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남아 있는 내 글, 지워 달라고 할 수 있을까 — 잊힐 권리와 게시물 삭제 요구의 실제 절차
2026. 07. 24.
우리 법에는 '잊힐 권리'라는 이름의 조문이 없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의 삭제 요구권, 정보통신망법의 삭제요청과 임시조치, 인격권에 기한 가처분, 언론중재 절차를 조합하면 상당 부분을 지울 수 있습니다. 내가 올린 글과 남이 올린 글은 창구도 근거 법률도 완전히 다릅니다. 상황별로 어디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삭제가 거부되는지 정리했습니다.
목차
- 잊힐 권리란 무엇인가 — 우리 법에는 그 이름의 조문이 없습니다
- 내가 올린 글을 지우고 싶을 때
- ①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면 —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 ② 계정을 잃어버렸거나 이미 탈퇴한 경우 — 개인정보 보호법 제36조
- ③ 어린 시절에 올린 게시물 — '지우개 서비스'
- 나에 관해 남이 올린 글 — 정보통신망법상 삭제요청과 30일 임시조치
- 삭제요청과 임시조치 — 사업자는 30일 동안 가려 둘 수 있습니다
- 임시조치 30일이 지나면 — 그다음이 진짜입니다
- 사업자가 움직이지 않을 때 — 심의 신청과 가처분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신청
- 게시물 삭제·게시금지 가처분
- 언론기사와 검색결과는 다른 절차입니다
- 언론보도 — 언론중재위원회와 추후보도청구
- 원본은 못 지워도 검색에서 빼는 방법
- 어디까지 지울 수 있나 — 잊힐 권리의 한계
- 자주 묻는 질문
- 지워 달라고 요청했는데 답이 없습니다. 바로 소송해야 하나요?
- 내용이 사실이면 절대 못 지우나요?
- 이미 탈퇴한 사이트에 제가 쓴 글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방법이 있나요?
- 삭제해 달라고 했더니 그 요청 사실까지 다시 글로 올렸습니다.
- 무죄를 받았는데 기소 당시의 기사가 그대로 검색됩니다.
-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몇 년 전 감정이 격했던 날 남긴 글, 지금은 비밀번호도 기억나지 않는 계정에 올려 둔 사진, 이름을 검색하면 여전히 첫 화면에 뜨는 오래된 기사와 커뮤니티 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잊히는 종이와 달리, 인터넷의 기록은 지워지지 않은 채 계속 검색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언급되는 말이 '잊힐 권리'입니다. 그런데 막상 무엇을 근거로,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요구해야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워 주세요"라는 메일 한 통을 보내고 답이 없으면 그대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내가 올린 글과 남이 올린 글을 나누어 각각 어떤 법을 근거로 어디에 요구할 수 있는지, 사업자가 응하지 않을 때 법원으로 가는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삭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지를 실무 순서대로 정리해 드립니다.
잊힐 권리란 무엇인가 — 우리 법에는 그 이름의 조문이 없습니다
잊힐 권리는 유럽에서 먼저 자리 잡은 개념입니다.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제17조는 정보주체가 자신에 관한 개인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삭제권'을 명문으로 두고 있고, 2014년 유럽 사법재판소는 검색엔진 사업자에게 오래된 기사를 검색결과에서 빼도록 명한 판결로 이 개념을 널리 알렸습니다.
우리 법에는 '잊힐 권리'라는 이름의 단일 조문이 없습니다. 대신 여러 법률이 이 기능을 나누어 담당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지우려는 것이 어떤 성격의 정보인가"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두드려야 할 문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기업·기관이 보관 중인 내 개인정보 — 개인정보 보호법상 열람·정정·삭제·처리정지 요구
인터넷에 공개된 나에 관한 게시물 — 정보통신망법상 삭제요청과 임시조치
언론사 기사 — 언론중재법상 정정·반론·추후보도청구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어느 절차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 — 민법상 인격권에 기한 삭제청구와 가처분
이 구분을 건너뛰고 무작정 "잊힐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하면, 담당자로부터 "그런 제도는 없다"는 답을 받고 끝나기 쉽습니다. 근거 조문과 창구를 정확히 짚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내가 올린 글을 지우고 싶을 때
본인이 작성한 게시물은 원칙적으로 가장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다만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따라 방법이 갈립니다.
① 계정에 접근할 수 있다면 —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직접 지우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합니다. 다만 두 가지를 놓치면 지운 효과가 반감됩니다.
