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로 13세 미만 강제추행 재판을 받는다면 — 반대신문 없는 녹화물이 배제된 판결과 쓰인 판결
2026. 11. 03.
아이의 영상녹화 진술이 핵심 증거인 13세 미만 강제추행 재판에서 녹화물이 증거로 쓰이는 조건과 반대신문을 준비하는 법, 진술 신빙성을 다투는 지점을 실제 판결로 짚었습니다. 수원 광교 법무법인 도모.
목차
- 핵심만 먼저 정리하면
- 녹화물이 증거가 되는 길은 이제 두 가지뿐입니다
- 위헌결정이 바꾼 것 — 신뢰관계인의 증언으로는 부족합니다
- 반대신문 없이 쓰인 녹화물이 배제되어 무죄가 된 판결
- 아이가 법정에 나와 반대신문을 거치자 같은 녹화물로 유죄가 확정된 판결
- 증거보전기일의 신문은 '충분한 반대신문'이어야 인정됩니다
- 아이가 법정에 나오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녹화물 자체가 적법하게 만들어졌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 법정에서 아이를 신문하는 방식 — 중계장치와 질문의 한계
- 증거능력을 넘으면 결국 신빙성 싸움입니다
- 녹화 영상은 속기록이 아니라 화면으로 봐야 합니다
- 1심 공판에서 결정해야 할 순서
- 13세 미만 강제추행의 무게 — 왜 1심 증거 다툼이 전부인가
- 피고인 쪽이 하면 안 되는 대응
- 여기서부터는 변호인이 필요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 아이 영상녹화 진술만으로 13세 미만 강제추행 유죄가 나올 수 있나요?
- 피해 아동이 법정에 꼭 나와야 하나요?
- 속기록에는 동의했는데 괜찮을까요?
- 수사 단계에서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나요?
- 2023년 10월 전에 녹화된 영상에도 새 조항이 적용되나요?
- 아이가 법정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무죄인가요?
- 아이가 아프거나 연락이 안 되면 녹화물이 바로 증거가 되나요?
- 진술분석 결과는 어떻게 다룰 수 있나요?
- 13세 미만 강제추행은 벌금형이 가능한가요?
- 이 글에서 인용한 판결과 법령
- 법무법인 도모는 이 사건을 이렇게 진행합니다
- 첫 상담에서 확인하는 것
- 김강희 변호사의 대응 방식
- 함께할 때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
-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 수원·경기 남부에서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아이가 경찰에서 녹화한 영상이 증거로 나왔는데, 아이를 법정에 부르지 않아도 그대로 유죄가 되나요?" 13세 미만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분이나 가족에게서 1심 첫 기일 무렵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수사기관은 초등학생 피해자의 진술을 해바라기센터나 조사실에서 영상으로 녹화하고, 검사는 그 녹화물과 속기록을 핵심 증거로 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은 피고인 쪽이 아이를 직접 신문할 기회를 가진 경우이거나, 아이가 사망·질병·소재불명 같은 사유로 법정에 나올 수 없고 녹화 당시 상황이 특별히 믿을 만하다고 증명된 경우에만 그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특례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2에 따라 19세 미만 피해자 등의 수사기관 진술을 녹화한 영상을 일정한 요건 아래 법정 진술 없이도 증거로 쓸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2021년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전에는 조사에 동석한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법정에서 영상물이 진정하게 성립됐다고 진술하기만 하면 아이가 법정에 오지 않아도 녹화물이 증거가 됐고, 그렇게 받은 유죄판결이 대법원에서 여러 건 파기됐습니다. 이런 사건을 맡아 보면 결과는 세 곳에서 갈립니다. 녹화물이 증거능력을 얻는 길이 어느 쪽인지, 아이를 신문하는 기일에 무엇을 묻고 무엇을 묻지 않는지, 그리고 녹화 영상 속 질문 방식이 아이의 기억을 오염시켰는지입니다. 아래에서는 반대신문 없이 쓰인 녹화물이 배제되어 무죄가 된 판결과, 아이가 법정에 나와 반대신문을 거친 뒤 같은 녹화물로 유죄가 확정된 판결을 짝으로 놓고, 출석할 수 없는 아이의 녹화물, 녹화 절차의 적법성, 진술 신빙성을 다투는 방법까지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핵심만 먼저 정리하면
아이를 법정에 부르지 않고 녹화물만으로 유죄가 될 수 있나요 — 피고인이 녹화물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수원고등법원 2023. 1. 10. 선고 2022노688 판결은 대법원 파기환송 뒤에도 9~10세 피해자들이 증언하지 않자 녹화물과 속기록을 증거에서 빼고 13세 미만 강제추행 부분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도1356 상고기각으로 확정).
아이가 법정에 나와 반대신문을 받으면 그 녹화물은 다시 쓰이나요 — 쓰입니다. 광주고등법원 2024. 6. 18. 선고 2024노39 판결은 범행 약 6년 뒤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해 반대신문 기회를 준 다음, 피해자가 진정성립을 인정한 녹화물과 속기록을 증거로 삼아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대법원 2024도10651 상고기각).
