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이드

DOMO Legal Guide

많은 대표님들이 급할 때 회삿돈을 잠시 가져다 쓰고 "가지급금으로 처리해 두면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세무사도 장부에 가지급금으로 잡아 주니 별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회계장부에 가지급금으로 기재했다는 사실만으로 횡령의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와 대표이사는 법적으로 별개의 인격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가지급금이 무엇인지, 어떤 경우에 업무상횡령이 문제 되는지, 그리고 대표가 미리 챙겨야 할 점을 정리합니다.

가지급금이란 무엇인가

가지급금(假支給金)은 회사에서 이미 돈이 나갔지만 그 용도나 귀속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임시로 잡아 두는 회계 계정입니다. 실무에서는 특히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가져다 쓰고, 이를 '회사가 대표에게 빌려준 돈(채권)'으로 장부에 남겨 둔 것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식 급여나 배당, 적법한 대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단 돈을 꺼내 쓴 뒤 회계상으로만 정리해 둔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가지급금과 가수금은 다릅니다

흔히 헷갈리는 개념이 가수금입니다. 가지급금이 '회사가 대표에게 받을 돈'이라면, 가수금은 반대로 대표가 회사에 돈을 넣어 두어 '회사가 대표에게 갚아야 할 돈'입니다. 이 글에서 문제 삼는 것은 회사 밖으로 자금이 빠져나간 가지급금입니다. 방향이 반대인 만큼 형사·세무상 쟁점도 서로 다릅니다.

회삿돈을 대표가 쓰면 왜 횡령이 될 수 있나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회사(법인)와 대표이사(개인)는 법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인격이라는 점입니다. 내가 세운 회사, 지분 100%를 가진 회사라 하더라도 회사 계좌의 돈은 '내 돈'이 아니라 '회사의 재산'입니다. 대표이사는 그 재산을 회사를 위해 보관·관리하는 지위에 있을 뿐입니다.

형법상 횡령죄와 업무상횡령죄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를 횡령죄로 정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따라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이를 횡령하면 업무상횡령죄로 보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합니다.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대표이사·임원·경리 담당자는 대개 이 '업무상 보관자'에 해당하므로, 회사 돈을 사적으로 유용하면 업무상횡령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1인 회사·가족회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주주가 한 명뿐인 회사라도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인격이므로, 1인 주주 겸 대표이사가 회사 돈을 개인 용도로 쓰면 횡령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법원도 1인 회사의 재산은 주주 개인의 재산과 구별된다고 보아, "내 회사이니 내 돈"이라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가족끼리 운영하는 회사라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가지급금으로 처리하면 횡령이 아닐까 — 회계장부와 형사책임은 별개

핵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장부에 가지급금으로 기재했다는 사정은 횡령죄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닙니다. 두 가지 방향 모두에서 그렇습니다.

  • 가지급금으로 처리했다고 면책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유용한 돈을 나중에 회계상 가지급금으로 정리해 두었더라도, 실제로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소비했다면 횡령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 가지급금 계정이 있다고 곧 횡령인 것도 아닙니다. 회사를 위한 정당한 지출이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친 대여로서 상환 의사와 능력이 뒷받침되는 경우라면 단순한 채권 계정에 그칠 수 있습니다.

결국 갈림길은 '불법영득의사'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회사 돈을 만졌다는 것을 넘어 불법영득의사, 즉 회사의 재물을 마치 자기 것처럼 처분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회사를 위해 쓴 것이 아니라 개인적 이익을 위해 회사 재산을 자기 소유처럼 소비·처분한 것으로 평가되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됩니다. 반대로 회사 업무를 위한 지출이었다는 점이 뒷받침되면 이 의사가 부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판례가 보는 핵심 기준 — 인출 사유와 사용처의 증빙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을 빼내 쓴 사건에서 법원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그 돈을 어디에, 왜 썼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자료로 뒷받침할 수 있는가입니다.