첫째, 탈퇴하기 전에 게시물부터 지워야 합니다. 상당수 커뮤니티와 SNS는 회원 탈퇴를 하더라도 이미 작성된 게시물과 댓글은 그대로 두고 작성자 표시만 바꿉니다. 계정이 사라지면 본인 확인 수단까지 함께 사라져, 나중에는 자기 글인데도 지울 방법이 마땅치 않게 됩니다. 게시물·댓글·사진을 먼저 정리한 뒤 마지막에 탈퇴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둘째, 원문 삭제와 검색결과 제거는 별개입니다. 원문을 지워도 검색엔진에 저장된 색인과 요약문은 한동안 남고, 다른 사이트로 퍼간 복사본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원문을 지운 뒤에는 검색사업자에 '삭제된 페이지 반영'을 별도로 요청하고, 자신의 이름과 아이디, 문제된 문구를 그대로 검색해 복사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비공개 전환보다 완전 삭제가 원칙입니다.
② 계정을 잃어버렸거나 이미 탈퇴한 경우 — 개인정보 보호법 제36조
스스로 지울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4조는 정보주체의 권리로 개인정보의 열람, 정정·삭제, 처리정지 요구권을 정하고 있고, 제35조는 열람, 제36조는 정정·삭제, 제37조는 처리정지를 각각 규정합니다. 게시물에 실명, 사진, 연락처, 소속 등 본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들어 있다면 이 조항들을 근거로 삭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요구는 해당 서비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기재된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앞으로 서면이나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 확인 자료와 대상 게시물의 주소(URL)를 함께 첨부해야 처리가 빠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6조 제2항은 사업자가 요구를 받으면 지체 없이 조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고 그 결과를 알리도록 하고 있고, 시행령은 그 통지를 10일 이내에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36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다른 법령에서 그 개인정보를 수집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으면 삭제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삭제 대신 제37조의 처리정지, 즉 "보관은 하되 더 이상 이용하거나 공개하지 말라"는 요구를 대안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사업자가 응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침해 신고센터(국번 없이 118)에 신고하거나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삭제 요구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그 개인정보를 계속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요구서에 이 점을 함께 적시하면 담당자가 사안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워집니다.
③ 어린 시절에 올린 게시물 — '지우개 서비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3년부터 아동·청소년 시기에 본인이 올린 게시물의 삭제와 접근 차단을 지원하는 이른바 '지우개(잊힐 권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계정 정보를 잃어버려 스스로 지울 수 없는 경우에도 담당자가 사업자와의 사이에서 삭제를 도와준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신청할 수 있는 나이와 게시물을 올린 시점에 요건이 있고, 그 범위가 단계적으로 넓어져 왔으므로 신청 전에 개인정보 포털에서 현재 기준을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은 본인이 직접 올린 게시물만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 관해 올린 글은 이 서비스로 해결되지 않고, 아래의 정보통신망법 절차로 가야 합니다.
나에 관해 남이 올린 글 — 정보통신망법상 삭제요청과 30일 임시조치
이쪽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요청을 넣는 순간 글이 사라지거나 내용이 수정될 수 있으므로, 무엇을 하기 전에 기록부터 남겨야 합니다.
화면 전체를 캡처합니다. 본문만이 아니라 주소창의 URL, 작성자 아이디, 작성일시, 조회수, 댓글까지 한 화면에 들어오도록 촬영해 두어야 나중에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URL을 따로 목록으로 정리합니다. 삭제요청도, 가처분도 게시물을 주소 단위로 특정해야 하므로 캡처와 주소 목록을 한 세트로 만들어 둡니다.
확산 경로를 확인합니다. 자신의 이름·아이디·닉네임과 문제된 문구를 그대로 검색해 다른 사이트로 옮겨진 복사본까지 찾아 같은 방식으로 보전합니다.
어떤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정리합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인지, 진실이지만 사생활 영역인지, 사진·초상인지에 따라 근거 법률과 요청 문구가 달라집니다.
삭제요청과 임시조치 — 사업자는 30일 동안 가려 둘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제1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이, 그 정보를 취급한 사업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명'이 중요합니다. "기분이 나쁘다"가 아니라 "이 문장은 사실과 다르고, 나를 특정할 수 있으며, 이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자료와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자가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과 게시자에게 알리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돌아오는 답은 대개 삭제가 아니라 '임시조치'입니다. 제44조의2 제4항은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을 30일 이내로 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자는 이러한 조치를 하면 그로 인한 배상책임을 감면받을 수 있으므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일단 가려 두는 쪽을 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대부분의 포털과 대형 커뮤니티는 '권리침해 신고' 양식을 별도로 운영합니다. 본인 확인 자료, 대상 URL, 침해사실 소명서를 갖추어 이 창구로 접수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임시조치 30일이 지나면 — 그다음이 진짜입니다
임시조치는 문제를 끝내는 절차가 아니라 시간을 버는 절차입니다. 30일이 지나면 게시자가 재게시를 요청할 수 있고, 사업자 약관에 따라 글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차단된 30일 동안 게시자와의 합의(삭제와 재게시 금지를 명시한 합의서), 가처분 신청,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중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정하고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게시자가 익명이라 상대를 특정할 수 없다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6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은 민사상·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하여 침해사실을 소명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이용자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청구할 수 있고, 심의위원회는 명예훼손 분쟁조정부의 심의를 거쳐 제공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절차와 형사고소를 통한 수사기관의 신원 확인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사업자가 움직이지 않을 때 — 심의 신청과 가처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신청
사업자가 요청을 거부하거나 아무 응답이 없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권리침해 정보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피해 당사자나 그 대리인이 신청하며, 심의 결과 위원회가 삭제나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를 하면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게 됩니다. 특히 국내법의 집행이 어려운 해외 사이트의 경우 접속차단이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아 실익이 큽니다.
