실제로 특정되어 있었는지, 그 돈이 이미 회사에 귀속된 대금이어서 보관 관계가 아닌지, 발주처나 상대방이 자금 융통을 양해했는지를 먼저 검토합니다. 두 달 뒤 보전한 사실은 성립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처분 수준과 양형에서 의미 있게 작용합니다.
동업자가 먼저 돈을 빼 갔기 때문에 저도 제 지분만큼 인출했습니다. 정당방위 같은 것이 되지 않나요?
그렇게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조합 재산은 조합원 전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되고 지분은 청산 절차를 통해 정리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지분 비율만큼 가져갔다는 사정이 곧 정당한 권원이 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의 선행 인출은 상대방의 책임 문제일 뿐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출이 아니라 회계 자료 확보와 정산 청구, 필요하다면 가압류와 고소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계좌로 잘못 들어온 돈이 있고, 보낸 사람은 제게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그 돈으로 빚을 충당해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착오로 입금된 돈에 대해 계좌명의인은 반환해야 하는 관계에서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므로, 임의로 인출해 소비하면 횡령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채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보관 중인 타인의 돈을 자기 채권 만족에 충당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채권이 있다면 반환 의사를 밝히면서 별도로 이행을 청구하거나 정식으로 상계 의사표시와 함께 협의하는 방식이 형사 위험을 만들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회사 돈을 쓴 사실은 인정합니다. 지금 전액을 갚으면 불기소가 될 수 있을까요?
사건에 따라 다르며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은 검찰 처분과 양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금액이 크지 않고, 회사와 원만히 정리되었고, 전과가 없으며,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사건에서는 기소유예나 벌금형 등 비교적 가벼운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가 적용되어 법정형 자체가 크게 올라가므로, 먼저 혐의 금액을 정확히 다투는 작업이 피해 회복보다 앞서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어 무죄가 나오는 사건은 실제로 어떤 사건인가요?
공통적으로 그 무렵의 기록이 있습니다. 자금 사용이 장부와 세무 신고에 정상적으로 반영되어 있고, 승인 절차를 거쳤고, 이자나 담보가 실제로 존재했고, 문제 제기 전에 이미 반환이 완료되었으며, 사용처가 사업과 연결되는 사건들입니다. 반대로 기록이 전혀 없고 사용처가 개인 소비이며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뀐 사건에서 무죄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요건을 다투는 일은 법리 논쟁이라기보다 자료를 복원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같은 행위인데 어떤 때는 횡령, 어떤 때는 배임으로 조사한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가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다투어야 할 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횡령이라면 자금의 귀속, 보관자 지위, 위탁 취지, 불법영득의사가 전선이 되고, 배임이라면 임무위배,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손해액 산정, 경영판단이 전선이 됩니다. 회사에 이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사정은 배임의 고의를 다투는 논거로는 의미가 있지만, 횡령에서는 위탁 취지 이탈이 인정되면 방어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에 어떤 죄명과 어떤 사실관계로 구성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무조사에서 지적받아 수정신고와 납부를 마쳤습니다. 형사 문제도 정리된 것인가요?
아닙니다. 세무상 처리와 형사 책임은 별개의 절차입니다. 다만 정상적으로 세무 처리를 이행한 흔적은 은닉 의도를 부정하는 정황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무조사 결과가 그대로 수사 단서가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세무 대응 단계에서 제출하는 소명 자료의 내용이 형사에서의 설명과 어긋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횡령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가져간 금액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그 돈의 성격을 어떻게 규명했는지, 자금 흐름을 누가 먼저 복원했는지, 초기 진술이 자료와 일치하는지입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도 어떤 분은 혐의 금액이 절반으로 줄어 특경법 적용을 벗어나고, 어떤 분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진술만 반복하다가 사후에 만든 서류 때문에 사문서위조까지 함께 조사받게 됩니다.
불법영득의사를 다투는 일은 마음속의 의사를 설명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 무렵에 남아 있던 기록을 찾아 실질을 재구성하는 작업입니다. 계정별원장과 전표, 승인 흔적이 남은 이메일, 이자 이체 내역, 담보 등기, 정산 협의 기록이 진술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습니다. 이 자료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조사 통지를 받은 시점이 이미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법무법인 도모는 수원 광교에서 경제범죄 사건을 전담해 왔습니다. 회사 대표·임원·직원으로서 횡령·배임 혐의를 받게 된 분들에게는 첫 조사 전에 자금 흐름을 정리하고 죄명 구성과 혐의 금액을 점검한 뒤 일관된 설명을 세우는 순서로 대응하고, 임직원의 자금 유출로 피해를 입은 회사·조합·단체에는 자금 추적과 형사 대응, 재산 보전과 회수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 진행합니다. 어느 쪽이든 초기 며칠의 선택이 최종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서류를 만들기 전에 먼저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의 구조를 함께 정리하고 지금 확보해야 할 자료부터 순서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