대법원은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회사 자금을 인출하여 사용하면서 그 인출·사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남기지 않고 사용처에 관하여 합리적인 설명도 하지 못하는 경우, 그 자금을 개인 용도로 소비한 것으로 보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편취(영득)의 고의를 증명할 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있지만, 회사를 위해 정당하게 지출했다는 점은 그 사정을 잘 아는 대표 측이 구체적 자료로 소명할 필요가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횡령으로 인정되기 쉬운 경우와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

  • 인정되기 쉬운 경우: 사용처를 전혀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 개인 채무 변제·생활비·유흥·개인 부동산 매수 등 사적 용도에 쓴 경우, 반환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계속 인출한 경우, 급여·배당 등 적법한 절차 없이 반복적으로 자금을 빼낸 경우

  •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 거래처 접대·영업비 등 회사 영업을 위한 지출임을 자료로 보일 수 있는 경우, 적법한 이사회 결의와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대여로서 이자·변제 계획이 갖추어진 경우, 실제로 상환이 이루어진 이력이 있는 경우

"나중에 갚으려 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쓰면서 "언젠가 갚을 생각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후에 갚거나 보전할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미 성립한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특히 유용한 금액이 크고 상환 능력이 뚜렷하지 않다면 이런 항변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얼마를 유용했는지가 형을 가른다 — 업무상횡령과 특경법

업무상횡령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런데 유용한 금액, 즉 이득액이 커지면 특별법이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제3조는 횡령·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합니다.

  • 이득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이득액 50억 원 이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여기에 이득액에 상당하는 벌금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가지급금은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누적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인출액은 작아 보여도 합산 금액이 특경법 기준을 넘어서면 형이 급격히 무거워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세무상 불이익도 따릅니다

가지급금은 형사 문제와 별도로 세무상으로도 부담이 됩니다. 세법은 대표이사에 대한 가지급금에 대해 인정이자를 계산해 회사의 수익으로 보아 법인세를 늘리고, 회사의 차입금 이자 중 업무와 무관한 가지급금에 대응하는 부분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회수하지 못한 가지급금이 대표이사에 대한 상여 등으로 처분되면 대표 개인에게 소득세 부담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형사와 세무 리스크가 함께 얽혀 있다는 점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가지급금·횡령 리스크를 줄이려면 — 실무 대응

회사 자금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사후에 장부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적법한 형식과 증빙을 갖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1. 적법한 형식을 갖춥니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자금은 급여·상여·배당 등 정당한 절차로 처리하고, 부득이 회사에서 빌린다면 이사회 결의와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이자와 변제기를 정합니다.

  2. 사용처 증빙을 남깁니다. 회사를 위한 지출이라면 세금계산서·영수증·계약서 등 객관적 자료를 함께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사용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불법영득의사가 추단될 위험이 커집니다.

  3. 이미 쌓인 가지급금은 정리 계획을 세웁니다. 급여·배당을 통한 상환, 대표이사 개인자산을 통한 변제 등 현실적인 정산 방안을 마련하고 그 이행 자료를 남겨 둡니다.

  4. 수사가 시작되면 초기에 대응합니다. 경제범죄 사건에서는 '사용처를 어떻게 소명하느냐'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계좌 흐름과 지출 자료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회사를 위한 지출과 개인적 지출을 구분해 정돈하는 작업을 초기에 시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금이라도 가지급금을 전부 갚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횡령죄는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소비·처분한 시점에 이미 성립합니다. 따라서 뒤늦게 전액을 상환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범죄 자체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은 양형에 매우 중요하게 반영되어 처벌 수위를 낮추는 핵심 요소가 되므로, 상환과 정산은 여전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세무사가 가지급금으로 처리해 주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회계처리는 세무·회계상의 정리일 뿐, 형사책임의 성립 여부와는 별개입니다. 세무사가 장부를 가지급금으로 잡아 두었다는 사정이 실제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 자체를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장부의 계정과목이 아니라 그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가입니다.

업무상횡령의 공소시효는 얼마인가요?

업무상횡령죄는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공소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입니다. 다만 이득액이 커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면 법정형이 높아지는 만큼 공소시효도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가지급금 문제는 '회계상 정리해 두었으니 괜찮다'는 생각과 실제 형사책임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합니다.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그 돈을 회사를 위해 썼다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소명하고, 불법영득의사를 어떻게 다투느냐입니다. 회사 자금 사용이 문제 되어 조사를 앞둔 대표님이든, 억울하게 횡령 혐의를 받는 임직원이든, 사건 초기의 자료 정리와 법리 구성이 결정적입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