불법촬영물이나 이른바 딥페이크와 같은 성적 허위영상물은 훨씬 신속한 별도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삭제 지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전자심의를 통해 하루 단위로 조치가 이루어지므로, 이 유형은 일반 절차를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해당 창구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게시물 삭제·게시금지 가처분
가장 강력한 수단은 법원의 가처분입니다. 판례는 명예·성명·초상과 같은 인격적 이익이 물권에 준하는 배타성을 가지므로, 침해행위의 정지나 예방을 구하는 금지청구가 인정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두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게시물의 삭제와 향후 동일한 내용의 게시 금지를 함께 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을 URL 단위로 특정합니다. "나에 관한 게시물 일체"처럼 포괄적으로 구하면 집행이 불가능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문제된 문구를 그대로 인용해 어느 부분이 왜 위법한지까지 적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무자를 누구로 할지 정합니다. 게시자와 서비스 사업자를 함께 상대방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시자가 특정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사업자를 상대로 먼저 진행하기도 합니다.
담보제공과 심문을 예상해야 합니다. 삭제 가처분은 사실상 본안의 결과를 미리 실현하는 성격이 있어, 심문기일이 열리고 담보제공명령이 붙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간접강제를 함께 신청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61조에 따라 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일당 일정액을 지급하도록 명해 달라고 구하면, 결정을 받고도 방치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형사절차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하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거짓 사실인 경우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실무에서는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조건으로 게시물 삭제와 재게시 금지를 이끌어내는 합의가 가장 빠른 삭제 경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적시 없이 모욕적 표현만 있는 경우는 형법 제311조 모욕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문제 되며, 이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입니다. 별도로 민법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른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고, 그 소멸시효는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입니다.
언론기사와 검색결과는 다른 절차입니다
언론보도 — 언론중재위원회와 추후보도청구
언론사 기사는 위 절차가 아니라 언론중재법이 우선 적용됩니다. 세 가지 청구가 있습니다.
정정보도청구 — 사실적 주장이 진실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경우. 보도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보도가 있은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반론보도청구 —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반박을 싣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기간은 정정보도청구와 같습니다.
추후보도청구 — 범죄혐의가 있거나 형사상의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된 사람이 무죄판결이나 이에 준하는 형태로 사건이 끝났을 때,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그 결과를 알리는 보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수사 단계 기사 때문에 고통받는 분에게 가장 직접적인 수단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은 비용 부담이 없고 신청 접수일부터 14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어 신속합니다. 실무에서는 조정 과정에서 기사 삭제, 실명의 익명 처리, 검색결과 노출 배제, 기사 하단의 알림 게재 등이 합의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조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법원에 정정보도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인격권에 기한 기사삭제청구를 함께 구하게 됩니다.
원본은 못 지워도 검색에서 빼는 방법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가 큰 조치가 검색결과 노출 배제입니다. 유럽에서 잊힐 권리가 인정된 사건도 원문 기사 삭제가 아니라 검색엔진의 결과에서 빼는 문제였습니다. 원본이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 있더라도 이름을 검색했을 때 뜨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피해는 크게 줄어듭니다.
국내외 주요 검색사업자는 개인정보 노출이나 권리침해를 이유로 한 검색결과 제외 요청 창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검색사업자는 다른 사이트의 원본을 지울 권한이 없으므로, 검색 배제 요청과 원본 사이트에 대한 삭제요청은 반드시 따로 진행해야 합니다. 이미 삭제된 페이지가 계속 검색된다면 '삭제된 페이지 반영'을 별도로 요청해 색인을 정리할 수 있고, 사업자가 응하지 않으면 검색사업자를 상대로도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노출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이 가능합니다.
어디까지 지울 수 있나 — 잊힐 권리의 한계
삭제 요구는 언제나 표현의 자유 및 국민의 알권리와 충돌합니다. 법원과 심의기관은 게시물 내용의 진실성, 공공의 이익과의 관련성, 대상자가 공적 인물인지, 정보를 얻은 경위, 게시 목적, 게시 후 경과한 시간, 삭제로 제한되는 표현의 자유의 정도를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삭제가 어렵습니다.
