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빌려준 돈을 오랫동안 받지 못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여러 번 독촉해도 감감무소식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격한 말이 나가기도 하고, 상대의 약점을 들어 압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 돈을 돌려받으려던 행동이 오히려 나를 '공갈죄' 피의자로 만드는 경우가 실무에서 적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정당한 채권이 있어도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는 기준, 공갈이 되는 추심과 안전한 추심의 차이, 그리고 이미 공갈죄로 역고소를 당했을 때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떼인 돈을 받으려다 오히려 피의자가 되는 이유

채권자는 대개 '내 돈이니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형사법이 문제 삼는 것은 '받을 권리가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받아 냈느냐'입니다. 돈을 받을 정당한 권리가 있더라도, 그 권리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겁을 주어 재산을 넘기게 만들었다면 법은 이를 별개의 문제로 봅니다. 이것이 바로 '권리행사'와 '공갈'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특히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채권자를 공갈·협박·강요로 역고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채무자로서는 형사 사건을 지렛대 삼아 채무를 유리하게 정리하거나 합의금을 받아 내려는 의도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채권자는 '돈도 못 받고 전과자가 될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억울하지만, 감정적으로 보낸 문자 한 통, 통화 한 번이 그대로 녹음·캡처되어 결정적 증거가 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갈죄란 무엇인가 — 형법 제350조

형법 제350조는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공갈죄로 규정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을 교부받거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도 형이 같으며,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처벌 수위가 사기죄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닙니다.

여기서 '공갈'이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을 겁먹게(외포) 하는 것을 말합니다. 협박의 내용은 생명·신체·자유·명예·재산 등 어떤 것에 대한 해악이든 가능하며,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만 상대방의 반항을 완전히 억압할 정도에 이르면 공갈이 아니라 더 무거운 강도죄가 문제 됩니다.

공갈죄는 다음 흐름이 하나의 인과관계로 이어져야 성립합니다. ① 공갈행위(폭행·협박) → ② 상대방이 겁을 먹음(외포심) → ③ 그 공포심 때문에 스스로 재물을 교부하거나 이익을 제공(처분행위) → ④ 가해자 또는 제3자가 재물·재산상 이익을 취득. 겁을 주긴 했으나 상대가 그와 무관한 이유로 돈을 준 것이라면, 협박과 재산 교부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어 공갈죄로 보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공갈한 경우에는 특수공갈죄(형법 제350조의2)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져 훨씬 무겁게 처벌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몰려가 위세를 보이며 돈을 요구하는 방식은 그만큼 위험합니다.

정당한 채권이 있어도 공갈죄가 될 수 있다 — 권리행사와 공갈의 경계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로 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정당한 권리가 있더라도 그 권리를 실행하는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때에는 공갈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즉 '권리가 있느냐'와 '수단이 정당하냐'는 별개로 심사됩니다.

따라서 채권액 범위 안에서 받았는지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설령 받을 금액만큼만 받아냈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회통념을 벗어난 협박을 수단으로 삼았다면 공갈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당한 절차와 통상적인 변제 요구에 그쳤다면, 상대가 심리적 압박을 느꼈더라도 그것만으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이 보는 판단 기준

어떤 추심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었는지는 획일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사안마다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주로 고려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실제 채권이 존재하는지, 그 금액과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 요구한 금액이 정당한 채권 범위 안에 있는지, 아니면 이를 크게 초과하는지

  • 고지한 해악의 내용이 무엇인지(신체·명예·사생활 폭로 등)와 그 위법성의 정도

  • 협박의 강도, 반복성, 연락한 시간대(야간 여부), 표현의 수위

  • 권리실행이라는 목적과 사용한 수단 사이의 상당성, 즉 균형이 맞는지

바꿔 말하면, 채권 회수라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이 목적에 비해 지나치게 위협적이면 공갈죄의 그물에 걸립니다. 반대로 채권의 존재와 범위가 분명하고 요구 방식이 정중한 변제 촉구에 머물렀다면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사안마다 결론이 달라지므로, 초기의 증거 정리와 표현의 맥락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받을 돈보다 많이 요구하면 더 위험합니다

