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누구나 극심한 불안에 빠집니다. 그리고 바로 그 불안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움직이다가, 오히려 사건을 돌이키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사건 발생 직후 며칠 동안 어떻게 행동했는지가 이후의 구속 여부와 처벌 수위를 크게 좌우합니다. 이 글에서는 성범죄 피의자가 초기에 흔히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들을 짚고, 각 행동이 왜 위험한지, 그리고 그 대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왜 사건 초기의 행동이 결과를 좌우하는가

성범죄 사건에서 초기 대응이 유독 중요한 이유는, 초기의 잘못된 행동 하나가 구속 여부, 진술의 신빙성, 그리고 최종 양형이라는 세 가지에 동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먼저 구속입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를 구속의 사유로 정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지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살펴볼 '피해자에게 연락하기'나 '증거 삭제'는 이 구속사유를 피의자 스스로 만들어 주는 대표적인 행동입니다.

다음은 양형입니다. 성범죄의 양형에서는 진지한 반성, 피해 회복, 2차 가해가 없었는지가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초기의 부적절한 행동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를 압박했다'는 평가로 이어져 형을 무겁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초기 며칠의 선택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셈입니다.

절대 금물 ① —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것

많은 분들이 혐의를 알게 되면 가장 먼저 피해자에게 연락해 오해를 풀고 사과하려 합니다. 심정은 이해되지만, 피해자에 대한 직접 접촉은 초기 대응 중 가장 위험한 행동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아무리 정중하게 보낸 사과나 연락이라도 피해자에게는 압박과 공포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내용에 따라 협박·강요 등 별도의 범죄가 되거나 보복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둘째, 수사기관은 이러한 접촉을 피해자를 회유해 진술을 바꾸게 하려는 시도, 즉 증거인멸 정황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는 앞서 본 구속사유(증거인멸의 염려, 피해자에 대한 위해우려)와 곧바로 연결됩니다. 셋째, 연락 자체가 2차 가해로 평가되어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직접 사과하고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대부분의 성범죄는 2013년 개정으로 친고죄가 폐지되어,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지 않습니다. 즉 직접 접촉으로 얻을 실익은 크지 않은 반면, 그로 인한 위험은 매우 큽니다.

올바른 대응은 분명합니다. 피해자에게는 어떤 경로로도 직접 연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과나 합의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 정식으로 진행해야 하고, 피해자가 접촉 자체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해도 사건번호를 이용해 공탁할 수 있게 한 것으로, 피해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피해 회복 노력을 보일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절대 금물 ② — 대화 내용·사진 등 증거를 삭제하는 것

혐의를 인식한 순간 본능적으로 휴대전화의 대화 내용이나 사진, 통화기록을 지우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이는 사건을 스스로 최악으로 몰고 가는 행동입니다.

법리적으로 보면, 형법 제155조가 정한 증거인멸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앤 것 자체는 이 죄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 구속사유를 스스로 만듭니다. 증거를 삭제한 정황이 드러나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판단으로 직결되어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삭제해도 대부분 복원됩니다. 디지털 포렌식 기술로 지운 데이터가 복구되는 경우가 많고, 이때 삭제 행위 자체가 '숨길 것이 있었다'는 강력한 정황이자 반성 없는 태도로 평가되어 오히려 양형을 무겁게 만듭니다.

  • 남을 끌어들이면 별도의 범죄가 됩니다. 타인의 휴대전화나 계정에 있는 자료를 지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증거를 없애게 하는 경우에는 증거인멸 관련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대응은 어떤 자료에도 함부로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입니다. 특정 자료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무죄나 정당한 사정을 뒷받침할 자료를 성급히 지워 스스로 방어 수단을 없애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료의 유불리 판단과 처리는 반드시 변호인과 상의해 결정해야 합니다.

절대 금물 ③ — 준비 없이 자백하거나 즉흥적으로 둘러대는 것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는 흔히 두 가지 극단으로 흐릅니다. 하나는 겁에 질려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무조건 인정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순간을 모면하려고 즉흥적으로 거짓 변명을 지어내는 것입니다. 둘 다 매우 위험합니다.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무게가 상당합니다. 한번 진술하고 서명·날인한 내용은 나중에 뒤집으려 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말을 바꾼다'는 인상만 남깁니다. 특히 사실과 다른 변명은 CCTV, 통신내역, 포렌식 자료 등 객관적 증거로 무너지는 순간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함께 무너져, 사실인 부분까지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역효과를 냅니다.