아이가 법정에 나올 수 없으면 녹화물은 바로 증거가 되나요 — 출석할 수 없다는 사유에 더해 녹화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합니다(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2 제1항 제2호). 대구지방법원 2026. 8. 26. 선고 2025고합11 판결은 피해자의 소재불명은 인정하면서도 이 증명이 부족하다며 녹화물을 배제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녹화물이 증거가 되는 길은 이제 두 가지뿐입니다
재판 전략은 녹화물이 어느 길로 증거능력을 얻으려 하는지 확인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0조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19세 미만 피해자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같은 법 제26조 제4항의 '19세미만피해자등')를 조사할 때 그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보존하도록 정합니다. 녹화를 마치면 지체 없이 봉인하고 피해자가 기명날인이나 서명을 하게 하며, 피해자가 녹화 장소에 도착한 시각, 녹화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같은 진행 경과를 조서에 적어 수사기록에 편철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부터 제6항).
이렇게 만든 녹화물이 증거가 되는 경우를 정한 것이 제30조의2입니다. 첫째 길은 증거보전기일,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의자·피고인·변호인이 그 내용에 대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제1항 제1호). 다만 증거보전기일의 신문은 법원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반대신문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둘째 길은 피해자가 사망, 외국 거주, 신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법정에 나와 진술할 수 없는 경우로, 이때는 영상녹화된 진술과 녹화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합니다(같은 항 제2호). 둘째 길로 증거능력을 얻은 녹화물을 유죄의 증거로 쓸지 정할 때 법원은 피고인과의 관계, 피해자의 나이와 심신 상태, 증언으로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외상 등을 고려하고, 전문심리위원이나 같은 법 제33조의 전문가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제30조의2 제2항).
이 조문은 2023. 7. 11. 법률 제19517호로 신설되어 2023. 10. 12.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부칙 제2조는 시행 당시 수사 중이거나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한다고 정하므로, 그 전에 녹화된 영상이라도 지금 재판에서는 이 기준으로 증거능력을 따집니다.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도 같은 구조가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의2는 2025. 4. 22. 법률 제20931호로 신설되어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었고, 제30조의2와 같은 두 갈래의 요건을 둡니다. 그러니 어느 법을 근거로 들든 '반대신문의 기회'와 '출석 불능과 특신상태' 가운데 하나를 갖추지 못한 녹화물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위헌결정이 바꾼 것 — 신뢰관계인의 증언으로는 부족합니다
변화의 계기는 헌법재판소 2021. 12. 23. 2018헌바524 결정입니다. 그 전의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은 녹화물에 담긴 피해자 진술을 조사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법정에서 진정하게 성립됐다고 말하면 증거로 쓸 수 있게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가운데 19세 미만 피해자 부분이 과잉금지원칙을 어겨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자기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증인을 반대신문할 기회는 공정한 재판의 핵심이고, 신뢰관계인을 신문하는 것으로는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결정은 그 대안으로 수사 초기부터 증거보전절차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방법,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곧바로 이 결정을 재판 중이던 사건에 적용했습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4530 판결은 12세 피해자의 영상물과 속기록을 신뢰관계인 신문만 거쳐 유죄 증거로 삼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위헌결정의 효력은 결정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이던 사건에도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던 청소년성보호법의 옛 조항도 같은 이유로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날 수 있으므로, 법원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 반대신문 기회를 줄 필요가 있는지 심리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3도15250 판결도 7세 피해자의 녹화물로 유죄를 유지한 원심을 같은 이유로 파기하면서, 원심이 새로 생긴 제30조의2에 따라 피해자를 소환하거나 출석 불능 사유와 특신상태를 심리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속기록도 증거능력의 근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참고로 같은 조항 가운데 장애인 피해자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 2026. 3. 26. 2023헌가20 결정이 재판관 5인의 위헌의견에도 정족수에 이르지 못해 합헌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이 결정의 대상은 이미 개정 전 조항이고, 지금은 19세 미만 피해자와 장애인 피해자 모두 제30조의2의 같은 요건을 따릅니다. 초등학생 피해자 사건에서 이 결정을 근거로 옛 방식이 되살아났다고 볼 여지는 없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반대신문 없이 쓰인 녹화물이 배제되어 무죄가 된 판결
녹화물이 빠지면 공소사실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준 판결이 수원고등법원 2023. 1. 10. 선고 2022노688 판결입니다. 초등학생 단체 수업을 맡은 강사가 9세와 10세 피해자 세 명을 추행했다는 13세 미만 강제추행 사건이었습니다. 1심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고합31 사건에서 피고인은 경찰 영상물과 속기록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조사에 동석한 진술조력인만 증인으로 신문해 영상물을 채택했고, 피고인은 공판 도중 속기록에는 동의로 의견을 바꾸었습니다. 피해자들은 한 번도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고, 1심은 성인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과 함께 모두 유죄로 보아 징역 3년을 선고했으며 항소도 기각됐습니다.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도5848 판결이 이를 파기했습니다.