정당한 채권 범위 안에서 받은 경우에도 수단이 위법하면 공갈이 될 수 있지만, 실제 받을 금액을 넘어서는 돈이나 과도한 각서·담보를 겁을 주어 받아냈다면 위법성은 한층 뚜렷해집니다. 이때는 정당한 권리행사라는 외형조차 유지되기 어렵고, 초과 부분을 넘어 요구 전체가 공갈로 평가될 여지도 있습니다.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이자·위약금 명목'의 금액을 협박으로 얹어 받는 것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어디까지가 공갈인가 — 위험한 추심과 안전한 추심

실제 상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디까지 말해도 되느냐"입니다. 경계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공갈·협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험한 행위

  • "안 갚으면 회사·가족·지인·SNS에 다 알리겠다"처럼 명예나 사생활에 대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

  • 불륜·전과·비위사실 등 약점을 들어 "폭로하겠다"며 변제를 압박하는 것

  • "가만두지 않겠다", "몸조심해라"처럼 신체·생명·재산에 대한 해악을 암시·고지하는 것

  • 야간이나 새벽에 반복적으로 전화·문자를 보내거나, 집·직장으로 찾아가 소란을 피우는 것

  • 욕설·폭언이 담긴 협박성 문자를 반복해서 보내는 것

  • 채무자의 가족·직장 동료 등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거나 대신 갚으라고 압박하는 것

이런 행위는 설령 실제 채권이 있어도 공갈죄, 협박죄, 강요죄로 이어질 수 있고, 대부분 문자·녹음이라는 명백한 증거로 고스란히 남습니다.

법적으로 안전한 추심 방법

돈을 받아 내는 정당한 길은 결국 '감정'이 아니라 '절차'입니다. 다음 방법은 위법 소지가 없으면서 회수 가능성도 높입니다.

  1. 정중한 변제 촉구: 위협적 표현 없이 변제 기한과 금액을 명확히 알리는 문자·통화

  2. 내용증명 발송: 채무 내용과 변제 요구를 서면으로 남겨 향후 증거로 활용(다만 내용증명은 '최고'에 불과하여 그것만으로 소멸시효가 확정적으로 중단되지는 않으므로, 이후 6개월 이내에 소송·지급명령 등 재판상 청구로 이어 가야 합니다)

  3. 지급명령(독촉절차) 신청: 비교적 간이·신속한 절차로, 상대가 이의하지 않으면 확정되어 집행권원이 됩니다

  4. 민사소송(대여금·물품대금 청구): 다툼이 있는 경우 판결로 권리의 존부와 범위를 확정합니다

  5. 가압류·가처분: 상대가 재산을 빼돌리기 전에 부동산·예금·채권 등을 미리 묶어 두는 보전처분

  6. 강제집행: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 압류·추심, 재산명시·재산조회,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등으로 실제 회수합니다

핵심은 증거는 남기되 회수는 반드시 법적 절차로 한다는 원칙입니다. 감정이 실린 말은 채권 회수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피의자 자리에 세우는 결과를 낳습니다.

같은 독촉, 갈린 결론 — 사례로 보는 경계

말 한마디의 차이가 결론을 어떻게 바꾸는지, 두 상황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실제 사건은 훨씬 복잡하지만, 경계의 감각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공갈이 문제 되는 경우. 3,000만 원을 빌려준 채권자가 변제가 늦어지자 채무자에게 "정해진 날까지 안 갚으면 네 불륜 사실을 배우자와 회사에 전부 알리겠다"는 문자를 반복해 보내 겁을 준 뒤 돈을 송금받았습니다. 받은 돈이 빌려준 3,000만 원 범위 안이라 하더라도, 채무와 무관한 사생활 폭로를 무기로 삼은 이상 그 수단이 사회통념을 벗어나 공갈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정당한 권리행사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 같은 채권자가 "약정한 변제일이 지났으니 이달 말까지 갚지 않으면 대여금 반환 소송과 재산 가압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실제로 지급명령을 신청했습니다. 채무자가 심리적 압박을 느꼈더라도, 이는 법이 정한 절차의 예고이자 정당한 권리행사이므로 공갈·협박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두 사례의 채권은 똑같이 정당합니다. 결론을 가른 것은 '무엇을 지렛대로 삼았는가'였습니다. 법이 마련한 절차를 지렛대로 삼으면 권리행사이고, 상대의 약점이나 해악을 지렛대로 삼으면 공갈로 기웁니다.