이럴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진술거부권입니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게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고, 수사기관은 조사 전에 이를 고지해야 합니다.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답변하기보다는, 기억나는 사실만 정확히 말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진술을 미루는 것도 정당한 방어입니다. 조사에 임하기 전 변호인과 함께 어디까지 어떻게 진술할지 방향을 정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절대 금물 ④ — 진술을 이랬다저랬다 번복하는 것

앞서 본 즉흥적 대응과 맞닿아 있는 문제가 진술 번복입니다. 처음에는 부인했다가 나중에 인정하거나, 세부 사실을 조사받을 때마다 다르게 말하면 진술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이는 곧 신빙성 상실로 이어집니다.

성범죄 사건은 물적 증거보다 당사자의 진술이 판단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피의자 진술의 일관성 자체가 중요한 증거가치를 가집니다. 한 번 흔들린 진술은 이후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또 바뀔 수 있다'는 의심을 남깁니다. 첫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첫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정리하고, 무엇을 어떻게 진술할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하게 임한 첫 조사에서 잘못 꺼낸 말을 나중에 바로잡으려다 오히려 번복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절대 금물 ⑤ — SNS나 온라인에 사건을 언급하는 것

억울한 마음에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입장을 올리거나,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형태의 온라인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먼저, 피해자를 특정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사이버 명예훼손)이라는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고, 그 자체가 명백한 2차 가해로 평가됩니다. 사실을 적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쓴 글이라도, 그 안의 표현이나 사실관계가 고스란히 수사기관에 수집되어 불리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온라인 게시글뿐 아니라, 지인들에게 사건 내용을 이야기하며 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험합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자극해 합의 가능성을 낮추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어 양형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침묵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절대 금물 ⑥ — 변호인 없이 혼자 조사에 응하는 것

'떳떳하니까 혼자 가서 사실대로 말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변호인 없이 조사에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실수들 대부분이 바로 이 순간, 준비 없이 혼자 조사실에 들어갔을 때 벌어집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게 신문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도록 요청할 권리를 보장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첫 조사의 진술이 이후 전체 방향을 정하는 만큼, 조력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변호인은 조사 전에 사실관계와 쟁점을 함께 정리하고, 부당하거나 유도적인 질문에 어떻게 대응할지 도와주며, 불리한 진술이 조서에 그대로 남지 않도록 살핍니다.

혼자 대응하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불리한 진술을 하거나, 긴장 속에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일정이 잡히면 조사에 임하기 전에 먼저 변호인과 상담하고, 필요하면 참여를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의 내용을 뒤집으면, 사건 초기에 해야 할 일이 그대로 정리됩니다. 핵심은 '서둘러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을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사과·합의가 필요하다면 변호인을 통하거나 형사공탁 제도를 활용합니다.

  • 어떤 자료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합니다. 유불리 판단은 변호인과 함께 합니다.

  • 준비되지 않은 진술을 하지 않습니다. 기억나는 사실만 정확히 말하고, 불확실한 부분은 무리해서 답하지 않습니다.

  • 진술을 함부로 번복하지 않도록, 첫 조사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 SNS·온라인은 물론 주변에도 사건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초기에 무엇을 하지 않느냐가 무엇을 하느냐만큼 중요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서두른 한 번의 행동이 구속과 가중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침착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방어의 출발점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진심으로 미안해서 사과 문자 한 통 정도 보내는 것도 안 되나요?

진심 어린 사과 자체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 사과는 반드시 변호인을 통한 정식 절차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피의자가 직접 보낸 연락은 내용이 아무리 정중해도 피해자에게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수사기관은 이를 회유나 2차 가해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직접 접촉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큽니다.

이미 대화 내용을 지워버렸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선 다른 자료에 추가로 손대는 것을 멈추어야 합니다. 이미 삭제한 부분이 있다면 그 사실과 경위를 변호인에게 솔직히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삭제된 데이터는 포렌식으로 복원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없앴다고 생각하고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면 상황이 더 나빠집니다. 남은 자료를 그대로 보존하고 대응 방향을 함께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면 오히려 괘씸죄로 불리해지지 않나요?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이고, 이를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무작정 모든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며, 사안과 증거관계에 따라 어느 부분을 어떻게 진술할지는 전략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조사 전 변호인과의 상의가 필요합니다.

그럼 합의는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피해 회복과 합의는 성범죄 사건의 양형에서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는 요소입니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피의자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을 통해 적정한 시점에 정식으로 진행해야 하며, 피해자가 접촉을 원치 않으면 형사공탁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합의가 갖는 구체적 의미는 관련 법률가이드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의 의미'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초기의 며칠 동안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가 이후의 구속 여부와 처벌 수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피해자에게 연락하고, 증거를 지우고, 준비 없이 진술하는 순간 사건은 훨씬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침착하게 원칙을 지키며 이른 시점에 조력을 받는다면, 억울함을 밝히든 피해 회복에 나서든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며 돌이키기 어려운 선택을 하기 전에, 비슷한 상황에 놓이셨다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차분히 함께 살펴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향을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