환송 뒤 수원고등법원은 위헌결정의 효력이 이 사건에도 미치므로 영상물을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속기록입니다. 피고인이 공판 도중 속기록에 동의했더라도, 속기록은 영상물의 진술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므로 영상물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이상 동의 경위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진정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영상물 촬영 때 아이들이 그린 그림도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이 부정됐고, 진술조력인과 담임교사, 학년부장이 아이들에게서 들었다는 진술은 전문진술이라 쓸 수 없었습니다. 판결 각주에는 환송 뒤 검찰이 아이들에게 증언을 요청했지만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결국 13세 미만 강제추행 세 건은 모두 무죄가 되었고, 성인 피해자 부분만 유죄로 남아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었습니다(대법원 2023도1356 상고기각결정으로 확정).
이 판결에서 실무가 배울 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녹화물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사건에서 증거능력 다툼이 곧 사실관계 다툼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증거의견을 한 번 잘못 내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은 위헌결정과 대법원 판결 덕분에 속기록 동의가 결론을 바꾸지 못했지만, 제 견해로는 지금 공판에서 녹화물과 별도로 속기록·진술분석서·전문진술에 대한 증거의견을 낼 때는 하나하나 부동의 여부를 따져 정해야 합니다. 동의한 서류는 그 자체로 증거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법정에 나와 반대신문을 거치자 같은 녹화물로 유죄가 확정된 판결
반대로 녹화물이 배제됐다고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환송 뒤 아이가 증인으로 나오면 같은 녹화물이 정당한 증거로 돌아옵니다. 광주고등법원(제주) 2022. 10. 12. 선고 2022노45 판결이 그 예입니다. 1심은 신뢰관계인만 신문한 채 친족인 두 자매의 영상물을 채택해 유죄로 판단했고 항소심도 이를 유지했는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4616 판결이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환송 뒤 법원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증인으로 나와 반대신문을 받았고, 그 뒤 피고인과 변호인도 영상물과 속기록의 진정성립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법정진술과 속기록, 진술분석 의견서 등을 근거로 13세 미만 강제추행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했고, 대법원 2022도13641 판결로 상고가 기각되었습니다.
광주고등법원 2024. 6. 18. 선고 2024노39 판결은 범행 당시 만 7세였던 피해자가 약 6년 뒤 법정에 선 사건입니다. 위에서 본 대법원 2023도15250 판결의 환송심으로, 법원은 2024. 5.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했습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한 말이 사실이라고 답했지만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영상물을 재생하자 기억이 난다며 진술을 정정했습니다. 법원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의 증언이라 기억이 흐려졌다가 영상물로 환기된 경위가 자연스럽다고 보고, 피해자가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반대신문 기회가 주어진 영상물과 속기록을 증거로 삼아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대법원 2024도10651 상고기각). 법원은 아이가 수사기관에서 범행 장소의 위치를 그림으로 그려 가며 설명했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하면서 만진 부위와 만지지 않은 부위를 구분해 말한 점도 신빙성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피고인이 낸 거짓말탐지기 진실반응 결과도 신빙성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1심인 광주지방법원 2021고합30 사건의 형도 징역 5년이었으니 숫자만 보면 달라진 것이 없지만, 이번 판결은 피해자의 증언과 반대신문을 거쳐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판결입니다. 피고인 쪽에서 보면 환송이라는 절차적 성과가 아이의 법정 증언 앞에서 결론까지 바꾸지는 못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세 판결을 나란히 놓으면 결론을 가른 것은 녹화물의 내용이 아니라 아이가 법정에 섰는지였습니다. 그래서 피고인 쪽이 '아이를 법정에 세우지 않으면 무죄'라는 기대만으로 전략을 짜는 것은 위험합니다. 검사는 증인신청을 하고, 법원은 중계장치나 가림시설을 써서 아이를 보호하며 신문을 진행합니다. 아이가 실제로 법정에 나오면 그다음은 반대신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준비했는지의 싸움이 됩니다.
증거보전기일의 신문은 '충분한 반대신문'이어야 인정됩니다
수사 단계에서 아이를 미리 판사 앞에서 신문해 두는 증거보전절차는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 방어를 함께 맞추는 장치로 쓰입니다. 형사소송법 제184조는 검사, 피고인,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을 때 제1회 공판기일 전이라도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청구 사유는 서면으로 소명하며, 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에는 3일 안에 항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에서 대안으로 든 것도 바로 이 절차였습니다.
