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길을 걷다가, 혹은 어떤 사건과 관련해 경찰관으로부터 "잠깐 서에 같이 가서 이야기 좀 하시죠"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은 거절해도 되는지조차 모른 채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임의동행'은 말 그대로 임의(任意), 즉 본인의 자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있고, 일단 응했더라도 도중에 언제든 그만두고 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장에서 이 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드물고,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동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임의동행의 법적 근거와 한계, 대법원이 요구하는 '임의성'의 수준, 위법한 동행에서 얻어진 진술·증거의 효력, 그리고 실제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을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임의동행이란 무엇인가 — 두 갈래의 법적 근거

임의동행은 경찰관이나 수사기관이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경찰관서 등 일정한 장소로 함께 가는 것을 말합니다. 강제로 붙잡아 데려가는 체포·구속과 달리, 상대방이 스스로 응한다는 점이 본질입니다. 그런데 우리 법에서 임의동행은 성격이 다른 두 갈래의 근거를 가지고 있어, 먼저 이를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임의동행 — 불심검문에 뒤따르는 동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는 이른바 '불심검문'을 규정합니다. 경찰관은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는데, 그 자리에서 질문하는 것이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때에는 가까운 경찰서·지구대·파출소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다만 같은 항은 이어서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거절권이 법조문 안에 직접 적혀 있는 것입니다.

② 형사소송법상 수사로서의 임의동행 — 임의수사의 한 방법

또 다른 갈래는, 이미 특정 범죄의 피의자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을 상대로 수사기관이 조사를 위해 동행을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하여 임의수사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수사로서의 임의동행은 이 임의수사의 한 방법으로, 오로지 상대방의 동의에 근거해서만 허용됩니다. 동의 없이 강제로 데려가는 것은 곧 영장 없는 체포·구금이 되어 위법합니다.

임의동행은 원칙적으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임의동행의 출발점은 '거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음을 조문에 직접 적어 두었고, 수사로서의 임의동행 역시 동의를 전제로 하므로 응하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동행을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 거부 자체를 이유로 체포할 수는 없습니다.

동행을 거부한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공무집행방해죄는 적법한 직무집행을 전제로 하는데, 법이 보장한 거절권을 행사하는 것은 방해가 아니라 정당한 권리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경찰이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유형력을 동원해 데려간다면, 그 동행은 적법한 직무집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또한 경찰관은 동행을 요구할 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고 소속과 성명을 밝히며, 동행의 목적과 이유, 동행할 장소를 설명하여야 합니다(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 제4항). 이러한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동행 요구라면, 그 적법성 자체를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동행에 응한 뒤에도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임의동행의 '임의성'은 처음 응할 때만이 아니라 동행이 이어지는 내내 유지되어야 합니다. 즉 일단 경찰서에 따라갔더라도, 조사 도중 언제든지 "그만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올 수 있습니다. 이 퇴거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임의동행이 아니라 사실상의 구금입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여기에 더해, 동행한 사람을 6시간을 초과하여 경찰관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3조 제6항). 다만 이 6시간 규정을 '6시간 동안은 붙잡아 둘 수 있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임의동행한 사람을 그 시간 동안 경찰관서에 구금하는 것을 허용하는 취지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6시간은 어디까지나 넘어서는 안 되는 상한일 뿐이고, 그 안이라도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울러 경찰관은 동행한 사람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동행 사실과 장소·이유를 알리거나 본인이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같은 조 제5항). 동행 상태에서도 변호인 조력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요구하는 '임의성'의 수준

겉으로는 '임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실제로는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사실상 끌려가듯 이루어지는 동행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임의동행의 적법성을 판단할 때 그 임의성을 매우 엄격하게 봅니다.

대법원은,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미리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 과정에서 이탈하거나 동행 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임의동행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단순히 상대방이 "따라가겠다"고 말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동의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의동행은 자칫 영장주의와 체포·구속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통제를 피해 가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고, 동행된 사람을 외부와 차단된 채 수사기관의 영향 아래 두는 결과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의'라는 형식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자발성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사실상 강제된 동행은 위법한 체포가 됩니다