진실하고 공익에 관한 내용 —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게시물은 삭제 요구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 — 정치인, 고위공직자, 기업 경영자의 직무 관련 사항은 시간이 지나도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령상 보존의무가 있는 기록 — 전자상거래 관련 법령은 계약이나 청약철회에 관한 기록과 대금결제 기록을 5년, 소비자 불만·분쟁처리 기록을 3년간 보존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는 삭제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미 널리 퍼진 정보 — 원본을 지워도 캡처본, 복사 게시물, 해외 서버의 글까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실무의 목표가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검색되지 않는 상태'가 되는 이유입니다.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비스 — 국내 결정의 집행이 쉽지 않아, 사업자 자체 신고 절차와 접속차단을 함께 활용해야 합니다.
반대로 삭제가 인정되기 유리한 사정도 분명히 있습니다. 공적 지위가 없는 일반인에 관한 것일수록, 내용이 사생활의 핵심 영역에 가까울수록, 게시된 지 오래되어 공적 관심이 사라졌을수록, 미성년 시절의 일일수록, 그리고 이미 무죄나 불기소로 정리된 사건에 관한 것일수록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한 가지 실무 요령을 덧붙이면, 내가 찍은 사진이나 내가 쓴 글을 누군가 그대로 퍼간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른 복제·전송 중단 요구를 활용하는 편이 빠릅니다. 명예훼손 여부는 사업자가 판단을 꺼리지만, 저작권 침해는 원본과 대조하면 판단이 명확해 신속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워 달라고 요청했는데 답이 없습니다. 바로 소송해야 하나요?
순서를 밟는 편이 낫습니다. 먼저 사업자의 권리침해 신고 창구로 침해사실 소명자료를 갖추어 정식 접수하고, 게시자를 알고 있다면 내용증명으로 삭제와 재게시 금지를 요구합니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강제력은 없지만 요구 시점과 내용을 남겨 두어 이후 가처분의 보전 필요성과 손해배상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됩니다. 그럼에도 방치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신청과 가처분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내용이 사실이면 절대 못 지우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삭제를 구할 수 있습니다. 병력, 가족관계, 과거의 사적 이력처럼 진실이라도 공개될 이익보다 감출 이익이 큰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내용이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면 사실인 이상 삭제가 어려워지므로, 사안이 얼마나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미 탈퇴한 사이트에 제가 쓴 글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방법이 있나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회원 탈퇴와 게시물 삭제는 별개로 처리되는 서비스가 많으므로, 해당 사업자의 고객센터와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앞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36조를 근거로 삭제를 요구하시면 됩니다. 이때 본인이 작성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입 당시 아이디, 가입 이메일, 결제 내역, 본인만 알 수 있는 게시물 내용 등)를 함께 제출해야 처리가 됩니다. 미성년 시절의 게시물이라면 앞서 설명한 지우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삭제해 달라고 했더니 그 요청 사실까지 다시 글로 올렸습니다.
새로운 침해행위입니다. 기존 게시물과 별도로 캡처해 보전하시고, 반복성과 보복성이 드러난 사정은 가처분에서 보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됩니다. 향후 동일·유사한 내용의 게시를 금지하는 결정과 간접강제를 함께 구하는 것이 실효적이며, 형사절차에서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무죄를 받았는데 기소 당시의 기사가 그대로 검색됩니다.
언론중재법상 추후보도청구가 가장 직접적인 수단입니다. 형사절차가 무죄판결이나 이에 준하는 형태로 종결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언론사에 청구해야 하므로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기사 삭제나 실명의 익명 처리, 검색결과 배제가 함께 합의되는 경우가 많고, 이와 별도로 각 검색사업자에 노출 배제를 요청하는 절차를 병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게시물 삭제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지워 달라고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근거로, 어느 창구에, 무엇을 소명해서 요구했느냐입니다. 같은 글이라도 내가 올린 것인지 남이 올린 것인지, 개인정보인지 표현물인지, 언론보도인지 커뮤니티 글인지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인격권에 기한 가처분 중 어느 문을 두드려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창구를 잘못 고르면 "해당 사항 없음"이라는 답만 받고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고, 그 사이 게시물은 다른 사이트로 옮겨져 원본 하나를 지워도 소용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특히 임시조치 30일, 언론중재 청구의 3개월과 6개월, 추후보도청구의 3개월처럼 되돌릴 수 없는 기간들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게시물 때문에 취업이나 일상에 지장을 겪고 계시거나, 삭제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해 다음 단계를 어떻게 밟아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보하신 화면 캡처와 주소 목록을 바탕으로, 어느 절차가 이 사안에 실제로 통하는지와 원본 삭제·검색 배제·재게시 금지 가운데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목표가 무엇인지 함께 짚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