다만 제30조의2 제1항 제1호 단서는 증거보전기일의 신문을 '법원이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합니다. 제 견해로는 이 단서 때문에 증거보전기일에 피의자 쪽이 기록을 거의 보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몇 마디 묻고 끝냈다면, 공판에서 그 신문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다툴 여지가 생깁니다. 거꾸로 피의자 쪽이 증거보전기일에 충분히 묻지 않고 넘어가 놓고 나중에 다시 아이를 불러 달라고 하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증거보전기일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다면 그날이 사실상 유일한 반대신문 기회일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이가 법정에 나오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둘째 길인 출석 불능의 예외는 법원이 매우 엄격하게 봅니다. 대구지방법원 2026. 8. 26. 선고 2025고합11 판결이 기준을 잘 보여 줍니다. 피해자는 성인 중증 지적장애인이어서 아동 사건은 아니지만, 같은 제30조의2 제1항 제2호가 적용됐습니다. 법원은 증인소환장이 세 차례 송달되지 않고 경찰 소재탐지에도 찾지 못한 사정을 들어 소재불명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특신상태는 반대신문 없이도 진술의 신빙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을 정도, 곧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3도13406 판결의 법리를 제30조의2에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경찰 단계 진술분석은 신빙성을 부정하고 검찰 단계에서는 인정해 결과가 엇갈린 점, 피고인이 반대신문으로 탄핵할 기회를 얻지 못한 점, 고소 경위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점을 들어 녹화물과 배우자의 전문진술 등을 모두 직권으로 배제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예외가 인정된 판결도 있습니다. 부산고등법원 2025. 2. 5. 선고 2023노642 판결은 범행 당시 17세였던 피해자가 사건 직후부터 조현정동장애 등으로 오래 입원 치료를 받았고, 주치의가 법정에서 다시 진술하게 하는 것은 병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소견서를 낸 사건입니다. 법원은 진술조력인과 신뢰관계인이 동석한 상태에서 진술이 이루어졌고, 진술분석 전문가와 항소심이 제30조의2 제2항에 따라 의견을 들은 전문심리위원 모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점, 피해자가 사건 다음 날 경찰과 병원을 찾아 유전자 시료를 남겼다는 경위와 영상 속 진술 태도를 들어 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고, 대법원 2025도2391 판결로 확정되었습니다. 지적장애 성인 피해자의 녹화물을 제2호 다목으로 받아들인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25. 3. 5. 선고 2024고단11 판결도 장애 진단서와 전문심리위원 의견, 조사에 동석한 진술조력인의 법정진술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초등학생 피해자 사건에서 검사가 '아이가 증언하면 심리적 외상이 우려된다'며 둘째 길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견해로는 위 판결들이 요구한 수준, 곧 출석할 수 없을 정도의 질병·장애를 뒷받침하는 진단과 전문가 의견, 그리고 녹화 당시 진술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함께 증명되어야 합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반론만으로는 부족하고, 중계장치나 가림시설로 신문할 수 있다면 출석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다툴 수 있습니다.
녹화물 자체가 적법하게 만들어졌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제30조의2는 녹화물이 제30조 제4항부터 제6항까지의 절차와 방식에 따라 녹화된 것이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봉인과 서명, 도착 시각과 녹화 시작·종료 시각을 적은 진행 경과 기록이 빠졌다면 증거능력 자체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이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23. 1. 13. 선고 2021고합658 판결과 그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24. 5. 3. 선고 2023노281 판결은 13세 피해자의 어머니가 '본인이 동석하지 않은 조사'에 반대했는데도 경찰이 녹화를 진행한 사건에서, 어머니의 의사는 녹화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 본인은 녹화에 동의했으므로 녹화를 금지한 조항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형제였고 피해자가 어머니와 분리를 원했던 사정에서 부모의 동석을 제한한 조치도 위법하지 않다고 했고, 조사에 동석한 변호사는 그 다음 날 국선변호사로 선정되었더라도 신뢰관계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진행 경과 기록이 빠졌다는 주장도 1심에서 검사가 낸 수사과정확인서로 이행 사실이 확인되어 배척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대법원 2024도7356 판결로 확정되었습니다.
수사기관이 아닌 사람이 수사 도중 아이를 면담해 녹화한 영상은 사정이 다릅니다. 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도15133 판결은 검사의 의뢰로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이 아동 피해자를 면담하며 녹화한 '진술분석 과정 영상녹화 CD'가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어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으로도, 제312조로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 제221조에 따라 만든 영상녹화물도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독립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리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증거목록에 '진술분석', '면담', '상담' 같은 이름의 영상이 있다면 그것이 제30조의 녹화물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녹화 전 설명 절차도 확인 대상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2항은 조사 전에 아이의 나이와 인지 발달 단계, 심리 상태를 고려한 방식으로 조사 과정이 녹화된다는 사실과 그 녹화물이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도록 정하고, 2023. 7. 11. 개정법 부칙 제3조는 이 설명의무를 시행일 이후 녹화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나 법정대리인이 녹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면 녹화해서는 안 되지만, 법정대리인이 가해자이거나 가해자의 배우자라면 그 의사는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3항). 제 견해로는 이런 절차 위반만으로 녹화물 전체가 배제되는 경우는 드물더라도, 위반이 드러나면 녹화 당시 상황이 특별히 믿을 만했는지를 따지는 단계에서 중요한 반박 자료가 됩니다.
법정에서 아이를 신문하는 방식 — 중계장치와 질문의 한계
아이가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서 피고인과 같은 법정에서 마주 앉는 경우는 드뭅니다.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는 아동복지법 위반이나 청소년성보호법상 성범죄의 피해 아동, 그리고 피고인과 대면하면 정신의 평온을 현저히 잃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할 때 비디오 등 중계장치나 가림시설을 쓸 수 있게 하고, 그렇게 한 신문도 법정에 출석해 이루어진 증인신문으로 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40조도 성폭력범죄 피해자 신문에 중계장치를 쓸 수 있다고 정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했듯이 피해자를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반대신문은 허용되지 않고, 재판장은 소송지휘권으로 질문을 제한합니다.