임의동행이 임의성을 잃으면, 그것은 이름만 동행일 뿐 영장 없는 강제 연행, 곧 위법한 체포·구금이 됩니다. 예컨대 여러 명의 경찰관이 둘러싸 사실상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팔을 붙잡아 순찰차에 태웠거나, 도중에 나가겠다는 요구를 묵살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사람을 체포하려면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하고, 예외적으로 긴급체포(제200조의3)나 현행범체포(제211조, 제212조)의 요건을 갖춘 때에만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임의동행이라는 형식만 빌려 사람을 강제로 데려갔다면, 그 실질은 위법한 체포이므로 이후의 수사절차 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임의동행으로 경찰서에 데려간 뒤 그곳에서 비로소 긴급체포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에도 맨 처음의 동행이 임의성을 갖추었는지가 먼저 검토되어야 하고, 최초 연행 자체가 위법하다면 뒤이은 긴급체포나 조사의 적법성도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위법한 임의동행에서 얻은 진술·증거는 어떻게 되나

임의동행이 위법하다고 평가되면, 그 위법한 상태에서 수집한 증거의 효력도 문제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하여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명문으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법한 임의동행, 즉 사실상의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진 자백이나 진술,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위법하게 형성된 신병 확보 상태와 그로부터 얻어진 증거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이른바 '독수의 과실'로서 파생된 2차 증거의 증거능력까지 배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위법한 강제연행 상태에서 이루어진 음주측정 결과나 진술 등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사례들을 축적해 왔습니다.

다만 모든 사안에서 곧바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위법의 내용과 정도, 인과관계가 희석되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행이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초기에 정확히 기록하고 다투는 것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임의동행을 요구받았을 때 — 실무 대응

막상 현장에서는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몇 가지 원칙만 기억해 두어도 불필요하게 불리한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1. 먼저 신분과 사유를 확인합니다. 경찰관이 맞는지, 어느 소속인지, 지금 나를 임의동행으로 부르는 것인지 아니면 체포하는 것인지, 그 사유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물어보십시오. 임의동행이라면 거절할 수 있고, 체포라면 그 이유와 피의사실,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2. 거부할 의사가 있다면 명확히 표현합니다. "동행에 응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습니다. 애매한 태도로 따라가면, 나중에 '자발적으로 동의했다'고 해석될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3. 따라가기로 했더라도 진술은 신중하게 합니다. 누구에게나 진술을 거부할 권리(진술거부권)가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거나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은 변호인과 상의한 뒤에 답하겠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4. 가능한 한 빨리 변호인에게 연락합니다. 동행 상태에서도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고, 경찰은 그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가족에게 현재 위치와 상황을 알려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5. 상황을 기록해 둡니다. 동행을 요구받은 시각과 장소, 오간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몇 시에 나올 수 있었는지 등을 기억나는 대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임의성과 적법성을 다툴 때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임의동행을 거부하면 체포되거나 불이익을 받나요?

임의동행은 법이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이므로,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없습니다. 거부 자체가 공무집행방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긴급체포나 현행범체포의 요건이 별도로 갖추어진 경우라면 그 요건에 따라 체포가 이루어질 수는 있으므로, 지금 자신이 임의동행 대상인지 체포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경찰서에 따라갔는데, 중간에 나와도 되나요?

네, 원칙적으로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임의동행의 임의성은 동행이 계속되는 동안 유지되어야 하므로, 조사 도중이라도 그만 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퇴거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나가려는데 경찰이 이를 막는다면, 그 시점부터는 사실상의 구금으로서 위법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경찰서에 최대 몇 시간까지 있어야 하나요?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임의동행한 사람을 6시간을 초과하여 경찰관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은 6시간 동안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를 정한 것으로, 그 안이라도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의동행 상태에서 한 말도 나중에 증거가 되나요?

동행이 적법하고 진술이 임의로 이루어졌다면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동행 자체가 위법하다고 평가되면, 그 상태에서 얻은 진술이나 자료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행 경위와 진술 상황을 정확히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하며, 불리할 수 있는 진술은 변호인과 상의한 뒤에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임의동행은 '임의'라는 두 글자 때문에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후 수사와 재판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갈림길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몰라 따라간 자리에서 나온 진술이 불리한 증거로 쓰이기도 하고, 반대로 동행의 위법성을 제대로 다투어 결과를 바로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핵심은 그 동행이 정말로 자발적이었는지를 초기에 정확히 정리하고 대응하는 것입니다.

경찰의 동행 요구 앞에서 당황스러우셨거나, 이미 동행에 응한 뒤의 절차가 걱정되신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차분히 함께 살펴, 가장 현실적이고 유리한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