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누구나 "여기서 말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게 됩니다. 조사관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리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서둘러 해명했다가 말이 꼬여 더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진술거부권입니다. 이 글에서는 진술거부권이 무엇이고 수사기관이 이를 어떻게 알려주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 '언제 침묵하고 언제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진술거부권이란 무엇인가 —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진술거부권은 형사절차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입니다. 그 뿌리는 헌법에 있습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흔히 '자기부죄거부의 특권'이라고 부릅니다. 국가가 개인에게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말을 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것으로, 형사사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권리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는 물론,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도 인정됩니다. 나아가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조사·신문을 받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조사실에서든 법정에서든,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진술거부권입니다.

진술거부권이 인정되는 이유는 형사절차의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 형사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고,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습니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스스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거나 수사에 협조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진술거부권은 바로 이러한 원칙을 절차 안에서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수사기관은 신문 전에 반드시 알려주어야 합니다 — 진술거부권 고지

진술거부권은 알고 있어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이 권리를 반드시 알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수사기관은 이렇게 고지한 뒤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 물어야 하고, 그 답변을 조서에 적어야 합니다. 이때 피의자가 그 답변을 직접 자필로 적거나 조서의 해당 부분에 서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사 초반에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것은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아니라, 권리 고지가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입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이 고지를 하지 않은 채 피의자의 진술을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얻은 피의자의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설령 그 진술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진술거부권 고지가 그만큼 절차의 적법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건이라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행사하나 — 전부 거부, 일부 거부, 특정 질문 거부

진술거부권은 '전부 아니면 전무'의 방식으로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상황에 맞게 범위를 정해 행사할 수 있습니다.

  • 전부 거부(완전 묵비) — 조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질문에 대해 진술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 일부 거부 — 일부 질문에는 답하고, 특정한 쟁점이나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만 진술을 거부하는 방식입니다.

  • 진술 도중 거부 — 처음에는 진술하다가 특정 질문에서 "이 부분은 진술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이후 진술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행사 방법에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습니다"라고 명확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야 조서에 그 취지가 분명히 남고, 이후 "진술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단지 대답을 못 한 것"이라는 식의 오해나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정 질문에 대해서만 거부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그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진술거부권은 말이나 글로 된 '진술'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문 채취, 음주측정, 신체 검사처럼 진술이 아닌 형태의 자료 제공까지 이 권리를 근거로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성명 등 인적사항에 관한 질문이 진술거부권의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뉘지만, 실무에서는 인적사항 확인에는 응하고 본격적인 범죄사실에 관한 신문에서 행사 여부를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진술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 불이익 추정 금지 원칙과 현실

많은 분들이 "묵비하면 괘씸죄로 더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원칙을 먼저 말씀드리면, 진술을 거부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형을 무겁게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이 고지 내용에 "진술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한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진술거부권 행사를 곧바로 불리한 정황으로 추정한다면 권리가 사실상 무력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대법원도 진술거부권 행사 그 자체를 가중처벌의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그 행사가 방어권 보장의 범위를 넘어 오로지 범행을 은폐하거나 진실 발견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려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를 양형에서 불리하게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반대로 진지한 반성과 피해 회복, 수사에 대한 협조 등은 양형에서 유리하게 반영되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침묵이 안전하다"거나 "무조건 협조해야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진술거부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불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사건의 성격과 증거 상황, 나아가 향후 재판에서의 양형까지 함께 내다보고 전체 방어 전략의 일부로서 행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언제 진술을 거부하고, 언제 적극 해명해야 하나

진술거부권을 '쓸 수 있다'는 것과 '지금 쓰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판단입니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기준이 참고가 됩니다.

먼저 진술을 거부하거나 신중을 기하는 편이 나은 경우입니다. 사실관계나 법리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때,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섣부른 진술이 오히려 불리하게 왜곡되거나 조서에 고착될 위험이 있을 때에는, 곧바로 진술하기보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변호인과 상의한 뒤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첫 조사에서의 진술은 이후 절차 전체의 기준점이 되기 쉽고, 한 번 조서에 남은 내용을 나중에 번복하면 그 자체로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이 분명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알리바이, 계약서, 대화 내역, CCTV 등)가 있다면, 이를 초기에 제시해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혐의 자체가 사실과 다르거나, 정당방위·정당행위처럼 위법성을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해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에도 무엇을, 어디까지, 어떤 순서로 말할지는 사건 전체의 그림 속에서 정해야 하며,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해명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핵심은 '묵비냐 해명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사안에 맞게 그 둘을 조합하는 것입니다. 어떤 질문에는 답하고 어떤 질문은 거부하며, 어떤 자료는 지금 제출하고 어떤 자료는 이후 단계에서 내는 식의 세밀한 조율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율은 확보된 증거와 예상되는 쟁점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하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때 함께 기억할 점

진술거부권을 실제로 행사할 때에는 몇 가지를 함께 챙겨야 합니다.

  1.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하십시오. 피의자는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가 있습니다. 진술 여부와 범위를 그 자리에서 함께 판단할 수 있어, 진술거부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거부 의사를 분명히 남기십시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라고 명확히 밝히고, 그 취지가 조서에 제대로 기재되었는지 확인합니다.

  3. 조서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고 서명하십시오. 진술한 부분이 실제 취지와 다르게 적혀 있지는 않은지, 거부한 부분이 마치 진술한 것처럼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관련 법률가이드 '피의자신문조서 서명 전 확인할 것'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4. 출석 요구 단계부터 대비하십시오. 진술 방향은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상당 부분 정해집니다. 출석요구를 받은 초기 단계의 대응은 관련 법률가이드 '경찰 출석요구 받았을 때 첫 대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진술거부권 행사는 정당한 권리 행사일 뿐 그 자체가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진술을 거부하는 것과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지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방어를 위해 침묵하는 것은 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지만, 허위의 진술이나 증거는 또 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진술을 거부하면 오히려 구속되거나 더 불리해지지 않나요?

진술을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구속되거나 형이 무거워지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구속 여부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등 별도의 요건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진술거부 그 자체가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건의 성격과 증거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구체적 상황에 맞춰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진술거부권을 한 번 행사하면 끝까지 침묵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진술거부권은 언제든 행사하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했다가 이후 입장을 정리해 진술할 수도 있고, 진술하던 중 특정 질문에서만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수사관이 진술거부권을 알려주지 않고 조사했다면 그 진술은 어떻게 되나요?

대법원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받은 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진술이라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보아 왔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 고지가 있었는지, 절차가 어떠했는지는 조서와 영상녹화 등으로 다투어지는 문제이므로, 이런 사정이 의심된다면 초기에 변호인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호사 없이 혼자 조사받을 때도 진술거부권을 쓸 수 있나요?

네. 진술거부권은 변호인 선임 여부와 관계없이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다만 어떤 질문에 답하고 어떤 질문을 거부할지, 언제 해명하는 것이 유리한지는 판단이 쉽지 않으므로, 가능하다면 조사 전에 변호인과 상의하거나 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키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이지만, '지금 이 사건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는 권리의 존재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확보된 증거와 예상되는 쟁점, 그리고 이후 재판의 양형까지 내다본 판단이 필요하고, 그 판단은 조사 초기에 이루어질수록 좋습니다. 수사기관의 출석요구를 받았거나 조사를 앞두고 계신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차분히 함께 살펴 침묵과 해명 사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