그래서 반대신문은 아이를 몰아붙이는 자리가 아니라 녹화 영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확인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노281 판결 사건에서 피해자는 1심과 항소심 법정에서 수사기관 진술을 뒤집었지만, 법원은 번복이 보호시설 퇴소 뒤 가족과 지내면서 시작됐고, 가족이 직접 질문해 만든 영상이 답을 정해 놓은 유도 질문으로 채워져 있었다는 점을 들어 법정진술을 믿지 않았습니다. 미성년 피해자가 친족 사건에서 진술을 번복할 때는 번복 경위를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이 사건은 범행 당시 피고인이 16세 소년이었던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성년이 되어 부정기형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다시 판결하면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지만, 녹화 진술의 신빙성 판단은 1심과 같았습니다. 피고인 쪽이 아이의 법정 번복을 끌어내는 데 공을 들이면 오히려 그 번복이 압력의 결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증거능력을 넘으면 결국 신빙성 싸움입니다
녹화물이 증거로 들어온 뒤에도 무죄는 가능합니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은 아동의 경우 질문자에 의한 피암시성이 강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이의 나이, 사건 뒤 진술까지 걸린 시간, 처음 피해 사실을 들은 보호자나 수사관이 예단을 갖고 사실이 아닌 정보를 주거나 반복 신문으로 특정 답변을 유도했는지, 암시적 질문이 반복됐는지, 또래 아동의 진술에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기준이 실제로 결론을 가른 판결이 청주지방법원 2025. 2. 6. 선고 2024고합159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12세 아동 두 명의 진술이 한 판결 안에서 다르게 평가됐습니다. 한 아이의 강제추행 피해 진술은 해바라기센터와 법정에서 일관되고 구체적이었고, 사건 직후 112 신고와 함께 있던 어른의 목격 정황,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의 신빙성 있음 의견이 뒷받침해 유죄가 됐습니다. 반면 함께 살던 다른 아이의 강간·강제추행 진술은 모두 무죄였습니다. 법원은 성기 삽입 진술이 나오기 전까지 조사관이 반복적이고 암시적인 질문을 했고, 아이가 말하지 않은 '키스'를 조사자가 전제로 묻자 '네'라고 답했으며, 신뢰관계인이 '그날은 일요일 아니냐'고 하자 '가슴만 만졌다'로 진술을 바꾼 대목을 짚었습니다. 진술분석관도 정형화된 진술이라 신빙성 판단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고, 속기록만 보고 영상은 분석하지 않은 다른 의견서는 그 한계 때문에 믿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대법원 2025도12572 판결로 확정되었습니다.
조사 과정의 작은 대목이 부분 무죄를 만든 판결도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노281 판결은 같은 조사 안에서 수사관이 휴식 뒤 피해 일자와 특징적인 내용을 제시하며 다시 진술해 달라고 하자 피해자가 성기 삽입 여부를 두 번이나 바꾸고, 이후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한 범행 하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8세 아동 두 명이 피해를 진술한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5. 1. 9. 선고 2024고합45 판결도 아이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한 뒤 대부분을 유죄로 보았지만, 피해 아동 본인이 법정에서 부인하고 목격 아동의 진술이 조사 때마다 바뀐 범행 하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피고인 쪽이 오염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광주고등법원(제주) 2022노45 판결 사건에서 경찰은 첫 조사 전에 어머니에게 피해 내용을 적어 오라고 부탁했고 피고인은 이를 들어 위법수집과 진술 오염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것이 증거능력을 부정할 사유가 아니라 신빙성 판단의 문제일 뿐이라고 보았고, 담당 경찰관이 그 문답서를 조사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문답서 내용은 간단하고 추상적인 반면 경찰 조사에서는 개방적 질문에 따라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진술분석관도 문답서 작성이 신빙성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점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오염 주장은 영상에서 구체적인 질문과 답을 짚어 낼 때만 힘을 가집니다.
녹화 영상은 속기록이 아니라 화면으로 봐야 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속기록만 읽고 반대신문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질문이 어떤 순서로 나왔는지, 아이가 답하기 전 몇 초를 망설였는지, 조사자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림을 가리켰는지, 휴식 시간 전후로 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영상을 봐야 보입니다. 위 청주지방법원 판결이 속기록만 분석한 의견서의 한계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피고인 쪽은 녹화물 열람·등사를 신청해 시간대별로 질문 유형을 정리하고,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했는지, 아이가 먼저 말하지 않은 정보를 조사자가 먼저 꺼냈는지, 부모나 상담자가 조사 전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노281 판결은 조사자가 라포 형성과 말하기 규칙 연습 뒤 개괄 진술에서 구체 질문으로 나아갔고, 아이가 조사자의 잘못된 전제를 바로 고친 점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같은 영상을 두고 검사와 피고인이 정반대 결론을 끌어낼 수 있으니, 결국 누가 더 정밀하게 봤는지가 차이를 만듭니다.
최초 진술 시점도 중요합니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4고합45 판결은 범행 사나흘 뒤 기억이 비교적 명확할 때 진술이 이루어졌고, 아이가 말한 옷차림이 CCTV와 맞았다는 점을 신빙성 근거로 들었습니다. 반대로 진술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부모, 교사, 상담자와 여러 번 이야기한 사건이라면 그 대화 내용을 확인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1심 공판에서 결정해야 할 순서
기소 뒤 1심은 대체로 같은 순서로 흘러가고, 단계마다 피고인 쪽이 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공판준비기일이나 첫 공판기일에 검사가 낸 증거 하나하나에 대해 동의 여부를 밝힙니다. 녹화물, 속기록, 진술분석 결과, 부모나 교사의 진술서와 상담 기록, 수사보고서가 각각 따로 번호를 달고 올라오므로, 어느 것은 다투고 어느 것은 받아들일지 이 단계에서 방향을 세웁니다. 녹화물에 부동의하면 검사는 아이를 증인으로 신청하거나 출석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제30조의2 제1항 제2호를 주장합니다.