채권추심법 위반과 겹칠 수 있습니다

도를 넘은 추심은 형법상 공갈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채권추심법)은 채권추심과 관련하여 폭행·협박·체포·감금하거나 위계·위력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9조), 정당한 사유 없이 야간(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이나 반복적으로 방문·전화·문자하여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채무자가 아닌 가족 등 관계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 등도 금지합니다. 폭행·협박 등으로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 법은 대부업자나 추심업자뿐 아니라 일반 채권자의 추심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몰아붙이는 추심은 공갈·협박·강요 등 형법상 범죄와 채권추심법 위반이 함께 문제 되어, 하나의 행동으로 여러 형사책임을 동시에 질 위험이 있습니다. 신체적 폭력이 없었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해서 연락하거나 야간에 찾아가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 자체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말로만 했다', '손을 대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내 돈 받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 이유입니다.

이미 공갈죄로 역고소를 당했다면

채무자로부터 공갈·협박으로 고소를 당했다면,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 '해악의 고지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 주장이었다'는 점을 사건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채권의 존재와 범위 입증: 차용증, 계좌이체 내역, 카카오톡·문자 등으로 실제 받을 돈이 있었고 그 범위 안에서 요구했음을 밝힙니다.

  • 표현의 맥락 정리: 문제 된 문자·통화를 앞뒤 맥락과 함께 제시하여, 겁을 주어 갈취하려던 것이 아니라 변제를 촉구하는 과정이었음을 설명합니다. 일부 문장만 잘라내어 제출된 자료라면 전체 대화로 반박해야 합니다.

  • '법적 절차 예고'와 '해악 고지'의 구별: "갚지 않으면 민사소송·형사고소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통지는 원칙적으로 정당한 권리행사의 예고일 뿐 협박이 아닙니다. 다만 이를 부정한 목적의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사회통념을 넘는 해악과 결합하면 문제가 되므로, 그 경계를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 불법이득 의사의 부존재: 재물을 갈취할 의도가 아니라 정당한 채권을 변제받으려는 의사였음을 전체 정황으로 다툽니다.

반대로 채권자로서 억울하게 돈을 떼인 입장이라면, 상대의 역고소에 위축되어 정당한 회수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형사 방어와 별개로 민사상 채권 회수 절차는 그대로 진행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 두 축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실제로 빌려준 돈이 분명히 있는데도 공갈죄가 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채권의 존재는 공갈죄 성립을 막는 절대적 사유가 아닙니다. 받을 돈이 있어도 그 회수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 협박이었다면 공갈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권리가 있다'는 점과 '수단이 정당하다'는 점은 따로 판단됩니다.

"안 갚으면 고소하겠다, 소송하겠다"고 말한 것도 공갈인가요?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 등 법이 정한 절차를 밟겠다는 예고는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에 속합니다. 다만 그 고지가 실제 권리와 무관한 부정한 목적을 위한 것이거나 사회통념을 넘는 해악과 결합될 때에는 협박·공갈이 될 수 있으므로, 표현과 맥락에 주의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회사에 알리겠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괜찮을까요?

위험합니다. 채무 사실이나 상대의 약점을 가족·직장 등 제3자에게 알리겠다는 고지는 명예·사생활에 대한 해악의 고지로 평가되어 공갈·협박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채권추심법상으로도 관계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이미 보냈다면 추가 발송을 즉시 멈추고, 회수는 내용증명·소송 등 법적 절차로 전환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공갈죄로 고소당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초기 대응이 결정적입니다. 채권의 존재와 범위, 문제 된 표현의 앞뒤 맥락, 정당한 변제 촉구였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를 신속히 정리하고, 수사기관에 일관된 진술로 대응해야 합니다. 사안마다 쟁점이 다르므로, 진술 전에 변호인과 함께 방어 논리를 세워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떼인 돈을 받는 일은 정당하지만, 그 방법이 도를 넘는 순간 채권자가 오히려 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당한 권리 주장을 했을 뿐인데 억울하게 공갈죄로 역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실제 채권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였는가', '해악의 고지였는가 아니면 정당한 권리행사였는가'를 어떤 자료로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채권 회수를 준비 중이든, 이미 역고소를 당해 방어가 필요한 상황이든, 사건 초기의 증거 정리와 법리 구성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특히 통화 녹음, 문자, 카카오톡처럼 당시의 언행이 그대로 남는 자료는 유·불리를 가르는 결정적 증거가 되므로, 섣불리 대응하기 전에 비슷한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