검사가 증인신청을 하면 피고인 쪽은 신문 방식에 대한 의견을 냅니다. 중계장치나 가림시설로 신문하는 것은 대부분 받아들여지므로 그 자체를 다투기보다, 반대신문에 필요한 녹화 영상 열람과 질문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데 힘을 쓰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검사가 출석 불능을 주장하면 그 근거가 되는 진단서와 의견서, 소재탐지 결과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특신상태에 대한 반박 자료를 냅니다. 둘째 길로 갈 때에는 법원이 전문심리위원이나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그 의견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낼 기회도 챙겨야 합니다. 신문이 끝나면 녹화물의 증거조사가 이어지고, 그다음에야 신빙성에 대한 본격적인 변론이 시작됩니다. 이 순서를 미리 그려 두지 않으면 앞 단계에서 내린 결정이 뒤 단계의 선택지를 없애 버립니다.
13세 미만 강제추행의 무게 — 왜 1심 증거 다툼이 전부인가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을 강제추행한 사람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벌금형이 없으므로 유죄가 되면 정상참작감경을 받더라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최선입니다. 위 광주고등법원 2024노39 판결과 청주지방법원 2024고합159 판결은 13세 미만 강제추행에 대해 양형기준상 기본영역 징역 4년에서 7년을 적용했고, 청주지방법원 판결은 정상참작감경 끝에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위 판결들 가운데 여러 건이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5년에서 10년의 취업제한을 함께 명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4고합45 판결처럼 동종 전력이 있으면 공개·고지명령과 전자장치 부착까지 따라옵니다.
이런 법정형 구조 때문에 13세 미만 강제추행 사건은 합의나 반성만으로 결과를 바꾸기 어렵고, 혐의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녹화물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1심에서 얼마나 정밀하게 다퉜는지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위 판결들 가운데 증거능력 문제로 결론이 다시 정해진 사건은 모두 상소심에서 문제가 드러나 환송된 경우였고,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동안 피고인은 1심의 무거운 판결을 안고 지내야 했습니다.
피고인 쪽이 하면 안 되는 대응
첫째, 아이나 그 가족에게 직접 연락해 진술을 바꿔 달라고 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노281 판결처럼 번복은 압력의 결과로 읽히기 쉽고, 별도의 범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 녹화물과 속기록, 진술분석서에 대한 증거의견을 공판 첫날 한꺼번에 동의로 정리하지 마십시오. 동의한 서류는 증거가 되고, 나중에 부동의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셋째, 반대신문을 아이의 거짓말을 밝히는 자리로 여기고 공격적인 질문을 준비하는 것도 역효과입니다. 재판장이 질문을 막을 뿐 아니라 재판부의 인상도 나빠집니다. 넷째, 증거보전기일이나 첫 증인신문 기일을 기록 검토 없이 맞는 것입니다. 그날 묻지 못한 것은 다시 물을 기회가 없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합의를 추진하더라도 피해 아동의 법정대리인과 변호인을 통해 정식으로 진행해야 하고, 합의 조건에 진술 철회나 증언 거부를 넣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제 견해로는 그런 조건이 드러나는 순간 합의는 감경 사유가 아니라 진술 번복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으로 읽힙니다.
여기서부터는 변호인이 필요합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습니다. 공소장과 증거목록을 받아 녹화물이 몇 건인지, 녹화 날짜가 언제인지, 아이가 처음 피해를 말한 경위가 어떻게 기록됐는지를 확인하고, 사건 전후의 일정과 CCTV, 메시지처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아 두는 일입니다. 그러나 녹화물에 대한 증거의견을 정하는 순간부터는 사정이 다릅니다. 어느 서류에 동의하고 어느 서류에 부동의할지, 아이의 증인신청에 어떤 의견을 낼지, 증거보전이나 중계장치 신문에서 무엇을 물을지, 출석 불능 주장에 맞서 특신상태를 어떻게 다툴지는 영상 전체를 분석한 뒤에야 정할 수 있고, 한 번 정한 방향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법정형 하한이 징역 5년인 사건에서 이 결정들은 실형과 무죄 사이를 가르므로, 기소 직후 또는 증거보전 연락을 받은 시점에는 변호인과 함께 움직이시기를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이 영상녹화 진술만으로 13세 미만 강제추행 유죄가 나올 수 있나요?
피고인이 녹화물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아이가 법정에서 신문을 받았거나 출석 불능 사유와 특신상태가 증명되어야 녹화물을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성폭력처벌법 제30조의2). 수원고등법원 2022노688 판결은 아이들이 증언하지 않자 녹화물을 배제하고 13세 미만 강제추행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피해 아동이 법정에 꼭 나와야 하나요?
검사가 녹화물을 증거로 쓰려면 원칙적으로 아이를 신문할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다만 법원은 중계장치나 가림시설을 써서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게 신문할 수 있고, 그 신문도 법정 출석으로 봅니다(형사소송법 제165조의2). 광주고등법원 2024노39 판결처럼 아이가 나와 반대신문을 받으면 녹화물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속기록에는 동의했는데 괜찮을까요?
수원고등법원 2022노688 판결은 영상물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이상 속기록에 동의했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진정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는 영상물이 배제된 경우의 판단이므로, 지금 진행 중인 재판에서 동의 여부는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수사 단계에서 증거보전을 신청할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따라 피의자나 변호인도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고, 사유는 서면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청구가 기각되면 3일 안에 항고할 수 있습니다. 증거보전기일의 신문은 반대신문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법원이 인정해야 녹화물의 증거능력 근거가 되므로 준비가 중요합니다.
2023년 10월 전에 녹화된 영상에도 새 조항이 적용되나요?
적용됩니다. 성폭력처벌법 부칙(2023. 7. 11. 법률 제19517호) 제2조는 시행 당시 수사 중이거나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제30조의2를 적용하도록 정합니다. 광주고등법원 2024노39 판결과 부산고등법원 2023노642 판결도 그 전에 녹화된 진술에 이 조항을 적용했습니다.
아이가 법정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무죄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광주고등법원 2024노39 판결은 6년 뒤 증언에서 일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영상 재생 뒤 정정한 것을 자연스러운 기억 환기로 보았습니다. 다만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4고합45 판결처럼 피해 아동 본인이 법정에서 부인하고 다른 진술도 흔들린 부분은 무죄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연락이 안 되면 녹화물이 바로 증거가 되나요?
출석할 수 없는 사유에 더해 녹화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대구지방법원 2025고합11 판결은 소재불명은 인정했지만 이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부산고등법원 2023노642 판결은 주치의 소견과 전문심리위원 의견을 근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진술분석 결과는 어떻게 다룰 수 있나요?
진술분석 의견은 신빙성 판단 자료로 쓰입니다. 청주지방법원 2024고합159 판결은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의 '신빙성 판단 불가' 의견을 무죄 근거의 하나로 삼았습니다. 다만 진술분석관이 아이를 면담하며 녹화한 영상 자체는 대법원 2023도15133 판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13세 미만 강제추행은 벌금형이 가능한가요?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3항의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어서 벌금형이 없습니다. 유죄라면 정상참작감경을 거쳐도 징역형이 선고되고,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이 함께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판결과 법령
헌법재판소 2021. 12. 23. 2018헌바524 결정 — 신뢰관계인·진술조력인 진술로 영상물 증거능력을 인정한 성폭력처벌법 옛 제30조 제6항 중 19세 미만 피해자 부분 위헌
헌법재판소 2026. 3. 26. 2023헌가20 결정 — 같은 조항 중 장애인 피해자 부분 합헌(위헌의견 5인, 정족수 미달)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도14530, 2021전도143 판결 — 위헌결정 효력은 계속 중 사건에 미침, 피해자 증인 소환 필요성 심리 누락으로 파기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도5848 판결 → 수원고등법원 2023. 1. 10. 선고 2022노688 판결 → 대법원 2023도1356 상고기각결정 — 피해자 미증언으로 영상물·속기록·그림 배제, 13세 미만 강제추행 무죄(1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고합31)
대법원 2021도14616 판결 → 광주고등법원(제주) 2022. 10. 12. 선고 2022노45 판결 → 대법원 2022도13641 상고기각 — 환송 후 피해자 증언·반대신문 거쳐 징역 6년
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3도15250, 2023전도168 판결 → 광주고등법원 2024. 6. 18. 선고 2024노39, 2024전노7 판결 → 대법원 2024도10651 상고기각 — 제30조의2 심리 누락 파기, 환송 후 피해자 증언으로 징역 5년
인천지방법원 2023. 1. 13. 선고 2021고합658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4. 5. 3. 선고 2023노281 판결 → 대법원 2024도7356 상고기각 — 어머니의 동석 요구는 녹화 거부 아님, 피해자 법정 번복 배척, 조사 중 번복된 범행 하나 무죄, 항소심 징역 2년 6월·집행유예 4년
대구지방법원 2026. 8. 26. 선고 2025고합11 판결 — 소재불명 인정하되 특신상태 증명 부족, 녹화물 배제·무죄(성인 장애인 피해자)
부산고등법원 2025. 2. 5. 선고 2023노642, 2024전노51 판결 → 대법원 2025도2391 상고기각 — 정신질환으로 출석 불능, 전문심리위원 의견 거쳐 녹화물 증거능력 인정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2025. 3. 5. 선고 2024고단11 판결 — 지적장애 성인 피해자 녹화물 제30조의2 제1항 제2호 다목으로 인정
청주지방법원 2025. 2. 6. 선고 2024고합159 판결 →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2025노51 항소기각 → 대법원 2025도12572 상고기각 — 한 아이 진술 유죄, 암시적 질문이 드러난 다른 아이 진술 무죄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5. 1. 9. 선고 2024고합45 판결(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2025노17 항소기각) — 8세 아동 법정 증언 거쳐 대부분 유죄, 진술이 흔들린 범행 하나 무죄
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도15133 판결 — 진술분석관 면담 녹화 CD 증거능력 부정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3도13406 판결 — 특신상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대구지방법원 2025고합11 판결에서 인용)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 아동 진술 신빙성 판단 요소, 친족 성범죄 미성년자 번복 진술
법령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3항, 제26조 제4항, 제30조, 제30조의2(2023. 7. 11. 신설, 2023. 10. 12. 시행, 부칙 제2조), 제40조 /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26조의2(2025. 4. 22. 신설·시행) / 형사소송법 제165조의2, 제184조, 제313조 제1항 (2026. 10. 2. 시행본 기준)
법무법인 도모는 이 사건을 이렇게 진행합니다
아동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이 핵심인 사건은 증거목록을 받는 순간부터 시간이 촉박합니다. 첫 공판기일에 증거의견을 내야 하고, 검사가 아이를 증인으로 신청하면 몇 주 안에 신문 기일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첫 상담에서 사건의 사실관계와 함께 녹화물이 어느 길로 증거가 되려 하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첫 상담에서 확인하는 것
공소장과 증거목록을 보고 녹화물이 몇 건인지, 녹화 날짜와 장소, 동석한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이 누구인지, 속기록과 진술분석서가 따로 제출됐는지를 확인합니다. 아이가 처음 피해를 말한 상대와 시점, 그 뒤 부모나 교사, 상담자와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도 기록에서 찾습니다. 이미 증거의견을 냈다면 어떤 서류에 동의했는지, 증거보전이 있었다면 그날 무엇을 물었는지 확인합니다. 사건 당일의 동선, CCTV, 메시지처럼 아이의 진술과 대조할 수 있는 객관 자료가 있는지도 함께 짚습니다. 아이와 피고인의 관계,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어른이나 아이가 있었는지, 신고 전후로 가족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도 여쭙니다. 이런 사정은 진술이 만들어진 경위를 설명하는 데 쓰이지만, 상담 내용이 아이나 가족에 대한 접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처음부터 선을 분명히 정해 드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대응 방식
김강희 변호사는 녹화 영상을 속기록이 아니라 화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질문과 답을 시간대별로 정리합니다.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했는지, 아이가 먼저 말하지 않은 정보를 조사자가 꺼냈는지, 휴식 전후로 진술이 바뀌었는지를 표시해 두고, 이를 바탕으로 녹화물의 절차 위반 주장, 아이의 증인신문에 대한 의견, 출석 불능 주장에 대한 반박을 함께 설계합니다. 반대신문은 아이를 다그치는 질문이 아니라 영상에서 찾은 문제를 짧게 확인하는 질문으로 구성하고, 중계장치 신문이나 증거보전기일에서도 그날이 마지막 기회라는 전제로 준비합니다. 필요하면 아동 진술 분석에 정통한 전문가 의견을 받아 법원에 냅니다.
함께할 때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
앞에서 본 판결들에서 결론을 바꾼 것은 대부분 증거능력과 신빙성에 대한 정밀한 다툼이었습니다. 녹화물이 배제되어 무죄가 된 사건도, 같은 판결 안에서 한 아이의 진술만 무죄가 된 사건도, 결국 누군가 영상과 조사 과정을 꼼꼼하게 짚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증거의견 하나, 반대신문 하나를 잘못 다루면 1심에서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증거의견, 증인신문, 출석 불능 다툼, 신빙성 주장을 한 흐름으로 묶어 1심에서 다투어야 할 것을 1심에서 다투도록 돕습니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같은 기록을 바탕으로 피해 회복과 재범 방지 자료를 준비해, 법정형 하한이 높은 사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최대한 넓혀 두는 데 집중합니다.
법무법인 도모가 함께하겠습니다
아이의 영상녹화 진술이 증거로 제출됐다고 해서 결과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그 녹화물이 법이 정한 길을 거쳐 증거가 되는지, 영상 속 질문이 아이의 기억을 흔들지는 않았는지에 따라 판결은 달라졌습니다. 다만 그 다툼은 대부분 1심 공판 초기에 시작해야 합니다.
공소장과 증거목록, 이미 받은 기록이 있다면 모두 챙겨 오시기 바랍니다. 증거보전이나 증인신문 기일이 잡혔다면 그 날짜를 먼저 알려 주십시오. 지금 다툴 수 있는 지점과 준비할 순서를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원·경기 남부에서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법무법인 도모는 수원 광교에 사무소를 둔 로펌입니다. 수원지방법원·수원지방검찰청과 가까운 광교중앙로에 자리하고 있으며, 수원·용인·화성·성남·오산·평택 등 경기 남부 전역의 성범죄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경기남부 성범죄대응센터를 운영하며 조사 동석부터 재판, 피해자 대리까지 담당합니다. 대표변호사를 포함한 8인의 변호사가 사건을 직접 담당합니다.
수원남부·수원중부·수원서부·용인·화성 등 경기 남부 경찰서에서 출석 요구를 받으셨거나 수원지방검찰청 사건으로 진행 중이시라면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릅니다. 자료를 정리해 오시면 첫 상담에서 사건의 방향과 다음 단계를 함께 짚어 드립니다. 수원 법무법인 도모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